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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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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헉…”
    ​
    ​
    노인은 시선을 내려 제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뾰족한 단검이 가슴팍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
    ​
    파악!
    ​
    ​
    “커흑!”
    ​
    ​
    검이 뽑혀 나가자 꿰뚫린 가슴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노인은 가슴팍을 손으로 가린 채 비틀비틀 뒤를 돌아보았다.
    ​
    ​
    “어떻… 게..”
    ​
    ​
    그녀의 몸을 억세게 조이던 단단한 줄은 휴지 조각처럼 처참하게 찢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발목을 억압하던 족쇄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였다.
    ​
    ​
    개그 주민을 신으로 모시고 있기에 부릴 수 있는 기적이었다. 
    ​
    ​
    ‘후우… 상대가 방심해서 다행이야.’
    ​
    ​
    피아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뱉었다. 상대가 조금만 더 경계했다면 단숨에 심장을 찌르진 못했을 것이다. 
    ​
    ​
    ‘피 냄새가 더 진해지기 전에 아이들을 챙겨서 빨리 이곳에서 나가 -…’
    ​
    ​
    “크흐흐…”
    “…!”
    ​
    ​
    그녀의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노인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아는 단검을 들어 올린 채 눈동자를 떨었다.
    ​
    ​
    “어떻게… 분명 심장을 찔렀는데..!”
    ​
    ​
    노인은 “크히힉”하고 웃어 보인 후 가슴팍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러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매끈한 피부가 드러났다.
    ​
    ​
    “….!”
    “심장이 이곳에 있었다면 -… 방금의 공격으로 분명 죽었겠지.”
    “그게 무슨…”
    ​
    ​
    개그 필터에 당한 노인은 평소라면 절대 떠들지 않았을 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
    “내 심장은 신께 바쳤기 때문에 이곳은 텅 비어있지. 신께선 그런 내게 자비를 내려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심장을 주었다!”
    “설마 당신… 악마와 계약한 거야?”
    “악마라니! 그분은 위대한 신이시다!”
    ​
    ​
    노인은 어린아이의 영혼 1000개를 바쳐 제 심장을 구슬로 만들었다. 마법사들이 리치의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
    ​
    쿠구궁!
    ​
    ​
    노인의 몸을 중심으로 새카만 마기가 촉수처럼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
    ​
    “크흐흐, 다 큰 것은 질겨 맛이 없지만… 신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마.”
    ​
    ​
    마기에 삼켜진 노인은 무시무시한 위화감을 내뿜었다. 피아는 이를 악문 채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
    ​
    ‘분명 어딘가에 심장이 있을 거야. 그걸 찾으면…!’
    ​
    ​
    노인은 피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
    ​
    “아아 -. 내 심장을 찾고 있나?”
    “…!”
    “궁금하다면 알려줄 수 있지.”
    ​
    ​
    노인은 개그 필터에 당한 악역답게 히죽히죽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
    “내 심장은 신전의 지하 감옥 세 번째 칸에 자리한 던전 안에 있다.”
    “던…전?”
    “그 안에는 수 백개가 넘는 함정과 상대의 힘을 두배로 베껴버리는 도플갱어, 고위 마법사도 풀 수 없는 보안 마법과 굶주린 키메라 열 마리가 기다리고 있지.”
    ​
    ​
    노인의 말은 자신이 불사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었다. 피아는 진한 절망에 몸이 덜덜 떨리는 걸 느꼈다. 노인은 그런 피아의 반응을 즐기는 듯 더욱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크흐흐, 내 심장이 그곳에 있는 이상 난 절대 죽지 않아!”
    ​
    ​
    그가 그렇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클리셰가 발동되었다.
    ​
    ​
    ***
    ​
    ​
    녹이 슨 쇠창살, 이끼가 핀 벽돌, 지하에 위치한 탓에 창문조차 없는 이곳은 노인의 심장이 잠들어있다는 던전이 있는 곳, 신전 지하 감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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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가 아닌가?”
    ​
    ​
    리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
    ​
    ‘피아와 아이들이 사라졌다길래 당연히 신전으로 왔을 줄 알았는데.’
    ​
    ​
    보통 사이비도 이미 존재하는 종교에 다양한 정보를 짬뽕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리안은 피아가 믿는 종교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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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이라는 존재가 섞이긴 했지만, 근본은 이미 존재하는 종교일 것이다. 그러니 피아가 사라졌다면 신전으로 향했을 것이다! ..가 리안의 생각이었다.
    ​
    ​
    ‘끙, 그럼 어디로 간 거지?’
    ​
    ​
    리안의 짐작이 틀렸다는 듯 감옥은 텅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자세히 조사해보…응?’
    ​
    ​
    감옥 안을 샅샅이 조사해보려는 순간 감옥 안쪽에 벽돌과 비슷한 색으로 이루어져 발견하기 힘든 문을 발견했다.
    ​
    ​
    “혹시 여기 있나?”
    ​
    ​
    리안은 밝은 표정으로 다급히 문으로 다가갔다. 가볍게 문을 밀자, 문은 가벼운 나무 문 처럼 손쉽게 열렸다.
    ​
    ​
    “피아? 여기 있어..? …우왓!”
    ​
