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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동아리 주간, 3일차.

     나리아가 아카데미 곳곳에서 노스트럼의 국기를 휘두르고 다니기 시작한 게 벌써 사흘째.

     “야, 너 동아리 들었냐?”

     “어.”

     “어디?”

     “마상창술 동아리.”

     “뭐? 너 몸 쓰는 건 죽어도 안 들어간다며.”

     “금발 녹안 동아리 가입 귀신이 동아리 가입하라고 하기 전에, 매국노 검증당하기 전에 그냥 가입하려고.”

     아카데미 곳곳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아카데미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런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오로솔 아카데미에서까지 제국과 편을 갈라야 하는 건가? 하하. 이러다가 제국 유학생들이 ‘테르시안 애호 동아리’라도 만들겠군.”

     “어쩌겠나. 이거 사실상 귀족 학생들을 향한 시험이야. 자기편에 설 것인가. 그걸 미리 후계자들에게 시험하는 거라고.”

     “제국 유학생들을 향해서도 동아리 가입을 하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나리아 공주가 미친 인간이 되는 거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대부분.

     동아리 안 들어오면 매국노.

     “미친 거 아니야? 동아리 안 들어간다고 매국노가 된다니.”

     맞다.

     억지다.

     어린아이가 떠들법한, 혹은 사회적으로 오직 ‘이기기 위한’ 억지를 부리는 이의 논리.

     애초에 이런 걸 두고 논리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부터 토론해야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로솔 아카데미의 신입생들은 그렇지 않다.

     “나, 나를 매국노로 몰다니! 이런 비겁한!”

     노스트럼은 5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

     “가입은 하겠지만, 나는 나리아 공주 당신을 인정하지 않아! 지금 내가 당신의 동아리에 가입하는 건 그저 노스트럼에 대한 나의 충성을 사랑과 가입이라는 이름으로 증명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왕국은 그러한 어려움을 몇 번이고 넘겨왔다.

     “고작 보복이나 다른 게 무서워서 동아리에 가입하지 못할까! 흥! 얼마든지 가입해 주지! 내가 바로 이 나라의 애국자이며, 이 나라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끌어나갈 영웅이다!”

     누구나 영웅을 동경하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귀족적 책임감-영웅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동아리에 가입하는 경우는 소수.

     

     ‘대부분은 분위기에 등 떠밀려서 가입하고 있어.’

     매국노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행여나 농담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어찌 됐든 환영이다. 나는 그대를 환영한다.”

     “차, 착각하지 마라! 나 팰우드 롤랜드는 후작가로서의 위상을 다하고자 하는 것뿐이니!”

     “…?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자, 자!! 나리아 공주여! 어서 새로운 동아리원을 찾으러 가보세! 하하하!”

     그리고 이렇게 나리아가 노골적으로 나온 상황이니-

     “가, 가입만 하면 되는 거죠…?”

     “그렇다. 우리 동아리는 노스트럼을 그저 사랑하는 동아리. 노스트럼에 부끄러운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가입한 것만으로도 노스트럼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 알았어요. 가입할게요…. 가입할 테니까, 매국노라고 하지 말아주세요오….”

     “…….”

     “저, 저희 가문은 반역자가 될 생각도 없고, 그냥 힘없는 지방 촌동네 자작가일 뿐이에요….”

     나중에 나리아가 가입하지 않은 이들에 대하여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에, 힘이 약하거나 줏대가 없는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막말로 3년 뒤면 왕이 될 사람인데,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는 거라면 몰라도 밉보일 수는 없지.’

     나리아의 눈독에 들어서 12대신들처럼 죽어라 왕국을 위해 일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나리아에게 찍혀서 예비 매국노 낙인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가, 가입 안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거나 하지는 않으실 거죠?”

     “…….”

     “나, 나리아 공주님?”

     “아니, 그냥.”

     애초에 이곳에 온 이들은 17세 전후의 후계자들이 대부분.

     “그대의 부친이 오히려 내게 묻는다면, 내가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고민했을 뿐이야.”

     “가, 가입할게요! 그냥 가입할 테니까, 제발…!”

     나중에 왕국의 연회에서 신입생 학부모와 만났는데, ‘네 자식 매국노더라’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 귀족의 기분은 어떨까.

     ‘매국노 농담도 왕이 해버리면 그게 진짜가 되어버리는 법이거든.’

