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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기루(妓樓).

         

       대륙 어디를 가도 기루가 없는 곳이 있겠냐마는, 그중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서부 군도였다. 무법지대라고 불리는 곳 답게 해적들이 떼거지로 몰려 다녔고, 그런 해적들의 돈을 뜯어먹기 위한 기루들 또한 성행했다.

       

       법망의 눈을 피해 귀족들이 은밀하게 회담을 가지는 장소이기도 했고 말이다.

       

       대륙 최대 규모의 환락가.

         

       대마녀가 있는 곳은 그런 장소였다.

         

       “……이런 곳에서 10년이나 있는 것도 용하네.”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면 너머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거리를 걸어보니 그 크기가 웬만한 도시에 준할 정도였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빛을 밝히는 등불 탓에 하늘이 마치 낮처럼 밝았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등불 거리를, 해적들이 대놓고 활보했다. 기루의 문이 활짝 열리며 아슬아슬한 옷을 걸친 미녀들이 길을 거니는 행인들을 유혹했다.

         

       온 거리가 향수 냄새와 술 냄새로 가득했다.

         

       “굳이 왔다고 티내는 이유라도 있어?”

         

       옆에 나란히 걷던 연쇄살인마가 그렇게 물었다. 손에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 들러붙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의 준수한 외모를 보고 멀리서 손짓하는 여인들은 많았다.

         

       올리비아는 거리 끝에 위치한 수십 층이 넘는 동양풍의 탑을 바라보았다. 아리아가 건네준 정보대로라면, 대마녀는 저 탑 최상층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뒷처리할 시간은 주려고.”

       “뒷처리?”

       “그런게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연쇄살인마를 뒤로 한 채, 올리비아는 거리를 활보했다.

         

       올리비아는 로브를 걸치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외모 또한 가려지지 않았다.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연쇄살인마가 소곤거렸다.

         

       사방에서 올리비아를 향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연쇄살인마가 틈틈히 살기어린 시선을 쏘아보내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수십 명의 인파에 둘러싸였을 것이다.

         

       ‘……얘는 자각이 너무 없어.’

         

       본인의 외모가 얼마나 큰 파급을 가져오는지 모르는 게 틀림 없었다.

         

       ‘슬슬 달려들 때가 됐는데.’

         

       미인도 미인 나름이지, 외모가 올리비아 정도 되면 잔챙이들은 알아서 떨어져나간다. 사방에서 쏘아지는 압박감을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고로 가장 먼저 들이대는 인간은 겁없는 버러지거나, 무언의 서열정리를 마친 실력자 둘 중 하나였다.

         

       연쇄살인마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덩치 큰 해적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올리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름 유명한 해적이었는지, 주변 행인들이 놀란 얼굴로 속닥거렸다. 대충 엿들어보니 대형 해적단을 이끄는 선장인 듯 했다.

         

       하지만 그 선장에게는 말을 걸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촤아아악!

         

       연쇄살인마의 낫이 한 번 크게 회전했다. 낫에는 붉은 오러가 맺혀 있었다.

         

       피보라가 솟구쳤다.

         

       해적들의 몸이 사선으로 기울었다. 군도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해적단을 이끌고 있던 선장은 그렇게 죽었다.

       자기가 죽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는지, 눈조차 감지 못했다.

         

       “너, 애초부터 나 이러려고 데려왔구나?”

         

       연쇄살인마가 혀를 찼다.

         

       “귀찮은 애들 대신 치우려고.”

       

       주변에 서있던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쇄살인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낫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원래라면 해적들이 다가오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흘만 지나면 올리비아의 목숨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자, 다른 놈들이 건드리려는 걸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첫 도전자가 화려하게 산화한 탓인지, 이제는 감히 누구도 다가오지 못했다.

         

       ‘어쩌면 내 정체를 알아챘을 수도.’

         

       상식적으로, 대현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군도에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기루의 입구에는 검을 찬 경비들이 서 있었다. 겉보기에는 별 볼일 없어 보였지만, 레벨은 방금 전 연쇄살인마가 베었던 해적들보다 훨씬 높았다.

         

       평범한 경비는 아닌 듯했다.

         

       하긴, 이 정도 되는 기루를 지키려면 웬만큼 강해서는 턱도 없을테니까.

         

       “잠시 멈춰 주십시오.”

       

       그들의 말투는 정중했다. 올리비아의 정체를 알아낸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아냈다면, 당장이라도 지배인에게 알리기 위해 뛰어갔을 테니까.

         

       아마 연쇄살인마의 실력을 전해들었겠지.

         

       “손님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용무가 있으십니까?”

       “다른 용무면?”

         

       경비병들은 말로 하는 대신 칼집을 툭툭 두드렸다. 무력 행사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올리비아는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품 속에서 증표를 꺼냈다. 황제의 직인이 새겨진 증표였다.

         

       “……하.”

         

       증표를 확인한 경비병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제국에서 온 귀족 아가씨인 모양인데, 여기서는 제국법이 통용되지 않소. 황제의 입김도 마찬가지고. 험한 꼴 보기 전에 돌아가시오.”

        “거기 말고. 뒷면.”

       

       그 말에, 경비병이 증표를 뒤집어 보았다. 그들은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글자를 읽어 내려가더니, 이내 경악성을 터뜨렸다.

         

       “……이건?!”

         

       경비병들의 목소리에 난감함이 어린다. 눈 앞에 서있는 여인을 정체를 알아버린 것이다.

