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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이제 연기는 그만하고…흐윽…안아줘, 벨.”

     

     

    얼마나 많이, 저렇게 우는 그녀를 달래보았을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때도. 벌에게 쏘였을때도.

     

    …부모님을 잃었을때도, 고아원에서 괴롭힘을 받았을때도.

     

     

    나는 언제나 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랬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 있다.

     

     

    가만히 멈춰선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벨…이라니?”

     

    옆에서 네르가 물어왔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채, 시엔을 보았다.

     

     

     

    시엔도 그런 주변의 웅성임은 무시한채 내게만 말한다.

     

     

    그녀의 눈에는 나만 보이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은 이제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처럼.

     

     

    “벨…제발…예전처럼만…”

     

     

    턱에 멋대로 힘이 들어간다.

     

    악물린 이빨이 시릴 정도였다.

     

     

    어른이 되어도 내게는 여전히 어리기만 해보이는 그녀였다.

     

    22살이 된 그녀라지만, 내게는 그 9살의 시엔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감정이 또 의지와 반하여 흔들린다.

     

    다시 그 울컥한 감정들이 물 밀 듯 솟구친다.

     

     

    “…내가…”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얼마나 더….너를…”

     

    시엔은 듣지 못했을 질문.

     

     

    우리는 관계가 너무나도 달라져버렸다.

     

    나는 더 이상 아내를 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순결의 성녀가 되었다.

     

     

    분명 그녀를 밀어낼 생각으로 도착했던 장소다. 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마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일이 오히려 더욱 꼬여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잘못했어, 벨…흐윽…그러니까…”

     

     

    시엔이 비틀대며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벌린 두 팔은 회수하지 않았다.

     

    그대로 내 허리를 껴안을것처럼 저 멀리서부터 걸어온다.

     

     

    “…그만 와…!”

     

    그런 그녀에게 내가 외쳤다.

     

    저런 상태로 내게 가까이 온다면 도무지 밀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

     

    또 습관처럼 그녀를 껴안고 위로할 것 같아서.

     

     

    한심한 나의 의지에 비참함만이 느껴진다.

     

     

    시엔은 그 말에 굳어 제자리에 멈추었다.

     

    얼굴도 가리지 못한채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곁에서는 두 아내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보이기 싫었던 방식으로 내 치부를 드러낸다.

     

     

    “…우리의 꿈을 잊었어…?”

     

    그녀가 순간적으로 물었다.

     

    두 주먹에 또 힘이 들어간다.

     

     

    이내 시엔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입에는 힘겨운 미소가 떠올라있다.

     

     

    “세상을 여행하기로 했던…우리의 꿈을 잊었어…?”

     

    “…”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왜 이렇게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까.

     

    왜 더욱 매몰차게 그녀를 밀어내지 못할까.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안된다.

     

    특히나 저렇게 울며 나를 찾는 모습에는 더욱 그랬다.

     

    자꾸만…그녀와의 추억이 겹쳐보인다.

     

     

    시엔은 침묵하는 나를 보며 이어나갔다.

     

    “…나는 네가 나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어…나도 아직 너만 있으면 된단 말이야, 벨…”

     

    그 말에 아르윈이 불안히 내게 다가왔다.

     

    “…저게 무슨 소리에요, 베르그…?”

     

     

    네르도 마찬가지로 내 옷자락을 쥐었다.

     

    “….베…르그?”

     

     

    아내들의 의문에 정신을 차리면서도, 당장은 시엔에게만 대꾸했다.

     

    “….난….다 잊었어…”

     

    목구멍을 넘어오는 거대한 거짓말.

     

     

    숙였던 고개를 들어 시엔을 바라보았다.

     

    “…꿈 따위, 이젠 다 갖다 버렸어…”

     

    하지만 그 말에 시엔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

     

    “자꾸 나한텐 거짓말 하려고 하지마…난…으흡….다….다 안단 말이야…”

     

     

    시엔이 거칠게 눈가를 닦아내며 말했다.

     

    “난 네 꿈도 잊지 않았어, 벨. 너는…슬럼을 벗어나 평온한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지…?”

     

    주먹의 틈으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엔은 무엇하나 잊지 않은채로, 나에게 말해왔다.

