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3

       134. 인생은 학연, 지연, 혈연(3)

       

       

       [정제된 영혼(고유)를 취득하였습니다.]

       

       [대악마 아스모데우스가 영혼의 흡수를 보조합니다. 손실과 부작용이 벌어질 확률이 대폭 감소합니다.]

       

       [흡수 완료. 새겨져 있던 술식이 발현되어, 마법 이해, 술식 파악, 구현화의 등급이 A랭크까지 상승합니다.]

       

       [1황자, 헥토르의 능력을 체화합니다.]

       

       [헥토르의 고유마도를 제외한 고속영창, 멀티 캐스팅, 대마력, 마법저항 등의 특성을 취득하였습니다.]

       

       [……오류 발생.]

       [고유마도의 손실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원인 규명 중….]

       

       [아스모데우스의 보조로 인해 고유마도가 온전히 전해진 것으로 판명. 타인의 고유마도 이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 격이 무력화시켰습니다.]

       

       [고유마도의 이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인과조작(因果操作)의 원리를 체득합니다.]

       

       *****

       

       멋대로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물론 언제나처럼 그 내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멋대로 변화하는 육체.

       머릿속에 때려박아지는 온갖 복잡한 기호.

       

       알림창 같은 거 안 봐도 뭔가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당연히 알 수 있었으니까.

       

       서클이 분열한다.

       깨달음 따위 얻지도 않았고, 애초에 마법 따위 일일강좌 정도로밖에 배운 적이 없는데.

       

       그딴 건 상관없이 제멋대로 형성되며 분열하는 것이다. 아마 흡수한 재능에 맞춰 신체가 변화하는 거겠지.

       

       전에도 한 번 있었던 일이다. 

       그렇기에 그 사실 자체는 간단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거랑 경악스러운 거랑은 별개였다.

       

       게임 설정이라면 해외 직구로 아트북까지 구매해서 보았을 정도니 당연히 줄줄 외우고 있다.

       

       보통 서클의 형성에는 반년이 걸린다고 하였다.

       이것도 나름의 재능이 있는 인간이 스승의 도움을 받았을 때의 이야기고.

       

       재능이 없으면 애초에 서클 형성부터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서클을 형성하면 다 끝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험난한 여정의 시작점에 섰을 뿐.

       

       어엿한 마법사 취급을 받을 수 있는 3서클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3년. 범재라면 시간을 10년 단위로 때려박아야 한다.

       

       4서클부턴 시간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

       그전까진 범재도 어떻게든 노력으로 성취를 이룰 수 있었지만. 여기서부터는 필연적으로 재능이 요구된다.

       

       만 명 중의 한명.

       이 길에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애초에 진입할 수조차 없다는 이야기.

       

       허나, 재능이 있는 이에게도 이 길은 험난하다.

       

       운, 시간, 노력.

       이 모든 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취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재능에 선택받은 인간이 평생을 바쳤는데도 6서클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은 허다하다.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보통 거기서 여생을 끝마치고 말이다. 그렇기에 6서클이 인간의 한계라고 불리는 것이다.

       

       6서클마저 이러한데 7서클은 어떻겠는가.

       

       6서클이 인간의 한계라고 불린다면, 7서클부터는 초인의 경지라고 불린다.

       

       초인.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괴물이 아니고서야 넘볼 수 없는 성취인 것이다.

       

       만 명 중의 한 명 같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재능을 타고난. 상식을 뛰어넘은 진짜 천재만이 노력 끝에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란 이야기.

       

       그리고… 나는 방금 7서클이 되었다.

       

       마법에 인생을 바친 인간이 평생을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그저 우러러보는 것이 전부인 경지.

       

       그것에 그냥 난데없이 도달해버린 것이다.

       마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악마랑 어쩌다 악수 한 번 했을 뿐인데 말이다.

