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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우리는 카페에 가기 전에 전리품부터 챙기기로 했다.

       

       “이런 녀석들은 교단에 대한 충성심이라기보다는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챙길 건 챙겨 가야죠.”

       “헹. 귀찮게스리….”

       “여기서 짭짤하게 챙기면 그만큼 케이크랑 다른 간식도 걱정 없이 시킬 수 있을 거예요. 사실 호텔에서 지갑에 출혈이 좀 있었거든요.”

       “놈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쌓은 재물을 회수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태세전환 보소.

       

       ‘솔직히 말해 아직 돈은 충분하긴 하지만….’

       

       지난번에 마력석을 판 돈만 해도 300골드가 넘었고, 호텔에서 아무리 하루에 돈을 많이 써 봐야 3골드 미만이었기 때문에 당장은 다 쓰려고 해도 못 쓸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면 언젠간 동이 날 것이다. 

       

       물론 이드밀라도 레어에 쌓아 놓은 재물이 많겠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비용을 내가 지불하고 있다.

       

       ‘교통비에, 파티 쩔 비용에, 파이어 브레이슬릿도 선물 받았고…. 내가 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

       

       지금 내가 끼고 있는 파이어 브레이슬릿만 해도 감히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아까 써 보니까 엄청 세더만.’

       

       특수 기능이라는 ‘염룡의 힘’을 개방하지도 않았는데, 아르에게 공유 받은 화염 마법의 위력이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여기다가 염룡의 힘을 개방하고 모든 종류의 화염 마법을 난사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강할지….

       

       ‘그러니 원작에서 이게 사람들 사이에 풀리고 난장판이 벌어졌지.’

       

       아무튼, 이드밀라에게는 받은 게 많으니 최대한 그만큼 대접을 해 줘야 할 터.

       드래곤이라 뭐 모자란 것도 별로 없긴 하겠지만, 일단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최대한 맞춰 주는 게 좋을 것이다.

       

       “이드밀라 님은 여기 계세요. 저희가 금방 갔다 올게요.”

       “흥. 됐다. 나도 저쪽에서 찾아 볼 테니 너희는 이쪽을 보도록.”

       “알겠습니다.”

       

       이드밀라는 케이크가 빨리 먹고 싶은 듯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해 사라졌고.

       

       “제가 이쪽을 볼게요.”

       “그럼 저랑 아르는 이쪽으로….”

       

       우리도 흩어져서 전리품을 찾아 챙겼다.

        

       “어디 보자…. 이런 금고는….”

       

       지하의 창고에서 금고를 발견한 나는 곧바로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착용한 손을 뻗었다. 

       

       “파이어!”

       

       그냥 불을 소환하는 것일 뿐인 아주 간단한 마법이지만.

       

       “하압!”

       

       그 화력을 잠금장치 쪽에 집중한 뒤, 내가 가진 마력을 쏟아 부었다. 

       

       화르르르륵!

       

       그러자 불꽃은 더더욱 선명하고 강하게 타올랐고.

       거기에 내 마력과 반응한 파이어 브레이슬릿이 타오르는 화염을 더욱 강하고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됐다.”

       

       잠금장치가 완전히 녹아 내린 걸 확인한 나는 마법을 거두었다. 

       

       ‘후우. 이거지.’

       

       보통 이런 금고는 마법에 내성이 있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웬만한 화력으로는 녹이기 어렵다. 

       

       “이야, 금화…. 보다는 은화가 많긴 한데 이게 어디냐.”

       

       나는 안에 있는 돈을 미리 준비해 둔 자루에 쓸어담았다.

       

       파이어 브레이슬릿이 있으니 이렇게 아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내 선에서 금고를 녹일 수 있어서 좋은….

       

       “근데 아르는 어디 갔지?”

       

       조금전에 ‘아르는 저쪽 찾아보구 오께!’라고 말하고 도도도 뛰어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뭐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결계 안에 위험한 녀석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이드밀라가 진즉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르야?”

       

       자루를 멘 채 아르가 달려간 쪽으로 걸어가던 중.

       

       “멍!”

       

       멍?

       아르가 낸 소리…일 리는 없는데.

       

       나는 작은 멍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곳에는 기둥에 묶인 개 한 마리와, 그 개 앞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아르가 있었다. 

       

       “아르야!”

       

       내 부름에 아르가 고개를 돌렸다. 

       

       “레온! 요기 강아지가 묶여 이써!”

       “강아지라고 하기엔 좀 덩치가 커 보이는데.”

       

       대형견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그렇다고 강아지라고 부를 만큼 작은 크기도 아닌, 두 살쯤 되어 보이는 갈색 털을 가진 개였다. 

       

       페룬 대륙이니 견종을 특정짓긴 좀 그렇지만, 대략 생긴 걸로 봐서 지구 기준으로 조금 작은 진돗개 같은 느낌이었다. 

       

       “끼잉….”

       

       진돗개는 내가 다가가자 낑 소리를 내며 별안간 줄 길이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구석으로 도망쳤다. 

       

       “레온을 무셔어 하나 바!”

       “…아까 보니까 아르도 무서워하는 거 같던데.”

       “아냐! 그래두 아르 보구 저러케 도망치진 않아써!”

       

       아르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흐음…. 놈들이 키우던 개인가? 그렇다기엔 나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구석 기둥에 대충 묶어 둔 것만 봐도 놈들이 강아지를 처음부터 제대로 정성 들여 키우진 않았을 것 같고.

       

       ‘밥그릇이 비어 있네.’

       

       옆에 대충 놓인 더러운 밥그릇은 텅 비어 있었다.

       

       ‘아르가 지금은 덩치가 작아서 공격하려면 공격할 수 있었을 텐데도 얌전히 있었던 모양이고….’

