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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133 – 챱스틱 타임>

     

    단단히 쫄아버린 유이가 광화포션을 만들 걱정은 없어보였다.

    낙제위기의 학생들에게 강화포션을 팔아 한 밑천 챙기려는 유이 때문에 폭주난동을 벌이는 낙제생이 무더기로 나오는 루트는 막았다.

     

    ‘억까도 많이 당해보고 볼 일이네!’

     

    몰랐으면 어떻게 막았겠어?

    이것도 다 당해봤으니까 가능한 짓이지.

    NTR히로인 유이가 어떤 사유에서든 하급반으로 강등되는 루트에서는 그놈의 포션이 무조건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미리 못 박아두지 않으면 꽤 큰 소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인기순위 20위대의 2티어 히로인은 졸지에 하루아침에 암흑조직에게 약점이 잡히고 빌런타락 당했겠지.

    그 모든 미래가 부지런한 착한아이 오크노디의 손으로 방지되었다, 이 말씀이다.

     

    ‘다음은 저쪽인가?’

     

    유이와 돌핀팬츠 언니들이 훈련하는 무료훈련장 대신, 모기소동까지 끝나고 재개방을 한 훈련동 시설.

    하급반에서도 포인트 사정이 넉넉한 이들만 드나드는 시설에 두 번째 억까지뢰가 숨어있다.

     

    “215호 훈련방 입주자에게 면회를 신청할게요!”

    “본인이 거절하면 면회는 불가능하단다.”

    “그럼 이 말도 같이 전해주세요. 카시아의 친구가 찾아왔다고요!”

     

    C그룹의 팀 리더.

    후천적 전기능력자.

    융합생명체 카시아.

    잠도 기숙사에서 못 자고 밖에서 자던 불쌍한 친구와 얽힌 억까 캐릭터가 한 명 있다.

     

    “…너냐? 감히 그 괘씸한 여자의 이름을 입에 담아서 나를 불러낸 자가.”

     

    여성 플레이어들에게는 비운의 왕자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남부대륙의 약소국 <트로이>의 최후의 왕자 <헥토르>.

    카시아와 같은 국가출신의 NPC이자 카시아의 상급반 승격으로 인해 하급반으로 추락하거나 시험에 탈락해 본국송환당하는 비운의 NPC.

    카시아의 아치에너미Archenemy.

    공존 불가능한 대적자.

    그것이 바로 눈앞의 금발머리 남성의 정체였다.

     

     

    * *

     

     

    제국남부의 변경지대.

    제국과 국경을 맞댄 수많은 소국 사이에 어느 힘없는 왕국이 하나 있었다.

    주변국에 비해 자원도, 군사력도, 상업력도 모두 부족한 국가.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기프트 아카데미에 인재를 보내자고.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에 자신들의 소망을 담아 보낸 인재를 통해 조국을 구할 인재의 귀환을 기대하자고.

     

    “제가 나서겠습니다.”

     

    왕자 헥토르.

    그는 사전에 선출되었던 인재와의 단독승부로 자신이 국민 전원이 선출한 인재보다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증명해내었다.

     

    모두의 소망을 담아 뽑았던 인재가 패배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환호했다.

    왕가의 핏줄을 이었으며 차기 국왕으로 즉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왕자가 시민들 전원의 기대보다도 뛰어난 인물이었으니까.

     

    넘버링 티켓을 지닌 입학지망생에게만 허락된 입학시험 기간 외 특별시험.

    이에 도전한 왕자의 합격소식이 돌아왔다.

    기대와 달리, 상급반이 아닌 하급반으로.

    그를 꺾은 것은 같은 트로이 왕국의 작은 연구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연구소에서 키워낸 실험체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왕국 백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원성은 왕자뿐만 아니라 그가 차지해야 할 자리를 빼앗은 합격자에게 향했다.

     

    “아무도 네 합격 따위 바라지 않았어.”

    “우리들의 영웅이 있을 자리를 돌려내.”

    “죽어버려. 당장 퇴학해.”

    “저딴 연구소, 부숴버려!”

     

    연구소에서도 그녀, 카시아를 응원하는 일은 없다.

    아카데미에 실험체를 넘기는 대신, 막대한 지원금을 받기로 약속했을 뿐.

    넘버링 티켓은 그것을 위한 ‘보증수표’.

    아카데미와의 거래를 돕는 보증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니 누구도 그녀를 지키지 않는다.

    연구소도.

    국가도.

    하급반으로 밀려난 왕자 헥토르도.

    단지, 플레이어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그런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이번 회차의 카시아는 운이 나쁘구나!’