     

     

    “곧…곧 전쟁이 끝나, 벨.”

     

    “…”

     

    “…그럼 그 이후에는…우리, 다 버리고 도망가자.”

     

     

    행복했던 꿈을 꾸었던 당시의 표정으로 시엔이 말해왔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나, 반달로 휘어진 눈가는 여전했으나, 눈물만큼은 여전히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린다.

     

     

    “응? 다 버리고…네가 말한대로, 같이 평온하게 살자…”

     

    시엔이 또 한발자국 내게 걸어왔다.

     

    그렇게 또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그녀의 걸음 소리만이 이 거대한 공간속에 울려퍼진다.

     

    누구하나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힘들잖아, 벨… 난 알아…”

     

    그녀가 나를 보았다가, 네르와 아르윈을 짧게 훑는다.

     

    마치 우리 사이를 꿰뚫어보는 것처럼.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내쉬며…마음을 정리한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용병일에도 지쳤고…가끔은, 아내들의 거절도 쉽지 않으니.

     

     

    “…벨… 그러니까…안아줘…”

     

    어느새 시엔은 내 코 앞까지 와 있었다.

     

    그 동안 그녀를 밀어내는 것도 이제 지친걸지도 모른다.

     

    우는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던걸지도 모른다.

     

     

    …다 변명이고,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이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찔 떨렸다.

     

     

    -턱!

     

    -확!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내 몸을 제약한다.

     

     

    어느새 허리에 감겨있는 흰 꼬리.

     

    깍지가 껴져 있는 손.

     

     

    왼쪽을 바라보니 네르가 처음보는 표정으로 나를 붙잡고 있었다.

     

    오른쪽에도 마찬가지로 아르윈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

     

    “…”

     

    약지에 낀 두 반지가 손가락에서 느껴진다.

     

    목에는 아르윈의 세계수잎이 걸려있었다.

     

     

    이런 변화를…또 새삼 깨닫는다.

     

    나는 더 이상 예전에 시엔과 함께하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결국 시엔을 보았다.

     

    한층 불안해진 그녀의 표정.

     

    무언가를 직감한 듯 그녀가 먼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안돼, 벨.”

     

    내가 그녀만 들리도록 속삭인다.

     

     

     

    “…………..시엔.”

     

    얼마만에 불러보는지 모를 이름.

     

    시엔이 그 말에 눈물을 더욱 거세게 흘렸다.

     

    얼굴이 또 일그러지며 눈물이 쏟아진다.

     

     

    “응…응, 벨…나…나 시엔이야…”

     

    “…나는 이제, 너보다 우선해야하는 사람들이 생겼어.”

     

    “….아…..아아….”

     

    부드럽게 이별을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그건 내 바람에 지나지 않았나보다.

     

     

    “….너보다….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어.”

     

     

    시엔이 어깨를 떨며 눈물을 흘린다.

     

    고개를 양 옆으로 거칠게 젓는다.

     

     

    “그…그런 말 하지마아…! 하지말라고, 벨…!!”

     

    “…그러니까…행복하게 살아.”

     

    “안아주란 말이야….! 이게 우리의 마지막일리 없잖아….!!”

     

    나는 눈을 감고…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

     

     

     

     

    “………….나를 잊어줘, 시엔.”

     

    그 잔인한 저주를 내리며, 나는 몸을 돌렸다.

     

    -풀썩…

     

    등 뒤로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벨…”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앞으로만 걸었다.

     

     

    “벨….!!”

     

    어린 시절의 전부였던 그녀를 떠나간다.

     

    우는 그녀를 떠나간다.

     

    “벨!!! 제발!!!”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7년 전의 이별과 정반대의 상황.

     

     

    …이제야 알게되는 것이 있었다.

     

    7년 전 시엔이 나를 떠날 당시, 그녀의 표정이 어땠을지.

     

    뒷모습만을 보았기에 알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이제는 알겠다.

     

     

    …7년 전 나를 떠나던 그녀는, 분명 울고 있었을 것이다.

     

     

    ****

     

     

    모두가 목격하는 상황 속에서, 성녀는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었다.

     

    헤아 교단이 사람들을 흩뜨렸고, 왕가가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자리를 옮긴다.

     

     

    성녀를 향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이런 조치를 취한 걸지도 모른다.

