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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개쩌네.”

       “그쵸?!”

       

       화산문파와는 관련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저리 화산의 무공을 잘 다룰 수 있는 거지?

       

       이게 그 만류귀종이라는 건가?

       

       하나가 극의에 다다르면 다른 것도 극한에 이른다는 그거?

       

       화령이 보인 무위에 감탄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그녀가 하는 걸 가만 지켜보고 있었고.

       

       워낙 규칙이 느슨해서 심심찮게 도배가 올라오던 채팅창에서도 와캬파 같은 감탄사 밖에 튀어나오지 않았다.

       

       오롯이 그 가운데에 선 화령만이 별 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했다.

       

       저 사람은 진짜 무협과 관계된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나보다.

       

       시연이 끝난 후 화령은 가르침을 주겠다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화산의 유저들에게 덤비라고 말을 했다.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무기를 뽑으라 이야기한 것이다.

       

       박연은 그를 보며 그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화령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옛 화산의 최고전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화룡무인 초창기부터 박연과 함께 화산의 재건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고.

       

       어떻게 하면 화산의 명성을 떨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다 우리가 강해지는 게 제일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다.

       

       특히나 저들의 중심이 되는 한민준 같은 경우에는 랭킹 100위권 내에 항상 머무르는 괴물 중 하나이고 말이다.

       

       지금 화령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힘은 지금 화룡무인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여러 문파들에 밀리지 않는다.

       

       최상위 문파는 이기지 못하겠지만 그 아래 정도에는 충분히 합류할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혼자서 상대하겠다니…

       

       아니지. 화령님이면 되려나.

       

       그는 어젯 밤 같은 문파의 형님과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보았던 화령의 무위를 떠올렸다.

       

       혈교의 사술을 통해 도저히 이길 방법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던 옛 화산문주와 그를 너무나도 간단하다는 듯 압도했던 화령의 모습을.

       

       지금 그녀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그 개새끼 앞에 선다 해서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겠지.

       

       그런데 그 부모조실하신 새끼를 가볍게 처리한 화령님이 화산의 유저들을 상대로 고전할 리가 없다.

       

       이후의 대련은 박연이 예상한 대로 일방적이었다.

       

       화령은 대련을 하는 내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제자리에 서서 사방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검격들을 피하고, 흘리고, 막아냈다.

       

       그 모습은 꼭 몇 수 앞의 미래를 먼저 내다보고서 대응을 하는 것만 같았다.

       

       박연도 지금 화령이 어떻게 저 공격을 피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주변에 내기를 흩뿌려 기감을 느끼는 중이리라.

       

       기감을 느끼는 능력이 극한에 이르면 눈으로 보지 않고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공격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

       

       박연은 이 사실을 몸으로 체험한 적이 있었다.

       

       이전에 문파의 사람들과 함께 천존에게 도전을 하러 갔을 때 천존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화령이 하는 것처럼 미래를 보기라도 하는 것 마냥 모든 공격에 가볍게 대응을 해 보였다.

       

       지금 화령과 화산의 유저들 중에서 괴로운 쪽은 화산의 이들이리라.

       

       자신이 하는 공격이 하나도 닿지 않을 때의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숨 쉬듯 기감을 다룰 수 있는 거지? 저거 진짜 어려운데.

       

       박연은 이전에 천존에게 당했던 후부터 기감의 수련을 해왔다. 그 날 천존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서 그처럼 되고 싶다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저게 경이로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기감을 느끼는 게 분명 유용함에도 사용하는 이가 거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애초에 진입장벽 자체가 높다. 내기를 주변에 흩뿌리는 것도 어렵고, 그걸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든 이 벽을 넘더라도 그 앞에는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다. 내기를 주변에 흩뿌려 놓아도 기감을 감지하는 게 어려운 것이다.

       

       기감이라는 것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제 육감이다.

       

       그 감각을 사용한다는 건 다른 VR게임에서 보정 없이 날개를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는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당장 박연도 오랫동안 연습을 한 끝에 어느 정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다만 그건 지금 화령이 하는 것에 비하면 장난질이나 다름없었다.

       

       커다란 움직임 정도 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박연과는 달리 화령은 주변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다.