    ​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문 너머에 얼굴을 밀어 넣은 순간 누군가가 등 뒤에서 밀어버린 것처럼 몸이 앞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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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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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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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검을 소환하지 않은 탓에 거하게 바닥을 굴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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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르륵, 리안이 던전 안으로 들어오자 긴 복도 벽에 붙은 휏불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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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어? 문이 없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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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를 돌아보았지만, 벽만 자리할 뿐이었다. 리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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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우선 안으로 들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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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이 무한개인 개그 주민답게 별걱정 없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아간 지 5분이 지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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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욱.
    ​
    ​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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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함정 발판을 누르고 말았다. 동시에 벽에서 화살이 날아와 리안의 몸을 푹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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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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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옆구리를 누군가 쿡 찌른 듯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며 화살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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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앗! 옷에 구멍 났잖아!”
    ​
    ​
    여정을 이어가는 동안 망가진 옷을 몇 벌 버린 탓에, 옷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화살을 뽁! 하고 뽑아 든 채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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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아올 거면 차라리 얼굴로 날아올 것이지…”
    ​
    ​
    살벌한 생각을 하며 화살을 손에 든 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꾹,꾸욱,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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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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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주민답게 복도에 있는 모든 장치를 작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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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컥,철컥. 화살이 튀어나올 수 있을 크기의 구멍이 무수히 많이 생기더니.
    ​
    ​
    스스슷! 솨아아!
    ​
    ​
    흡사 전쟁에서 화살비가 내리는 것처럼 화살들이 달려들었다.
    ​
    ​
    후두두둑! 푸욱!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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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수히 많은 화살이 리안의 몸에 박히거나 바닥을 때리며 뒹굴었다. 1분의 시간이 흐르고 화살비가 멈췄다. 화살이 빼곡하게 꽂힌 손이 얼굴에 꽂힌 화살을 뽑아냈다.
    ​
    ​
    화살이 어느 순간 와르르 바닥에 떨어지고,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거적때기를 입은 리안이 매끈한 피부를 내보인 채 울상을 지었다.
    ​
    ​
    “내 옷… 이러고 집에 어떻게 가.. ”
    ​
    ​
    속으로 훌쩍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줍기 시작했다.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
    ​
    품에 한가득 화살을 든 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걸어왔던 길보다 가로 폭이 훨씬 널찍한 복도가 리안을 기다려 주었다. 
    ​
    ​
    ‘…! 오르막길이다! 저기 위로 올라가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
    ​
    리안은 속으로 환호하며 다급히 오르막길 위로 올라갔다.
    ​
    ​
    쿠구구궁…
    ​
