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3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기 주문하신 옐로베리 생크림 케이크 나왔습니다.”

       “드디어 나왔군!”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기다리던 이드밀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이거, 조각이 아니라 통으로 나왔는데…?”

       

       이드밀라가 고개를 갸웃하자 넬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케이크 칼을 꺼내 들었다. 

       

       “저희 파트라슈를 구해 주신 은인이신데, 시켰다고 달랑 조각 케이크 하나 드릴 수는 없죠. 넷으로 잘라서 크게 한 조각씩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마치자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케이크를 슥슥 잘랐다.

       

       “오오.”

       

       사실 실비아 씨가 칼놀림은 더 좋기 때문에 신기하진 않았지만, 공짜로 먹는 거니 예의 상 놀라는 척 박수를 쳤다. 

       

       곧 네 조각으로 나뉜 큼직한 케이크 조각이 우리의 접시에 하나씩 턱턱 놓였다.

        

       “와…. 맛있겠다.”

       “크림이 완전 부드러워 보여요.”

       “일단 겉모습은 합격이로구나.”

       “우아아, 마시써 보여!”

       

       자르기 전에는 그저 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생 옐로베리 몇 개가 올려져 있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자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와, 안에도 옐로베리가 아예 층으로 들어가 있네.”

       

       부드러운 빵 층 위에 생크림, 그 위에 다시 빵.

       그리고 그 위에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진 옐로베리가 크림과 버무려진 채 아예 하나의 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얇은 치즈 층까지….’

       

       보기만 해도 벌써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이드밀라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접시 위에 케이크가 놓이자마자 포크로 그것을 난폭하게 탁 잘라서 입에 넣었다. 

       

       “으음…! 오오…!”

       

       이드밀라의 옐로베리처럼 노란 눈이 커졌다. 

       

       “과연, 부드럽고 촉촉한 빵에 느끼하지 않고 달콤한 크림…. 거기에 이 싱싱한 옐로베리가 정말 잘 어우러졌구나!”

       

       이드밀라의 극찬에, 실비아와 나, 그리고 아르도 재빨리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와…. 입맛 까다로우신 이드밀라 님이 칭찬을 한 이유가 있네.’

       

       보통 케이크에 들어가는 생크림은 굉장한 단맛을 내기 마련인데, 이 케이크를 감싸고 있는 크림들은 전부 담백하고 깔끔한 단맛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다른 케이크를 먹다가 이걸 먹으면 크림이 달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맛있어.’

       

       크림이 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담백한 달콤함이 촉촉한 빵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고.

       

       무엇보다 망고와 딸기를 섞어 놓은 듯한 당도 최고의 열매, 옐로베리가 크림이 낼 단맛을 전부 채워 주고 있었다. 

       

       ‘옐로베리의 단맛은 천연 그 자체라 질리지도 않아.’

       

       만약 이렇게 달콤한 옐로베리를 넣고도 생크림을 달게 만들었으면, 옐로베리 특유의 천연 단맛이 인공적인 단맛에 묻혀 버렸을 것이다. 

       

       ‘두 입, 세 입을 먹어도 질리질 않네.’

       

       나는 어서 포크로 다음 한 입 어치를 자르며 주위를 슥 둘러보았다.

        

       “아아, 너무 맛있어요….”

       

       실비아는 행복한 얼굴로 뺨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우물우물 크림 묻은 옐로베리의 맛을 만끽하고 있었고.

       

       “아빠, 이거 하나두 안 단데 엄청 마시써!”

       

       아르는 거의 곤약 젤리 퍼 먹듯 케이크를 아예 숟가락으로 마구 퍼서 먹고 있었다. 

       

       ‘하나도 안 달진 않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와 아르의 ‘달다’의 기준이 좀 다른 것 같았다.

       

       하긴, 아르는 초코 아이스크림으로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는 단거 홀릭 용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아직 음료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우리 넷 모두 벌써 케이크를 반이나 먹었다.

