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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방학은 엄밀히 따지자면 일하는 사람의 휴가와 같다.

        

       물론 노동자의 그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길었고, 보통 아카데미에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되는 아이들은 방학에 일하는 것보다는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내는 일이 많았다.

        

       클레어와 레오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향상심이 매우 컸다. 레오도, 클레어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검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방학 내내 열심히 수련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학기 중에 무려 ‘검성’을 만났다.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 사이에 그 둘은 검성에게 ‘제자’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언제든 와서 배우라는 말도 들었다.

        

       방학이라는 기간은 당연히 그렇게 하기에 아주 훌륭한 기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레오와 클레어는 두 황녀의 방문이 끝난 직후에 바로 북부로 갈 계획을 짰다.

        

       물론 인생이 늘 스스로 짠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클레어, 너는 남아라.”

        

       당연히,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

        

       하지만, 그런 것이 언제나 생각대로만, 원하는 대로만 굴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레이스류 검술을 계승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검성 같은 좋은 스승을 두었다면 감사히 검술에 정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니 말이다.”

        

       “어머니, 그렇다면—”

        

       “하지만.”

        

       그레이스 남작 부인은 작게 숨을 내쉬고 클레어에게 말했다.

        

       “클레어, 너도 이제 슬슬 결혼을 준비할 나이지 않으냐.”

        

       “……예?”

        

       클레어의 얼굴이 멍해졌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어머니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그게 뭐죠?’ 하는 감정이 어려있었다.

        

       “지금 당장 결혼하라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일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겠지.”

        

       이야기를 들은 클레어의 얼굴이 조금씩 붉게 달아올랐다.

        

       “적어도…… 몸가짐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아가씨’로 만들어야겠다. 이번 방학은 그걸 중점으로 교육받도록 하자.”

        

       “하지만, 어머니—”

        

       클레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레이스 남작 부인의 생각은 확고한 듯했다.

        

       “클레어, 너는 우리 가문의 딸이지 않으냐. 누군가와 결혼했을 때 흠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말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클레어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클레어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고, 남작 부인은 입가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만약 네가 이번 방학 동안 우리 가문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몸가짐을 고칠 수 있다면, 겨울에는 북부로 가 검술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줄 수 있다.”

        

       “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클레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진짜죠? 진짜죠, 어머니?”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방방 뛰는 클레어를 보고, 남작 부인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하지만 일단은 그 경거망동하는 몸짓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꾸나.”

        

       *

        

       “허허…….”

        

       레오의 이야기를 들은 검성 프레데릭은 허탈하게 웃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의 시선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토록 깨어있는 집안이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프레데릭은,

        

       “하긴, 본인은 그런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도, 다른 귀족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니까.”

        

       하고, 혼자 제자 한 명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다. 그 아이라면 그런 역경 정도는 쉽게 뛰어넘을 테니. 겨울에는 너희 둘 모두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기를 바라기로 하자꾸나.”

        

       프레데릭은 팔짱 끼고 있던 팔을 슥 내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 명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부터 해볼까.”

        

       “알겠습니다.”

        

       레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것이, 7월 말의 일이다.

        

       *

        

       검성 아래에서 한 달이라는 기간은 무척 짧은 기간이다. 검성은 평생, 그러니까 수십 년간 검술을 갈고닦아왔고, 그 검술 전체를 전수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맞먹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달이라는 기간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오는 더 확실하고 차분하게 검술에 임할 수 있게 되었고, 휘두르는 검의 끝이 훨씬 날카롭고 정확해졌다. 지금까지는 클레어와 검술 실력이 거의 같았다면, 그래도 지금은 근소한 차이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리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거의 절벽이나 다름없는 곳에 지어진 오두막에서 지내는 것도 꽤 도움이 되었다. 바람이나 겨우 막아주는 건물에서, 그것도 길이 무척 험한 곳에 지어진 건물에서 지내는 것은 그 자체로 훈련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몸은 불편해도 자기가 착실히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레오는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명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던 때, 검성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살며시 눈을 뜨고 검성을 올려다보니, 검성은 턱에 손을 대고 오두막의 얇은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거겠지.

