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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3

       

       

       

       

       오늘은 수요일.

         

       즉, 오후에 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이다.

         

         

       “뭔가 동아리 활동 시간에 네가 참가하는 모습을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

         

         

       동아리 활동 시간에 무심코 내뱉은 듯한 차무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말대로 이다혜 스토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참여했으니까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만도 하다.

       

       참고로 내 옆자리는 여전히 차무식이었고, 뒤쪽으론 이다혜랑 설소영이 사이좋게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둘이서 자주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지만, 뭔가 요즘 따라 유독 사이가 좋아 보이는 설소영과 이다혜.

         

       생각해 보면 저 둘은 나를 두고 경쟁을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아마 그런 힘든 과정이 일어나지 않았고, 결과적으론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기에 그런 게 아닐까?

         

       물론 그걸 위해서 나는 정체를 공개했고, 규모가 조금 큰 도박을 했다.

         

       당연히 정체를 공개한 것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젠 어딜 가도 나를 사람들이 알아보며 수군거리고, 특히 학교에서는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조금 많은 것 같다.

         

       하긴, 927 작가와 같은 나잇대라는 점도 믿기 힘든 사실일 텐데 그런 사람과 다짜고짜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기자 회견에서 나한테 한 말 잘 들었어. 내 열정이 결국 너의 가슴에 불을 지폈구나.”

         

         

       내 앞에 다가선 이 남자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다.

         

       연극·영화부의 부장 박하준.

         

       그가 어째서인지 나를 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서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기자 회견에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

         

       대충 긍정적인 의미에서 조금 영향을 줬다고만 돌려서 말했지, 스스로 불을 지폈다는 듯한 과장된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

         

       그렇기에 방금 했던 생각을 그대로 전했건만…….

         

         

       “뭔가 내가 927 작가에게 영향을 줬다는 의미에서 배우의 길을 걷길 잘한 기분이 들더라고.”

       “쓰으읍… 하준 선배. 별로 안 궁금하긴 해요.”

       

         

       음. 아무래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

         

       내가 알기로 박하준은 927 작가, 즉 나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초에 그런 마인드가 없었더라면 이 동아리를 만들 생각도, 만들지도 않았겠지.

         

       그러한 의미에서 존경의 대상과 바로 눈앞에서 대화하는 것치곤 반응이 참 재미없는 편이었다. 어찌 보면 차무식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나는 이쪽을 선호한다.

         

       부담을 느끼고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는 것보단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쪽이 내 입장에선 당연히 좋다.

         

         

       “반대로 나는 너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정확하게는 927 작가님에게… 라고 해야 하나?”

         

         

       그때였다.

         

       박하준이 아까와는 다르게 상당히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고 굳이 927 작가의 이름은 언급한 것일까?

         

         

       “이태원 레볼루션. 왜 굳이 날 남자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한 거야?”

         

         

       나는 박하준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과연 박하준은 무슨 의도로 저런 질문을 한 것일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답은 나온다.

         

       저 때의 박하준은 솔직히 지금처럼 그리 유명하지 않은, 거의 무명에 가까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신인 배우에게 다짜고짜 유명 각본가가 남자 주인공 자리를 제안했을 테니 박하준의 입장에선 충분히 인위적인 상황이긴 하다.

         

       즉,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어떻게 자신의 재능까지 알아본 것인가. 박하준이 한 질문의 요지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박하준의 질문은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었고, 동시에 이런 의문을 가질 만한 사람이 이 부실 안에 한 명 더 있었다.

         

         

       “…….”

         

         

       아까부터 박하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설소영.

         

       아마 그녀 역시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이런 의문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박하준이 한 질문은 내게 있어서 조금 민감한 주제였다.

         

       ‘꽃같은 커플’이라는 원작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박하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재능까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라는 대답은 내가 927 작가라는 사실을 밝힌 것보다 아마 더 믿기 힘든 얘기일 것이다.

         

         

       “음?”

         

         

       뭐….

         

       저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니 어쩌면 내가 하는 말이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네.

         

       물론 그것은 설소영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다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세계의 비밀만큼은 누구에게도 밝힐 생각이 없었다.

         

       굳이 그것을 말할 이유도 없었고, 이 세계가 드라마 속 세상이라는 것과 자신이 그곳의 등장인물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큰 혼란이 될 수 있으니까.

         

         

       “뭔가 남주인공 쪽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티비로 보던 유명 배우가 아닌 신인 배우 쪽을 수색했고, 우연히 박하준이라는 신인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게 된 거죠. 그 순간 딱 삘이 오더라고요. 이 사람이라면……”

       “이태원 레볼루션의 주인공인 강철 역과 어울렸다?”

       “네. 대충 그런 느낌이었죠.”

       “흐음….”

         

         

       빅하준은 내 대답을 듣고 영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혀 안 믿는 눈치다.

         

       설마 쓸데없이 감은 더럽게 좋은, 원작의 설정 때문에 방금 내 말이 거짓인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건가?