         

       자신만만하길래 공작가의 영애 쯤 되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처음보다 훨씬 정중한 말투로 물었다.

         

       “……용무가 어떻게 되십니까?”

       “최상층.”

       “그, 최상층은 지금…….”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세요.”

       

       한 여인이 눈웃음을 치며 다가왔다. 경비병들이 뭐라 말하기 전에, 여인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대현자님. 실례가 안된다면, 소녀가 직접 최상층까지 안내토록 하겠습니다.”

       

         

       *****

         

         

       올리비아는 여인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수십 층이 넘는 기루답게, 예쁘장한 소년 소녀들이 사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본격적으로 밤일을 배우기 전, 잡무를 도맡아 하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민망한 소리를 견뎌내며 계단을 절반쯤 올라갔을까, 여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 탑은 총 60층으로, 20층까지는 하품, 40층까지는 중품, 59층까지는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물론 하품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루들에서 데려가려고 안달을 하는 인재들이지만 말이지요.”

         

       확실히, 층이 바뀔 때마다 외모의 수준이 한 단계씩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보통 제국의 고위 귀족분들께서는 40층대 후반에서 50층대 초반 층을 이용하십니다. 외무대신 로한 후작도……지금 47층을 이용하고 있다는군요.”

         

       올리비아가 아무말도 없자, 여인이 헛기침을 했다.

         

       “저희는 대현자님께서 원하시는 어떠한 상품이든 즉시 제공해드릴 능력이 있습니다. 성별과 연령, 그리고 종족까지 입맛에 맞게 선택하실 수 있지요.”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을 보아하니 이 기루의 지배인인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자, 여인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50층까지 올라오자, 상주하는 창기의 수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자격이 되는 손님들이 워낙 적은 탓인지, 그들은 눈을 빛내며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넘볼 분이 아니다.”

         

       지배인이 그렇게 말하자, 다들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도망쳐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배인이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계속 안내하겠습니다.”

       

       지배인이 멈춘 곳은 최상층인 60층이었다. 최상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층들과는 입구의 크기부터 달랐다.

         

       지배인은 손끝으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이 스르르 열렸다.

         

       사방이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내부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대마녀께서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혹시나 생각이 바뀌신다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럼…….”

         

       올리비아가 방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문이 저절로 닫혔다.

         

       대마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오는 달빛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한 여인이 창가에 반쯤 걸터 앉아있었다.

         

       그녀는 긴 곰방대를 빨며 계속해서 연기를 뱉어냈다.

         

       “……거 참, 한참 재미보고 있었는데.”

         

       나른한 듯한 목소리. ‘재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몸에 걸친 거라곤 구릿빛 살색이 다 비칠 정도로 얇은 가운이 전부였으니까.

         

       대마녀는 부스스한 보랏빛 머리칼을 긁으면서 올리비아와 연쇄살인마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뭐, 셋이서 하자고?”

         

       올리비아가 정색하자, 대마녀가 퇴폐적인 웃음을 흘린다.

         

       “아니면 둘?”

       “뒤질래?”

        “하여튼, 보수적이라니까.”

       

       대마녀가 이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어두웠던 방 내부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얘기해야 되니까 다들 나가.”

       

       대마녀가 말하기 무섭게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남창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무슨 일 때문에 왔어?”

        “순서가 잘못됐잖아.”

        “……으흠?”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부터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야?”

       

       대마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나 깔깔 웃어대는지, 몸을 감싸고 있던 가운이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술이나 마시자고 온 것 같지는 않네.”

         

       어느새 바닥에 앉은 대마녀가 턱을 괸채 올리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어디까지 알고 왔어?”

       “전부 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대마녀는 글래머입니다.
    마녀가 글래머라는건…상식이잖아?

    -인연사이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의미로 충성 10회 실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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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대원들이 참 개성이 넘치는군요.

    -분뇨조절장애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후원이신지 모르겠네요. 마음같아서는 연참으로라도 보답을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매번 후원 해주실때마다 이제

    ??? : 연참해! 연참해! 앙? 이거 안보여? 500코인이라고. 연참안해? 이거 받고도 안할거야? 앙

    흐에에엑 흐에에에에엑 두, 두편은 에바에요…

    라는 꽁트를 머릿속에서 매번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일 한편씩 어떻게든 연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령] [아령]

    연참 대신 감사의 의미로 250키로 아령 두개를 준비했습니다.

    이걸 한 손으로 들 수 있게 되신다면…SSS급 헌터가 되실 수 있으실겁니다.

    -변검펀치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변검펀치! 변검펀치! 변검펀치!
    작품의 장르가 판타지라 참 아쉽군요. 무협이었으면 변검쓰는 캐릭터를 한 명쯤 집어넣었을텐데…

    감사의 의미로 충성 100회 실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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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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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_\)7 *90
    (^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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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7
    (○▪︎○)7

    사실 오른손으로 경례하면 특별함이 없어서, 일부러 다들 왼손경례 시켰습니다.

    훨씬 낫군요.

    군대가시면 꼭 왼손으로 경례하셔야 간지난다는 사실,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레나코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꺄르륵 꺄르륵 꺄르륵
    오늘도 덕분에 야식으로 참치마요를 먹을 수 있겠군요.

    캄사드립니다.

    -뚜알기가조아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20코인이라니….참치마요에 컵라면까지 얹어 먹을 수 있는 거금이군요.

    꺄르륵 륵꺄갸

    꺄꺄륵꺄갸륵끼룩께룩

    때껄룩 끄그룩 깰룩 낄룩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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