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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아아아아악-!”

         

       그저 비명만이 가득한 마탑의 지하.

         

       실험대 위에는 검은 사슬로 포박당한 사내들이 몸부림을 치고, 카자르의 손과 프란체의 손이 그들의 머리에 닿아있다.

         

       “그만, 그만…!”

         

       집중이 깨져 미간이 찌푸려진 프란체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파티장으로 향하는 영애들만 노려서 겁탈하던 도적이었잖아? 영애들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는 죄수의 눈동자. 프란체는 그를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쏘아봤다.

         

       “그, 그게…….”

       “똑같은 거란다.”

         

       우웅-! 프란체의 검은 마력이 자비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친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죄수의 비명이 모여 합창을 이루더니, 이윽고 눈을 뒤집어 깐 채 거품을 물고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어땠니?”

         

       카자르는 눈을 얕게 뜨곤 죄수들을 지켜보다 고개를 내저었다.

         

       “실패네요. 둘의 영혼이 엮이는 과정에서 손상됐어요.”

         

       쯧, 혀를 차며 사슬에 감긴 죄수들을 옆으로 치우는 프란체.

         

       “쉽지 않구나. 앞으로 기회도 얼마 없는데.”

         

       데려온 사형수들의 숫자는 117명. 공작령의 악질 범죄자 하나를 데려와 짝수도 맞췄건만.

         

       ‘지금까지 한 실험은 전부 실패했어.’

         

       마법식을 해석하고, 마법을 발현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실전으로 들어가면 극도로 섬세한 마력 제어가 필요한지라 영혼이 손상되어 버리는 것이다.

         

       “대체 이 마법을 어떻게 쓰라는 건지…….”

         

       까마득한 성공 확률에 머리가 지끈거린 프란체는 미간을 주물렀다.

         

       “영혼에 간섭하는 마법이라 어려운 게 당연해요. 사람 본질을 건드리는 일이니까요.”

         

       <간절한 영원의 노래>는 모든 사람에게 흐르는 오러와 마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영혼을 건드는 일이다.

         

       “타인의 오러와 마력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것도 어려운데 영혼은 더 하죠.”

         

       프란체와 카자르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이대로면 6개월은커녕 1년 이상은 걸리겠네.”

       “네. 사형수들의 숫자도 정해져 있으니 실험체도 없을 거고요.”

         

       꽤 큰일이다. 진을 잡아 오면 바로 결속해야 하는데 이렇게 일이 막힐 줄이야. 프란체는 막막함에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일단 이 일은 미뤄두자. 황실에서 답장도 왔으니까.”

         

       얼마 전에 황실에 초월 마법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황실은 당연하게도 바로 승낙해줬다.

         

       “결국 이 날이 왔네요.”

         

       카자르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프란체의 근거 있는 설득이 있었다지만, 카자르는 여전히 초월 마법사를 보는 게 꺼려졌다.

         

       “큰일은 없을 거야. 너희들이 있잖니?”

       “그건 맞긴 한데요…….”

         

       싱긋 웃으며 카자르의 어깨를 토닥이는 프란체.

         

       “전에 얘기는 끝냈잖아? 타당한 근거도 있었고.”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그러니 기운 차리고, 내일 모래 황도로 움직이자. 일정이 잡혔으니 초월 마법사가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해야지.”

         

       초월 마법사를 만나 진의 병을 물을 시간이 다가왔다.

         

         

       * * *

         

         

       데카르트 공작가의 정문. 플뤼겔이 말했다.

         

       “정말 기사단을 동원하지 않으셔도 되는 겁니까?”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목소리.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문의 주인이 기사단도 동원하지 않고 황도까지 이동한다. 이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단장, 부단장에 마탑주까지 있는데 기사단을 대동할 필요가 뭐가 있겠니? 너희들은 공작저를 지켜야지.”

         

       싱긋 웃으며 말을 잇는 프란체.

         

       “그러니 걱정 말고. 내가 없는 동안 공작령의 업무를 잘 부탁해.”

       “…알겠습니다. 공작님께서 다시 돌아오시는 날만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말을 그렇게 해도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은 플뤼겔의 얼굴.

         

       “다녀올게.”

         

       프란체는 그리 말하고 케일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4명이 전부 탑승하고.

