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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빠, 빨리…….

        – 혀, 현기증이!

        – 듣고 싶은데, 동시에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듬.

        – ㄹㅇㅋㅋ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ㅎㄷㄷ

       

        나는 잠시 심호흡했다.

        갑작스럽게 감정이 올라왔기에, 그것을 잠시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는군.’

       

        그렇게 화를 가라앉힌 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의식을 벌이는 것으로 생각했었단다.”

       

        그때의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고, 그렇기에 정글 밖의 초원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마을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시야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 제단의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인간들의 생활은 예전에도 가끔 본 적이 있었고, 나 역시 전생의 일이 있다 보니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원시인 수준의 생활상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그리움을 주던 요소였으니까.

        ……물론 내 생김새가 생김새다 보니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며 무시하려 했지만, 나는 그 의식 속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 뭔데요?

        – ??

        – 궁금함.

        – ㅎㄷㄷ

        – 뭐든 엄청날 것 같음.

       

        “…….”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에 빠졌다.

        그때 내가 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와 인간 사이의 인식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곳 인간들 사이에는 아예 ‘없는 개념’에 더 가까운 것이었기에, 그것을 설명할 마땅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우회하여 설명하기 위한 몇몇 단어를 떠올려야만 했고, 그 때문에 잠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때 내가 보았던 인간 마을의 풍경은 이러했단다.”

       

        주르륵!

       

        나의 손에서 황금이 흘러나오며, 천천히 내 기억 속에 있던 풍경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와 돌, 그리고 풀로 엮어낸…… 이곳에서는 ‘움집’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거주지가 황금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런 움집들이 모여 있는 장소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 강의 주변으로 넓은 공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공터에 수많은 사람이 엎드려 있었으며, 그 앞에는 제단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는 ‘그것’이 있었단다.”

       

        나는 기억 속에 있는 ‘그것’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당시의 내가 엘더 드래곤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그때의 나는 ‘그것’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고대신이었단다.”

       

        비록 본체가 아니라 분체에 불과했으나, 필멸자로서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존재감.

        필멸자로서는 감히 거부할 수조차 없는 최고위 포식자.

       

        “그 생김새는…… 미안하구나. 도저히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생김새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신의 생김새는 단순히 ‘인간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질적이었다.

       

        “그래도 굳이 표현하자면, 그 존재는 인간의 형상이고 했고, 동시에 파괴이기도 했단다.”

       

        파괴의 고대신.

        그 당시 하늘의 고대신을 따르던 다른 고대신 중 하나이자, 전쟁의 신을 대신해 투신의 자리에 위치했던 존재.

        보통 ‘투신(鬪神)’이라는 자리는 ‘전쟁의 신’이 맡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파괴의 신이 투신의 자리를 맡았던 것은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뭐, 어쨌든 그때 나는 겁을 먹었고, 그대로 도망치려 했단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못했다.

       

        – 왜요?

        – ??

        – ?

        – ???

        – ?

        – ?

       

        “그야 봐버렸거든.”

       

        파괴의 신의 손에 들려 있는 ‘남편의 머리‘를 말이다.

       

        – 헐?

        – 미친.

        – 허미

        -ㅎㄷㄷ

        – 뭐임?

       

        내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약과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때 보았던 남편의 머리는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미친?

        – 와 X발.

        – 헐

        – 와씨

        – 미친 건가?

        – 아, 심한 말 죄송합니다. 너무 놀랬어요.

        – 씨……!

        – 아임 고루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사랑의 고대신이 나의 남편을 발견하고는 탐욕에 빠졌다고 하더구나.”

       

        뭐, 이해는 된다.

        온몸을 황금으로 두른 내 남편은, 누가 봐도 반해 버릴 정도로 매력이 넘쳤던 드래곤이었으니까.

        고대신이라는 개년이 반하는 것도…… 그래. 이해는 할 수 있다.

       

        단순히 탐욕에 빠져 내 남편을 ‘사냥’한 것이라면…… 그래. 너무나도 슬프고 분하지만, 그저 자연재해를 맞이했다고 생각하며 애써 잊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삶은 생존의 연속이고, 우리는 언제든 더 강한 포식자에게 사냥당하는 운명이었으니까.

        슬프지만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 나의 복수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용서치 못할 짓을 벌였다.

        그들은 내 남편의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두어 둔 채, 살아 있는 상태로 육신을 해체했다.

       

        움찔거리는 근육과 힘줄을 그대로 사용해 활줄을 만들고, 살아 있는 뼈를 그대로 깎아 검을 만들었다.

        홀로 떨어지고도 계속 뛰는 심장은 장식품이 되었으며, 고통에 찬 남편의 머리는 인간들을 향한 선전의 장식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한 존재의 죽음조차 모욕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벌였던 끔찍하고도 잔인한 행위.

       

        – 헐.

