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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우리의 앞 순서 2팀의 무대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너와 나의 손이 맞잡은 이 순간.

         

       -시작되는 우리 story.

         

       -I’ll make you so high!

         

         

       먼저 박유정이 곡의 컨셉에 맞게 활기찬 시작을 알리며 활기찬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거기에 더해지는 다른 팀원들의 칼군무.

         

       그리고….

         

         

       -나와 함께 가 보자.

         

         

       마치 비보잉을 연상케 할 정도로 현란한 나한나의 댄스 브레이크.

         

       “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함께 가 보자!”

         

       곡의 제목은 <Energetic Start!>

         

       1군 아이돌 롤링원의 1집 타이틀곡이자 가장 알려진 곡이라 관객들은 떼창을 하며 크게 호응했다.

         

       그리고 2팀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무대를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갔다.

         

       마치 대학축제를 연상케 할 정도의 뜨거운 열기.

         

       <Energetic Start!>는 꿈을 찾는 청춘의 자유와 희망이라는 컨셉을 담고 있는 곡이기에 지금의 모습은 그저 2팀이 완벽하게 곡을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1만 명의 관객들이 하나 되어 무대를 즐기고 2팀은 그 거대한 열기 위에서 춤추며 노래한다.

         

       이보다 완벽한 무대가 있을까.

         

       그리고 그 완벽한 무대 중에서도 역시 돋보이는 것은….

         

         

       -We are young!

         

       -We are energetic!

         

       -원하는 건 모두 이루자.

         

         

       역시나 유 설이었다.

         

       유 설은 방금 전 내게 무릎을 꿇을 때의 초조함은 어디에도 없이.

         

       마치 지금 이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마치 접신을 해서 지금 이 무대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처럼.

         

       현란한 춤과 풍부한 표정으로 1만 명의 관객들을 휘어잡으며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스륵-, 슥.

         

       누가 봐도 수십 수백 번은 맞춰 본 듯 딱딱 들어맞는 칼군무.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그 일관된 동작에서 유 설이 표정 연기와 작은 손짓 눈빛 등 디테일을 통해 자유를 표현했다.

         

       마치 이리 와서 같이 춤추자고 말하는 듯한 유 설의 눈빛에서…, 대기실에 있는 우리 1팀도 몸을 움찔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정말 미쳤군.’

         

       <Energetic Start!>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거기에 곡 분위기가 가벼워서 내심 파이널 경연에는 맞지 않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팀의 무대 분위기는 가벼운데다 하늘하늘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 가벼움이 쌓이고 쌓여서.

         

       화아아아아-!

         

       이곳을…, 이 넓은 공연장을 덮어 버릴 정도의 거대한 파도로 만들어 냈다.

         

       나를 비롯하여 우리 1팀은 그런 2팀의 무대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뚝.

         

       “어?”

         

       유 설의 프리코러스 부분을 앞두고 갑자기 끊긴 노래.

         

       2팀의 무대를 홀린 듯이 보고 있던 우리 1팀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중얼거렸다.

         

       “…뭐야?”

         

       “설마 음향사고야?”

         

       “어떡해…!”

         

       지금까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하필이면 이 중요한 순간에 음향사고라니.

         

       실제로 카메라에 잡힌 유 설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에 음향사고임을 눈치챈 관객들은….

         

       “아아아아아아-!”

         

       하나 되어 원망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 너무나도 잘 즐기고 있었는데 왜 하필 지금.

         

       관객들의 하나 된 목소리에서 그들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거대한 파도 앞에…, 거대한 둑이 세워지며 그 흐름이 막혔다.

         

       흐름이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리고 흐름이 막힌 지금 이 순간은 그대로 무대를 망쳐 버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하지만….

         

       씨익.

         

       ‘…음향사고가 났는데 웃는다?’

         

       카메라에 잡힌 유 설은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악동처럼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건 새로운 시작-!

         

         

       “……!!!!”

