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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민준이 대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설전으로 모든 이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할 줄이야.

       

       덕분에 바루가 다음으로 복원한 건물은 서고가 되었다.

       

       비급서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서고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는 하다만.

       

       일을 다 끝마친 바루는 피곤하다면서 다시 여우로 변해 내 목에 목도리 마냥 걸쳐 있었다.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간 탓에 삐져 있었을 텐데 그걸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린 것이다.

       

       여러모로 고생을 시켰구나.

       

       나중에 이 빚은 갚아주어야겠지.

       

       함께 한중을 돌아다니는 것 정도면 충분할까.

       

       내가 잠든 바루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에도 옛 화산의 이들은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번엔 방금 전처럼 무의미한 다툼은 아니었고 건물 안을 어떻게 채울 지에 대한 건전한 논의였다.

       

       자신들이 새 화산에 처음부터 들어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침을 뱉어가며 의견을 내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졌다.

       

       흐음. 아마 앞으로도 이들은 내가 하려는 화산의 재건에 많은 도움을 주겠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자그마한 가르침 정도는 줘도 괜찮지 않을까.

       

       “이야기가 길어질 듯 싶더냐?”

       “아뇨. 대충은 다 정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며는 논의는 그만하고 내 주변에서 서 보거라. 보여줄 것이 있으니.”

       

       화산의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들이 거리를 벌리고서 관중처럼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한 나는 내공을 담아 목소리를 냈다.

       

       “그대들은 화산의 무공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지만 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화산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니만큼 화산의 무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을 지니고 있을 터라 보았는데?

       

       하린이 그렇지 않았나.

       

       그녀는 자신이 지닌 풍류권이라는 것에 자기만의 해석을 지니고 있었다.

       

       풍류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고찰한 끝에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그녀 본인이 자기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걸 모르고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들 또한 화산의 무공에 대해 나름의 고찰을 지니고 있으리라 여겼는데 아니었나.

       

       옅은 실망을 하고 있을 무렵에 한 유저가 손을 들었다.

       

       “말해라.”

       “화산의 무공 중에서 무얼 말하시는 겁니까?”

       

       그게 문제였나.

       

       헷갈릴 수도 있겠군.

       

       화산의 무공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워낙에 문파가 생겨나고 지속된 기간이 길기에 자연스레 문파 내에서 개발된 무공의 숫자도 많아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화산의 무공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니 무에 관해 잘 모르는 저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겠지.

       

       “질문을 정정하지. 그대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어떤 무공인지 이야기 해보게.”

       

       그제서야 대답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중에는 광풍쾌검을 다루는 자가 많은 듯 여러 이들이 빠르게 몰아치는 검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화산검을 다루는 이는 화산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검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탈명연환삼선검을 다루는 자는 불리를 보임으로써 상대를 홀려 승리를 쥐는 검이라 말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답이 나온 후에 헛기침을 해서 말을 끊은 후 물음을 던졌다.

       

       “그것들이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화산의 이들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저 무공들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한민준은 무언가 짐작가는 바가 있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그도 제대로 된 대답을 내지 못하는 건 똑같았다.

       

       방금 전의 문답에서 정답이 나왔음에도 눈치 채지 못하다니.

       

       화산파 놈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는 했구나.

       

       보통 이에 대한 것은 화산에 입문할 적부터 가르치지 않더냐?

       

       허어. 애초부터 유저들을 화산의 일원으로 보지 않았구나.

       

       이들이 화산에 열정을 지니고 있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보면 다른 화산의 이들도 상황은 비슷하겠지.

       

       “질문을 바꾸겠다. 방금 전에 언급되었던 여러 무공이 왜 화산의 무공이라 불리는가?”

       “…어. 화산에서 그 무공을 쓰니까요?”

       “그럼 말이다. 화산의 문주가 된 내가 천마신공을 사용하면 천마신공도 화산의 무공이 되느냐?”

       

       그리 되물었더니 화산 유저들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거겠지.

       

       그렇다 하여서 고개를 젓자니 왜 화산의 무공이라 부를 수 없는지를 답할 수도 없는 걸테고.

       

       저들이 고민 끝에 답을 찾아내는 걸 기다리는 게 본래 무림에서 사용하던 방식이지만 그래서야 몇날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답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 이번엔 답을 알려주마.

       

       “그대들이 이야기한 무공들이 화산의 무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 기묘함과 험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의 무공이 화산의 무공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안에 화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이 어떠한 산인가.

       

       거칠고 높은 돌산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정상까지 올라오는 것도 쉽지 않은 험악한 산이다.

       

       한 번 잘못 발을 들이면 다신 빠져나갈 수 없는 기묘한 장소다.

       

       이러한 특징을 무공 안에 가지고 있기에 화산의 무공은 오롯이 화산의 무공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광풍쾌검을 다루는 이가 많으니 그를 예로 들어보자.

       

       광풍쾌검은 미친 듯이 몰아치는 바람과 같은 검이다.

       

       바람이라는 것이 애초에 기묘함을 가지고 있으니 그에 관해서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또한 태풍처럼 몰아치는 바람은 험악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니 광풍쾌검의 안에는 기묘함과 험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무공들도 이와 같다.

       

       둘 다를 지니고 있거나 둘 중 하나를 지니거나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화산의 속성을 그 안에 품고 있다.