       

       너무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보니 음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마구 먹은 것이었다. 

       

       “어이쿠,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여기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그때 넬로가 접시에 음료 네 개를 담아서 가져왔다. 

       

       “이게 주문하신 캬라멜버터라떼구요.”

       “오호. 달달해 보이는구나.”

       

       이드밀라의 앞에 하나.

       

       “이건 상큼한 탄산 청포도 에이드구요.”

       “감사합니다.”

       

       실비아의 앞에 하나.

       

       “이건 저희 지역 특산 헤이즐넛이 들어간 헤이즐넛라떼고….”

       “진짜 향이 끝내주네요.”

       

       내 앞에 하나.

       

       “마지막으로 아이스 초코 커피 스무디 드릴게요.”

       “우아아! 나와따!”

       

       아르의 앞에 하나가 딱딱 맞게 나왔다. 

       

       우리는 타이밍 맞게 나온 음료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빨대로 쭉 빨아들였다. 

       

       “오호라, 맛은 캬라멜 맛이 진하게 들어오면서 버터 향이 곁들여지니 굉장히 부드럽구나!”

       “한 모금 마셨는데 시원한 탄산이랑 청포도 맛이 온몸에 쫙 퍼지는 것 같아요.”

       “딱 헤이즐넛에 기대했던 깊은 풍미가 케이크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아르는 초코도 조아하구, 커피도 조아해서 둘 다 있는 걸루 골랐는데 완전 마시써! 두 개 다 머글 수 있어서 조아!”

       

       각자 시킨 음료는 달랐지만, 모두가 칭찬일색이었다. 

       

       “아빠, 이거 봐 바. 숟가락으로 이러케 먹으면 아이스크림 같아!”

       

       아르는 숟가락으로 스무디를 한 숟갈 푹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으우우…! 머리 띵해…!”

       “에구, 아르야. 하아, 해 봐. 하아아.”

       “햐아아….”

       

       아르는 나를 따라서 따뜻한 숨을 입 안에 몇 번 불어 넣고서야 원래대로 돌아와 헤실헤실 웃으며 케이크와 스무디를 번갈아 먹었다. 

       

       “이건 저희가 요즘 개발중인 초코 치즈 케이크인데,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오, 좋아요!”

       “쵸코! 쵸코! 머글래요!”

       

       우리가 옐로베리 케이크를 다 먹자마자 넬로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에게 신제품을 내어 주었고.

       

       “오오, 뭔가 치즈랑 초코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그러게요.”

       “마시써!”

       “흐음…! 나쁘지 않구만.”

       

       우리는 그 뒤로도 메뉴판에 있는 궁금한 메뉴들을 조금씩 시켰고, 넬로는 군말없이 척척 대접해 주었다. 

       

       “아, 그리고 요건 케이크는 아니구요. 저희가 요새 개발 중인 간식인데….”

       

       케이크가 아니라는 말에 호기심 담긴 눈으로 넬로의 접시 위를 바라본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놀랍게도 그 위에 놓여 있는 건, 한 입 크기의 작고 달달한 간식.

       

       마카롱이었다. 

       

       “이름은 크림꾸덕쿠키샌드라고 지을 예정입니다만…. 한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이드밀라와 실비아, 아르는 처음 보는 비주얼에 눈을 끔벅였다. 

       

       “이 쪼그만 게 샌드위치라고? 쿠키 샌드위치?”

       

       이드밀라는 심각한 눈으로 요리조리 마카롱, 아니 크림꾸덕쿠키샌드를 관찰했다. 

       

       “샌드위치라고까지 하기엔 민망합니다만, 꾸덕한 쿠키 사이에 달달한 크림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든 간식이라 이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렇구만….”

       “신기하게 생겼어요.”

       “우아, 색깔이 다 달라!”

       

       넬로가 내민 접시에는 총 열두 개의 알록달록한 크림꾸덕쿠키샌드가 올려져 있었다. 

