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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대마녀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정사를 마무리하고 창가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던 도중,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등불 거리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녀석이 나를 관음하고 있을…….’

         

       고개를 아래로 내린 순간, 대마녀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환하게 빛나는 백발. 그리고 그보다 빛나는 외모를 가진 여인이, 자신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까마득히 멀었음에도, 몰라볼 수가 없었다.

         

       저런 고고함을 풍기는 사람은 대륙에 단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현자.’

         

       대마녀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사실, 그녀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마녀가 되기 전, 그녀의 직업이 주술사였기 때문이다.

       여타 주술사처럼 단편적인 미래를 보는 수준은 진작에 졸업했다.

         

       그녀는, 세계선을 넘어갈 정도의 먼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제한은 있었다. 전 회차의 기억 일부를 계승하는 형태인 탓에, 이전 세계선의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는 알 수 없었다.

       대마녀가 말했다.

         

       “크리스.”

       “예, 누님.”

       “가서 지배인 좀 불러와.”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대마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전쟁 당시, 모든 마녀들은 악마들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청했다.

       단 한 명. 대마녀만 제외하고.

         

       그녀가 악마들의 편에 서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대현자 올리비아가 이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악마들과 사이가 좋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크리스의 의문에 대답하듯, 대마녀가 중얼거렸다.

         

       “크리스, 너랑 한 거, 이번이 스물 세번째야.”

       “……예?”

       “이전 세계선의 기억 일부를 엿봤거든. 13회차의 기억을 엿봤을 때까지만 해도 57층의 폴이 나랑 가장 궁합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그래서 15회차부터는 쭉 너만 지명하고 있어.”

       “……누님. 또 약 하셨습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마녀가 피식거렸다.

         

       “됐고, 가서 지배인이나 불러와.”

         

       천천히 다가오는 올리비아를 지켜보며, 대마녀는 먼 과거 회차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우렐리아, 아무래도 내 몸속에 마신의 잔재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아.⌟

       ⌜연쇄살인마에게 말은 해놨어. 그러니까, 날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주술 하나만 만들어주라.⌟

       ⌜걔한테 죽는다면, 적어도 잔재가 퍼져나갈 일은 없을테니까.⌟

         

       대마녀는 올리비아의 부탁을 선뜻 수락했다.

         

       그렇게 친하지 않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올리비아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마신이 다시 깨어난다면……지금과 같은 향락은 영원히 즐길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대마녀는 다시 이전 회차의 기억을 계승했다.

         

       “…….”

         

       대마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의 동공 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스쳐갔다.

         

       대전쟁.

       마녀인 그녀조차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많은 생명이 스러졌던 날.

         

       어둠으로 물들어버린 대륙. 세계를 무너뜨릴 악신과, 지키고자 하는 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았다.

       아득한 어둠이 움직일 때마다, 인간들은 전율했고, 절망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났다. 가장 어둠이 깊은 곳, 그곳에서 푸른 마력을 흩뿌리며 맞서는 영웅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웅은 악신에 맞섰고, 승리했다.

         

       호사가들은 딱 거기까지만 알고 있다. 그 전장에 자리했던 병사들도, 심지어는 올리비아와 등을 맞대고 싸웠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벌어질 반복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우렐리아, 아무래도 내 몸속에 마신의 잔재가…….⌟

         

       올리비아는 몸 속에 잠들어 있는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대륙을 방황한다. 마신의 잔재는 무엇인지, 마신의 잔재가 깃드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연쇄살인마를 찾아간다.

         

       대마녀는, 그런 올리비아의 마지막을 항상 지켜봐왔다.

         

       후우우…….

         

       대마녀는 담배 연기를 내쉬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제서야, 옛 환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씨부럴.”

         

       자수정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회한으로 물들었다.

         

       “전부 다 알고 왔다고 하니, 내 능력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 안해도 되는거지?”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마녀를 응시했다.

         

       처음부터 대마녀가 다른 세계선을 넘어갈 정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나, 그간 경험했던 일들을 통해 어느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환계(幻界)였다.

         

       ‘올리비아’가 다회차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단순히 트라우마를 실체화하는 것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했을 테니까.

         

       ‘더 강한 주술을 이용했겠지. 영혼 분리라던지, 강령술이라던지.’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올리비아’가 연쇄살인마에게 본인을 직접 죽여달라고 부탁했던 것에서, 마신의 잔재가 ‘올리비아’의 내면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10년 동안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대륙을 방황했다는 것도 힌트가 되었다.

         

       혼란스럽던 퍼즐의 일부가 삐걱거리며 맞춰지고 있었다.

         

       담배로는 부족했는지, 대마녀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술병을 입에 탈탈 털어냈다.

         

       “……그러면, 이제는 방법을 찾은거야?”

        “아직은.”

       “기분 더럽겠네. 한 대 필래?”