       

       그렇기에 화산의 무공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처음에 왜 화산의 무공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지자 이제야 아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이해한 것 같구나.

       

       “대략적인 예시를 한 번 보여줄 터이니 이를 보고서 생각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이치에 맞춰보도록 하거라.”

       

       저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광풍쾌검일 테니 그를 보여주는 게 가장 낫겠지.

       

       검을 뽑아 들어서 손에 쥐었다.

       

       떠올리는 것은 회색의 하늘 아래에서 비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거대한 폭풍일지니.

       

       몰아치는 바람은 쉼을 모르고 강맹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지나가는 자리에 있는 그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허나 아무리 강하고 매서워도 그것은 바람이다.

       

       손으로 잡을래야 잡을 수 없고, 앞을 막아서고 싶어도 막아설 수가 없다.

       

       바람은 그저 앞으로,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본인은 지금 검을 휘두르는 검사이면서 동시에 검을 붓 삼아 폭풍을 그려내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실용성보다는 저들에게 어찌하면 더 이 검이 지닌 이치에 관해 알려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되어버렸다.

       

       시연을 끝마치고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꽤 신경을 써서 검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옅었다.

       

       뭐지? 내가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저들이 눈높이를 뛰어 넘는 것을 보여주었나?

       

       그렇다고 이것보다 못한 것을 보여주기도 그런데.

       

       팔짱을 낀 채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후원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 찢었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 화산을 찢어놓으셨다.]

       

       무슨 소릴 하는 것이야? 비유적인 의미더냐 아니면 물리적인 의미더냐.

       

       이를 확인하니 위해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평소의 광기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채 감탄사만을 적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 와

       – 캬

       – 퍄. 지렸다.

       – 광풍쾌검이 이런 거였어?

        – 예전 화산문주가 시연했던 거보다 멋있는 거 같은데?

       

       방송을 보는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라 해서 느낀 바가 없지는 않을 터인데.

       

       왜 다들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원.

       

       먼저 말을 꺼내봐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으려니 한민준이 손을 치켜들었다.

       

       “말해라.”

       “저기 화령님. 화령님은 천마신공을 주력으로 하는 유저잖아요.”

       “그래.”

       “근데 어떻게 화산의 무공을 그렇게 잘 다루십니까?”

       “본인이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못 다루는 것이다.”

       

       내가 화산의 무공에 관해 아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같은 화산 놈들을 상대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에 불과하다.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따로 수련을 하거나 고민을 한 적은 없다.

       

       본디 내가 지닌 경지가 높기에 압도적으로 보일 뿐 정작 화산의 무공에 대한 심취를 그리 깊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펼친 것을 보고 모두가 감탄하는 이유는 화산의 무공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가진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탐견 놈을 데려왔더라면 그 놈에게 시연을 하라 이야기했을 터인데.

       

       그 놈은 반평생 동안 화산의 무공을 다루고 연구해 온 녀석이니만큼 더 화산에 가까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내 대답을 들은 유저들은 질린다는 듯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제 다들 일어나거라. 배움을 얻었으면 실제로 사용을 해봐야지.”

       “저희끼리 짝을 짜서 대련을 할까요.”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다 같이 모여서 덤벼라. 대충 알려주도록 하겠다.”

       “다 같이요?”

       “그래.”

       

       너희들이 다 같이 덤벼든다 해서 내게 상처 하나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더냐?

       

       *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박연은 깨질 것처럼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반동인 것 같았다.

       

       더듬거리며 스마트폰을 찾아낸 그는 이름을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박연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여성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연은 스마트폰을 잠시 떼어 놓고 인상을 찌푸리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 진정을 하고 나서야 다시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냥냥님. 왜요.”

       “지금 화령님 방송 들어가 보세요!”

       “뭐 하고 계시길래.”

       “화산 무공 강의 방송이요!”

       “…네? 그 분이 왜요?”

       

       박연이 화령에 대해서 다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천마신공을 주로 사용하는 유저라는 것 만큼은 알고 있었다.

       

       다른 검술이라던가 무공에도 조예가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화산의 무공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데.

       

       “일단 봐요! 지금 진짜 장난 아니니까!”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박연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박연이 화령의 방송에 들어갔을 땐 이미 그녀가 대략적인 설명을 끝마치고 검을 뽑아드는 순간이었다.

       

       뭘 보여주려는 걸까.

       

       유의 깊게 화령이 하는 걸 지켜보던 박연은 얼마 안 가 그녀가 펼치는 것이 광풍쾌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불어온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폭풍의 조각과도 같은 거친 바람이.

       

       그 바람은 닿는 순간에 휘말려 저 멀리로 날아갈 것처럼 험악했으나 그와 동시에 변화무쌍하기도 했다.

       

       바람엔 명확한 형체가 없었다.

       

       화령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모양새를 달리 했으니 감히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 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미친…”

       

       박연은 이전에 옛 화산문주가 광풍쾌검을 시연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화산문주가 검을 펼치는 것을 보며 순수히 감탄했었다.

       

       이 무공을 극한까지 다루면 저렇게까지 될 수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화산문주가 휘두르는 검은 광풍쾌검의 극한이 아니었다.

       

       그 끝이 지금 화면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는 일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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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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