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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파들파들-

       움츠러든 겨울의 몸이 떨린다.

       하얀 귀는 축 가라앉아 두려움을 알렸고, 아랫배에 달라붙은 꼬리를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울 거라 여긴 아이가 전신으로 두려움을 표현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에 유상아와 맞은편 모험가가 헛숨을 들이켰다.

       

       ‘일단 마석부터 치워야겠다.’

       

       유상아가 블루 라이거의 마석을 주머니에 담았다.

       유상아의 손이 마석에 닿을 때마다 겨울이 몸을 움찔거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체를 만지는 사람을 본 기분.

       겨울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죄송해요. 많이 무서웠죠?”

       

       “아, 아뇨. 제가 더 죄송해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가 대체 왜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는 건지.

       유상아가 겨울을 달래주기 위해 배를 토닥여 주었다.

       

       “하필이면 고양잇과 마석이었네요.”

       

       “네. 저도 머리로는 아닌 거 알고 있는데, 풍기는 마나가 저랑 너무 비슷해서···”

       

       겨울은 알고 있었다.

       경험이 적은 어린 수인족만이 이런 착각을 한다는 것을.

       

       수인족으로서의 삶이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이러는 거겠지.

       겨울이 쿵쿵 뛰는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겨울님 있을 땐 고양잇과 마석은 다른 데스크로 보내야겠어요.”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괜찮아요. 이렇게 서로 배려하면서 사는 거죠. 나중에 저 곤란한 일 있으면 겨울님이 도와주셔야 해요?”

       

       “네에···”

       

       유상아는 정말 좋은 사람이란 말이지.

       겁에 질렸던 겨울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겨울아, 이리 오거라.”

       

       톡톡-

       계산을 마친 소피아가 제 의자를 두드렸다.

       겨울이 기다렸다는 듯이 유상아의 무릎 위에서 내려왔다.

       

       “음···”

       

       유상아는 아쉬움을 느꼈다.

       계속 앉아있으면 싶었는데.

       

       그래도 가족은 이길 수 없는 거니까.

       유상아는 질투하지 않고, 겨울을 무릎에 앉힌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소피아 옆에 앉아요?”

       

       “그래, 와서 앉거라.”

       

       “네에.”

       

       겨울이 소피아의 옆에 앉았다.

       몸이 작은 두 사람인지라 서로의 몸을 밀착해 앉을 수 있었다.

       

       “많이 놀랐더냐?”

       

       “살짝이요.”

       

       “너무 부끄러워하진 말거라. 수인족이라면 다 겪는 일이니까.”

       

       따듯하다.

       체온도 신경 써주는 마음도.

       겨울이 꼬리로 소피아의 허리를 둘러 감았다.

       

       언제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꼬리였으나, 이번엔 겨울의 의지였다.

       이를 눈치챈 소피아는 말없이 눈웃음만 지어 보였다.

       

       

       **

       

       

       견학이 끝나고, 소피아가 쉬러 집으로 돌아갔다.

       아직 쉴 수 없었던 나는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이 있나 주위를 둘러본다.

       귀를 쫑긋거리며 소리를 듣기도 했다.

       

       “헤헤.”

       

       저 멀리서 들려오는 한여름의 웃음소리.

       나는 자연스레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우쭈쭈.”

       

       한여름을 찾아 도착한 곳에서 꽤나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목줄에 메인 강아지 앞에 한여름이 쪼그려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강아지의 목줄을 잡은 이는 다름 아닌 최진혁이었다.

       

       ‘키우는 건가 보네.’

       

       금빛 털을 가진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두 발로 일어서면 나보다 훨씬 클 것 같았다.

       

       나는 바로 뒤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는 한여름을 구경했다.

       

       “아이 이쁘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강아지의 꼬리가 기운차게 흔들렸다.

       지켜보는 내 꼬리가 함께 흔들릴 정도였다.

       

       붕붕-

       흔들리는 꼬리의 기척을 눈치챈 최진혁이 옆을 돌아보았다.

       어 하는 짧은소리와 함께 눈동자만 굴려 한여름을 내려다보았다.

       

       “한여름.”

       

       “왜?”

       

       자리에서 일어난 한여름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헤헤 웃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강아지랑 놀고 있었어요?”

       

       “으, 응··· 겨울이 언제 왔어···?”

       

       “저 방금 막 왔어요.”

       

       커다란 개가 순해 보인다.

       나도 만져봐도 되려나?

       괜스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한여름이 내게 손을 저어왔다.

       

       “겨, 겨울아, 언니 절대 그런 거 아니다?! 개가 두 번째고 고양이가 첫 번째니까···!”

       

       “어··· 넵···”

       

       한여름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알 수 없는 상황에 눈만 깜빡거렸다.

       

       “강아지랑 바람 피우는 거 아니다?! 막 이상한 오해하고 그러면 안 된다?!”

       

       “네, 네에··· 안 할게요···”

       

       강아지랑 바람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헤, 헤헤···”

       

       한여름이 내게 다가오더니 뺨 위로 손을 올렸다.

       방금 전의 강아지를 만졌을 때처럼 내 얼굴 이곳저곳을 쓰다듬거나 주무르기 시작했다.

       

       “저기···”

       

       “아, 미안. 언니가 당황해 가지고.”

       

       “···그렇군요.”

       

       사람에겐 저마다의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

       굳이 물어보진 않기로 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요?”

       

       “그냥, 강아지랑 산책하고 있었어.”

