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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레비나스의 아이스크림이!”

       

       레비나스가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란 새가 승리를 만끽하듯 우리의 위를 뱅글 돌았다.

       

       “짹짹아! 맛있게 먹어라!”

       

       레비나스가 새를 향해 뻗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입을 가린 채 킥킥 웃고는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귀한 아이스크림을 빼앗겼는데도 딱히 슬퍼하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레비나스, 아이스크림 많이 못 먹었는데 괜찮아?”

       

       “응! 같이 나눠 먹어서 더 맛있다!”

       

       “그렇구나.”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잘 먹으라 해 주는 건가.

       특유의 상냥한 마인드가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더 먹고 싶으면 또 빈 병 주우면 된다!”

       

       “응. 빈 병은 많으니까.”

       

       레비나스가 화내거나 울먹거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려는 순간, 그녀가 주머니에서 당근 스틱을 하나 꺼내 들었다.

       

       “사실 레비나스한테 더 맛있는 거 있지롱!”

       

       한여름이 만들어 준 당근 간식.

       레비나스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스틱 표면에 붙은 양념 가루가 태양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날아다니는 새의 표적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쇄애액-!

       

       스틱을 향해 강하하는 새가 보인다.

       빠른 속도였으나, 화살을 슬로우모션으로 보는 내겐 수십 번의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착하다지만, 두 번 연속으로 당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새를 잡기로 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훈련을 위해 들고 나왔던 활대를 붙잡았다.

       찰나의 시간에 녀석이 날아드는 경로를 계산했다.

       

       나를 지나쳐 당근 스틱을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 할 테지.

       녀석이 내 앞을 지나쳐 가는 시간을 계산해 있는 힘껏 활대를 휘둘렀다.

       

       휘익-! 퍽-!

       

       “삐익!”

       

       묵직한 타격감과 새의 짹소리.

       내리친 손목이 찌릿했다.

       

       “으갹?!”

       

       “······?”

       

       내 돌발 행동에 놀랐는지 레비나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허벅지를 눕고 자던 새벽도 눈을 문지르며 일어났다.

       

       “새가 당근 훔쳐먹으려 했어.”

       

       “그러냐?! 아주 욕심쟁이 새다!”

       

       “삐, 삐익···”

       

       바닥으로 추락한 새가 아직도 살아서 꼼지락거린다.

       역시나 평범한 새는 아니었다.

       

       “느읏!”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켠 새벽이가 벤치 아래로 뛰어내렸다.

       꿈틀거리는 새를 들고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먹을까?”

       

       “글쎄···?”

       

       제압하긴 했는데, 처음 보는 종류의 새인지라 먹어도 되는지 알지 못했다.

       천연기념물 같은 녀석일 수도 있으니, 일단은 소피아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녀석의 처우는 그다음이었다.

       어쩌면 별미중의 별미라 불리는 새일지도 몰랐다.

       

       

       **

       

       

       “삐, 삐이이···”

       

       겁에 질린 새의 뒷목을 잡고 소피아가 있는 마석 거래소로 향했다.

       어디에도 소피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둘러보다가 깨달을 수 있었다.

       테이블 뒤에 살짝 튀어나와 있는 파란 머리를.

       키가 작아 잘 안 보였을 뿐이었다.

       

       “소피아.”

       

       새를 들고 소피아를 향해 달려갔다.

       서류 작업을 하던 소피아가 우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더냐?”

       

       “제가 새를 잡았는데, 무슨 새인지 모르겠어요.”

       

       “흐음···?”

       

       의문을 표하는 소피아를 향해 새를 보여주었다.

       뒷목이 붙잡혀 축 늘어진 파란 새였다.

       

       “그건···”

       

       소피아의 눈이 평소보다 살짝 크게 뜨인다.

       그녀가 놀라할 정도면 절대로 평범한 새는 아닐 터였다.

       

       “뭔지 아나요?”

       

       “그래, 선물쟁이구나.”

       

       “선물쟁이요···?”

       

       “장난을 친 후에 선물을 준다고 해서 선물쟁이란다. 우리 쪽 세계의 생물인데 어쩌다가 지구로 넘어온 건지···”

       

       소피아의 눈에 생기가 맴돌았다.

       고향 생물을 보았다는 사실이 기쁜 듯싶었다.

       

       “새고기가 선물인가 봐.”

       

       새벽이가 녀석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파란 새의 몸이 파르르 흔들렸다.

       

       “···웬만하면 먹진 말거라. 수인족 아이들 앞에만 나타나는 희귀한 녀석이니까. 이렇게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란다.”

       

       “그렇군요.”

       

       먹을 수 없는 새라면 굳이 죽일 이유도 없었다.

       열린 창문의 창틀에 새를 놓아주었다.

       

       “짹짹아, 앞으로 뭐 훔쳐먹고 그러면 안 된다! 먹고 싶으면 레비나스한테 먼저 물어봐야 한다?!”

       

       레비나스가 새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푸드덕, 날갯짓하던 새의 품속에서 손톱만 한 씨앗이 떨어져 나왔다.

       

       “어?”

       

       씨앗이다.

       저게 소피아가 말한 선물인가?

       나대신 레비나스가 씨앗을 주워들었다.

       

       “땅에 심는 거다!”

       

       “응. 레비나스한테 주는 선물인가 봐.”