       

       화산의 유저들 모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움직일지를 파악한 후에 그에 대해 완벽한 대처를 해보였다.

       

       화령이 하는 대처가 얼마나 깔끔했는지 그녀의 목에 매달려 잠자고 있는 여우는 침대에 누운 것마냥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대체 어떤 방법으로 수련을 하면 저렇게 날카롭게 기감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할 수만 있다면 배우고 싶다.

       

       “신기하죠? 저도 예전에 화령님한테 기감 수련하는 법 알려달라고 한 적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대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기초도 안 되어 있는데 무슨 기감이냐고 그러시더라고요.”

       

       박연은 웃음을 짓는 냥냥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저도 냥냥님처럼 화령님 아래에서 꾸준히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화산에 들어가면 되죠.”

       “화산이요? 화산 망했잖아요.”

       “진짜 여태 술에 취해서 뻗어 계셨구나.”

       

       냥냥은 한숨과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가 말하길 화령은 오늘 방송을 키자마자 자신이 얻은 보상을 활용해 자하신공의 사용자를 찾아냈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협력을 구하는 과정에서 화산을 재건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냥냥은 설명했다.

       

       “지금 화령님이 화산 분들 봐주는 것도 그거 때문이에요. 화산 재건에 도움을 줄 사람들이라 한 번 봐준다고 하셨거든요.”

       “…정말로요?”

       “제가 이걸로 거짓말을 왜 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술 마시러 가지 말 걸!

       

       화산이 망한 게 너무 좆같아서 민준 형이 한 권유를 쳐내고 술 마시러 간 거였는데!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자하신공을 찾으러 갔었다면 지금 저 자리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었을 거 아냐.

       

       입술을 씹으며 화면 속의 화산 사람들을 질투하던 박연은 얼굴을 쓸어 내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저기에 가면 화령님한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아냐. 아냐. 그러지 말자. 너무 추해 보이잖아.

       

       명분이 있으니 제재는 안 당하겠지만 저기에 나타나는 순간 화령의 방송을 보는 수천 명의 비난을 사게 될 텐데 박연은 그걸 견딜 자신이 없었다.

       

       “저 사람들이 부러워요?”

       “부럽죠. 당연히.”

       

       한참 동안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무언갈 눈치 챈 듯 냥냥이 묻자 박연은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박연님도 화산파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이니까 화산에 들어가면 되죠. 그럼 화령님한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사람 뽑는다고 하셨어요?”

       “네. 화산파 소속이었던 사람 중에서 실력 좋은 사람 위주로 선발한다고 하시던데요.”

       

       따로 선발 시험을 볼 생각이신가.

       

       하기야 화령님 본인이 지닌 네임밸류도 있고 자하신공하고 매화검법이 미끼로 걸려 있으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겠지.

       

       그 사람들을 다 받아들일 수도 없을 테니 선별이 필요하긴 하겠다.

       

       “빡세겠는데요.”

       “그쵸? 지금 화룡무인 커뮤니티 난리에요.”

       “화룡무인 커뮤니티가 게임이야기로 다시 불 탈 날이 올 줄이야. 화령님이 장작의 여왕이긴 하네요.”

       “화령님이 발 닿는 곳은 어디나 불타니까요.”

       

       그래요. 화산처럼. 이라는 대답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박연은 그걸 입에 담지 않았다. 그랬다간 분위기가 싸해질 것 같았기에.

       

       “그런데 냥냥님.”

       “왜요?”

       “이거 대련 언제 끝나요? 지금 꽤 된 거 같은데.”

       

       대련이 시작되고서 삼십 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련은 한창이었다.

       

       필사적으로 화령에게 달려들던 화산의 유저들은 슬슬 지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화령은 달랐다.

       

       그녀는 너무도 태연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공격하길 권유했다.

       

       “…어. 글쎄요.”

       

       박연의 질문에 냥냥은 확답을 내지 못했다.

       

       “냥냥님 이런 대련 많이 해보지 않으셨어요?”

       “많이 했죠. 매주 한 번 이상은 하니까.”

       “그럼 대충 얼마 정도 한다는 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않아요.”

