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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일주일의 시간.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저 멍청이를 따르는 여성도 저 멍청이를 따라 죽을 것 같으니.

       

       그러니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어우, 누님. 무서웠습니다.”

       

       “음? 무서워?”

       

       “네. 그렇게 화가 난 누님의 표정은 처음 봤으니까요. 게다가 손에 만들어낸 은빛의 무시무시한 기운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무시무시했고…. 솔직히 저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면 금방 실신했을겁니다.”

       

       “흐음…. 그정도였나?”

       

       

       용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누님의 곁에서 자주 지켜본 저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그들…. 특히 그 여자가 어떻게 느꼈을지는…. 뭐,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것 치고는 용케 기절하지 않고 나를 막아섰지만…. 음….

       

       죽음의 공포보다, 그 멍청이가 죽는 것이 더 무서웠던걸까?

       

       본능적인 공포를 이겨낼 정도로?

       

       쯧. 나는 짧게 혀를 찼다.

       

       

       “그런 멍청이의 곁에 있기에 아까운 아이로구나.”

       

       “너무 그렇게 말하진 마시죠. 생명의 은인이라지 않습니까.”

       

       “하지만 너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내 말에 용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누님께 수작을 부리려 들었던 놈이니까요. 솔직히 때려 죽이고 싶긴 했습니다만….”

       

       

       용사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보니 딸 생각이 나더라구요.”

       

       

       흐음. 용사는 그 멍청이와 그 여자를 보고  자신과 딸을 겹쳐보고 있었던가.

       

       뭐, 확실히 겹쳐보일만 하네.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내가 그 멍청이를 죽이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린 것이겠지.

       

       

       “그런데, 정말로 그 놈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죽이실겁니까?”

       

       “왜 아니겠느냐?”

       

       

       충분할 정도로 기회도 줬고, 나도 참을만큼은 참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어리석게 군다면, 더 참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슬슬 나도 지긋지긋하거든.

       

       

       “거기에, 내가 해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것 뿐이고.”

       

       

       저주를 풀고 나서, 그 뒤에 어떻게 괴롭힐지에 대해서는. 딱히 말하지 않았으니까.

       

       불사의 저주가 풀린 후에는, 어떻게 하든 내 마음대로지.

       

       

       

       

       “무시무시하네요.”

       

       “뭘. 생명의 여신을 모독한 시점에서 영혼까지 소멸시키지 않은 시점에서 관대하다고 해야겠지.”

       

       

       나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는 찻잔을 들이켰다.

       

       씁쓸한 커피의 맛. 능력으로 만들어낸 커피의 맛은, 내가 기억하는 커피와 같은 맛이었다.

       

       용사는 그런 쓴 물은 왜 마시냐고 묻곤 했지만, 이게 묘하게 그리워진단 말이지.

       

       향수병 같은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따금씩 원래의 세계가 생각이 난단 말이지.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기억은 결코 쇠락하는 일 없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으니.

       

       덕분에 가끔은….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뭐, 그럴 순 없지만.”

       

       “뭐가 그럴 수 없다는겁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함부로 할 것은 아니지.

       

       그렇게 나는 그 멍청이의 운명이 결정될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 멍청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 – – – – – – – – – – – – – – – – – –

       

       

       일주일 후.

       

       

       “정말로, 죄송합니다….”

       

       

       놀랍게도 멍청이는 생명 신전에 있는 나의 석상 앞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었다.

       

       진심인가? 거짓 사과인건 아닌가? 혹시나 싶어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보았지만, 놀랍게도 진심으로 절박함이 담긴 사과였다.

       

       아니, 사과하지 않고 수십년 넘게 세상을 떠돌던 놈이 왜 이제와서 사과를?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쓴거지? 저 여자는?

       

       나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는 멍청이의 모습에 나와 용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걸로 충분하겠죠? 진심으로 사과했으니까, 아저씨께서 죽지 않아도 괜찮은거죠?”

       

       

       다급하게 말하는 여성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내 말에 무척이나 기뻐하는 여성. 그런 여성의 안색이 무척이나 창백한 것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거기에 일주일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붕대를 여기저기에 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설마 자해라도 한 것인가…. 자신의 목숨을 인질로 설득한 것인가.

       

       아무리 목숨을 걸었다고는 하지만, 수십년동안 바꾸지 않던 저 멍청이의 마음을 돌려놓다니….

       

       그만큼 저 여성이, 저 멍청이에게 중요하다는 말일까.

       

       

       “다, 다행이다…. 이걸로 아저씨가 죽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는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아마도 안도한 탓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리라.

       

       

       “이 바보가! 그렇게 억지를 부리더니!”

       

       

       멍청이는 그런 여성을 다급히 안아들고는 황급히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깨물어 상처를 내고는,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여성의 입가에 흘려보냈다.

       

       그러자 여성의 몸에 생명력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냥 채워지는 것이 아닌, 멍청이가 가진 생명력을 여성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피를 매개체로…. 생명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건가.

       

       마치 뱀파이어 같구만.

       

       

       “후우…. 그렇게 고집 피우더니….”

       

       “누구 때문에 그랬겠느냐.”

       

       

       저 멍청이를 설득하고자 무리를 했으니 저랬겠지.

       

       멍청이는 작게 한숨을 쉬고서 입을 열었다.