     말에는 무게가 있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의지를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지만, 어느 특별한 피를 가진 이들의 목소리는 다른 이들의 의지마저 핍박해 버릴 수 있다.

     “노스트럼을 위대하게.”

     “노, 노스트럼을 위대하게…! 흑흑.”

     “목소리가 작다. 노스트럼을 위대하게.”

     “노스트럼을 위대하게!!”

     나는 매일 매일 아카데미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아리원을 구하러 다니는-이라고 말하고 동아리 가입 원서를 마구잡이로 들이미는 나리아에게 손뼉을 쳤다.

     ‘어느 방향으로 위대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나리아는 알고 있다.

     ‘강하게 움직이면 사람들의 반발심이 일어날 수 있지.’

     자신이 거의 반강제로 광장에 모인 이들을 영입하는 것이 어느정도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의 노스트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진심으로 지금의 노스트럼을 위해 일할 마음을 가진 이들은 없다는 것을.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

     만일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자가 있다면 미래의 간신이요, 틈새시장을 노려 권력에 빌붙으려는 예비 기생충에 불과하다.

     그게 아니라면.

     “펴, 평민도 받아주시나요?!”

     “그대의 이름은?”

     “오, 아인슈테인 입니다!”

     “그렇군. 아인슈테인, 그대는 노스트럼을 사랑하는가?”

     “네!”

     “그렇다면 들어오라. 그대는 나의 동아리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하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노스트럼이 찾아내지 못한 영웅이라거나.

     ‘인재 발굴과 육성 및 양성. 아카데미의 순기능이기는 해.’

     귀족이 중심이 되는 사교계형 아카데미와 달리, 생각보다 많은 수의 평민이 신입생으로 합격했다.

     “저도 가입하겠습니다.”

     “그대의 이름은?”

     “저는 라이안 테이슬리오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이 친구는….”

     “저는 페이실링. 여기 있는 이 녀석과는 이번에 새로 친해졌습니다.”

     “귀족과 평민이라. 둘은 어떻게 친해진 거지?”

     “기숙사 같은 방으로 배정받았습니다. 이 친구가 신분을 내려놓고 저와 동등하게 대해주는 덕분에….”

     “나중에 기사로 전향시키려고 합니다. 이 체격에 글쎄, 자기는 의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지 뭡니까?”

     회귀 전에는 이런 체계를 가진 아카데미가 아니었기에,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영웅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순수하게 영웅의 재능을 가진 자.

     ‘마스터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인재는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혹은 영웅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기사로 따지면 중급~상급 정도의 능력을 갖춘 자.

     “고맙네. 노스트럼을 사랑해 줘서. 앞으로도 사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네.”

     “별말씀을. 그저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공주님께 응원이 된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희 가문은 공주님을 믿습니다.”

     그런 자들이 나리아의 동아리로 들어가며, 나리아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녀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어서 들어오시오!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는 나라! 우리가 노스트럼을 위대하게 끌어나가는 겁니다! 하하하!”

     그렇게 나리아의 주변에 흡사 벌써 ‘친위대’가 된 것처럼 붙어다니는 예비 간신배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세이렌. 앤디 제퍼슨.

     “어서 오시오! 미래의 영웅이여! 그대는 어떠한 재능을 가진 이인가!”

     “적어도 너처럼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는 그런 재능은 없는데.”

     “하하! 날카롭군! 역시 내가 눈여겨본 미인, 바르니아 영애다워!!”

     “영애가 아니라 그냥 학생 바르니아일 뿐이거든…?”

     복화술과 목소리 변조에 파괴적인 재능을 가져서 ‘천의 목소리’라는 악명을 가진 자.

     “공주님. 저 바르니아, 가입하겠어요.”

     “그보다 당신, 내 목소리를 따라 하는 거야? 소름 끼치게 뭐하는 거야?”

     “하하하! 똑같았지? 흐흐흐.”

     “재수 없어. 진짜 소름 끼쳐. 도플갱어야 뭐야?”

     나와 같은 동아리였다.

     내가 아카데미 시절에 활동했던 연극동아리에서 만난 지인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익힌 연기력을 목소리로 사기 치는 데 썼었지.’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냈지만, 그걸 어딘가에 써먹기에는 노스트럼은 그에게 준비된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제국으로 간다?

     ‘귀족이 돈 많은 평민 앞에서 광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진짜 연극이지. 아카데미 동아리는 그냥 평민 흉내인 놀이였을 뿐이고.’