     

     

    순결의 성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은, 교단에게도 큰 충격을 입힐 법한 이야기였다.

     

     

    동시에 이건 그녀를 위한 배려라는 것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인 그녀를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특히나 전쟁의 운명을 쥐고 있는 영웅들 중 한명인 그녀에게는 더더욱.

     

     

    여기서 성녀가 싸움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그 결과는 오롯이 왕국이 감당해야만 했다.

     

    고독의 투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 시점에서 성녀의 이탈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게 분명했다.

     

     

    그러니 멈춰 움직이지 않는 성녀를 위해 모두가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괜히 곁에 머물러 악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는 건…용사 일행 뿐이었다.

     

     

    그들은 쓰러진 동료를 세 발자국 뒤에서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성녀는 멍하니 눈물을 흘리다 제 손등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는 헤아의 문양.

     

    “…”

     

     

    -콱!!

     

    순간, 말 없이 성녀는 제 손등을 손톱으로 긁었다.

     

    “서…성녀님!”

     

    뒤에서 실프리엔이 놀랐지만, 아무도 성녀를 막아설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문양을 긁고 할퀴었다.

     

    핏물이 새어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성녀님…! 진정하세요!”

     

     

    성녀는 이어지는 동료의 걱정을 듣지 않았다.

     

     

    “이것만…! 흐윽…! 없었어도..!!”

     

    대신 제게 주어진 운명만을 탓한다.

     

    발악하며 소리친다.

     

    지금껏 저렇게까지 심하게 스스로를 자해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왜 저에요!!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에요!!!”

     

    성녀는 하늘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언제나 그 모든 시련을 홀로 이겨낸 성녀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 누구의 손길도 없이 홀로 일어섰던 성녀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성녀의 목소리에는 절절한 절망감이 담겨있었다.

     

    듣는 사람에게 소름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목소리였다.

     

     

    “얼마나…!!! 얼마나 더 저를 괴롭히시려고 이러는 거에요!!! 이쯤했으면 됐잖아요!! 내가 얼마나 더 희생해야하냐고요!!!”

     

    비통함이 담긴 높은 음이 대저택 주위를 메아리쳤다.

     

     

    “왜 너 때문에 내가 벨을 잃어야 하는건데!!!!”

     

    -툭…

     

     

    이내 바닥에 이마를 댄 채 엎어진 그녀는 한참토록 울음을 터트렸다.

     

    가슴을 쏟아내는게 저런 모습일까.

     

    저렇게까지 고통에 신음하는 존재를 용사 일행은 본적 없었다.

     

     

    그 어떠한 극독도 저런 아픔은 이끌어내지 못할것이었다.

     

    성녀는 목 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의 눈물이었다.

     

     

     

    펠릭스도, 아크란도, 실프리엔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런 그녀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시엔의 사정을 아는만큼 진심으로 더욱 아파했다.

     

    그들은 시엔이 베르그에 대해 이야기할때마다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성녀는 여기서 끝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사람은 몸이 죽어야만 죽는게 아니었다.

     

    마음이 죽더라도, 마찬가지로 죽는 것이다.

     

    전쟁에서 그런 모습을 여럿 보았던 용사일행이었다.

     

    ….그러니 무너져 가는 시엔이 더더욱 안타깝고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베르그는 깔끔한 이별을 통해 그녀를 떠나갔다.

     

     

    그들은 성녀가 저렇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처음보았다.

     

    처음으로, 그런 성녀의 일면을 엿보았다.

     

    얼마나 간절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그들은 전쟁을 패할까 두려운게 아니었다.

     

    …물론, 그 점도 어느 정도는 있었지만…그보다 전우가 폐인이 될까 두려운게 더 컸다.

     

     

    7년간의 희생이 수포로 돌아간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한 가지 보상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사람에게서, 그 보상을 빼앗아가면 어떤 기분일까.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앞으로도 전쟁에 참여하라 강요하는 건 얼마나 잔인한 일일까.

     

     

    그들은 알 수 없었다.

     

     

    .

    .

    .

     

     

    시간이 한참 흐른다.

     

    밤이 된다.

     

    그 누구하나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성녀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있었고, 펠릭스와 아크란, 실프리엔이 모두 그녀를 바라봐주고 있었다.