       

       선물이라는 단어에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기쁨을 참지 못해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리더니, 거래소의 출구로 달려갔다.

       

       “왕아! 레비나스가 이거 심을래!”

       

       “응. 난 소피아랑 대화 좀 더 하고 있을게.”

       

       “알아따!”

       

       떠나가는 레비나스의 뒤를 새벽이가 쫓았다.

       레비나스를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무슨 씨앗이려나.’

       

       레비나스가 보았던 동화책 속 제비가 떠오른다.

       다리를 부러트렸다고 괴물이 나오는 박씨를 주고간 녀석이었다.

       

       설마 한대 쳤다고 몬스터가 나오는 씨앗을 주진 않겠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비나스가 떠나간 출구를 바라보았다.

       

       “겨울이 너는 씨앗 심으러 안 가느냐? 선물쟁이의 씨앗은 상당히 귀한 건데.”

       

       “전 선물보다 소피아가 더 좋아요.”

       

       “흐, 흠··· 그러더냐.”

       

       소피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툭툭 찼다.

       

       “근데 씨앗에서 위험한 게 나오진 않겠죠?”

       

       “그럴 일은 없을 게다. 선물쟁이도 나름 영물이니까.”

       

       “다행이네요.”

       

       안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냥을 다녀온 뒤에 항상 들리는 거래소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음···’

       

       그러고 보니 소피아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구나.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하고 말이지.

       그녀의 ‘가족’으로써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소피아, 일하는 거 구경해도 돼요?”

       

       “괜찮다만, 말썽을··· 네가 말썽을 피울 리가 없겠지.”

       

       “네. 얌전히 있을게요.”

       

       “그래, 견학해 보거라. 이것도 큰 경험이 될 테니까.”

       

       “네에.”

       

       소피아의 허락도 받았겠다.

       오늘은 그녀의 옆에서 소피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

       

       

       마석 거래소 한쪽에 앉아있는 하얀 수인족 아이.

       마석을 팔러 온 사람들과 거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를 향해 꽂혀 있었다.

       

       ‘진짜 귀엽다.’

       

       자기보다 큰 의자에 앉아, 소피아의 옆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이가 상어 ‘언니’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소피아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어머, 겨울님. 오늘은 여기 있는 거예요?”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유상아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는 겨울을 바라보았다.

       겨울은 의자의 주인이 돌아왔음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견학 중이에요.”

       

       “그래요?”

       

       유상아가 의자에 앉더니, 겨울을 들어 제 무릎 위에 앉혔다.

       인형 같은 아이의 꼬리가 쫑긋 솟아올렀다.

       

       “······!”

       

       “남는 의자가 없어서요.”

       

       “그, 그냥 서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걸 못 보거든요. 막 울거든요.”

       

       “네, 네에···”

       

       뭔가 부끄럽다.

       겨울이 제 하얀 허벅지를 문질렀다.

       

       ‘야호.’

       

       겨울의 쫑긋 솟아오른 꼬리가 턱에 닿는다.

       유상아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진짜 행복하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만 품에 있다면,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일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상하는 자신의 생각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쉬지 않고 일에 열중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겨울의 질문이 너무나도 기뻤다.

       

       “이거는 무슨 마석이에요?”

       

       “이건 자이언트 오거 마석이에요.”

       

       “아하···”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이 없는 시간에만 질문해 온다.

       어쩜 이리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유상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겨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환전소의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들어온 게 그때였다.

       

       “와, 오늘 대박인디?!”

       

       “그러게.”

       

       모험가들이 두 개의 묵직한 주머니를 들고 있다.

       한 명은 소피아를 향해, 한 명은 유상아를 향해 다가왔다.

       겨울이 무릎 위에 앉아 있음을 확인한 모험가가 킬킬 웃으며 주머니를 내밀었다.

       

       “상아씨, 이거 교환 좀 해줘요.”

       

       “네. 무슨 마석인가요?”

       

       “블루 라이거 마석이요. 거의 씨를 말리고 왔다니까요?”

       

       블루 라이거.

       일반 호랑이와 사자형 몬스터가 섞여 생긴 신종 몬스터였다.

       모험가는 제가 잡은 몬스터를 자랑하듯 주머니 속 마석을 탈탈 털었다.

       푸른빛을 띠는 영롱한 마석 하나가 유상아 앞까지 굴러갔다.

       

       “품질이 상당하네요···?”

       

       전부 상등급이다.

       마석의 상태를 살피던 유상아는 겨울의 상태가 이상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삐쭉 솟아오른 귀와 꼬리.

       몸을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흘린다.

       

       어디 아픈가? 왜 갑자기?

       고민하던 유상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수인족 아이에게 같은 과의 마석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하루에도 수백 종류의 마석이 들어오는 거래소였다.

       그런 장소에 아이를 앉혀뒀으니, 언젠가는 고양잇과의 마석도 볼 수밖에 없을 테지.

       

       “아···”

       

       모험가와 유상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수인족 아이들이 많이 있기로 유명한 여명길드 인지라, 길드를 들락거리는 모험가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수인족 아이에게 절대로 같은 과 몬스터의 마석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는 것을.

       

       이거 시체 무더기를 보여준 것과 같은 거라는데.

       내가 해버린 건가···?

       

       뒤늦은 깨달음에 모험가는 숨이 막혀왔다.

       축 가라앉은 겨울의 귀와 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누군가 주머니에서 시체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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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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