     

     남작 가문에서 자란 고귀한 도련님이 제국의 연극무대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야유를 쉽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가문은 망했고, 먹고살 길은 끊겼지. 사기가 밥벌이가 되어준 거야.’

     목소리를 이용한 범죄는 그에게 또다른 길을 열어줬다.

     ‘목소리로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다. 고대의 마물인 세이렌이 하는 짓과 다를 바가 없었지.’

     

     막대한 돈을 벌게 했고, 제국의 여러 시민이 마도 전화기로 통화를 하기를 꺼렸으며, 은행을 통해 금전을 보내는 업무 자체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아직은 몰라.’

     지금 보이는 모습은 나리아가 자신을 알아봐 준 것에 기뻐하며 동아리원으로 적당한 이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모습뿐.

     ‘처음부터 검정이었던 인간들을 제외하면, 아직은 전부 순백이니까.’

     입학 이전에 사람을 죽였거나 사기를 쳤거나 하는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잘 모르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국의 법조계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는 것처럼, 미래의 정보를 가지고 함부로 그 사람을 범죄자로 생각할 수는 없다. 

     지금 악한 행동을 저지르고, 미래가 바뀔 만큼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그 뿌리가 변하지는 않지.’

     하양도 사람 나름이다.

     비록 더럽혀질지라도 하얀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이에게 물들이거나 섞이는 하얀색도 부지기수다.

     ‘지켜보겠어.’

     나리아의 근처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는 수많은 인재 중, 미래의 검정들이 이번에도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검정이 될 거라고 확신이 서는 순간.

     ‘다 제국행이야.’

     그들을 향해, 제국의 그림자에서 뻗어오는 검은 그림자의 손길이 다가갈 것이다.

     백은과 함께.

     그리고 나는 그들에 대하여, 지켜줄 의무가 없다.

     오히려.

     나는 저들을 팔아야 하는 상황.

     ‘나쁜 짓 할 것 같은 인간들은 전부 제국 유학생으로 보내버린다.’

     보이스 피셔와 같은 이들이 미래의 쓰레기가 된다 싶은 순간, 쓰레기를 봉지에 잘 넣고 포장하고 상자에 담아 보물로서 제국에 팔아치울 것이다.

     ‘뭐 이런 놈을 보냈냐. 라고 할 수는 없겠지. 유학을 보내는 시점에는 엄청 능력 있는 인재, 영웅과도 같은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테니.’

     유학을 보낸 것에 대해서 만일 뒷돈이 있다고 한다면, 그 돈은 내가 좀 챙기고.

     

     그걸 위해 만든 동아리가 하나 있다.

     ‘제국 유학생이라고 동아리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지.’

     내가 만들도록 유도했고, 만들어질 예정이며, 오로솔 아카데미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동아리 하나.

     “이사장님. 그거 들으셨습니까?”

     “무엇을.”

     “연금술 동아리가 생겼답니다.”

     오직, 제국 유학생 9명으로만 이루어진 제국인 동아리가.

     * * *

     

     “곤란하군.”

     “곤란하네요.”

     

     늦은 저녁, 아스타시아와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우리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연금술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한 건 좋지만, 9명 모두 다 같은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당사자들에게 따로 지시가 내려온 겁니까?”

     “아뇨. 본인들 스스로 정한 일이었어요. 오히려 제게 자기네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하던걸요? 회장 자리 바로 준다면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당연히 거절했죠! 어떤 나아아쁜 이사장님이 강제로 자기가 만든 동아리에 집어넣었다고.”

     “누구 한 명 돕겠다면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았습니까?”

     “네. 그거야 뭐.”

     한 명 정도는 아스타시아의 곁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아닌 모양.

     “저를 그만큼 믿나 봅니다. 아스타시아가 외국에 홀로 떨어져 있는데도 호위 하나 붙이지 않는 걸 보면.”

     “가장 윗사람은 그레이 지브롤터를 믿고 있고, 그 아래로는 다른 걸 믿고 있는 거겠죠?”

     “누구요. 아스타시아?”

     “음, 글쎄요. 노스트럼의 사람들…? 히힛.”

     서걱.

     아스타시아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단숨에 잘라냈다.