    ​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위쪽 천장이 열리더니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쏜살같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
    “우와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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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란 리안이 품에 들고 있던 화살을 던져버리며 뒤로 달려갔다. 좁은 복도 안으로 몸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
    ​
    쿠구궁..
    ​
    ​
    “아,안돼에!”
    ​
    ​
    좁은 복도와 널찍한 복도 사이가 갑작스럽게 돌벽으로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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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과광! 쿠웅!
    ​
    ​
    “히이이…”
    ​
    ​
    리안은 종이처럼 얇아져 흐느적흐느적 날아다니다가 오르막길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뿅! 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옷은 여전히 찢어진 상태였다.
    ​
    ​
    “으으… 설마 이런 함정이 계속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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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면서도 나아가는 모습이 훌륭한 개그 주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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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직, 우드득, 콰득!
    ​
    ​
    “으아앗!”
    ​
    ​
    그렇게 리안은 노인이 말하던 수백개의 함정을 차근차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 어떤 함정도 리안의 발목을 붙잡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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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함정을 순식간에 클리어한 리안이 도착한 곳은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하얀 공간이었다. 천장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았고 벽 또한 보이지 않았다.
    ​
    ​
    보이는 거라고는 리안이 막 빠져나온 통로와 건너편에 자리한 새로운 통로로 이어지는 입구뿐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반대편 입구로 향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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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슷.
    ​
    ​
    그 순간 구름이 모여들어 형태를 이루는 것처럼 하얀 안개가 휘몰아치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새하얀 마네킹 같은 것이 리안과 입구 사이를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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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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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소환하지 않았던 마검을 슬슬 꺼내 들어야 하나 생각하며 하얀 마네킹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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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걱,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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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육체처럼 몸을 기이하게 이리저리 꺾더니 이내 슬라임처럼 형태가 유연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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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가 커지고 어깨가 넓어졌으며 사람의 피부를 가지기 시작했다. 상대의 힘을 두배로 베껴버리는 도플갱어가 착실히 리안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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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르릉,꾸륵
    ​
    ​
    이내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착실히 만들어지던 형태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
    ​
    구륵,구릇,구르륵! 파아아앙!
    ​
    ​
    형태가 마구 요동치던 도플갱어는 개그 필터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버렸다. 리안은 멍한 얼굴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도플갱어를 바라보았다.
    ​
    ​
    “뭐, 였지..?”
    ​
    ​
    노인이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최강의 도플갱어는… 0.1초 컷이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안녕 나는 리안. 지금 던전 앞에 있어.
안녕 나는 리안. 지금 던전 안에 있어.
안녕 나는 리안. 지금 함정 앞에 있어.
안녕 나는 리안. 지금 도플갱어 앞에 있어.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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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노인은 시선을 내려 제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뾰족한 단검이 가슴팍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파악!

