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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엘란의 여왕. 에리스.

       일과를 끝낸 그녀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뒤, 경매장에서 닭꼬치와 맥주를 구매했다.

         

       오늘 하루는 얼마나 힘들었던가.

       항상 해야 하는 세계수 관리부터 내정 그리고 원로들을 상대로 투정까지 받아주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나에게 주는 포상!

       에리스는 닭꼬치를 한 점 먹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푸하… 몸에 스며들어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좋은 걸 여태까지 안 하고 있었다니!

       유명한 곳에서만 구매해서 그런지 닭다리살은 야들야들 양념이 고루 배어있고 맥주는 시원하며 청량했다.

         

       “이거에요… 사람은 이걸 위해 살아가는 거예요….”

         

       이게 야스… 고된 삶에서 작은 행복…!

       퇴근하고 맥주를 마시러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이래서였구나.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 에리스가 의자에 늘어졌다.

         

       “행복해요….”

         

       집에서 혼자 마시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맥주를 연거푸 마셔도 뭐라 할 사람도 없다.

       원로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의 유희!

       여태까진 이런 삶을 몰랐던 반동으로 유흥에 푹 빠져버렸다.

         

       하지만… 빠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먹고 마시면 매일 매일이 행복한데!

       글러먹은 여왕질이 이렇게 즐거웠다면 미리 알고 저지를 걸!

         

       “이 한 잔으로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요….”

         

       이제는 완전히 알콜 중독자 같은 말을 하면서, 맥주잔을 또 비워냈다.

       머리가 아픈 것도 맥주를 마시면 싹 사라진다! 알콜 최고!

         

       그렇게 술잔을 더욱 비우던 에리스는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두통이 사라지질 않는다.

       최근에 많이 마시긴 했는데…. 그래서일까.

       에리스는 마나와 함께 알콜을 태우면서 취기를 날려버렸다.

       그럼에도 두통은 남아있었다.

         

       머리가 아픈 것도 맞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에리스의 귓가에 무언가가 속삭였다.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자신을 이끄는 것처럼.

         

       “으음….”

         

       그녀는 겉옷을 걸치고 속삭임이 이끄는 대로 이동했다.

       방향을 알려주듯이 들려오는 곳으로 쭉쭉 걷자.

       그녀가 도착한 곳은 세계수의 정원이다.

       익숙한 장소에 도달하니 귀신같이 두통과 속삭임이 사라졌다.

         

       “저를 부른 건가요.”

         

       하지만 대답은 없다.

       에리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웅장한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아마 불러온 이유가 있을 텐데….

         

       그녀는 세계수의 기둥을 손으로 훑으며, 살살 어루만졌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에리스의 손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아주 작은 흠집으로부터 세계수의 껍질이 떨어졌다.

       누군가 생채기를 낸 건 아니다. 다만….

         

       “지쳐있네요….”

         

       손에서 느껴지는 맥박으로 보아, 세계수는 평소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세계수와 관련된 일이라면….

       찬찬히 되짚어보던 에리스는 갤러리가 떠올랐다.

         

       갤러리. 스마트폰 업데이트.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녀는 갤러리에 접속해 최근 올라온 글을 눌렀다.

         

         

       제목) 업데이트 속도 느려짐

       뭐냐 이거?

         

       ㄴ주딱!!!!!!!!!!!!!!

       ㄴ이거 세계수 뿌리 문제니까 아르델 문제아님????

       ㄴ문제가 있을 때 대충 엘프를 찍으면 절반 쯤 맞던데… ㅇㅇ…

         

       ㄴ와 동영상도 안 올라가네

       ㄴ좆 됐 다!!!!!!!!!!!

       ㄴ주딱) 안!!!!!!!! 돼!!!!!!!!!!!!!!!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 새끼 얼마나 기다렸던 거냐구 ㅋㅋㅋ

       ㄴ응 ㅋㅋ 동영상 압수야 ㅋㅋㅋ

         

         

       제목) 주딱아 무슨 문제임?

       ㅇㅇ?

         

       ㄴ주딱) 나도 알아보고 있는 중임

       ㄴ알아보지 말고 해결하라고!!!!!!

       ㄴ주딱아… 나 실망할 것 같아…

       ㄴ빨리 해결해다오…

       ㄴ주딱) ㅋㅋ;; ㅈㅅ;; ㅋㅋ;;;

         

       “주딱 또 당신인가요!!!”

         

       최근 들어 조용하다 했더니, 아니었나보다.

         

       “…하아.”

         

       에리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술이 땅기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대로 원로들이 움직인다면 꼬투리를 잡을 텐데….

       그럴 바엔 먼저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

       에리스는 아주 이례적으로. 먼저 원로들을 소집했다.

         

       “여왕. 무슨 일인감? 이런 밤중에 부르다니.”

       “허허… 노인들은 밤잠이 없다지만 이건….”