       

       

       “나 따위가 뭐라고….”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리 은인이라곤 하지만, 이딴 놈이 뭐가 좋다고. 쯧쯧.

       

       뭐, 자기가 좋다는거니까.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는 들리지 않을테지만.

       

       

       “누가 쓸데없는 고집만 피우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쓰러질 일은 없었겠지.”

       

       

       내가 투덜거리자, 멍청이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입을 닫았다.

       

       그래. 때로는 침묵이 금인 법이지.

       

       기껏 용서받았는데, 괜히 입을 열어서 또 벌을 받으면 곤란할테니까.

       

       

       “일단, 약속대로 사과를 했으니 불사의 저주는 풀어주마.”

       

       “마침내…!”

       

       

       내 말에 무척이나 감격한 표정으로 변하는 멍청이. 쯧. 진작에 사죄했으면 이런 일 없을거 아냐.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멍청이의 영혼에 새겨둔 흔적을 지웠다.

       

       그와 동시에 다른 흔적을 남겨두고, 멋대로 생명력을 흡수하는 마법 역시 지워두었다.

       

       이제 죽음이 피해가지 않는 몸이 되었으니…. 마무리로 약간의 심술을 부려두자.

       

       뭐, 심술이라고 해도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아까 저 녀석이 피를 먹여서 생명력을 전해주는 것에서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니.

       

       

       “이제 죽을 수 있는 몸뚱이가 되었지만, 그동안 생명력을 너무 마음대로 사용한 탓에, 네놈의 몸뚱이는 인간이 아니게 되었구나.”

       

       

       내 말에 멍청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거기에 여러 신들의 미움을 받은 것 때문인지, 그러한 시달림이 인간이 아니게 된 네 종족의 약점으로 변해버렸구나. 흐음. 이런 경우는 처음이로고.”

       

       

       물론, 거짓말이다.

       

       멋대로 변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변형시켰으니까.

       

       

       “뭐…라고…?”

       

       “피를 통해 생명력을 흡수하거나 전해주는 종족. 거기에 태양이나 흐르는 물 등에 약한 종족이라. 약점이 많지만, 생명력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면 수명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종족이로다.”

       

       “수명을…. 늘려…?”

       

       “음. 거기에 생명력으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듯 하니, 제법 흥미로운 종족이 새롭게 탄생하였구나. 네놈 자체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이러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축하할 일이로다.”

       

       

       내 말에 멍청이는 여러가지로 복잡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모든 것을 단념했는지 한가지 질문만 할 뿐이었다.

       

       

       “죽음은…. 맞이할 수 있나?”

       

       “물론. 불사의 저주는 풀렸으니, 이제 더는 죽음이 네 영혼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뭐, 저승에 간 뒤의 일은 내 알바 아니지만!

       

       

       – – – – – – – – – – – – – – – – – – – –

       

       

       뱀파이어.

       

       많은 이들에게 흡혈종이라 불리우며, 스스로를 생귀누스라고 부르는 아인종.

       

       피를 마시는 것으로 생명력을 흡수하고, 그 생명력을 스스로의 원천으로 삼는 자들.

       

       한때, 마족으로 오인받은 역사도 있었던 그들의 뿌리는, 놀랍게도 먼 고대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첫번째 용사. 이름 없는 용사가 활약하던 시기.

       

       그 시대에 존재했던 아카드라는 왕국의 두번째 왕자는 왕의 총애를 받으며 자라 무척이나 오만한 자였는데, 국가의 힘이 가장 강하다고 여기며, 신 마저도 국가의 권력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오만함으로 인해 최초의 제국이라 불리우는 아카드가 무너지게 되지만, 이는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

       

       

       그렇게, 죽지 못하는 왕자는 마침내 죽을 수 있게 되었으나, 신의 것인 생명의 힘을 멋대로 사용한 나머지 육체가 변하게 되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배경에는, 당시 국가들의 국력이 지나치게 강성해진 나머지 생명 교단 – 당시에는 신전 – 을 비롯한 여러 신전이 쥐고 있는 신권에 도전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를 보다 못한 생명의 여신이  아카드라는 강국을 본보기로 삼아 순식간에 몰락시키는 것으로 신권을 공고히 했다는 해석 또한 존재한다.

       

       그 후 아카드의 후신으로 나타난 아르카디아는 수신獸神을 국신으로써 모시고, 대대로 왕족에서 수석 무녀를 배출하는 것으로 신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였으니.

       

       그리하여 신전과 왕가 양측은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 신화를 통해 알아보는 고대사.

          이 책에 실려 있는 주장은 주류 사학계의 입장이 아닙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제는 작가의 말 수정을 안해서… 어흒.

    나는 오늘도 했다 예약!

    어, 음…. 어제 연재분 작가의 말은… 나중에 수정한다고 임시로 적어둔겁니읍읍읍.

    수정하는걸 깜빡하고 뻗어버려서 그렇게 올라가 버렸지만…!

    글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부실한게 맞습니다….

    요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서 상태가 영 메롱하거든요. 머리도 잘 안돌아가는 느낌이라…

    음… 구차한 핑계네요 이건.

    글을 더 잘 쓰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흑흑.

    그래도 써둔 글을 날려버릴 순 없으니…. 올려야죠. 올려야지요.

    이 파트를 호다닥 넘어가고 다음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그런것도 있지만요. 지긋지긋하다! 이놈!!!

    아무튼….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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