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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2지하를 실험해본 사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지튜브 컨텐츠를 뽑아보겠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드는 와중에, 2지하를 해보는 무리 하나 없었을 리가.

        

       단지, 조금만 티어가 올라가도 지하에서 신을 내는 동안 본대가 밀리는 예능 전략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왔을 뿐이다.

        

       지하 전략이라면 일단 물고 뜯고 씹어보던 오소독스 역시 2지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만약 팀원 중 누군가가 그에게 진짜로 경기에서 2지하 한 번 해보자고 했으면,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를 그 자리에서 5개는 읊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하의 자원을 아무리 뽑아 먹어봐야 수호병을 스폰시켜서 얻는 이익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컸다. 

        

       현 메타상, 모든 교전과 조합은 지상 중앙 힘싸움을 이겨서 거점을 먹는 것 위주로 돌아간다. 그러니, 지하에 투자할 자원은 한없이 부족했고- 이런 상황에서 1지하 광전사는 자연스레 정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성장 포텐이 낮지만 사냥은 빠른 광전사는, 지하에서 신속히 경험치를 수급하자마자 지상에 개입하며 거점 싸움에 힘을 보탤 수 있었으니.

        

       그리고 오소독스가 보기에, 이예나의 2지하 전략은 1지하 광전사의 카운터 전략이었으나- 인원 분배 때문은 아니었다. 

         

       ‘성장 포텐이 높은 도적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려고 지하에 보내는 거니……도적이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허드렛일과 잔교전을 맡아줄 파머를 붙여주는 거겠지.’

        

       그러니 지하에 2명이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2명이 광전사 하나 말려봐야 본대가 밀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핵심은, 급속도로 성장한 도적은 단독으로 수호병을 뚫고, 뒷라인을 암살하며 진형을 붕괴시켜 본대 교전을 뒤집어버릴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전략의 성패는 도적이 그 정도로 성장하게끔, 성장속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가에 달렸다. 

        

       코치에게도 해줬던 설명이었다.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듯했지만.

       

       .

       .

       .

        

       “네가 직접 할 필요 있겠어? 형이 보기에는 민관이나, 그 누구냐. 저번에 테스트 본 애 시키고 관전하는 게 더 잘 보일 거 같은데. 실력 차이 너무 크면 전략은 정작 잘 안 보이잖아.”

        

       “제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스타일이어서 그래요. 전 코치님처럼 이론을 잘 알지는 못하니까……괜찮으시면 한 번 붙어 보겠습니다.”

        

       “큼. 뭐,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러면.”

        

       신생 게임 리그의 신생 팀.

        

       아직 제대로 된 ‘전프로’가 없으니- 감독과 코치진은 인맥을 가진 다른 게임 출신들로 구성되기 마련이었다.

        

       ‘축구 코치로 야구 선출을 앉히고, 어차피 다 비슷한 공놀이니 선수로서의 마인드를 잘 지도하면 되는 거라고 하는 꼴…….’

        

       오소독스, 주호는 그게 이가 갈리도록 싫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어리진 않았지만.

        

       프로게이머를 하면 좋아하는 게임에만 집중하면 되는 줄 알았던 철없는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였다.

        

       26살. 포아글로 시작된 프로게이머 생활이,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들었다.

        

       오소독스는 올해를 끝으로 자신의 전성기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반응속도도, 회복력도, 지구력도……무엇하나 예전같지 않았으니.

        

       지금이 커리어에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리라.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분명 영원히 남겠지. 그걸 위해서라면, 게임 보는 눈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코치나 감독의 비위를 맞추는 일 정도야 백 번이라도 할 수 있었다.

        

       솔로 랭크로는 다이아나 겨우 찍는 실력으로 운영이 어떻고, 빌드가 어떻다며 지적질이나 하는 코치지만……최소한 실전에는 참견 안 하니까. 조합을 멋대로 휘두르려 드는 코치보다야 낫다.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입술을 질끈 깨문 채 VR장비를 갖춰 입는 그의 귀에, 지튜브 영상으로 익숙해진 미성이 들려왔다.

        

       《아. 2대2 구도로 하면 어떨까요.》

        

       “네? 아, 우리 마이크 껐구나. 2대2요?”

        

       《네. 아무래도 직접 해보시면서 대응해보시고, 그 후에 포인트 잡아서 설명드리는 게 빠를 것 같아서요.》

        

       “음…….”