       “피곤하구려….”

         

       모인 원로들이 저마다 작게 불평을 내뱉었다.

       다들 집에서 휴식하다가 불려왔으니 그럴 법하지만, 에리스는 그들의 불평을 한마디로 묵살했다.

         

       “세계수에 이상이 생겼어요.”

       “세계수에?!”

       “흐음….”

       “그건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군. 여왕.”

       “허어… 어찌 그런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원로들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에리스도 어느 정도 짐작한 바였다.

       그들은… 진정으로 세계수에 생긴 이상을 처리하기보단, 정치권력을 탐하니까.

         

       오히려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

       이대로 일이 잘못된다면 세계수의 분노 천벌을 맞아 폐위될 수도 있으니.

         

       “…,”

         

       에리스는 이를 세게 물었다.

       원로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까매질 것 같다.

       이 틀딱들에겐 지지 않고 싶어서.

       그녀는 덤덤하게 알아낸 정보를 전했다.

         

       “갤러리와 관련해서 문제가 생겼어요.”

       “갤러리라면….”

       “멋대로 세계수를 이용한 극악무도한 녀석들 아닌가!”

       “잠깐 지켜봤더니 벌써 이런 사달이 나다니!”

         

       안타까움 반. 표독 반.

       원로들의 범인 찾기가 시작되었다.

         

       “이건 다크엘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 아니오?!”

       “그들에게 세계수 사용료를 받아야 하오!”

       “또 우리만 손해를 보는 건가.”

       “항상 우리 착한 엘프 동지들만 억울한 일을….”

       “여왕. 이번 일은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겠소.”

         

       원로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한마디 내뱉었으나….

       에리스는 신뢰하지 않았다.

         

       일을 시키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여왕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방치하겠지.

       그러한 미래만 보인다. 그러니… 직접 뛰는 수밖에.

         

       “아뇨. 세계수를 관리하는 건 어엿한 여왕의 일. 제가 해결하는 게 옳겠죠.”

       “그건… 여왕이 괜히 귀찮은 것 아닌지….”

       “괜찮아요.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직접 담판 짓겠어요.”

         

       완고한 에리스의 대답에 원로들이 침음을 흘렸다.

       에리스의 반응을 보아하니,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으니.

         

       “끌끌… 고생하는군. 하지만 그게 정녕 여왕의 뜻이라면….”

       “우리 같은 노인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허허.”

         

       원로들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에리스도 마찬가지로 생긋 웃으면서, 원로들과의 회의를 끝마쳤다.

         

       “하아….”

         

       방으로 돌아온 에리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갤러리에서 일어난 일이 왜 세계수에 영향을 끼쳤을까.

       주딱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에리스가 수정구를 붙들고 주딱에게 연락을 보냈다

         

       ─갤러리로 인해 세계수에 문제가 생겼어요.

       ─어떤 상황인가요?

         

       그녀의 서신이 보내지기가 무섭게 오센 쪽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잘 되고 있어요.

       ─(주딱)

         

       “….”

         

       도대체 뭐가? 잘 되고 있다는 거지.

       주딱의 답변에 에리스는 평소의 주딱을 생각했다.

         

       이 사람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나?

       항상 일이 해결되긴 했는데… 이상한 사람이라 믿을 수가 없다.

       에리스는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보관해두던 술을 하나 꺼냈다.

         

       “…독한 걸로 마셔야겠어요.”

         

       꼴꼴꼴.

       술잔이 가득 찬다.

       에리스는 단번에 들이키고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이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최악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녀였으나… 좋은 생각이 번뜩였다.

         

       “이건 오히려… 기회에요.”

         

       갤러리로 인해 세계수에 문제가 생겼으니, 주딱에게도 책임이 있다.

       직접 담판 짓겠다고 말했고 원로들도 수긍했으니….

       이만큼 좋은 명분이 있을까?

       주딱을 만나러 갈 명분이.

         

       “비어있는 날을 만들면… 아마 될 것 같은데….”

         

       에리스는 머릿속에서 일정을 조율했다.

       주딱을 직접 만날 기회니까.

         

         

       ***

         

         

       【갤러리 알람】

       ─갤러리 사용량 초과

       「자세한 내용 확인하기」

         

       주딱은 눈앞에 떠올라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갤러리 사용량 초과.

       그 말은 갤러리 사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거다.

       갤러리는 누가 만들었고 왜 한계가 있단 말인가.

       그러한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런 사소한 의문이 중요할까.

       주딱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가슴 동영상은 중대사항이라고….”

         

       동영상 나의 빛.

       동영상 나의 삶.

       동영상 나의 행복.

       동영상. 나.

         

       동영상을 왜 못 올리는 건데.

       동영상을 이용할 수 없다니.

       그게 없다면 살아갈 이유는….

         

       “크흑….”

         

       주딱이 산타에게 선물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하지만 성인 남자이니 울고만 있을 순 없다.

