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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황제는 그 많은 고아 중에서, 그런 능력 있는 존재를 ‘어떻게’ 찾아서 모았을까.

        

       황제의 아이들이 수백 수천 명씩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사들을 파견해서 찾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플레이어들의 추측이 있기는 했다. 어쨌거나 황제는 ‘모종의 방법’으로 그런 능력 있는 아이들을 모았을 거고, 아마도 그 ‘모종의 방법’은 클레어, 혹은 다른 황제의 아이들의 혈통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나는 그 진실을 보기 전에 게임 속의 세상으로 들어와 버렸지만.

        

       그런데 그 ‘모종의 방법’이 ‘자기 피를 섞는 것’인 줄은 몰랐지.

        

       만약 그랬다면 황제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자신감 넘치는 인간일 것이다. 아니,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심이라고 해도 좋을 거다. 자기 자식은 자기를 닮을 거라고,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닮을 거라고 당연하다는 듯 생각했을 테니까.

        

       최대한 피를 널리 퍼뜨려서…… 귀족과 피가 섞이면 정치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으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자기 피를 퍼뜨리고, 그중에서 ‘능력 있는’ 자식들만 데려다가 쓴다.

        

       허.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황제의 아이들’의 예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가 현 황제 대에 와서야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전 황제 중에도 그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던 황제가 있었고, ‘그러지는 않았다’라고 알려진 황제들에게도 그런 최정예 친위대는 있었다.

        

       핏줄에 대한 자만심은 황제뿐만이 아니라 황실 전체가 가진 자만심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렇다고 한다면…….

        

       원작에서 그 자리에 없었을 나는, 원래 황제가 노리고 있던 ‘자기 자식’은 아닐 것이다. 원래 내가 있을 자리에 있어야 했을 사람은 클레어니까.

        

       만약 황제가 그저 씨앗을 뿌릴 생각이었다면, 상대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그 여자가 낳은 자식이 어디로 갔는지 정도만 신뢰할 수 있는 존재를 파견해서 감시하고 있었겠지. 상대의 머리카락 색이 파란색이건, 검은색이건…… 황제에게 중요한 것은 아닐 거다.

        

       “와…….”

        

       의자에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나는 그런 결론을 얻은 뒤 혼자 감탄했다.

        

       만약 나를 이 세계에 심은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정말 적절한 곳에 나를 집어넣었다. 하필이면 엮어도 출생의 비밀과 엮어버리다니.

        

       게다가 나에게 준 능력도 그렇다. 검술이니 뭐니, 평생을 바쳐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재능보다는, 직관적으로 내가 잘못했을 때 뭔가 고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넘긴 것이다.

        

       그리고…… 황제는 내가 싸우는 방식이 그 능력에 기대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나를 자기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황제는 나와 클레어를 착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루카스가 클레어가 아닌 나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나는 루카스를 찾아야 한다.

        

       *

        

       아마 루카스는 자기가 황제의 친아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사실 닮은 구석이 별로 없기도 했다. 게다가 정황상, 루카스의 고아 시절도 클레어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비참했을 가능성이 컸다.

        

       ‘당연히’ 황가의 피가 흐를 거라고는 생각 못하겠지. 세상 어느 누가, 아무리 서자라고는 하지만 그 자식이 그런 곳에서 구르도록 둘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그러니 나는 루카스에게 가서 어째서 나를 골랐는지, 루카스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들어야 했다. 그래야 상황에 대한 확신이 설 테니까.

        

       빌어먹을 황제는 나에게 그 폭탄을 던진 뒤 ‘나머지는 알아서 맞춰봐라.’ 하듯 웃기만 했고.

        

       문제는 나는 루카스가 어디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벨라와 다른 한 명은 벌써 임무에 투입되었다. 사실 두 사람은 황제의 아이 중에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쪽이었으므로 활용할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언제나 바빴다. 벨라의 경우도 따로 임무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를 볼 일이 없었겠지.

        

       그래서, 나는 당장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형제’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루카스?”

        

       제이든은, 루카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미간을 팍 찡그렸다.

        

       “루카스가 있는 곳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다행히, 그렇게 말하는 제이든은 딱히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짜증의 방향은 루카스였다. 황제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제국 최강의 기사인 제이든의 눈으로 볼 때는 불충이었으니까.

        

       나는 2대8 비율로 확실하게 갈라진 제이든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이 머리카락 색이 황제나 앨리스와 상당히 비슷한 색으로 보였다. 물론 그것을 근거로 삼는 것은 어렵겠지. 제국에 금발이 한두 명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린 뒤에 이런 금발을 보니 생각이 달리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황실 검법을 철저하게 배워서 익힌 제이든이지만, 이 제이든도 클레어나 벨라처럼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겠지.