         

       생라이브인 것을 인증하듯 MR없이 그대로 무대를 이었다.

         

       단순 마이크만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유 설의 고음에 나를 비롯해 우리 팀 그리고 1만 명의 관객들은 얼어붙었다.

         

       “3옥타브 후반대….”

         

       내 옆에서 이혜정이 유 설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너랑 함께 가고 싶어-!!!

         

         

       3옥타브 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유 설의 목소리.

         

       마치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오르는 그녀의 고음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뚫어 버렸다.

         

       “4옥타브…!”

         

       “와아아아아아-!!!!!!!”

         

       이혜정의 놀람과 함께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함성.

         

       유 설의 프리코러스는 흐름을 막고 있던 거대한 둑을 부수고 더 큰 파도를 만들어 냈다.

         

       ♪♬♪-!! ♬♬-!!!!

         

       이윽고 이에 화답하듯 다시 흘러나오는 노래.

         

       이에 2팀은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후렴을 펼쳤다.

         

         

       -이건 우리의 시작.

         

       -같이 가자, 신나게 가자.

         

       -This is energetic start!

         

         

       “와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덕분에 관객들의 호응과 함성은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2팀은 그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고, 화답하며 이곳의 주인을 자신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관객들의 거대한 열기가 2팀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며….

         

         

       -가자, 내 손을 잡아.

         

         

       유 설의 엔딩 포즈와 함께 무대는 끝이 났다.

         

       “와아아아아아아-!!!!”

         

       “유 설-!!!”

         

       “박유정-!!!!”

         

       “나한나-!!!!”

         

       “앵콜-!!!!!”

         

       “앵콜!!!!”

         

       “꺄아아아아아아-!!!!”

         

       “앵콜-!!!!”

         

       지금 누가 이것을 아이돌 연습생들의 경연으로 볼까.

         

       관객들의 끝나지 않는 앵콜 세례는 마치 세계적인 가수의 내한공연을 연상케했다.

         

       2팀은 그런 관객들을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 주며 자신들을 향한 투표를 독려했다.

         

       나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여운을 즐기는 유 설의 얼굴을 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음향사고가 아니었어…!’

         

       리허설을 할 때는 이런 부분이 없어서 처음엔 나도 당연히 음향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 설의 프리코러스가 끝나자마자 자연스럽게 후렴이 나왔고 2팀의 다른 팀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것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분명 2팀이 사전에 스태프들과 공모하여 벌인 퍼포먼스일 터.

         

       ‘무대가 다소 가벼울 수 있는 걸 대비해 일부러 극적인 장면을 넣은 건가….’

         

       정말 치밀하고도 뜨거운….

         

       그야말로 유 설다운 무대였다.

         

       이에 나는 도저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2팀의 치밀하고 뜨거웠던 무대 때문에 잠실실내체육관은 마치 2팀의 단독 콘서트처럼 변모해 있었다.

         

       “…….”

         

       “…….”

         

       덕분에 우리 1팀은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도 먼저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깨운 것은….

         

       “1팀! 지금 백스테이지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이 레전드 무대 다음이 우리임을 알리는 스태프의 목소리였다.

         

       “가자….”

         

       “응….”

         

       이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2팀이 최선을 다한 것처럼 우리 1팀도 최선을 다 했다.

         

       저들이 완벽하게 무대를 준비한 것처럼 우리도 완벽하게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분위기와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유 설-!!!”

         

       “앵콜-!!!!”

         

       백스테이지로 향하는 와중에도 들리는 관객들의 저 거대한 목소리가….

         

       이미 이번 경연의 승자는 2팀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우리의 기를 죽였다.

         

       “…….”

         

       “…….”

         

       이에 나를 비롯한 우리 1팀은 이동 중에 아무런 말도 없었다.

         

       덩달아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왠지 무대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또한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예린아.”

         

       “…언니.”