       

       3서클의 벽에 막혀 영혼의 절반을 악마에게 팔아먹는 마탑의 학생들이 보면 피눈물을 흘릴 게 분명한 일.

       

       날먹도 이런 날먹이 따로 없었는데….

       

       심지어 지금 머릿속에 들어오는 괴상한 술식의 원리. 구축에 쓰이는 선만 네 자릿수에, 운용에 드는 마력도 비정상적이기 그지없는 마법의 구조.

       

       이건 아무리 보아도 고유마도였다.

       인과를 비틀어서 공격을 없던 일로 만들던 그 기분나쁘기 그지없던 사기 기술. 

       

       ‘대체 왜 이게 복사가 되는데?’

       

       개인의 심상의 구현이라든지. 걸어온 길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누구도 배껴낼 수 없는 힘이라든지. 

       

       분명 그런 설정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딴 건 전부 무시하고 1황자의 고유마도가 지금 내 머릿속에 때려박아지고 있다.

       

       심지어 직접 시험해보니 사용도 된다.

       

       1황자를 붙잡고 있던 구속구를 검으로 박살내고, 그것에 내가 검을 휘두르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덧붙여보니까 부서졌던 구속구가 멀쩡해지더라고.

       

       서클이 하나 부족한 상태에서 고등한 마법을 사용했는지라 몸에 무리가 가는 건 물론, 마력이 반절 날아가긴 했지만.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남의 고유마도를, 심지어 1서클 위의 마법을 썼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이야기니까.

       

       몸 망가진 거야 어차피 곧 재생되고, 마력도 금방금방 차오르니까. 이 정도면 언제든 비장의 수로 이용이 가능하다.

       

       내 비상식적인 마력량이랑 몸을 생각해보면…. 서클을 하나 더 생성하게 되면 인과조작을 평타마냥 난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클 하나를 더 생성한다는 건 곧 대마법사가 된다는 소리니까. 너무 허황된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애당초 하루만에 7서클이 된 시점에서 상식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증명된 셈이다.

       

       서클 7개에 재능까지 찔러넣어 줬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대마법사도 충분히 노려볼 만 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좋은 상황.

       

       그렇기에 의구심이 밀려들어온다.

       

       운이 좋군, 같은 말로 개연성 없이 찾아온 기연을 퉁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적절한 의심은 필요했다.

       

       ‘애초에 이걸 준 상대는 악마잖아?’

       

       악마가 내게 준 영혼.

       그것이 이 모든 일의 발단임은 틀림없었다.

       

       1황자는 다른 이들의 재능을 흡수해 대마법사가 됐으니까. 

       

       미리 온갖 실험을 통해 정제된 영혼을 내가 흡수하여 이리 뛰어난 효과가 나왔다고 하면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

       

       헌데 중요한 건 악마가 사람 좋은 일을 해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본 앤 블러드에서 질리도록 보아서 알고 있다.

       

       계약에 있어서 거짓말을 못 한다.

       그런 제약이 있으면서도 사람을 아주 제대로 농락하는 악마의 모습.

       

       그런 놈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렇게 남 좋은 일을 해줄 이유는 없었다. 뭔가 꿍꿍이가 숨겨져 있으리라. 그럴 게 분명한데….

       

       ‘왜 아무렇지도 않지?’

       

       아무리 살펴 보아도 몸에 이상은 없다. 영혼을 불어넣으면서 내게 슬쩍 손을 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술식은 그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놈이 수작을 부렸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갑자기 나타난 악마가 나를 위해 1황자를 속이고, 얻은 영혼은 나한테 줬으면서, 덤으로 아무런 대가도 없이 흡수까지 도와주고는 유유히 떠났다는 건가?

       

       ‘…그게 말이 되나?’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할 지경.

       허나 그것 말고는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논리적인 추측이래봐야, 저 악마가 내 팬이라 아무런 대가 없이 후원을 해준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가설뿐이였으니까.