“커흑!”

검이 뽑혀 나가자 꿰뚫린 가슴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노인은 가슴팍을 손으로 가린 채 비틀비틀 뒤를 돌아보았다.

“어떻… 게..”

그녀의 몸을 억세게 조이던 단단한 줄은 휴지 조각처럼 처참하게 찢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발목을 억압하던 족쇄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였다.

개그 주민을 신으로 모시고 있기에 부릴 수 있는 기적이었다.

‘후우… 상대가 방심해서 다행이야.’

피아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뱉었다. 상대가 조금만 더 경계했다면 단숨에 심장을 찌르진 못했을 것이다.

‘피 냄새가 더 진해지기 전에 아이들을 챙겨서 빨리 이곳에서 나가 -…’

“크흐흐…”

“…!”

그녀의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노인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아는 단검을 들어 올린 채 눈동자를 떨었다.

“어떻게… 분명 심장을 찔렀는데..!”

노인은 “크히힉”하고 웃어 보인 후 가슴팍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러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매끈한 피부가 드러났다.

“….!”

“심장이 이곳에 있었다면 -… 방금의 공격으로 분명 죽었겠지.”

“그게 무슨…”

개그 필터에 당한 노인은 평소라면 절대 떠들지 않았을 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신께 바쳤기 때문에 이곳은 텅 비어있지. 신께선 그런 내게 자비를 내려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심장을 주었다!”

“설마 당신… 악마와 계약한 거야?”

“악마라니! 그분은 위대한 신이시다!”

노인은 어린아이의 영혼 1000개를 바쳐 제 심장을 구슬로 만들었다. 마법사들이 리치의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쿠구궁!

노인의 몸을 중심으로 새카만 마기가 촉수처럼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크흐흐, 다 큰 것은 질겨 맛이 없지만… 신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마.”

마기에 삼켜진 노인은 무시무시한 위화감을 내뿜었다. 피아는 이를 악문 채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분명 어딘가에 심장이 있을 거야. 그걸 찾으면…!’

노인은 피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 내 심장을 찾고 있나?”

“…!”

“궁금하다면 알려줄 수 있지.”

노인은 개그 필터에 당한 악역답게 히죽히죽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내 심장은 신전의 지하 감옥 세 번째 칸에 자리한 던전 안에 있다.”

“던…전?”

“그 안에는 수 백개가 넘는 함정과 상대의 힘을 두배로 베껴버리는 도플갱어, 고위 마법사도 풀 수 없는 보안 마법과 굶주린 키메라 열 마리가 기다리고 있지.”

노인의 말은 자신이 불사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었다. 피아는 진한 절망에 몸이 덜덜 떨리는 걸 느꼈다. 노인은 그런 피아의 반응을 즐기는 듯 더욱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크흐흐, 내 심장이 그곳에 있는 이상 난 절대 죽지 않아!”

그가 그렇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클리셰가 발동되었다.

***

녹이 슨 쇠창살, 이끼가 핀 벽돌, 지하에 위치한 탓에 창문조차 없는 이곳은 노인의 심장이 잠들어있다는 던전이 있는 곳, 신전 지하 감옥이었다.

“여기가 아닌가?”

리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피아와 아이들이 사라졌다길래 당연히 신전으로 왔을 줄 알았는데.’

보통 사이비도 이미 존재하는 종교에 다양한 정보를 짬뽕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리안은 피아가 믿는 종교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리안이라는 존재가 섞이긴 했지만, 근본은 이미 존재하는 종교일 것이다. 그러니 피아가 사라졌다면 신전으로 향했을 것이다! ..가 리안의 생각이었다.

‘끙, 그럼 어디로 간 거지?’

리안의 짐작이 틀렸다는 듯 감옥은 텅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자세히 조사해보…응?’

감옥 안을 샅샅이 조사해보려는 순간 감옥 안쪽에 벽돌과 비슷한 색으로 이루어져 발견하기 힘든 문을 발견했다.

“혹시 여기 있나?”

리안은 밝은 표정으로 다급히 문으로 다가갔다. 가볍게 문을 밀자, 문은 가벼운 나무 문 처럼 손쉽게 열렸다.

“피아? 여기 있어..? …우왓!”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문 너머에 얼굴을 밀어 넣은 순간 누군가가 등 뒤에서 밀어버린 것처럼 몸이 앞으로 쏠렸다.

쿠당탕!

“아야야…”

마검을 소환하지 않은 탓에 거하게 바닥을 굴러버렸다.

화르륵, 리안이 던전 안으로 들어오자 긴 복도 벽에 붙은 휏불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문이 없어졌네?”

뒤를 돌아보았지만, 벽만 자리할 뿐이었다. 리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우선 안으로 들어가 볼까?”

목숨이 무한개인 개그 주민답게 별걱정 없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아간 지 5분이 지나기 전에.

꾸욱.

“엇?”

바닥에 함정 발판을 누르고 말았다. 동시에 벽에서 화살이 날아와 리안의 몸을 푹 찔렀다.

“아야..”