       

       목줄에 메인 강아지가 혓바닥을 내밀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응. 언닌 좋은데 괜찮겠어?”

       

       “뭐가요?”

       

       “그게, 강아지랑 고양이라서···”

       

       한여름의 시선이 내 머리 위를 향했다.

       정확히는 쫑긋 솟아오른 귀를 향해서.

       

       내 짐승 부분이 고양이라서 걱정하는 건가?

       나는 진짜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제대로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고양잇과 수인족과 강아지의 사이가 어떤지 알지 못한 탓이었다.

       

       “위험하려나요?”

       

       “글쎄? 언니도 이런 경우는 잘 몰라가지고.”

       

       “음···”

       

       고민하다가 강아지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았다.

       녀석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손을 핥았다.

       

       “괜찮은가보다.”

       

       “네.”

       

       이 정도면 함께 산책해도 상관없을 테지.

       혹시모를 걱정을 해준 한여름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

       

       

       개의 목줄을 붙잡고 공원을 산책했다.

       훈련을 잘 받았는지, 커다란 강아지가 앞서나가지 않고 내 옆만 졸졸 따라다녔다.

       

       “어머.”

       

       찰칵-

       

       “우와.”

       

       찰칵-

       

       한여름이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 사진을 찍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정면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옆을 따라다니는 한여름만 힐끔거릴 뿐이었다.

       

       “저기···”

       

       “아, 미안. 언니가 너무 심했지. 겨울이랑 추억을 남기고 싶은 생각에 조금 들떠버렸네.”

       

       “추억이요?”

       

       “응. 겨울이랑 강아지랑 산책하는 장면은 귀하잖아.”

       

       “그렇군요.”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한여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우리 사진 같이 찍어요.”

       

       “으, 응···!”

       

       한여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최진혁도 껴서 찍었다.

       한여름은 우리의 사진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소중하게 꼭 끌어안았다.

       

       “겨울아, 방금 찍은 거 언니 개인 SNS에 올려도 될까?”

       

       “네. 좋아요.”

       

       “헤헤, 진짜 고마워.”

       

       한여름이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린다.

       그녀의 키가 높아 화면이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랑 함께 사진 찍는 게 그리도 좋은 건가?

       기쁨에 꼬리가 요동쳤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진을 찍어줘야겠다.

       그리 마음먹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이 공원에는 야생 동물이 상당히 많단 말이지.

       나는 자연스레 고양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옹.”

       

       바닥에 엎드려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가 있다.

       울음소리를 통해 녀석이 평화로운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내가 잡고 있는 강아지를 살짝 경계하고 있었다.

       

       “겨울아, 고양이가 뭐래?”

       

       “글쎄요···?”

       

       “아··· 못 알아듣는 구나···?”

       

       “네. 제가 진짜 고양이는 아니라서요···”

       

       내게 고양이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진 않았다.

       어쩌면 한여름은 내 고양이 부분을 높게 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수인쪽 부분이 어떻게 작용하진 않을까 싶어서 그랬어.”

       

       그리 말한 한여름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이랑 대화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안 된다고 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

       그녀를 위해 내가 이해한 걸 조금만 알려주기로 했다.

       

       “대화가 되는 건 아닌데, 무슨 상태인지는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

       

       “네. 방금은 강아지가 무서우니까 가까이 안 왔으면 한다. 피곤하니까 네가 알아서 피해가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정도면 대화 되는 거 아니야?”

       

       “···어라?”

       

       그런가?

       말로 하는 게 대화의 전부는 아니니까.

       한여름의 말대로 어쩌면 정말 고양이가 대화가 될지도 몰랐다.

       

       ‘세상에.’

       

       내가 고양이랑 대화가 되다니.

       여러모로 재미있고 쓸모가 많은 능력이었다.

       

       조금만 더 연습해 볼까?

       고양이를 바라보는 순간, 저 멀리서 레비나스와 새벽이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왕아, 큰일 났다!”

       

       우다다다-

       두 아이가 고양이처럼 달려온다.

       우리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이들을 향했다.

       

       “무슨 일인데?”

       

       “씨앗이 자랐다! 근데 이상한 게 나왔다!”

       

       “벌써···?”

       

       레비나스에게 식물성장 능력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 자라진 않는데?

       우리는 다 같이 레비나스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컨테이너 근처.

       처음 보는 회색의 나무가 자라있었다.

       손으로 만져본 나무의 표면은 강철만큼 단단했다.

       

       “이게 뭐야···?”

       

       철 나무라니 이게 대체 뭐지?

       나무에 열린 강철같은 열매가 참 신기했다.

       

       “세상에.”

       

       한여름과 최진혁이 경악스러운 눈으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나무를 매만지는 그들의 손목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거 겨울이 나무니···?”

       

       “응! 이거 왕이 나무다!”

       

       나 대신 레비나스가 답했다.

       레비나스가 받고 키운 나무를 내 것이라 해주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거 강화제잖아···”

       

       “강화제요?”

       

       “으, 응··· 무기에 바르는 건데, 민들레 차도 그렇고, 겨울이 버프력이 장난 아니네···?”

       

       강화제가 대체 뭘까.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그저 나무만 올려다보았다.

       

       “이거 되게 귀한건데.”

       

       “일단 마스터 불러와야겠다.”

       

       “응.”

       

       뭔진 모르겠지만 좋은 건가.

       관상용으로도 보기 좋으니 참 다행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겨울이 버프력 상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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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곁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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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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