        

       어쩌면 우아함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리라.

        

       “그렇습니까.”

        

       “왜, 무슨 일이라도 있나? 걔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아닙니다.”

        

       내 대답에, 제이든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싸던 짐을 계속 쌌다. 커다란 트렁크 안에 척척 들어가는 짐들은, 정말 어떻게 하면 저렇게 넣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퍼즐처럼 딱딱 각을 맞춰 들어가 있었다.

        

       내심 감탄하면서 나는 물었다.

        

       “어디로 파견이라도 가십니까?”

        

       “그렇지.”

        

       제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짐을 쌌다.

        

       “북부 쪽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으니까. 네 활약 덕분에—”

        

       그 말을 하면서 제이든은 내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그 표정에는 대놓고 자랑스럽다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순간 등에 소름이 돋을 뻔했지만, 나는 일단 꾹 참았다.

        

       “—군벌 하나를 궤멸시킬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비슷한 규모의 군벌들이 넘쳐나니까. 자치국과 전쟁을 할 것도 아니니 군대를 쏟아부을 수는 없지만, 확실하게 힘이 될만한 이레귤러 하나만 있어도 전투에 굉장한 도움이 될 거다.”

        

       그렇게 말하며, 제이든은 열려있던 트렁크를 탁 닫았다.

        

       “북부……”

        

       앞으로 황궁 안에 있는 황제의 아이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조금 암담해지려다가,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이동 수단이 어떻게 되십니까?”

        

       “최대한 빠르게 와달라고 했으니, 아마 보급선에 함께 타서 갈 것 같다만?”

        

       보급선이라는 건 일반적인 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근처에 바다나 거대한 호수가 있다면 그런 의미였을지 모르겠지만 육지에서 육지로 움직이는 보급선은 ‘비행선’을 의미한다.

        

       수송선의 속도는 공중전함 드레드노트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기껏해야 시속 100km.

        

       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이니 당연히 목적지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간다. 중간에 멈추지도 않고. 그러니 실질적으로 도착하는 시간은 기차보다 빠르다.

        

       “혹시 그 수송선에 제가 함께 탈 수 있겠습니까?”

        

       방학 끝나기까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급했다.

        

       “음?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군용 보급선이니…… 너를 의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만, 그런 곳에 타려면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 나는 이미 일주일쯤 전에 소속을 마쳐뒀지만, 너라면……”

        

       자기 지위로 뭉개버리고 태우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제이든의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면모가 명확하게 보인다. 황제도 그래서 제이든을 ‘대놓고 움직이는 쪽’으로 쓰는 거겠지.

        

       “제가…… 급한 일이 있습니다.”

        

       “급한 일이라.”

        

       제이든은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 물었다.

        

       “혹시 황제 폐하의 명령과 관련 있는 건가?”

        

       어…….

        

       그건 아닌데.

        

       다른 이유를 대면서 둘러댈 수도 있지만, 제국의 기사라는 신분답게 제이든은 이런 면에서는 깐깐한 면이 있었다. 만약 내가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분명히 황제한테 확인해볼 것이다. 나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일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고 명령을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

        

       “실비아?”

        

       갑자기 말이 없어진 나를 앞에 두고, 제이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아.

        

       그렇다면.

        

       제이든의, 빈틈을 노리는 쪽이 낫겠지.

        

       나는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킨 뒤,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아 쥐었다.

        

       그리고, 제이든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제이든은 나보다 키가 컸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오…….”

        

       “오?”

        

       내가 말을 하다가 중간에 끊자, 제이든이 되물었다.

        

       “오……라버니.”

        

       차마 ‘오빠’라는 말을 뱉을 수는 없어서, 나는 내 캐릭터성에 맞는 극존칭을 사용했다.

        

       그래, 이건 내 캐릭터성일 뿐, 내 의지로 뱉은 말은 아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자.

        

       얼음처럼 굳어버린 제이든을 앞에 두고, 나는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했다.

        

       “오라버니…… 부탁이에요?”

        

       “…….”

        

       제이든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한참 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실패한 건가 싶던 찰나.

        

       제이든은 그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더니, 다시 이마를 짚었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눈은…… ‘이런 말괄량이를 봤나’하는 감정이 달려있었다.

        

       “이런 이런.”

        

       나는 곧바로 내가 했던 말을 후회하며 시간을 되돌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 동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걱정하지 마라, 실비아. 이 ‘오라버니’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진짜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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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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