        

       《코치님이 같이 하셔도 괜찮아요. 불러올 사람이 티어가 높은 편은 아니어서요.》

        

       “음, 뭐……그러시죠. 들어왔습니다.”

        

       귀찮다는 듯이 잠시 눈살을 찌푸리던 코치가, 이내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간이 아까운 거겠지. 애초에 아마추어 대회에서나 쓰인 2지하는 분석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 코치를 억지로 설득해서 만든 자리다. 

       

       《아, 우리 도적도 들어왔네요. 가볼까요?》

        

       “어- 잠깐만요. 저 분 누구시죠? 별포크……?”

       

       별포크. 별포크라면, 그 대회에서 하위 1% 대표주자로 출전했던 스트리머 아닌가.

       

       오소독스는 저도 모르게 기쁨의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귀찮아도 대충하지는 못하겠는데. 졌다가는 2지하의 위력을 인정하거나, 명색이 코치인 자기가 골드 랭크 아마추어만도 못하다는 걸 인정해야 할 판국이니. 

        

       《제자……친구, 예요. 스트리머고요.》

        

       안 그래도 아름답던 목소리가, 더욱 듣기 좋아졌다.

       

       .

       .

       .

        

       다짜고짜 시작된 게임이었다. 각자의 승리 조건조차 제대로 정하지 않은.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도적이 상자를 몇 개 열면 이기는 거라든가, 3킬을 따면 이기는 거라든가……잡다한 ‘지하빵 국룰’ 따위가 의미있는 승부가 아니었으니.

        

       승패는, 지하에서 맞붙은 당사자가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절감하는 법이다.

        

       셀 수없이 들어온 ‘쿵-’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게임. 제자는 뭔 제자야, 하여간 스트리머들 컨셉질은- 하고, 보이스로 궁시렁거리는 코치의 혼잣말이 마치 나레이션처럼 함께 들려왔다.

        

       ‘집중하자.’

        

       딴 생각을 하면서 임할 수 있는 승부가 아니었다.

        

       이쪽은, 코치의 요청에 의한 광전사와 기사.

        

       도적을 포함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굳이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월드시리즈에서 도적 대 도적 미러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니까. 이 조합이 더 현실적이겠지, 싶었던 탓이다.

        

       상대는, 예상대로 도적과 기사. 어느 쪽도 리그에서 지하에 출몰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당연하게도, 오소독스가 대응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탄력받기 전에, 빠르게.’

        

       이예나의 2지하 플레이 영상은 유심히 살펴봤다.

        

       평소와 같이 신중하게 사냥을 하면 이후의 페이스를 따라갈 수 없을 터. 도적을 추격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초기에 빠르게 경험치를 쌓아 두어야 한다.

        

       “해골팩 갈게요. 코치님 고블린팩 동선 잡아주세요.”

        

       “오케이.”

        

       첫 팩은 빠르게 잡아냈다. 스태미나를 거의 온존한, 완벽한 사냥이었다.

        

       ‘컨디션이 좋아.’

        

       흐른 시간은 약 50초. 상대 기사도 1팩은 사냥하고 온다고 전제하면, 견제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을 터.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오소독스의 눈에 보인 건, 거대한 대검을 등에 짊어진 채 저 맞은편에서부터 달려오기 시작한 거구의 기사였다.

        

       “기사 와요!”

        

       “뭐? 기사가 왜 거길 벌써 가?”

        

       “제가 마크할 테니, 도적 찾아주세요! 함정상자부터!”

        

       -쿵 쿵 쿵 쿵

        

       귀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

        

       ‘전력질주? 스태미나가 안 남아날 텐데?’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이미 눈 앞까지 도달한 기사는 양손으로 굳게 쥔 대검을 내리 찍고 있었으니.

        

       -드드득!

        

       거친 쇳소리. 마지막 순간에 옆으로 피하며 비스듬히 내민 도끼가 가까스로 대검의 궤도를 틀었다.

        

       휘둘러진 검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갑옷을 긁으며 지나갔다. 그리 내지른 검을 갈무리하면서도 관성에 밀려 한 걸음을 더 걸어 들어오는 기사의 모습에, 오소독스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어지간히도 힘이 실린 강공격이었다. 만약 기세에 눌려 뒤로 물러났다면……분명 추격해오는 공격에 머리가 쪼개졌겠지.