리안은 옆구리를 누군가 쿡 찌른 듯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며 화살을 내려다보았다.

“아앗! 옷에 구멍 났잖아!”

여정을 이어가는 동안 망가진 옷을 몇 벌 버린 탓에, 옷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화살을 뽁! 하고 뽑아 든 채 울상을 지었다.

“날아올 거면 차라리 얼굴로 날아올 것이지…”

살벌한 생각을 하며 화살을 손에 든 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꾹,꾸욱,꾹.

“어?”

개그 주민답게 복도에 있는 모든 장치를 작동시켰다.

철컥,철컥. 화살이 튀어나올 수 있을 크기의 구멍이 무수히 많이 생기더니.

스스슷! 솨아아!

흡사 전쟁에서 화살비가 내리는 것처럼 화살들이 달려들었다.

후두두둑! 푸욱! 푹!

무수히 많은 화살이 리안의 몸에 박히거나 바닥을 때리며 뒹굴었다. 1분의 시간이 흐르고 화살비가 멈췄다. 화살이 빼곡하게 꽂힌 손이 얼굴에 꽂힌 화살을 뽑아냈다.

화살이 어느 순간 와르르 바닥에 떨어지고,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거적때기를 입은 리안이 매끈한 피부를 내보인 채 울상을 지었다.

“내 옷… 이러고 집에 어떻게 가.. ”

속으로 훌쩍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줍기 시작했다.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품에 한가득 화살을 든 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걸어왔던 길보다 가로 폭이 훨씬 널찍한 복도가 리안을 기다려 주었다.

‘…! 오르막길이다! 저기 위로 올라가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리안은 속으로 환호하며 다급히 오르막길 위로 올라갔다.

쿠구구궁…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위쪽 천장이 열리더니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쏜살같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와아악!”

놀란 리안이 품에 들고 있던 화살을 던져버리며 뒤로 달려갔다. 좁은 복도 안으로 몸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쿠구궁..

“아,안돼에!”

좁은 복도와 널찍한 복도 사이가 갑작스럽게 돌벽으로 막혀버렸다.

콰과광! 쿠웅!

“히이이…”

리안은 종이처럼 얇아져 흐느적흐느적 날아다니다가 오르막길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뿅! 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옷은 여전히 찢어진 상태였다.

“으으… 설마 이런 함정이 계속되는 건가?”

리안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면서도 나아가는 모습이 훌륭한 개그 주민 그 자체였다.

콰직, 우드득, 콰득!

“으아앗!”

그렇게 리안은 노인이 말하던 수백개의 함정을 차근차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 어떤 함정도 리안의 발목을 붙잡을 순 없었다.

모든 함정을 순식간에 클리어한 리안이 도착한 곳은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하얀 공간이었다. 천장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았고 벽 또한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고는 리안이 막 빠져나온 통로와 건너편에 자리한 새로운 통로로 이어지는 입구뿐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반대편 입구로 향하려 했다.

스스슷.

그 순간 구름이 모여들어 형태를 이루는 것처럼 하얀 안개가 휘몰아치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새하얀 마네킹 같은 것이 리안과 입구 사이를 막아섰다.

“으음…”

리안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소환하지 않았던 마검을 슬슬 꺼내 들어야 하나 생각하며 하얀 마네킹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삐걱, 삐걱.

그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육체처럼 몸을 기이하게 이리저리 꺾더니 이내 슬라임처럼 형태가 유연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키가 커지고 어깨가 넓어졌으며 사람의 피부를 가지기 시작했다. 상대의 힘을 두배로 베껴버리는 도플갱어가 착실히 리안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구르릉,꾸륵

이내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착실히 만들어지던 형태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구륵,구릇,구르륵! 파아아앙!

형태가 마구 요동치던 도플갱어는 개그 필터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버렸다. 리안은 멍한 얼굴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도플갱어를 바라보았다.

“뭐, 였지..?”

노인이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최강의 도플갱어는… 0.1초 컷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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