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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이 미친 주술사 놈이…. 나를 호구 새끼로 아나. 어디서 되지도 않는 개수작을 부려?”

         

       성민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는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몸의 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 기가 흐르며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가뜩이나 엄청난 신체 능력을 더더욱 증폭을 시켜주었다. 게다가 몸에 흐르는 기는 물처럼 흐르는 다른 무인과는 다르게 기름과 비슷하게 끈적하고 진득한 형태로 흘렀다.

         

       그는 끈적하게 뭉치는 기를 머금은 채 진성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달려들면 안 됩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덜덜 떨고 있던 장교의 제지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왜?”

       “후, 후우.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됩니다! 공격하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더 커져요!”

         

       장교는 숨을 헐떡이며 성민혁에게 달려오고는 소리쳤다.

         

       “복채가 아니라 삯입니다! 점술사가 사기 치는 것 같은 게 아니에요!”

         

       복채.

       삯.

         

       그것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성민혁은 장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장교는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하려다가도, 진성의 몸에 달라붙은 지폐가 흐느적거리며 형상을 이루는 것을 보고 다급해졌는지 성민혁의 앞에 선 채 소리쳤다.

         

       “삯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질문인가?”

         

       장교의 물음에 지폐로 빼곡하게 휘감긴 머리통이 움푹 패며 입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말을 하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소리를 내뱉었고, 장교는 그 말에 잠시 눈이 몽롱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뺨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고는 성호를 그렸다.

         

       “질문이 아닙니다! 마땅히 알려야 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 지적해주었는데 이것이 어떻게 질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장교의 말에 진성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삯이란 무엇인가. 삯이라는 것은 일했을 때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대가이며, 무언가를 이용했을 때 반드시 내야만 하는 것이니.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땅한 예의이며 계약. 유형이든 무형이든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는 마땅한 대가이니라.”

       “복채와의 차이도 말해야지요!”

       “거 까탈스럽기도 하구나.”

         

       진성은 장교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눈이 있어야 할 곳이 움푹 패며 빈자리를 만들어내었고, 꿈틀꿈틀 움직이는 잉크가 한 군데에 모여 그림으로 그린 듯한 까만 눈동자를 그려내었다.

       눈동자는 장교를 쳐다보다가 슬쩍 휘어지며 호선을 그리니.

         

       “어디서 주술 좀 주워들었나?”

         

       그 모습이 눈웃음을 짓는 것과 같았다.

         

       “좋구나! 좋아. 주술이란 문화의 뿌리요, 문명의 씨앗이니. 그것을 아는 것만큼 교양 있는 이가 없고, 이에 관심을 가지는 이만큼 훌륭한 이가 없다. 그래, 말을 해줘야지. 주는 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 받을 수 있을까! 하하하, 그 전에. 보자. 그래, 어디 보자. 네 이름이 어찌 되는가. 그래, 아이고. 보인다 보여. 보이-는-구-나.”

         

       눈을 이루고 있던 잉크는 미간 부분으로 모여 커다란 눈동자 그림이 되었다.

       그림 속 눈동자는 실제 사람의 동공이 움직이는 듯 팽창하고 수축하기를 반복하더니, 장교의 군복에 오바로크로 새겨진 이름 석 자를 읽어내었다.

         

       “그래. 천희수. 너 천희수야. 이름 석자가 참으로 잘 지었으니, 허. 작명에 크게 뜻을 가진 이가 지은 이름이로다. 보자. 이름 석 자에서 읽히는 것이….”

       “점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냥 복채와 삯의 차이나 설명해주십시오!”

       “허.”

         

       진성은 자신의 말을 딱 잘라버리는 장교, 천희수를 보며 다시 웃었다.

         

       “참 잘도 배웠다. 보아하니 네 글자로 이루어진 신을 섬기는 것 같은데, 너에게 그것을 알려준 것은 필시 신성술사렷다. 하하하하하하!”

         

       진성은 미친 듯 웃었다.

       그 웃음에 커다란 즐거움이 담겨 소리를 품었으니, 그 웃음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긴장에 간신히 서 있는 군인들의 다리에 힘을 빠지게 해 주저앉히기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웃음은 한참이나 이어지다가 시간이 다 되기라도 한 듯 뚝 그쳤고, 진성은 순식간에 얼굴에서 눈을 지워버리곤 입만을 남겨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입이 뻐끔거릴 때마다 지폐가 진동하였고, 그 진동에 맞춰 잉크가 꿈틀거리며 지폐에 그려진 인물들의 얼굴을 움직였으니.

       그 모습이 수많은 영혼이 각자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 같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복채는 점의 대가이니. 오직 그 인과는 점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것인즉. 점쟁이는 점을 치기 위해 미래를 보고 대가를 지불하였고, 점을 치는 이는 그것을 들었으니 점쟁이가 지불한 대가만큼의 가치있는 것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오직 점을 중심으로 한 거래인즉, 그 무게는 참으로 평등하고 또 평등하다. 거기엔 모자람도 더함도 없으니. 무형의 것이 가치가 있어보인들 유형의 것과 비교해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으니 참으로 공평한 주고받음이라!”

       “그런데 삯이란 무엇이냐? 중간에 낀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일을 시킨 이와 일을 한 이만이 있는 거래인즉. 일을 받은 이는 만족할만한 대가를 받아야 하고, 일을 시킨 이는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삯이니라.”