       “네?”

       “그런 거 안 정해져 있어요. 대련이 끝나는 건 언제나 화령님이 만족했을 때니까요.”

       

       조금의 장난기도 섞이지 않은 진지한 대답에 박연이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저기 없었던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

       

       바닥에 널부러져서 움찔거리고 있는 화산의 이들을 살피다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 오래 굴리지도 않았거늘 이 꼴이라니.

       

       근성이 없구나.

       

       엔리라면 이 상황에서도 이를 꽉 깨물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노력했을 것이야.

       

       – 이 사람들 너무 약하다.

       – ㄹㅇ. 겨우 세 시간밖에 안 됐는데.

        – 세 시간이 겨우?

       – 겨우지. 화령이 다른 사람 굴릴 때는 반나절이 기본임.

       – 엔리 굴릴 때가 꿀잼인데. 그 말 많던 엔리가 점점 말이 없어지는 게 진국임. 

       

       억지로 일으켜 세울까 생각을 하다 그만 뒀다.

       

       잠시 가르치고 말 아해들에게 열성을 다할 필요는 없겠지.

       

       나중에 이들이 내 아래에 들어오게 된다면 모를까.

       

       “쉬게 해 줄 테니 고갤 들어라.”

       

       그러자 바닥에 널부러저 있던 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여간에.

       

       그 뻔뻔스런 모습을 노려봐 주었더니 하나 같이 내 시선을 피했다.

       

       괘씸한데 조금만 더 굴릴까.

       

       그래. 적어도 고개를 들고 싶어도 못 들 때까지는 힘을 빼놓자.

       

       마음속으로 그리 결심을 한 순간 한민준이 다급히 손을 치켜 들었다.

       

       “화령님! 질문 있습니다!”

       

       질문을 함으로써 쉬는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절로 느껴진다만 일단 들어는 주마.

       

       만약 그 질문이 쓸데 없는 것이라면 다시 바닥을 구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야.

       

       “무어냐.”

       “화산파 가입 지원은 어디로 넣어야 합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문파에 가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은 특정 일시를 정하고 사람을 불러 모아 선별을 하는 것 아니더냐.

        지원을 넣는다니?

       

       “설마 주먹구구식으로 하실 생각이었어요?”

       

       내가 의문을 표하자 오히려 한민준이 기겁을 했다.

       

       “어어. 그렇다만?”

       “요즘에 누가 그런 식으로 합니까.”

       

       그는 우선 메일로 지원 서류를 받아서 그걸 확인하며 1차적인 선별을 하고 그 뒤에 사람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잔뜩 모일 게 분명한 지금은 더더욱.

       

       안 그러면 이상한 사람이 뒤섞여서 개판이 날 가능성이 너무 높다나 뭐라나.

       

       “굳이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느냐?”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봐야 수십 명일 텐데 굳이? 싶었지만 한민준은 확고했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화령님의 방식으로 하면 그 날에 혼란이 생길 거라고.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나보다도 이 유저들에 관해 잘 알고 있을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럼 그대가 생각하기엔 어찌해야 할 것 같으냐?”

       

       한민준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내가 묻자마자 여러 가지 방안을 쏟아냈다.

       

       확실히 그가 이야기 해 주는 방식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혹시나라는 게 있으니 네가 말하는 대로 해보마.”

       “네. 혹시 중간에 헷갈리는 게 생기시면 연락 주세요.”

       “알겠다. 그리 하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다들 충분히 쉬었겠지.

       

       “다들 일어나거라.”

       “벌써요?”

       “안돼…”

       “진짜 못 움직여요.”

       “조금만 더 쉬면.”

       “일어나라.”

       

       살기를 흩뿌려 주었더니 다들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거 봐라. 움직일 수 있지 않으냐.

       

       “다시 시작하마. 와라.”

       

       *

       

       한민준의 제안한 방식대로 하기로 마음 먹은 나는 그 날 방송을 종료하며 스마트폰를 쓰기 위해 만들었던 이메일로 지원 서류를 보내 달라고 요청을 했고.

       

       

       “…메일이 왜 천 개 넘게 와 있는 거지?”

       

       다음 날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이 커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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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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