         

       “보호 장막이랑 감시 장막을 만들게요.”

         

       우웅! 카자르가 마력으로 마차 전체를 감쌌다.

         

       “이거로 반경 500M 내에서 움직이는 모든 걸 볼 수 있어요. 역장을 펼쳐놔서 대마법이 날아와도 마차는 멀쩡할 거고요.”

         

       초월 마법사가 된 카자르의 마법. 이제 어중간한 대마법으로는 그녀의 마력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 출발하자꾸나.”

         

       딱. 프란체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력이 흘러나가며 마부에게 신호가 전해졌다.

         

       “출발하겠습니다!”

         

       덜컹.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며 마차가 출발했다.

         

       “초월 마법사를 만나기라, 괜히 내가 떨려오는군.”

         

       창밖을 바라보던 케일이 조용히 말했다.

         

       “두렵니?”

       “그럴 수밖에.”

         

       케일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초월 마법사는 진 바렌베르크와 궤를 달리한다. 그 마법사는 말이 통할지, 안 통할지도 모르니까.”

         

       초월 마법사보다 괴랄한 힘을 가진 진 바렌베르크는 말이 통하는 존재였다. 복잡한 사람도 아니었고. 다만 초월 마법사는 다르다.

         

       수백 년을 살아온 설화 속의 인물이자 행동거지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존재.

         

       미지에서 오는 불안함이 만든 공포다.

         

       “의외네. 너라면 싸워보고 싶군, 하고 말할 줄 알았단다.”

       “…마법 하나로 나라를 지우는 마법사인데 싸워보고 싶겠나?”

         

       케일은 질색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근데 이제 카자르도 초월 마법사에 올랐잖아? 그럼 초월자 반열에 오른 거니?”

         

       순수한 프란체의 물음. 카자르는 “아쉽게도 그건 아니에요.”하고 부정했다.

         

       “마법사가 네 단계로 나뉘는 건 아시죠?”

       “그렇지.”

       “저는 단순히 위계가 오른 것뿐이에요. 그리고…”

         

       카자르가 말하던 도중, 라데아가 “잠시만요!”하고 끊었다.

         

       “마법사는 네 단계로 나뉘어요?”

       “그래. 기사랑은 다르지.”

         

       프란체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데아를 위해 설명을 이었다.

         

       “일반 마법사, 대마법사, 초위 마법사, 초월 마법사. 이렇게 네 단계로 나뉘어. 기사랑은 다르게 각자 쓸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 정해져 있으니까.”

         

       라데아는 흥미롭다는 듯 묘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기사는 쓸 수 있는 건 검술과 오러가 전부니까요.”

       “그렇지. 마법사는 확연하게 정해져 있으니 이렇게 나뉘는 거야.”

         

       케일이 물었다.

         

       “그럼 공작님은 무슨 마법사인가?”

       “나는 대마법사지.”

         

       카자르가 대신 말을 이었다.

         

       “공작님은 마법을 배우신지 이제 막 1년이 되셨어요. 이런 짧은 시간에 대마법사라면 저만큼은 아니어도 불세출의 천재예요.”

         

       은근슬쩍 자기의 자랑을 끼워 넣은 카자르였지만…….

         

       “그, 그래.”

         

       프란체는 굳이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으니.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 저번에 설명했듯이 성녀가 나를 노리고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초월 마법사가 협력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다들 프란체의 말에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 마법사가 나를 죽이려 들 수도 있어. 내가 생각하기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까.”

         

       단번에 묵직해진 공기. 고요한 침묵을 깨는 건 카자르였다.

         

       “아마 초월 마법사를 만나려면 그 사람의 거처로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도망치기가 좀 곤란해져요.”

         

       케일이 “어째서지?”하고 물으니 카자르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곳의 모든 역장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까요. 제가 파훼할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요컨대 도망치려면 카자르가 역장을 해석할 동안 케일과 라데아가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거다.

         

       초월 마법사를 상대로.

         

       “불가능이군.”

         

       케일이 단번에 부정했다.

         

       “내가 처음 진 바렌베르크를 만났을 당시 나는 1초도 버티지 못했다. 초월 마법사도 비슷하겠지.”

         

       거기에 상대방의 본거지로 가는 거다. 수많은 마법이 내장되어 있을 터. 버티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네.”