         

       장교는 진성의 설명이 끝나자 성민혁에게 속삭였다.

         

       “이해하셨습니까?”

       “아니.”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당하기 짝이 없는 대답.

       자신의 무지함을 결코 숨기려 하지 않는, 공자가 보면 ‘저것은 내가 가르칠 수가 없는 사람이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도 남을 대답이었다.

         

       장교는 ‘모르는 게 뭐 문제가 되나?’라며 자신에게 오히려 되묻는 성민혁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고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만 추출해서 쉽게 설명해주었다.

         

       “복채는 정가만 내면 되는데, 삯은 흥정을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뭐? 그럼 내가 저놈이랑 흥정을 해야 한다는 소리냐?”

       “…네, 뭐. 대충 그렇습니다.”

       “겨우 그거를 뭐 그렇게 어렵게 설명을 하고 있어. 거 서로 가격 합의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니냐?”

         

       성민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진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봐, 주술사 양반. 무슨 개수작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똑똑한 양반 덕분에 다 탄로가 났구만? 엉?”

       “흐흐흐.”

       “거 내가 주술에 당한 것도 대충 알겠고, 뭐 지불해야 문제 없다는 것도 이해는 했어. 그러니까.”

         

       성민혁은 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두 번 접어 진성의 발치에 집어 던졌다.

         

       땡그랑.

         

       “이거 받고 꺼지시지.”

         

       그 말에 진성은 아주 작게 ‘흐’ 하는 소리를 흘렸다.

       이윽고 작은 소리는 커다랗게 변했고, 숨과 함께 토해졌던 짤막한 소리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되었다.

         

       “흐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미라는 웃겨서 참을 수 없다는 듯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마치 배꼽이 빠져버릴 것 같다는 듯, 배꼽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고 또 뒹굴었다.

       그렇게 뒹굴던 미라가 손을 놓자 배꼽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거기서 무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사사사사사삭.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닮은 소리와 함께 뱃가죽에 뚫린 구멍에서 황금 실이 튀어나오더니 진성의 몸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가면을 만들어내었다. 가면의 형태는 아까와 엇비슷하지만, 더더욱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모자 부분에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쓸 법한 모자 형상이 만들어졌고 그 아래에는 성민혁과 똑 닮은 얼굴이 새겨졌다.

         

       “세 가지 질문은 참으로 기이한 의미를 품고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설에서.”

       “신화에서.”

       “민담에서 수없이 등장한 것이 바로 세 가지 질문이니라.”

         

       진성은 성민혁의 얼굴을 밀랍으로 본떠 만든 데스 마스크(death mask)같은 가면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고, 성민혁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겠다는 듯 가까이 가져다 대기도 하였다.

       그리고 진성의 몸에 그려진 얼굴과 가면의 입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여럿이 한 사람에게 달라붙어 정신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유대인을 내쫓으려 한 영주가 있었다. 영주는 세 가지 질문을 하였고, 그 질문에 대답한 결과 유대인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이는 질문에 대답해준 현명함의 대가인즉. 아, 참으로 부럽고도 부럽다.”

       “저승사자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한 소년은 부귀영화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아, 질문의 대가가 참으로 값지구나. 너무나 부러워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왕의 세 가지 질문을 들은 아흐마드가 천사의 귀띔을 받아 정답을 말하였으니, 그 앞길에는 오직 천사가 깔아놓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뿐이라. 아, 계약자 아흐마드. 천사의 계약자 아흐마드. 천사가 말한 비밀스러운 지식과 지혜로움을 품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았네. 아, 참으로 부럽고도 부럽다.”

       “지혜를 시험하는 세 가지 질문이 있으니 그것에 대답하면 현명한 이가 되는 것이요. 그 현명함은 참으로 비범한 것이니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하다. 그러니 그 대가는 참으로 값진 것일 터이니, 아. 참으로 복되고 복된 일이다.”

         

       그렇게 여러 입으로 말하던 진성은 갑자기 꾹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실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내가 대답한 것들은 지혜로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던 바. 하니 오직 나는 내가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질문을 던지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삯이요, 자네가 나에게 지불해야 하는 대가로다.”

         

       진성은 지폐에 감싸져 뭉뚝해진 손을 가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곤 가면의 입가를 잡고 찢듯이 위로 올려 기괴한 웃음을 만들어내었다.

         

       “내가 올바른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였듯. 너 역시 올바른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니라. 그것이 딱 세 가지일 것이니, 오직 그 세 가지만 답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니라.”

         

       진성은 그 말을 내뱉고는 손을 들어 그들의 뒤편을 가리켰다.

         

       “또한, 위대한 쉐세프 앙크(Shesep ankh)의 힘이 서려있으니, 질문에 답하기 전까지 길은 트이지 않을 것이요 너희 누구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으리라.”

         

       인간의 욕망과 집념이 담긴 지폐를 붕대처럼 휘감고.

       가짜로 만들어진 사람의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사람을 현혹하는 금속인 황금만을 껍데기처럼 두르고 있는 인형.

         

       진성이 조종하는, 진성을 대신하는 인형이 이집트에 존재했던 괴물을 따라 하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이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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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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