     

    차라리 아예 합격하지 못한 채, 예정보다 더 빨리 고국으로 왕자가 돌아가는 낙방루트가 낫다.

    울분을 참지 못한 백성들이 연구소를 파괴하고 소국 트로이는 끝내 멸망.

    돌아갈 고향은 잃었지만 처음부터 지킬 가치도 없는 녀석들에게 매달릴 이유도 사라지니까.

    카시아는 분명하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왕자가 아카데미에 남는다면 트로이의 멸망은 그동안 미루어진다.

    한 분야에서 세계제일의 거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을 헥토르의 원한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주변국이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헥토르가 있는 동안 카시아는 아카데미에서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

     

    왕국 백성들의 질투는 계속 될 것이고 아카데미 내에서도 헥토르의 추잡한 질투가 계속해서 카시아를 괴롭힐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카시아를 키운 과거를 이용해 카시아에게 계속해서 접촉하려 들 것이고, 왕국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헥토르 왕자의 자리를 빼앗은 그녀에게 왕자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책임도 대신해줄 것을 요구한다.

    실험실에서 자라난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가혹한 나날.

     

    그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를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인 아이의 마음을 이용해서 “거래”를 하는 어른들에게 휘말리는 불행한 사이드스토리.

    그것이 카시아라는 캐릭터에게 예정된 미래이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헤스티아랑은 다른 의미로 불쌍한 조연이지.’

     

    왕자의 억까는 카시아를 노리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되고 퇴학당하는 학생들의 수가 정말 많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숙련자 플레이어들은 왕자가 입학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즉시 왕자 퇴학시키기 음모에 돌입한다.

    근데 고인물 플레이어들은 왕자를 무턱대고 잘라내는 대신, 이용하는 루트를 개발했다.

     

    “카시아가 미워요?”

    “제 발로 마주할 용기도 없어서 이젠 어린아이까지 보내는 건가? 정말 추잡스럽군. 그래, 밉다. 그 여자와 나는 불구대천의 원수. 내가 있어야 할 곳을 빼앗은 여자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지?”

    “그렇다고 당신이 직접 나서서 퇴학사유를 만들면 둘이 함께 고국으로 돌아갈 뿐이에요. 남방의 소국을 지키는 꿈도 이룰 수 없게 될 걸요?”

     

    헥토르가 눈에 띄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카시아는 착한 아이에요. 좋은 친구들과 사귈 자격이 있어요. 그러니까 불만이 있다면 저를 먼저 찾아오시는 게 좋을 거예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아무리 약소국이라고 해도 넌 지금 일국의 왕관을 물려받을 후계자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후회는 왕자님이 먼저 하시게 될 거예요. 저는 꽤 강하고 친구도 많거든요.”

     

    가볍게 재주나 하나 보여줄까.

    때마침 소리 없이 근처를 날아다니는 작은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건 못 참지.

    잇츠 챱스틱 타임!

     

    젓가락을 들어 휙 던지니 퍽 소리와 함께 벽에 균열이 났다.

    전설의 명검마냥 벽면 깊숙이 박힌 젓가락.

    왕자의 옆을 스친 젓가락을 슥 뽑아서는 끝에 묻은 모기의 시체를 후 하고 입으로 불어 털었다.

     

    “어때요. 벌레도 잘 잡죠?”

    “…….”

    “모기 같은 해충은 보일 때마다 죽여야죠.”

     

    아참.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왕자의 손에 들려주었다.

     

    “오는길에 주웠는데 이거 맛있더라구요. 전 하나 먹었으니까 나머진 드릴게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좋은 시간 되세요!”

     

    채찍도 주고 당근도 줬으니 왕자도 이제 얌전해지겠지?

     

    [상인 유이와 헥토르 왕자를 훌륭하게 기선제압 했습니다.]

    [협박 경험치+5]

    [공포유발 경험치+5]

    [겁주기 경험치+5]

    [나쁜아이 경험치+2]

    [경고.]

    [주의하십시오. 같은 플레이가 반복될 시, <나쁜아이> 기능이 <무서운아이> 기능으로 악화됩니다.]

     

    …근데 왜 나쁜아이가 오르는 걸까.

    무서운 아이는 또 뭐지.

    착한아이는 왜 안 오르는데?

    진짜 모르겠다.

     

     

    * *

     

     

    귀엽게 생긴 얼굴과 달리 교활한 뱀의 마음을 지닌 꼬맹이. 빌어먹게도 건방진 녀석이었다.

     

    ‘감히 날 협박하다니.’

     

    오크노디라고 하던가.

    그 아이의 뜻은 분명히 이해했다.

     

    -카시아를 건들면 당신이 한 짓이라고 고발할 거예요. 제 친구와 사이좋게 공멸하고 싶지 않다면 수작 부리지 말아요.