        

       실체는 차분한 전략가인 주제에,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일견 무모해 보이는 도박수를 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이예나의 무서운 점이었지만- 이번 도박은 실패했다.

        

       오소독스는 한쪽 입술을 말아 올리며 도끼를 바로잡았다.

        

       ‘스태미나를 차분히 깎을까. 아니면-’

        

       판단은 찰나에 이루어졌다. 이 순간에도 도적은 성장하고 있을 테니- 시간을 줄 이유가 없다.

        

       광전사가 기사의 품에 파고들며 허리를 비틀었다. 온 몸의 힘을 담아 아래에서 비스듬히 올려 치는 공격. 기사가 두른 갑옷을 뚫고 몸을 양단할 기세로 양손도끼가 쇄도했다.

        

       기사는 피하지 않았다.

        

       -콰앙!

        

       짧은 반경. 실패한 패링 판정과 함께, 대검과 도끼가 맞닿았다. 어느새 왼쪽 건틀릿으로 검신을 부여잡은 하프소딩 자세로 전환한 기사. 수세에 몰린 쪽이 어느 쪽인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최초의 충돌 후에도 도끼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으니.

       

       그리고 광전사는 그 힘을 허투루 허비하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검을 찍어 누르는 기사를 조롱하듯이, 도끼는 검신을 타고 흘러 올라갔다. 2초. 아니, 1초만 더 있어도 그 흉포한 날이 안면에 박히며 죽음을 선사하리라.

        

       그 결론을 직감한 걸까. 반 걸음 뒤로 물러서며 흐름을 끊은 기사가, 가까스로 검을 비스듬히 돌려내고-

       

       -챙!

       

       거대한 검의 크기에 어울리는 견고함을 자랑하는 크로스가드가 도끼날의 전진을 막아섰다. 

        

       양손도끼의 날과 대검의 크로스가드가 서로 얽힌 상황. 

        

       힘겨루기를 신청하는 걸까.

        

       혹 중력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우위에 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거라면, 오소독스로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기사의 자세는 이미 반쯤 무너졌고, 병기가 맞닿은 부위조차 광전사에게 유리했으니. 이 상태로 힘싸움을 지속해봐야, 스태미나가 빠지는 속도가 가속화될 뿐이다.

        

       이대로 대치를 하면 싸움은 끝이다. 전력질주에 이어 온 몸을 던진 공격까지 감행한 기사의 스태미나가 남아봐야 얼마나 남았을까.  

        

       오소독스가 이상을 직감한 건 그 순간이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교착 상태를 유도하지 않았나.

        

       -푸욱.

        

       광전사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도끼를 회수하려 드는 것과, 그 오른쪽 오금에서 피가 터져나온 건 거의 동시였다.

        

       “도적 여기-!”

        

       비명에 가까운 브리핑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동료는 저 멀리 상자를 지키러 떠났고, 높은 목소리가 목숨을 살려주지는 않는다.

        

       일단 피해야 했다.

        

       그러나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면서라도 싸움을 이어가려는 광전사를, 무기를 얽어 둔 기사는 놓아주지 않았다. 자석처럼 따라붙는 대검. 거칠게 팔을 휘둘러 떨치려는 순간-

        

       -퍼억.

        

       도적의 두 번째 일격. 이번에는 허벅지였다.

        

       오소독스는 분신인 광전사의 두 다리가 휘청이며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끝이다. 이 상태로는 설령 우리 기사가 합류하더라도, 제대로 교전을 하기는커녕 버텨내기도 힘들다.

        

       그리 집요하게 기동성을 빼앗아간 도적은, 전장에서 유유히 이탈하고 있었다. 사냥을 하든, 상자를 열든- 뭘 해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낸 자의 여유로운 뒷모습이었다.

        

       이어서 길쭉한 그림자가 땅에 드리워지고-

        

       확정된 죽음을 높이 치켜든 기사가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첫 번째. 4드론 전략이에요. 도적 파밍을 너무 의식하면 당하기 쉬워요.》

        

       “하.”

        

       작게 웃은 오소독스가, 이어서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답했다. 

        

       “최고네요.”

        

       

       최초의 충돌로부터 불과 30초. 목이 날아가기 전, 가까스로 남긴 마지막 한 마디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콜로세움을 만들면, 모두가 대동단결해서 작가의 연재속도를 꾸짖으리라는 의견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가뜩이나 내일 휴재를 하게 된 상황인데, 큰 실수를 할 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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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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