       

       솔직히 황금 강아지도 아니고,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지금은 빨리 챙길 거 챙겨서 나가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동물 뉴튜브 애청자로서 이걸 어떻게 지나쳐.’

       

       사람 무서워하는 걸 보면 딱 봐도 어디에서 잡혀 와 가지고 제대로 밥도 못 먹고 학대 당한 것 같은데.

       

       “아르야.”

       “우응?”

       “아공간에 우리 그 구워 먹으려고 돼지고기 보관해 둔 거 있지? 그것 좀 꺼내 볼래?”

       “알게써!”

       

       우웅.

       

       아르는 열린 아공간에서 돼지고기 한 덩이를 꺼냈다. 

       역시 아무리 오래 둬도 부패의 걱정이 없는 아공간이라 그런지 고기는 아주 싱싱해 보였다.

       

       “끼이잉…!”

       

       그러자 고기를 본 진돗개의 눈이 커지면서, 입가에 침이 고여 금세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강아지가 배고파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 이거라도 좀 먹이자. 아르가 직접 주렴. 지난번에 말들한테 건초 줬던 거 생각하면 될 거야.”

       “우응…!”

       

       아르는 살짝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킨 뒤, 고깃덩이를 들고 진돗개 앞에 다가가 조심스레 내밀었다. 

       

       “끼잉…?”

       

       진돗개가 아르의 눈치를 보자, 아르는 아예 입 앞에 갖다 주었다. 

       

       “어서 머거! 배고푸지?”

       “낑!”

       

       먹으라는 아르의 말에 그제서야 진돗개는 고기를 덥썩 물었다. 

       

       “잘도 먹네.”

       “역씨 배고팠나 바!”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고개 한 번을 들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치워 버린 진돗개는, 아까보다 훨씬 활기찬 얼굴로 꼬리를 흔들었다. 

       

       “멍!”

       

       진돗개는 아르에게 다가와 고맙다는 듯 아르의 손바닥 젤리를 핥고, 더 다가와서 아르의 뺨까지 핥았다. 

       

       “쀼! 간지러어! 히히.”

       

       아르는 간지러워하면서도 활짝 웃으며 짧뚱한 팔로 개를 안아 주었다. 

       

       “왈왈!”

       

       이제는 완전히 기운을 차린 듯한 진돗개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레온, 얘 구러면 어떠케?”

       “일단 마을로 데려갈까?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못 찾더라도 어디 맡길 데가 있겠지.”

       

       적어도 여기에 내버려 두는 것보단 백 배 천 배 나을 것이다. 

       

       나는 금고를 턴 자루를 아르의 아공간에 넣은 뒤, 기둥에 묶여 있던 줄을 풀어 쥐고 진돗개와 함께 지하에서 나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더니, 어디서 개를 데려왔군.”

       “어머, 너무 귀여워요. 어떻게 된 거예요?”

       “멍!”

       

       실비아가 반색하며 얼른 쭈그려 앉아 진돗개를 쓰다듬자, 개도 꼬리를 흔들며 실비아의 손을 핥았다.

       

       “금고가 있던 지하실을 뒤지다가 발견했어요. 여기서 원래 키우던 개가 아닌 것 같은데 묶여서 학대 당한 것 같길래, 일단 고기 좀 먹이고 마을에서 데려갈 사람을 찾아 보려고요.”

       

       그 말에 이드밀라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쓸데없이 착해빠져서는. 그런 미물 때문에 이 내가 이렇게 기다려야 되겠나?”

       “이모, 그래두 불쌍한 강아지를 그냥 둘 순 업짜나. 아까는 되게 우리 무셔어하구 배고파 보여써.”

       “아유, 그랬어? 이모는 좀 더 기다릴 수 있으니 더 배부르게 먹이고 오지 그랬니. 당장 마을로 가서 제대로 키워 줄 사람을 찾아보자꾸나.”

       

       …드래곤이 아니라 우X르라고 해도 믿겠네. 

       

       여튼, 우리는 개를 데리고 마을로 나왔다. 

       

       “저기요, 죄송한데 혹시 이 강아지를 보신 적이 있나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한 결과, 다행히도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개를 알아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어어! 파트라슈 아니야! 얼마 전에 넬로가 강아지를 도둑맞았다면서 대성통곡을 했었는데!”

       

       그 넬로라는 주인은 소식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왔고.

       

       “파, 파트라슈! 진짜 너 맞니?”

       “멍! 멍멍!”

       

       넬로는 개를 안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우리는 뒷골목에서 있었던 일을 짧게 요약해 들려 주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 나쁜 놈들이 우리 파트라슈를 훔쳐 갔을 줄이야….”

       “하하,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금방 나타나 주셔서 다행이네요.”

       

       실제로 걱정했던 것과 달리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주인을 찾았으니 말이다. 

       

       “아빠, 우리 되게 좋은 일 한 거 가타! 히히.”

       

       마을로 나오면서 인간 폼으로 폴리모프를 한 아르가 그 모습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넬로는 일어나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파트라슈는 저희에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녀석입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러자 이드밀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은혜는 됐고. 우리는 지금부터 갈 곳이 있어서.”

       

       감동적인 재회 현장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이드밀라는 벌써 자신이 봐 둔 맛집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먹을 생각뿐인 모양이었다. 

       

       그러자 넬로가 황급히 덧붙였다. 

       

       “아이고, 그러지 마시고 은혜를 갚게 해 주십시오. 저, 저희가 별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과도 겸하고 있고, 맛에는 자신이 있으니 잠시만 들러서 대접하게 해 주시면….”

       “당장 은혜를 갚도록.”

       

       아무래도 이드밀라가 봐 뒀다는 맛집을 찾은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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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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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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