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3

       

       

       

       

       

       133화. 마지막 시련 ( 6 )

       

       

       

       

       

       “꺄아으으윽ㅡ! 아아악ㅡ!”

       

       “숨! 숨 쉬어요! 힘 주고! 날 따라 해요! 후, 후ㅡ!”

       

       “리, 리아. 맙소사 다섯 신이시여 리아에게 힘을…”

       

       “이, 이리로 오게 데모닉. 우리 함께 기도를ㅡ”

       

       “저 사람들 좀 내보내요! 정신 사납게 정말!”

       

       

       방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째질 듯 들려오는 여인의 비명과 이 상황이 익숙한 듯 침착하게 지시하는 산파, 넋이 나간 듯 보이는 데모닉과 안토니오까지.

       

       소란을 틈타 몰래 방에 숨어든 케니스는 숨을 죽이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막연하게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이 거룩하고 숭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순탄하고 아름답게 탄생할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보이는 풍경은, 마치ㅡ

       

       전쟁과도 같았다.

       

       

       “꺄으윽ㅡ! 아으으으ㅡ!!”

       

       

       리아의 고운 얼굴은 하얗게 질려 식은땀이 온몸을 흠뻑 적셨고, 눈썹은 잔뜩 일그러져 그녀가 느끼는 고통을 나타냈다. 비명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맙소사, 맙소사… 다섯 신이시여, 제발 리아에게 힘을 주소서…”

       

       

       늘 침착하던 데모닉은 발을 동동 구르며 침상 주변을 맴돌았다. 사랑하는 여인의 비명을 듣는 것이 괴로운지, 눈빛에는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했다.

       

       

       “세상에.”

       

       

       고통과 비명.

       

       한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은 이토록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들어간 땀과 눈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케니스는 조용히 입을 막았다.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킬 셈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달이 떠오른 자리에 태양이 뜨고, 다시금 태양이 노을과 함께 물러날 때까지.

       

       이는 리아의 고통이 더더욱 길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으니.

       

       

       “응애애! 응애앵!”

       

       “딸이네, 딸! 딸이야!”

       

       

       방 안을 울리는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

       기나긴 탄생의 결실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꾸벅꾸벅 졸던 케니스는 재빨리 고개를 내밀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리아, 리아! 괜찮아?”

       

       “내, 내 아이… 내 아이는요? 내 아이는… 무사해요?”

       

       “여기 봐요! 어휴 곱다! 아이가 엄마를 쏙 빼닮았네! 아기 목 조심해서 받치고, 옳지.”

       

       

       산모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천에 감싸서 들고 있었다. 몰래 아기의 얼굴을 확인한 케니스는 작게 경악했다.

       

       

       ‘저게 나라고?’

       

       

       저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얼굴이 자신이라니!

       

       차라리 갓 태어난 고블린이 더 귀여울 지경이었다.

       

       주름이 가득하고 징그럽고 온몸이 붉은 아기도 리아의 눈에는 보물처럼 보였는지,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그간 그녀가 겪은 산통을 반증하듯 살짝 수척해진 볼을 따라 눈물이 흐른다.

       

       

       “내 아이. 내 아가… 흐윽- 닉, 이거 봐. 우리, 우리 아기야… 흑-”

       

       “리아,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고… 너무 고마워.”

       

       

       리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고, 데모닉은 리아를 품에 안았다. 

       

       케니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품에 안고 눈물을 나누는 그 모습은… 그녀가 봐온 그 어떤 성화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너무나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케니스는 그 모습을 눈에 새겼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그녀의 어머니를 마음에 새기며, 조용히 바라보았다.

       

       

       

              * * * * *

       

       

       

       사제 로페누스는 요 며칠동안 불경한 망상에 빠져 있었다. 터무니없고, 현실성 없고 우스갯소리조차 될 수 없는 그런 망상 말이다.

       

       발단은 작은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만신전의 대서고에서 논문의 참고 자료를 위한 고서를 찾다가 우연히 본 글귀에서 시작된 망상.

       

       [별빛.

       그것은 가장 순수한 태초의 힘이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순수하고.

       순수하기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동시에 양날의 검처럼 선과 악의 개념없이ㅡ]

       

       

       로페누스는 생각했다.

       

       그래.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인간의 몸으로 충분한 양의 별을 품는다면, 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제 로페누스의 머릿속은 이러한 망상으로 가득 찼다.

       

       다른 이가 안다면 불경하고 끔찍한 망상이라면서 단번에 이단이라 소리치겠지. 로페누스도 그 사실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끔찍하고 이단적이며 모독적이고 불경한 생각이다.