         

       결론은 지금 박하준과 대화를 나누는 내게 있어서는 그닥 좋지 않은 설정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럼……”

         

         

       이윽고, 박하준이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던 그때.

         

         

       “야, 서은우! 그럼 우리 내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데!!!”

         

         

       누군가가 연극·영화부의 부실에 다짜고짜 들이닥쳤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박하준보다 훨씬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한 여학생.

         

       연극부의 실질적인 리더인 강예린이 부실에 방문한 것이었다.

         

       참고로 강예린은 우리 동아리의 정식 부원은 아니지만, 동아리 활동 시간에 계속 지금처럼 우리 부실에 찾아와서 눌러 앉고 있었다.

         

       그래서 부실에 방문한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은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녀가 ‘내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내게 화를 내는 중이라는 것이다.

         

       강예린과 내가 내기라고 할 만한 것을 한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대한청소년연극제의 결과를 두고 지는 쪽이 사실상 이긴 쪽의 노예가 되는 것.

         

       솔직히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 깔끔하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이 내기의 결과는 내가 이겼고, 사실 벌칙마저도 없던 얘기가 되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갑자기 뭔 내기요?”

       “야, 야. 너 지금 927 작가 대회 양학 논란 나오고 있는 거 모르냐?”

       “대회 양학 논란이라고……?”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자 옆에 있던 차무식이 다급히 이유를 설명했다.

         

       제목에도 단어가 포함되어 있듯이 대한청소년연극제는 자라나는 연극 꿈나무들을 위한 대회이며, 사실상 아마추어 청소년들을 위한 대회였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서 청소년의 신분으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내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게 전혀 아니었던 것.

         

       실상은 이미 프로 중의 프로인 927 작가가 싱글벙글 청소년 대회에 참가해 자라나는 꿈나무들의 꿈을 자연재해 마냥 쓸고 갔다는 세간의 비유였다.

         

       문제는 그 927 작가가 대한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한 것에 관해 전혀 문제가 되는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작가가 왜 청소년이고, 왜 하필 그런 서은우와 현재 한국에서 제일 핫한 연예인들이 다 함께 대회에 참여하였는지 등등.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면 끝도 없이 제시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론 한빛예고의 연극·영화부는 청소년 대회의 수준을 넘는 말도 안 되는 체급이었다.

         

       때문에 양학 논란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 같은 얘기가 떠돌고 있던 것이고, 동시에 그 대회에서 2등을 했던 강예린이 되려 재평가가 되고 있었다.

         

       대충 도대체 강예린은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걸까…… 라는 느낌으로.

         

         

       “듣고 보니 강예린 선배,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말이 네 입에서 튀어나오면 어쩌자는 거야!!! 애초에 너, 처음부터 네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지?”

       “당연하죠. 저는 지는 내기는 안 하거든요.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피드백을 해드렸잖아요.”

       “그래. 그건 분명 많은 도움이 됐지. 하지만 아직도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서.”

       “음? 그럼 저한테 원하는 게 뭔데요?”

       “간단해. 피드백에서 더 나아가 나를 제자로 받아줘.”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무슨 제자 소리냐?

         

         

       “천하의 927 작가인데 나 정도 제자는 둬야 위상이 더 살지 않겠어?”

         

         

       이어서 강예린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와…….

         

       그나저나 저 말을 본인 입으로 직접 한다고?

         

       나 같으면 창피해서 절대 못 한다.

         

       문제는 저 떳떳한 모습을 보니 본인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강예린이 말한 제자 같은 건 받을 생각이 없다.

         

       이제부터 내 할 일도 바쁠 텐데 누굴 가르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그리 조리 있게 가르칠 자신이 없다.

         

       애초에……

         

         

       “강예린 선배 정도면 제 가르침 같은 건 필요 없이 금방 저를 따라잡을 거예요.”

       “……?”

       “뭘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해요? 진심이니까 열심히 해봐요. 제가 아는 선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인데.”

       “뭐, 뭐라는 거야!”

         

         

       강예린은 갑자기 나로부터 등을 돌렸다.

         

       칭찬 한 번 해주니까 곧바로 얼굴이 붉어진 걸 보니 참 솔직한 사람이다.

         

         

       “하준 선배 저거 플러팅 아니에요?”

       “그러게. 아무래도 우리 927 작가님께서 2명으로는 만족하시지 못하는 모양인데.”

         

         

       그때 옆에서 나와 강예린의 대화를 지켜본, 박하준과 차무식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오, 이놈들아……

         

       다 들리거든?

         

       솔직히 이건 반박하기도 귀찮은 주제다.

         

       설소영이랑 이다혜를 한 사람이 동시에 감당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여기서 미쳤다고 내가 여자를 더 늘리겠는가?

         

       애초에……

         

         

       “…….”

       “…….”

         

         

       그랬다간 아까부터 내 뒤쪽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강예린을 쳐다보고 있던, 저 두 명에게 어떤 짓을 당하려나…….

       

       음. 당연히 모르는 쪽이 좋겠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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