       “아니.”

         

       마신의 잔재가 이 몸에 깃들어 있다는 것만 알지, 그 이상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왜 하필 ‘올리비아’의 몸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인지……같은 이유 말이다.

         

       +

         

       <특별 퀘스트 – 육체의 주도권 찾기>

       클리어 조건 : 이 세계에는 아직 마신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마신의 잔재를 찾아 확실히 소멸시키세요.

         

       +

         

       물론 소멸시키는 방법은 알아냈지만.

         

       “……그러면 여긴 왜 왔는데?”

       “부탁 하나만 하려고.”

       “부탁?”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이전 회차의 기억을 계승해줘.”

       “그런것도 부탁이냐? 나처럼 내 안위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미쳤다고 그 기억들을 내버려두겠어?”

         

       대마녀가 피식거렸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표정이 묘했다.

         

       [아우렐리아]

       – 레벨 : 95

       – 직업 : 대마녀

       호감도 : 41

       – 칭호 : 유일한 마녀, 대주술사, 과거를 기억하는 자…….

         

       “그럼 맹세해줘.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 이전 회차의 기억을 계승하겠다고.”

       “……굳이 맹세까지 할 필요가 있냐? 애초에, 우리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잖냐.”

       “나한테 빚졌잖아.”

         

       연기를 훅 뿜은 대마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빚? 내가?”

       “마신 잡아줬잖아.”

        “씹, 그건 아니지. 너 혼자 잡은 것도 아닌데.”

       “앞으로도 계속 내가 잡아줄게. 백 번이고 오백 번이고.”

       

       대마녀가 다시 한 번 연기를 빨았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맹세 안한다고 네가 마신 안 잡을 사람이냐? 아닐걸? 날 너무 우습게 보지 말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서 무슨 짓을 한다고 한들, ‘몰살’까지 가는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애초에, 마녀한테 양심으로 호소한 네 잘못…….”

       “맹세 안하면 너는 내가 책임지고 죽일거야. 마신이 나타나기도 전에.”

         

       뚝.

         

       거짓말처럼 대마녀의 웃음이 멈췄다.

         

       “못 죽일 것 같아? 네 말대로, ‘마녀’ 한 명 더 죽인다고해서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거든.”

       “……옘병.”

       

       대마녀가 이를 갈며 물러났다. 스스로 죽일 명분을 제시해버렸으니, 굽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빌어먹을. 내가 더러워서 맹세하고 말지. 참고로, 나는 세계선의 제약을 넘어설 수준의 맹세는 할 줄 모른다. 그건 참고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매 회차마다 하면 되니까.”

        “……야! 그건 진짜 아니지!”

       “싫으면 말고.”

       “죽이겠다는 말을 참 예쁘게도 하네.”

       

       올리비아의 말에 대마녀가 얼굴을 감쌌다.

         

       “……그래. 해줄게, 해준다. 됐냐?”

         

       대마녀가 처진 목소리로 언령의 맹세를 했다. 올리비아는 대마녀가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얼굴을 지어냈다.

         

       “진짜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 대현자가 이런 개새끼로 변했을 줄이야.”

         

       대마녀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천 번쯤 살아보면 너도 이렇게 될 걸?”

       “……천 번? 아니, 잠깐만.”

       

       정색한 대마녀가 외쳤다.

         

       “처, 천 번? 야, 방금 그 말 뭐야! 당장 해명해!”

       “해명할 것 까지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아닌데. 분명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그런 말투였는데.”

       

       대마녀가 한계까지 연기를 빨아들였다 뱉었다. 그 잠깐 사이에 5년은 늙은 것 같아보였다.

         

       “제기랄……어제 점 쳤을 때 대흉(大凶)이 나왔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올리비아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 있는 연쇄살인마가 있었다.

       

       “…….”

         

       생각해보니, 이제 그에게 죽을 날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버틸만 한가봐? 10년이 지났는데도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대마녀가 되물었다.

         

       “대현자?”

         

       밤하늘을 보던 올리비아가 말했다.

         

       “이틀 남았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김이얀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를 어떻게 하면 성의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한 결과.

    1코인*10의 형태로 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캄사합니다
    캄캄사합니다.
    감감감사합니다.
    감캄감캄사합니다.

    – 뚜알기가조아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아아아아아아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컵라면+삼각김밥 세트를 후원해주시다니….청말로 캄사드립니다.

    20코인 너무 맛있네요. 츄르릅.

    요즘 작업 끝나면 야식이 땡기는데, 감사히 먹도록 하겠습니다.

    – 존코너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존코너님. 100코인이라는 거액을 투척하신걸로 보아하니 분명 존코너님의 유년시절 또한 터미네미터의 존코너처럼 존잘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라고요?

    역시…존코너보다 훨씬 윗줄이셨군요.

    그럴줄 알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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