       

       감히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되려 하다니.

       

       허나.

       

       다섯 신의 기나긴 침묵은 필멸자들에게 하염없는 기다림을 강요했다.

       

       악마와 이단이 들끓고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

       대륙의 곳곳에서 피를 피로 씻는 전쟁이 이어졌고, 전쟁은 또 다른 복수와 피를 원하며 꼬리를 물 듯 이어졌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이는 신을 부르짖었다. 무정하게 내려보는 하늘을 향해, 대답 없는 신을 애타게 찾는다.

       

       현실이 삭막하고 잔인하여, 죽음은 도피처가 되어버린 시대.

       기적이 간절한 시대였다.

       세상은 구원을 필요로 했다.

       

       

       ‘인간이…’

       

       신이 된다.

       

       필멸자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불멸자의 영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로페누스! 정신 차려! 어떻게 이런 끔찍한 발상을!’

       

       

       멍하니 공상을 이어가던 로페누스는 불현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이런 불경한 생각이라니!

       

       애초에 인간이 어떻게 별빛을 견딘다는 말인가. 별빛은 그야말로 순수한 태초의 힘이거늘.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망상이지. 인간이 별빛을 타고나거나 해야지 그 힘을 견딜 터인데…’

       

       

       로페누스는 자신이 무언가에 홀린 것이 분명하다며 멈춰있던 걸음을 옮겼다.

       

       

       ‘리아가 여자 아이를 낳았다고 했으니, 향이 좋은 꽃이라도 몇 송이 가져가야겠어.’

       

       

       얼마 전, 리아가 그녀를 쏙 빼닮은 여아를 낳았다는 경사가 들려왔다. 비록 그때에는 용무가 바빠 들리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꽃과 약간의 과일을 들고 얼굴을 보러 갈 참이었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은 참으로 자연의 이치고, 리아와 아이가 모두 무사한 것은 신의 은총이니.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잠시 얼굴을 비추고 축복이라도 하는 것이 옳았다.

       

       가는 길에 신선한 과일과 향긋한 꽃 몇 송이를 준비한 로페누스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따라 걷자 기도실이 나타났다. 모든 이에게 활짝 열린 기도실은 항상 기도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다섯 신이시여, 부디 제 아들이 살아서만 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 늙은 어미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제발, 제발 살아서 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크흥- 저, 저희 엄마가… 많이 아파요… 막 피도 토하고, 밥도 못 먹고… 흐윽- 아, 앞으로 기도도 열심히 할 테니까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 네?”

       

       

       저마다 딱한 사연이 가득하다. 만신전에서는 이들을 최대한 돕고 있지만, 사람의 손으로 강물을 막기는 어려운 법.

       

       시대가 미쳐 돌아가고,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했다.

       

       로페누스는 고통 가득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참으로 맑고 티 하나 없어서, 도리어 무정해 보였다.

       

       

       ‘신께서는 어찌하여 지상을 돌보지 아니하십니까? 이들의 고통과 울음으로 탑을 쌓았다면 진즉 하늘에 닿았을 터인데… 저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쓴 입맛을 뒤로하고, 로페누스는 리아가 요양 중인 방으로 향했다.

       

       똑 똑-

       

       산모와 아이가 있는 방이다. 로페누스는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잠시 시간이 흘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설마 아무도 없는 걸까?

       

       똑 똑-!

       

       조금 더 크게 노크해도 마찬가지.

       

       

       “데모닉, 리아. 나, 로페누스인데. 들어가도 되겠나?”

       

       “…”

       

       

       침묵. 로페누스는 당혹스러웠다. 한창 바쁜 논문과 연구를 제쳐두고 온 것인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시간이 날지 알 수 없다.

       

       

       “…들어가겠네?”

       

       끼익-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산모와 아이를 위한 청결한 방. 침상에는 리아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새액- 새액-

       

       햇빛을 맞으며 노곤하게 잠든 리아. 그녀의 침대 옆에는 아기용의 작은 침대가 있었다. 아마 그곳에는 리아의 딸이 잠들어 있겠지.

       

       

       ‘자고 있었구나. 조용히 선물만 두고 와야겠어.’

       

       

       근처의 펜으로 짧은 편지를 적은 로페누스는 조심스럽게 방 가운데에 과일과 꽃을 내려뒀다. 발걸음을 죽여 방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우음… 닉, 그건 싫…어…”

       

       샤아아ㅡ

       

       불현듯 리아의 잠꼬대와 함께 무언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 가루와도 같은 것들이 저들끼리 부딪치며 흐르는 소리.

       

       

       “음…?”