    -전 벌레를 잡아죽이듯이 당신도 가뿐하게 짓눌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고, 저만큼 위험한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요.

     

    죽고 싶지 않으면 처신 똑바로 해라.

    감히 왕자를 상대로 이런 협박을 하다니.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과연 왕자님의 권력은 대단하십니다. 학년최강으로 손꼽히는 공동수석과 독대를 하시다니. 왕자님은 앞으로 정말 크게 되실 분이십니다.”

    “오크노디와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역시 저 암살자 꼬맹이를 수족으로 고용하신 겁니까?”

     

    복잡한 심사도 모르고 오크노디가 떠나니 그제야 접근하는 기회주의자들.

    간신배처럼 굽실거리는 교활한 지껄임에 머리에 열이 오르기는커녕 도리어 심장마저 차갑게 식었다.

    본래의 그라면 여기서 분노를 터뜨렸겠지만 오크노디와의 만남이 그의 내면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래. 나는 약소국의 왕자다. 드넓은 대륙의 권력자들이 모여드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는 일개 약자일 뿐. 약자의 송곳니는 함부로 드러내선 안 되지.’

     

    분에 넘치는 자리를 탐하던 어리석은 왕자는 후일을 도모할 줄 아는 신중한 복수귀가 되었다.

     

    ‘약자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 허락되는 순간은 상대를 확실하게 물어죽일 수 있는 때. 두 번의 기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필살의 기회.’

     

    지금은 그 기회가 아니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제 주변을 맴도는 어중이떠중이들로는 제대로 된 복수를 해낼 수 없다.

    강해져야 했다.

    그도. 그의 추종자들도.

    보다 제대로 된 기회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캐러멜이라. 나도 듣는 귀가 있으니 알고 있다.’

     

    캐러멜은 학생들 사이에서 불법적인 일이나 노동력을 거래하는데 사용되는 유사화폐.

    오크노디가 그것을 하나 까먹었다는 말은 불법적인 일에 사람을 하나 썼다는 세련된 경고였다.

     

    ‘과연 재단장학생의 필두. 그 불순한 무리들의 대장다운 격을 갖췄어.’

     

    적이지만 그 품위 있는 협박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힘을 어떻게 다루어야 상대가 위협을 느낄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배운 티가 나는, 11살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제대로 된 협박이다.

    심지어 남은 캐러멜을 넘겨주며 자신의 밑에 굴복하라는 굴욕과 포섭까지 동시에 시도하지 않았나.

     

    “어라. 왕자님, 그거 캐러멜 아니십니까?”

    “우와. 언제 그렇게 많은 캐러멜을 모으셨지?”

    “캐러멜을 거는 도박판도 있다더니 왕자님이 거기서 크게 한탕 하셨나?”

     

    그에 비하면 존경어린 표정 뒤로 다 감추지도 못하고 새어나오는 탐욕어린 어린 것들을 보라.

    이딴 것들을 데리고 일을 벌이려 하다간 오크노디가 붙인 감시의 눈도 피하지 못한다.

    아니, 역습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카시아를 향한 감시 및 소문 퍼뜨리기는 즉시 중지한다.”

    “예? 바로 얼마 전에 시키셨으면서…”

    “이제 막 입질이 오기 시작했는데요. 조금만 더 하면 확실하게 평판을 나락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왕자님!”

    “네놈들. 지금 누구 안전에서 감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냐. 지금 내 지시에 불복하는 건가?”

    “아닙니다…”

    “…작전은 그만두겠습니다.”

     

    불만스러운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는 추종자들.

    헥토르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놈들은 일회용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겠지.’

     

    지지기반도 하루아침에 날려먹고 다시 혼자가 될 미래가 눈에 선했다.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라도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모습보다는 조금씩 성장하며 이권을 챙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많은 하급반 학생들이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을 이득이라고 생각하겠지.

    시간이 지나면 더 뛰어난 인재들도 포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참는다.

    이 캐러멜 주머니를 공금으로 삼아서 당분간은 자신과 추종자들의 성장부터 노린다.

     

    “이 와중에도 상급반 학생들은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한다면 그들보다 못한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알겠나?”

    “옙! 왕자님!”

    “좋다. 즉시 훈련실로 돌아가라. 그리고 훈련강도와 훈련시간을 한 단계씩 높여서 실행한다.”

     

    오크노디의 개입으로 카시아에게 닥칠 배드이벤트는 뒤로 연기되었다.

    보다 강력해질 왕자 헥토르와 그의 추종자들의 성장과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이 든 사탕.
    암흑화폐 캐러멜.
    다음은 뭐가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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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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