       

       결국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다시금 해야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운이 좋군.”

       

       어쩌면. 찾아온 기연은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먹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왜 악마가 그런 짓을 했는지가 무슨 상관인가.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나는 적당히 이 문제를 나중으로 미뤄 두고서 보고를 위해 렌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제국군 30사단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30사단은 애초부터 평화주의를 제일로 치는 곳이였으니 말이다.

       

       어찌나 평화주의를 사랑하냐고 하면, 낡아서 쓰지 못할 지경인 군수품 개선보다 멋들어진 골프장을 만드는 것을 더 우선시할 정도.

       

       그런 평화주의에 대한 사랑이 사람들을 감화시킨 걸까.

       

       이 넓은 공간. 

       최적의 시설을 갖춰놓았는데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다들 어찌나 배려심이 넘치는지, 가끔씩 사용할 때라 하더라도 다들 공을 치는 것보단 공을 줍는 것을 선호했고 말이다.

       

       깔끔한 스윙.

       그와 함께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걸 바라보면서 사단장은 웃었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고, 덤으로 군납품 회사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찔러넣어준 돈이 생각보다 두둑하기도 했으니.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갈 리가 없었다.

       

       헌데 그런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는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온다. 헥헥거리며 달려오는 누군가.

       

       부하 놈이 웬 이상한 서류를 들고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저토록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

       뭔가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음은 명백했으니까.

       

       “크, 큰일 났습니다!”

       

       부하 놈이 내민 서류.

       그는 그것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어보고는…. 더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사람 놀라게 하고 있네. 이게 뭐라고 그리 호들갑을 떨어?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잖냐.”

       

       저런 호들갑과는 정반대로 서류에 적혀 있는 건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항이였으니까.

       

       신입이 한 명 왔을 뿐이다.

       저번 시험에서 무슨 테러가 일어나가지고 산이 박살났다 들었는데. 어찌저찌 수습되고 시험을 다시 치뤄 합격자가 나온 모양.

       

       이름이… 시온이였나.

       

       아마 지금쯤 ‘신고식’을 치르고 있으리라.

       

       평민 출신이라고 하니 강도는 좀 심하겠지.

       분명 곤욕을 당하고 있을 테지만…. 그놈이 어찌 되었든 지금의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창 기분 좋았는데. 평민 애새끼 얘기는 뜬금없이 왜 꺼내고 지랄이야.”

       

       “그, 그냥 평민이 아니란 말입니다!”

       

       저 새끼가 뭐라도 잘못 먹었나.

       아직도 괴상한 헛소리를 내뱉으며 빽빽거리는 것이 이젠 짜증나다 못해 걱정될 지경이다.

       

       높으신 분이 꽂아넣은 거면 몰라.

       서류를 보니까 평민인 걸 넘어 고아원 출신이기까지 하던데. 그런 놈한테 무슨 빽이 있다고….

       

       “2황자님께서 보낸 사람이라고요!”

       

       “……뭐?”

       

       순간 그의 사고가 정지했다.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 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서류의 마지막 부분을 보았다.

       

       [법적인 절차상의 이유로 이곳 소속으로서 하루 머물 예정이니, 귀빈으로 대우하도록.]

       

       2황자님의 서명.

       명명백백한 황실의 인장.

       

       자연스레 식은땀이 그의 등을 타고 흘렀다.

       머릿속에서는 난데없는 퀴즈쇼가 벌어졌다.

       

       지금 2황자님이 아끼시는 인재는 무슨 짓을 당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신고식이라는 명목으로 집단구타는 물론이요 온갖 수치스럽고 더러운 개짓거리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앙심을 품은 시온이라는 아이가 2황자님께 그걸 고한다면 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번 문제는 더더욱 간단하다.

       

       어찌나 간단한 문제인지, 생각보다 먼저 입밖으로 답이 튀어나왔다.

       

       “……좆됐네.”

       

    다음화 보기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