         

       프란체는 당혹스러웠다. 케일은 초월자를 제외하면 최강인 제국제일검이라 불려도 무방한데 말이다.

         

       “작전도 의미가 없군요.”

       “그런 거지.”

       “가도 되는 거 맞나요…?”

         

       한껏 숙연해진 분위기.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뒤가 없다. 본래라면 절대 가지 않았겠지만…….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를 가장한 거니 괜찮아.”

         

       프란체는 라데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설명을 덧붙였다.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을 거야. 데카르트의 주인인 날 죽일 거였으면 진작에 죽였을 테니까.”

         

       카자르가 “맞아요.”하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그런 상황이 나오진 않을 거예요.”

         

       이후에 설명을 덧붙이는 카자르. 이전에 프란체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초월 마법사가 성녀를 돕는 시늉만 한다는 것,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간다는 것까지.

         

       “다행이네요.”

         

       타당한 근거에 안심한 듯 라데아는 속을 쓸어내리며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거군.”

         

       그렇게 대화가 오가던 그때.

         

       쿵! 별안간 마차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지?”

       “누군가 장벽을 공격했어요.”

         

       카자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감시 마법까지 있는데 걸리지 않은 걸 보면 멀리서 공격한 거 같아요.”

         

       재빨리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미는 케일.

         

       “마부!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뭐라도 본 게 있나?”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카자르의 감시 마법에 걸리지 않았고,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마차가 흔들렸다. 지금으로서 유추할 수 있는 건…….

         

       “포탄을 터트렸군.”

       “포탄이요?”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직접 대포를 쏜 건 아니야. 그랬다면 감시 마법에 걸렸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우리가 이 길을 올 줄 알고 미리 포탄을 깔아뒀다는 건데…….”

         

       눈을 얕게 뜨며 살기가 가득해진 케일.

         

       “아무래도 중간에서 정보를 빼돌린 사람이 있는 것 같군.”

       “공작령에서 정보를 빼돌리긴 무리야. 그럼 요청서를 받은 황실 쪽의 사람밖에 없지.”

         

       범인이 누군지 뻔하다.

         

       “성녀네요.”

       “성녀겠군요.”

       “성녀군.”

         

       황태자비와 성녀의 직함이 있는 그녀라면 프란체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그러던 그때.

         

       쾅! 쾅! 쾅!

         

       폭발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마부가 다급히 소리쳤다.

         

       “말이 흥분했습니다! 이대로면 마차가…!”

         

       쯧, 케일은 혀를 차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말을 보호하겠다. 공작님을 지켜라.”

       “네.”

       “저는 범인을 알아볼게요.”

         

       그렇게 케일이 마차 앞으로 이동하고, 라데아는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카자르는 마법으로 마차를 보호함과 동시에 근처에 있을 범인을 탐색했다.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전방에 있네요. 거대한 오러가 일렁거리는 걸 보니 소드 마스터고요. 또 마력이 일렁이는 사람도 있어요. 곧 모습이 보일 거예요.”

         

       프란체는 “그래, 알겠어.”하곤 마력으로 신호를 보냈다. 마차를 멈추라는 뜻이었다.

         

       끼이익…. 케일과 마부가 힘을 써준 것인지 잠시 기다리자 마차가 멈췄다.

         

       “공작님은 안에 계세요. 카자르 언니도요.”

       “조심하렴.”

         

       라데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마차 바깥으로 나왔다.

         

       마부는 겁에 질려 몸을 숙인 상태. 다행히 말은 도망치지 않았다. 라데아는 살기를 띤 채 전방을 응시하는 케일을 불렀다.

         

       “케일 아저씨?”

       “저 앞에 있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니 어느 한 남성이 보였다.

         

       “한쪽 팔이 없네요.”

       “그래도 무시하지 마라. 소드 마스터다.”

         

       스릉. 케일과 라데아는 조용히 검을 뽑았다.

         

       터벅. 터벅. 터벅. 그 남성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고개를 뻣뻣이 들며 케일과 라데아를 굽어봤다.

         

       “정말로 진 바렌베르크가 없군.”

         

       말이 끝난 직후, 그의 뒤로 검은 로브를 쓴 사내들이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무수히 늘어났다.

         

       “움직여라. 프란체 데카르트를 죽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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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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