        – 미친…

        – 와

        – 와아ㅏㅏㅏ….

        – 허미

       

        채팅창 위로 경악의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채팅창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물론 너희들이 그 광경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내 설명이 조금 부실한 것도 있을 테고, 종족이 다른 너희들이 나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시청자들이 내 이야기에 ‘그게 왜 끔찍한데요?’라거나, ‘별거 아니네.’라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내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 같이 경악의 감정을 보여 주었다.

       

        – 그건 저희가 생각해도 좀…….

        – 이건 사탄이 와도 좀…….

        – 저희도 정도는 있습니다.

        – 동물도 안락사는 시켜 주는데…….

        – 단단히 미쳤네.

       

        “뭐, 내 부실한 설명으로 이해를 해주었다면 다행이구나.”

       

        내가 설명을 조금 부실하게 했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내 설명보다 더 극적이었다.

        하나의 생명이 모독당하는 광경은, 살아 있는 존재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웠으며 혐오스러웠다.

        ……심지어 그 대상이 내가 사랑했던 존재였음에야 무엇할까?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눈이 뒤집혔단다.”

       

        그 순간에는 나의 아이들도, 고대신에 대한 공포심도, 승산도 다 잊어버렸다.

        있는 것은 오로지 분노와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단숨에 날아가 내가 가진 가장 강한 독을 흩뿌렸단다.”

       

        왕수는 물론이고, 대상을 해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독을 모두 동원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독을 정통으로 맞아버린 인간들과 그들의 마을은 순식간에 죽음과 고통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노렸던 대상은 멀쩡했다.

       

        “당연한 일이었지. 어찌 초월자가 한낱 필멸자의 공격에 피해를 입겠느냐?”

       

        심지어 그는 별다른 초월조차 제대로 이루어 내지 못한 데미갓이 아닌, ‘파괴의 신’이라는 초월을 이루어 낸 오리진 갓이었다.

       

        “그는 내 독에 고통받는 인간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며 웃었단다.”

       

        그리고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장난감이 제 발로 찾아왔군.]

       

        “……이라고.”

       

        – ㅎㄷㄷ

        – 악신인가?

        – 뭐임?

        – 조금 소름 돋을 지경임.

        – 신이라고 다 착한 게 아니구나.

       

        나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 후 파괴의 고대신은 나에게 손을 뻗었단다.”

       

        ……아니, 그때 그가 뻗었던 것이 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저 손가락을 뻗었을 뿐인데 내가 손이라고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머리카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손’을 뻗은 순간 나의 의식이 일순간 끊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수많은 신들의 한가운데 있었지.”

       

        수많은 고대신들이 유흥을 즐기는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마치 장식품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나의 날개는 마치 곤충 표본을 전시하듯 날카로운 무언가로 꿰뚫려 있었으며, 그 주변에서는 수많은 고대신들이 나를 즐겁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소는 신계였단다.”

       

        – ?

        – ??

        – 그게 왜요?

       

        “내가 전에 말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필멸자들이 사는 중간계는 초월자들의 시선에서는 마치 ‘서리로 만들어진 세계’와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초월자들이 사는 세계’는 필멸자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비유하자면, 마치 깊은 심해 속에 맨몸으로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단다.”

       

        세계 그 자체가 나를 으스러뜨리는 것 같은 느낌.

        너무나도 존재감이 짙은 세계는 먼지에 불과한 나에겐 너무나도 뜨겁고, 차갑고, 거친 세계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한 고통을 느낄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들은 나의 고통을 오래오래 즐길 수 있도록, 이미 나에게도 죽지 못하도록 수를 써두었기 때문이다.

       

        – 헐

        – 와

        – 이젠 말도 안 나오네.

        – ㅎㄷㄷ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단다.”

       

        내 세포 하나하나를 파괴하는 것 같은 고통도, 고대신들의 조롱 섞인 시선도 나에겐 아무렇지 않았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나를 고정시킨 곳이 ‘남편의 가죽’이었다는 것.

        그리고…….

       

        “하늘의 고대신이 찌르는 창에 계속 찔리면서도, 고통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머리였지.”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남편의 표정은 지금도 때때로 떠오르고는 한다.

        슬픔, 고통, 분노…… 그 외에도 모든 감정들이 들어 있던 남편의 표정.

       

        “그 순간 나의 눈이 다시 한번 뒤집혔지.”

       

        자기 남편을 죽이고, 죽음마저 모욕하며, 이제는 나마저 자신들의 유희로 삼아버리는 그들을 향한 분노가 나의 온몸을 적셨다.

        그리고 그 분노의 끝에서 나는 선택했다.

       

        “나는 나의 모든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단다.”

       

        오로지 고대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용이 상당히 하드하기에, 최대한 내용을 순화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내상 입으시는 독자님들도 좀 적으…… 시려나?

    전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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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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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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