        

       “아무래도 우리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온 모양이구나.”

        

       검성 프레데릭은 그렇게 말하더니, 탁자 위에 놓인, 약초가 잔뜩 든 바구니에 손을 올렸다.

        

       “제니퍼 선생님이 아닐까요?”

        

       “그 녀석의 발걸음이 아니다. 그 녀석이라면 뻔뻔하게 소리도 숨기지 않고 찾아왔겠지. 게다가 이렇게 불안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프레데릭의 눈이 가늘어졌다. 처음 듣는 발소리이지만, 검성을 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의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살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실력 없는 것들이 자기 살기를 숨기지 못해서 사방팔방으로 기척을 뿌리고 다녀 기습에 실패하곤 한다. 실력이 있다면 살심을 숨기고 다가와 말끔하게 칼침 한 번에 목표를 쓰러트릴 텐데.

        

       그렇다면, 정말로 방문객이란 말인가? 혹시 재미로 산을 오르다가 조난당한 인물이기라도 하다는 뜻일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손에 바구니를 꽉 쥐면서, 프레데릭은 생각했다.

        

       “…….”

        

       상대는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곧장 검성 프레데릭의 오두막 문 앞까지 와서, 당당하게 그 문을 열어젖혔다.

        

       프레데릭은 그 문이 열리는 시간을 가늠해서 바로 바구니를 던졌다.

        

       문이 열리는 사이에 바구니는 안에 들어있던 약초를 사방으로 흩날리며 날아가서—

        

       정확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던 한 소녀의 이마 정중앙을 정확하게 맞췄다.

        

       “으꺅!?”

        

       생각도 하지 못한 깜찍한 소리에, 프레데릭은 눈을 깜빡였다. 그건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 상체만 돌려서 문 쪽을 보고 있었다.

        

       바닥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은 채 머리를 문지르는 소녀는, 얼핏 보기에 상당히 가냘파 보이는 소녀였다. 물론 그렇다고 여성적인 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소리는 또 아니었지만.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채 이마를 문지르던 소녀에게,

        

       “실비아?”

        

       레오가 다소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실비아라고 불린 소녀는 그제야 자기가 바닥에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순간 이마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잠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는, 한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다시!”

        

       그렇게 외쳤다—

        

       *

        

       그놈의 바구니에 이마를 몇 번이나 부딪혀 놓고도 또 잊어버렸다.

        

       하긴 몇 개월이나 다시 오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다.

        

       검성은 둘째치고, 그 안에 있는 레오까지 내 모습을 봐버렸으니까.

        

       “후우.”

        

       몇 초 전으로 시간을 돌린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문을 열었다.

        

       끼익, 하고, 누가 봐도 전문가가 만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문이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바구니였다.

        

       나는 문고리를 잡지 않은 손을 들어서 그 바구니를 받아냈다.

        

       척.

        

       다행히,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날리는 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꽤 멋들어지게 바구니를 받아낼 수 있었다.

        

       “호오.”

        

       프레데릭이 몇 번 정도 들어본 적 있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실비아?”

        

       이번에는 황당함이나 당혹스러움이 담기지 않은, 문자 그대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최대한 여유 있는 척,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근처 테이블에 차분히 올려두었다.

        

       “실비아라.”

        

       프레데릭은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가에 다소 흉포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네가 지난번 전장에서 활약했다던 그 아이인가 보구나.”

        

       ……뭘까.

        

       왜 내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반응이 다른 것 같지?

        

       순간 프레데릭이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는,

        

       “내 제자의 친우라면, 한 번 실력 정도는 보는 것이 좋겠군.”

        

       검을 쥐어 들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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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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