         

       긴장으로 얼어붙은 내게 이혜정이 다가와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많이 긴장했구나.”

         

       “…네, 아무래도.”

         

       “확실히 2팀이 엄청 잘하긴 했어.”

         

       “…그렇죠.”

         

       “근데 우리는 더 잘할 거야.”

         

       “…!”

         

       그리 말하는 이혜정의 표정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굳건했다.

         

       역시 오디션 스타 출신은 어디 안 가는 건가.

         

       이혜정의 강점은 이렇게 큰 무대일수록 더 빛이 나는가보다.

         

       덕분에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더 잘할 거야.”

         

       “…네?”

         

       나는 순간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것은 나아아 마지막 무대다.

         

       그런데 이혜정은 방금 우리는 ‘앞으로’ 더 잘할 거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사실 나는 이번 나아아 가망 없다고 생각했어. 빨리 포기하고…, 내가 데뷔할 수 있는 다른 회사나 알아보려 했지.”

         

       “…….”

         

       “하지만 지금 내 목표는 아이돌 데뷔가 아니야.”

         

       “그러면….”

         

       “너와 함께 데뷔하는 것.”

         

       “…!”

         

       이혜정이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와 함께 내 손을 잡았다.

         

       “예린이 네가 나를 도와 준 것처럼 나도 너와 함께 걸으며 너를 돕고 싶어.”

         

       “…언니.”

         

       “예린아, 그동안 이 못난 언니랑 어울려 줘서 고마워.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그 순간 이혜정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오로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네 옆에 있는 걸 허락해 줄 수 있어?”

         

       그때 이제는 익숙한 상태창 알림음이 울렸다.

       

       [이혜정을 당신의 권속으로 삼으시겠습니까? (Y/N)]

       

       ‘Yes….’

       

       [이혜정의 특성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

         

       나는 곧바로 이혜정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이혜정의 상태창에는…, 뭔가 익숙하지만 다른 특성이 추가되어 있었다.

         

       [특성 : 우호법(右護法) – 당신은 그분의 은혜를 받고 그분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분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의 능력, 당신의 몸, 당신의 감정…, 모두 다요. 마(魔)의 하늘이 이룩하는 날 당신은 그분의 발밑에서 모든 영광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특성 효과 : 나의 태양, 나의 주군 : 당신은 천마 특성 보유자와 함께 있을 때 모든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당신은 천마가 스킬을 사용할 때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천마를 향한 당신의 충성심이 대폭 상승합니다!]

         

       우호법(右護法).

         

       서유진의 좌호법(左護法) 특성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향한 집착 대신 충성심이 상승했다는 것이었다.

         

       그게 뭔가 늘 우직한 이혜정과 잘 어울렸다.

         

       이에 나는 웃으면서 이혜정을 향해 말했다.

         

       “저야말로 부탁드리고 싶어요. 부디 저와 함께 이 길을 걸어 주세요.”

         

       이혜정은 내 미소를 보고 마주 웃으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당연하지. 그러려면 이번 무대 반드시 잘해야겠네. …나는 반드시 잘할 거야. 잘해내고 말겠어.”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서약이 맺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이미 좌호법(左護法) 특성을 가지고 있는 서유진과 다른 팀원들이 다가왔다.

         

       “뭐 해요, 언니들?”

         

       “안 가?”

         

       이혜정 덕분일까?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기분은 도리어 하이 상태를 찍었다.

         

       이에 나는 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가야죠, 무대 씹어 먹으러.”

         

       “뭐? 하하!”

         

       우리 1팀의 실질 리더나 다름없는 내가 이리 말하니 다른 팀원들의 감정도 고조되었다.

         

       “그래! 가자!”

         

       “2팀이 잘하긴 했는데 그래도 우리한테는 안 되지!”

         

       “가자! 예린이 말대로 무대 씹어 먹으러!”

         

       덕분에 위축되었던 우리의 분위기는 펴지고 자신감은 다시 샘솟았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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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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