       일을 해결해야 한다. 행복을 위해!

       그는 옷소매로 눈을 비빈 뒤,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갤러리 알람】

       ─갤러리의 사용량을 초과하였습니다.

       ─갤러리의 사용 한도를 늘릴 방법을 관리자에게 추천 드리겠습니다.

         

       “추천?”

         

       여러 방법이 있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같은데….

       주딱은 밑에 주르륵 떠오른 내용을 확인했다.

         

         

       《오래된 게시글과 댓글을 삭제하기》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게시글과 댓글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잖아.

       절대 선택하지 않을 내용이었다.

       갤러리 옛날 글들이 얼마나 맛있는데.

       옛날 떡밥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그건 절대 안 되지.

       주딱은 이러한 선택지를 건너뛰었다.

         

         

       《갤러리의 사진 삭제하기》

         

       “안!!!!!! 돼!!!!!!!!!!”

         

       이걸 선택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이젠 가슴을 위해 살겠다….

       그렇게 다짐한 이후로 사진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정말로.

         

       “이딴 거 말고 없냐고….”

         

       남은 게 갤러리 초기화 같은 미친 선택지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주딱은 두려운 마음을 안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어라.”

         

         

       《갤러리 관리자 포인트 소비》

       ─갤러리의 활동량에 맞춰서 포인트를 소비합니다.

       ─비축된 포인트를 미리 소비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 관리자 포인트를 소비해서 한도를 늘릴 수 있다고?

       주딱은 오랜만에 관리자 포인트를 확인했다.

         

         

       『갤러리 관리자 모드』

       ─포인트 : 3,977,192

         

       너… 쌓여 있잖아? 포인트는 꽤나 많이 모였다.

       경매장 수수료와 갤러리 관리로 인해 모아둔 포인트다.

       수백만에 달하는 포인트가 얼마의 가치를 지녔는지 잠시 생각한 주딱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슴만한 가치가 있을까.”

         

       현실보다 모니터 속의 가슴이 더 좋다고.

       주딱은 마지막 해결책을 선택했다.

         

         

       《갤러리 관리자 포인트 소비》

       ─소모하시겠습니까?

       『예』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동의를 눌렀다.

         

       촤르르륵.

       포인트가 사라지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알람이 떠올랐다.

         

         

       ─갤러리 관리자의 포인트를 소비합니다.

       ─갤러리의 사용한도가 늘어납니다.

       ─잔여 포인트 : 21,355

         

       “음.”

         

       많이 쌓아뒀던 마일리지를 단번에 잃은 기분이라 슬프지만….

       이건 대의를 위한 선택이다.

       그래. 오늘을 가슴 해방일로 지정하자.

         

       주딱은 갤러리에 게시글을 하나 작성했다.

         

         

       ─주딱

       제목) 해결완료

       동영상 올려보셈

         

       ㄴ캬앜ㅋㅋㅋㅋ 떴냐??

       ㄴ드디어 ㅋㅋㅋㅋㅋㅋ

       ㄴ동영상 반드시 가야지 ㅋㅋㅋ

       ㄴ(흐흐흐 웃는 콘)

       ㄴ(흐흐흐 변태 같이 웃는 콘)

       ㄴ(북극곰 오열하는 콘)

       ㄴ빨리 올려라 아빠 안 잔다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딱의 뺨에선 작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왔다!”

         

       드디어 첫 동영상 게시…!

       주딱의 손가락이 빠르게 게시글을 눌렀다.

         

         

       제목) 앗… 거긴 안 돼…

       (쭉쭉 빵빵 근육질 몸매의 형아. avi)

       형아… 오늘은 상체 하는 날이야….

         

       ㄴ주딱) 크아아아악

       ㄴㅋㅋㅋㅋ기대하던 주딱 오열 ㅋㅋㅋ

       ㄴ주딱도 이런 걸 좋아했구나…

       ㄴ나도 꺼낼게 ㄱㄷ.

       ㄴ게이게이야…

       ㄴ(형아야…♡ 콘)

       ㄴ(괜찮아? 쥬지 만질래? 콘)

       ㄴ상체 하는 날에 바지는 왜 벗었는데 시발련아

       ㄴㅋㅋㅋㅋㅋㅋㅋㄹㅇㅋㅋㅋ

         

       “넌… 나가라….”

         

       주딱이 한 명을 갤러리 바깥으로 내보냈다.

         

         

       ***

         

         

       갤러리에 동영상이 올라오고 주딱은 행복한 세게!

       주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저택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산책할 시간? 그딴 게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시간까지 아껴가며 갤러리에 몰두해야지.

         

       “흐흐흐….”

         

       진심 갤러리 망령 모드가 되어버린 주딱을 호위하던 용사는.

         

       스릉.

       조용히 검을 꺼냈다.

         

       “주딱님.”

       “예? 어… 검은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져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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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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