       

       “이쪽 까만 건 쿠키크림이 들어간 샌드고요, 이 빨간 건 딸기 크림이 들어갔고….”

       

       진짜 마카롱처럼 크림과 맛에 따라서 천연 색소를 첨가해 정성스레 만든 모양.

       

       ‘이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솔직히 나, 빙의 전에 카페에서 저 마카롱 메뉴 볼 때마다 눈 딱 감고 넘겼었는데.’

       

       나는 달달한 간식을 좋아했고, 빙의 전 우연히 신장개업한 카페에서 서비스로 나온 작은 마카롱을 처음으로 먹어 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특히 쌉쌀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밸런스가 맞아 얼마나 맛있던지.

       

       하지만, 그다음 카페에 갔을 때 별 생각 없이 아메리카노 하나랑 마카롱 두 개를 주문했다가 나온 놀라운 가격에 나는 급히 하나를 취소하고야 말았던 적이 있었다. 

       

       ‘무슨 엄지손가락 만한 게 하나에 2천 원이냐고.’

       

       저 돈이면 테이크 아웃 아메리카노 한 잔 싼 곳에 가면 오백 원이 남는데.

       

       한 입의 즐거움에 2천 원씩을 태운다는 건 당시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기에, 마카롱은 내 카페 메뉴에서 봉인되었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계에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나는 본능적으로 가까이 있는 크림꾸덕쿠키샌드를 하나 집어 낼름 입 안에 넣었다. 

       

       “으음!”

       

       씹자마자 혈당이 오르는 게 느껴지는,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힘없이 물렁거리지도 않는, 말 그대로 ‘꾸덕’한 식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쿠키.

       그리고 그 꾸덕한 쿠키 둘이 치아에 의해 눌리면서 삐져 나오는 달콤한 크림.

       

       그 모든 것이 입 안에서 어우러져, 꾸덕한 쿠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잠깐 동안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너무 맛있어요.”

       

       내 짧고 굵은 감상에 넬로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 정체불명의 샌드위치가 그리 맛있더냐? 나도 한번….”

       “저도 먹어 볼래요.”

       “아르는 쿠키크림 든 거!”

       

       맘에 드는 크림꾸덕쿠키샌드를 하나씩 집어 먹은 이드밀라와 실비아, 아르 역시 하나같이 호평을 내놓았고.

       

       “그,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크림꾸덕쿠키뚱샌드라고, 좀 더 큰 버전으로 만들어 본 게 있는데….”

       “맛있어요!”

       “이것도 한 입에 들어갈 것 같은데?”

       “우앗! 아빠, 이거 한 입 먹었는데 크림 다 삐져나와써!”

       

       뚱카롱, 아니 크림꾸덕쿠키뚱샌드까지 섭렵한 우리는 더없이 만족한 상태로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저희 신메뉴까지 너무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서 포장이라도 해 가고 싶은데, 아직 출시 된 게 아니라 아쉬울 정도예요.”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렇게 고급 디저트랑 음료를 마음껏 먹다니, 운이 좋았다.

       

       “포장이요? 그 정도였습니까?”

       “그럼요.”

       “허어, 당장 출시를 해야겠군요…! 아, 혹시 그럼 지금 안쪽에 시제품 만든 것들이 있는데 괜찮으시면 가져가시겠습니까?”

       

       넬로는 우리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설마 이게 다 마카…아니 크림꾸덕쿠키샌드인가요?”

       

       들어가 보니 부엌에는 신메뉴 개발을 위해 수없이 반복 제조한 크림꾸덕쿠키샌드가 널려 있었다. 

       

       “예. 어차피 샘플 몇 개 빼고는 이대로 두면 폐기 처분을 해야 돼서…. 아아, 그렇다고 버릴 걸 드린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고 가져가시고 싶으신 만큼만….”

       “정말이죠? 감사합니다!”

       

       나는 이드밀라를 바라보았다. 

       

       우웅.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이드밀라의 아공간은 활짝 열려 있었다.

       

       “전부 여기에 넣도록!”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