     “하여튼 동아리 말이에요. 나리아의 억지 때문에 다들 곤란해하기는 해요. 막을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걱정하시는 건 동아리가 너무 파벌로 갈리는 걸 우려하시는 거 아닙니까?”

     “네. 특히….”

     “특히?”

     “그 바토리 부총장님 있잖아요. 유학생들을 연구원…흠흠. 동아리원으로 두는 걸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바토리 에르제베트.

     아직 이야기는 듣지 않았지만, 연금술 동아리의 구성원이 전부 제국 유학생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 편이 처음부터 확실하게 갈려버린 느낌인데….”

     “아스타시아. 괜찮습니다. 동아리도 시간이 지나면 왕국과 제국의 사이는 허물어질거니와, 진짜 편 가르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

     “엣…? 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할 거 없습니다. 여기는 왕국에는 없는, 하지만 제국에는 존재하는 개념으로 빚어진 아카데미가 바로 이 오로솔 아카데미 아니겠습니까?”

     개념이나 자리는 존재하지만, ‘과정’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하나 있다.

     “이곳이 아카데미, 배움의 터전인 만큼 아카데미 운영에 항상 교직원의 의견이 앞설 수는 없죠.”

     “…….”

     “설마, 라고 묻지 않는 겁니까?”

     “설마.”

     아스타시아가 포크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를 입후보 시키시려는 건…아니죠?”

     “설마요.”

     “……그러면?”

     “입후보는 자유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누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나리아가 되든, 누아르가 되든. 혹은….”

     나는 발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제국에서 온 유학생이 되든.”

     무엇이?

     “학생대표…학생회장 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아카데미, 학생회장.

     “학생회 예산은 모두 협곡재단에서 지원되며, 이 예산에 대한 운용과 처리는 모두 학생회 인원들의 몫. 저는 눈먼돈을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검수할 뿐입니다.”

     배정된 예산만 분기마다 약 수억에 해당할 정도의 초호화 학생회.

     “동아리는 그냥 동아리일 뿐입니다. 총학생회를 누가 차지하느냐. 그게 진짜 재미있는 편 가르기죠. 공주님.”

     학생회는 ‘선거’를 통해 치러진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평민이 갑자기 공주와 협곡의 수호자, 그리고 제국의 유력자를 누르고 학생 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영웅?”

     “그럴 수도 있죠. 아닐 수도 있고.”

     “뭘 노리는 거예요?”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동아리가 편을 가르든.

     학생회의 회장이 누가 되든.

     “돈 장난 치도록 판 벌여둔 곳에서 성실하게 일하는지 아닌지, 그걸 보려고 합니다.”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에서 횡령하거나 자기 지갑을 채우는 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내 목적.

     “남들은 학생의 대표를 찾을 때, 저는 미래의 범죄자를 찾아볼까 합니다.”

     왕국에서 새는 바가지, 제국에 간다고 새지 않으랴.

     “그러니….”

     “만일 제가 학생회장 나간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러면 저랑 있을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러면 못 나가겠네요. 아쉬워라.”

     “…….”

     회귀 전.

     “그러면 누가 학생회장이 될까요?”

     학생회장 선거에서 계속 1등을 하는 사람은 내가 졸업하기까지 3년 내내 같은 사람이었으며.

     “글쎄요. 공주님께서 나간다면 무조건 당선되시겠지만, 과정이 몹시 험난할 겁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스타시아 폰 테르시안이었다.

     “왕국 놈들이 1인 1표로 선정된 대표라는 개념을 이해할까요?”

     득표수 1위.

     그러나 학생회장은 아닌, 부학생회장.

     학생회장은 언제나 투표수 2등으로서, 수많은 귀족들이 ‘네가 우리를 위해 일해야지’라면서 강제로 입후보당하고 학생회장이 되었던 존재였다.

     귀족들의 수호자.

     영웅의 후계와 미래의 영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귀 전의 그 학생회장은 3년 내내 아카데미 학생회를 도맡았어야 했다.

     “그러면…나리아?”

     “지켜봐야죠. 누가 학생회장이 될지. 마냥 귀족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평민도 많잖습니까.”

     나리아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리고.

     “학생 구성이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달라진 바람에, 원래 입학 예정이었던 학생회장이 입학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역사 또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누가 학생회장이 될지.”

     진심으로.

     “누가 되든, 제가 조언은 엄청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학생회.

     

     회귀 전.

     부학생회장을 제외하면, 모두가 매국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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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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