       

       

       로페누스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잠든 리아의 손을 내려봤다.

       

       보았다.

       

       보고야 말았다.

       

       리아의 손을 타고 침대를 따라 흐르는 별빛.

       찬란하고 작게 빛나며 저들끼리 부딪치는 별빛의 흐름.

       

       그것은 태양 아래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은하수의 무리.

       순수한 태초.

       

       

       ‘저건…!’

       

       별빛이다.

       

       쿵ㅡ 쿵ㅡ 쿵ㅡ

       

       

       로페누스이 눈이 커다래졌다. 호흡이 잔뜩 거칠어졌고, 손이 거칠게 떨려온다. 리아의 손을 따라 흐르는 저 별빛!

       

       고서에 나왔던 그 별빛이 분명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별 안에 타고 흐르는 그 힘을!

       

       별빛이 그에게 손짓한다. 와서 자신을 취하라고. 취하고 탐하여 신을 만들라고.

       

       왜 리아에게 별빛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를 숨겼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리아에게 별빛이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쿵ㅡ 쿵ㅡ 쿵ㅡ

       

       미친 듯이 뜀박질하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온몸을 적신 땀이 흥건하고, 호흡은 거칠어져 전력 질주를 한 사람과 같았다.

       

       로페누스의 손이 천천히 별빛으로 향한다. 별빛에 손이 닿기만 한다면, 그 힘을 다룰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힘을 이용한다면!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내, 내 손으로… 신을 만들 수 있어!’

       

       

       전능감. 

       

       이 비참한 기다림을 끝낼 신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

       

       시대는 신을 필요로 한다. 사악한 자는 선하고 나약한 자를 짓밟고 취한다. 힘없는 자들은 굶주리고 빼앗기며 죽어간다.

       

       구원이 필요했다. 절대적인 신이 필요했다. 이 모든 혼란을 끝낼 신이!

       

       자신이 할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이!

       별빛으로 신을 만들 수 있다.

       

       

       “ㅡ 리아가… 그래서 말입니다ㅡ”

       

       “흡!”

       

       

       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리아의 손을 휘감았던 별빛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로페누스는 빠르게 손을 거두고, 표정을 관리했다. 

       

       저도 모르게 별빛에 이성을 잃었다지만, 이를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끼익ㅡ

       

       “그때는 얼마나 웃겼는지ㅡ 아? 로페누스 사제님, 여긴 어쩐 일로…”

       

       “데모닉, 그리고 안토니오 대사제 님. 노크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먼저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지. 아, 이건 선물이네.”

       

       

       데모닉과 안토니오가 방에 들어왔다. 로페누스는 태연하게 데모닉과 안토니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방을 나섰다.

       

       

       “벌써 가십니까? 리아가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 조금 더 계시지 않고ㅡ”

       

       “미안하군. 연구 중인 논문이 바빠서 말이야. 지금도 잠깐 시간을 내서 온 거라 조금 힘들군. 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도하지.”

       

       탁.

       

       

       로페누스는 조용히 문을 닫고 복도를 걸었다.

       정적과 침묵이 가득 찬 복도.

       

       로페누스는 보았다. 무한한 그 힘의 편린을 마주했다.

       

       가능성이 보인다.

       할 수 있다.

       

       전쟁과 악의가 가득한 이 세상을 구원할, 악인을 심판하고 기적을 내릴 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빛이 필요하다. 막대한 양의 별빛이.

       

       그리고 그릇이 필요했다. 별빛을 담을 그릇. 신이 되어줄 제물.

       

       

       ‘…동지가 필요하겠어.’

       

       

       로페누스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 혼자서 이 모든 일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별빛을 모을 방법에, 그릇으로 별빛을 옮기는 방법.

       

       별빛으로 신을 만드는 방법까지.

       

       연구할 것들 투성이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고 말고! 이 더럽고 잔인한 시대를 끝낼 신을 만들 수 있어!’

       

       

       별빛을 이용한다면, 할 수 있다.

       

       기도에 침묵하는 신이라면, 불의를 봐도 심판하지 않는 신이라면.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신이라면.

       

       인간성을 지닌 신을 만드리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자신의 손으로 신들의 긴 침묵을 끝낼 것이다.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는 로페누스의 눈에는 확고한 결심이 일렁거렸다. 그 눈빛은 뒤틀리고 또 뒤틀려서.

       

       도리어 정상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를 기쁘게 합니다!!

    – ‘신선우’님!! 귀중한 후원!!! 감사합니다!!!! 제 최애 영화가 전우치여서….ㅎㅎ!! 말씀해주신 점, 항상 감사합니다!!! 악!!!!!!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