     

     

    어느새 눈물을 그친 성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릴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눈빛을 통해 교환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기서 성녀가 모든걸 그만두겠다고 말하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받아들이기로.

     

    애초에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린 전우를 전장으로 이끌고 갈만큼 그들은 잔인하지 않았다.

     

    또한 억지로 끌고 가봤자, 살인이 될 것이었다.

     

    전쟁터에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하는 존재를 그 위험한 곳으로 데려갈 순 없었다.

     

    여기서 성녀는 죽었다고 생각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두들.”

     

    성녀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동료를 불렀다.

     

    온종일 기다렸던 그녀의 말.

     

     

    실프리엔이 그 부름에 놀라지 않고, 차분히 되물었다.

     

     

    “네, 성녀님.”

     

    “……….”

     

     

    성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참을 굳어있었다.

     

     

    “…?”

     

    그때, 모두의 눈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한줄기의 환한 빛이 성녀가 앉아있는 곳에 부드럽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밝은 달빛 같기도 한 그 빛.

     

     

    어두운 밤속에서 성녀만이 홀로 빛났다.

     

     

    성녀가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제 동료들을 돌아본다.

     

     

    쓸쓸한 눈빛. 인자한 미소를 지은 입.

     

    그녀가 말했다.

     

     

     

     

    “…….가요. 다음 전장으로.”

     

    “…”

     

    “…”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그녀의 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행동한다.

     

     

    용사 일행이 필요로 했던 대답임에도, 의아함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펠릭스가 끝내 표정을 구기며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성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눈물이 또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다.

     

     

    아크란이 끼어들었다.

     

     

    “…성녀님. 죽기 위해 전장으로 나가시는 거면-”

     

    “-그런거 아니에요, 아크란.”

     

    성녀가 말했다.

     

     

    모두가 넘어설 수 없는 분위기를 그녀가 풍기고 있었다.

     

     

    성녀는 이내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어요.”

     

    “…네?”

     

    “…마왕이 살아있으면…벨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은 똑같아요.”

     

     

    아무도 그런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방금 버려지고도, 아직까지 베르그를 생각한다는게 믿기 힘들었다.

     

     

    “그러니, 전쟁을 끝내러 가요.”

     

    성녀가 말했다. 그 힘 없는 목소리 속에서 기이한 의지가 느껴져왔다.

     

     

    실프리엔은 입을 달싹이다 끝내 물었다.

     

    “….전장에 나가시겠다고요?”

     

    성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염단의 부단장님을 위해서요…?”

     

    성녀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실프리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성녀의 마음이었다.

     

    특히나 방금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았으니 더욱 그랬다.

     

     

    아크란이 그런 시엔에게 쓴 약을 건넨다.

     

    마치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고, 편한길을 선택하라는 제안 같았다.

     

    “……보답받지 못할수도 있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하신다고…부단장이 돌아올 것 같지는-”

     

    “-괜찮아요.”

     

     

    성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얼마나 짙은 아픔이 깔려있는지 가늠도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크란이 표정을 찌푸리며 다시금 물었다.

     

     

    “….예?”

     

    “…보답 받지 못해도 괜찮다고요. 제가 사랑 받지 못해도 괜찮아요.”

     

     

     

    용사 일행이 그 말에 굳어있을 때, 성녀가 끝맺었다.

     

     

    “……..제가, 벨을 사랑하니까.”

     

     

    그 짙은 사랑을 목도하며,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성녀는 그렇게 미소를 짓다…뒤늦게 제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살짝은 모순적인 이야기.

     

    “그리고 아직…포기하지도 않았어요.”

     

    시엔은 베르그와의 추억을 또 떠올렸다.

     

    그녀가 말했다.

     

    “…포기 못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크라운_887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매번 많이 채워오고 있긴 합니다… 더 많이 내올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신라면좋아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ㅎㅎ 첫 후원이라니,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세범_830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릴게요!

    야한말은안돼요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ㅎㅎ 야한말은안돼요님도 첫 후원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연참은 노력해보고 있지만, 요새는 일이 겹쳐서 일일 연재도 버거워지네요. 그래도 열심히 써볼게요!

    침대밑의괴물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기호_849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넵! 파이팅입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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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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