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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드디어, 잡았다!”

       

       “하하···. 그거, 다행이네···.”

       

       

       어떻게든 피했다.

       

       심장을 노리던 마수의 공격을 피해, 치명상만큼은 어떻게든 면했다.

       

       하지만 즉사를 면했을 뿐.

       

       이 상태로는 움직이기도 힘들겠지.

       

       시우는 슬쩍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상의를 아르테에게 벗어줬기 때문일까? 옷에 가려지지 않은 상처가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에 거칠게 뜯겨나간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새빨간 색을 보며 내 몸속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다.

       

       

       “새로 사귄 친구도 배가 고플 텐데···. 너, 그 여자랑 친한 것 같던데···!”

       

       “···.”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크륵, 너를···. 죽일 테니까···! 너를 죽이면 그 여자도 슬퍼하겠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목소리가 완전히 변했군.

       

       성대마저 마수의 것으로 변해버린 걸까.

       

       아직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마수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오히려 상대하기 편했을 텐데.

       

       그러나 그런 가정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었으니까.

       

       

       “죽어어엇!”

       

       

       아르테에게 꼭 돌아가겠다고 말했는데.

       

       조금 무리였던 걸까.

       

       시우는 휘둘러지는 팔을 바라보고 깊게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더 이상 피할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내 느껴지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 시우는 옆으로 살짝 굴렀다.

       

       그래야만 순식간에 비틀리는 팔의 궤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통, 하고.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느낌으로, 소녀가 순식간에 밀려 나갔다.

       

       아마 전혀 아프지 않겠지.

       

       하지만 소녀는, 아니.

       

       소녀의 탈을 쓴 괴물은 속절없이 밀려 나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에 당황했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저 멀리까지 밀려난 소녀를 내버려 둔 채, 새하얀 공을 허리에 달고 아멜리아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아멜리아 택시 도착했습니다!”

       

       “버스라면서요?”

       

       “그냥 알아들어!”

       

       

       세 명뿐인가.

       

       조금 맥 빠지는 등장이었지만, 시우는 그들의 얼굴이 못내 반가웠다.

       

       

       “왔구나.”

       

       “어, 잘 버텼···세상에.”

       

       “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다는 말을 내뱉었지만···.

       

       역시, 통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긴.

       

       내가 봐도 상처는 조금 심각했다.

       

       슬슬 머리도 조금 어지러운 게, 더 피를 흘렸다가는 정말 정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어쩔 수 없이, 시우는 지금 조금 힘겹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미안, 사실 조금 힘들어. 버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조금 부끄럽네.”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어, 어떡하지. 이럴 때는 응급 치료···아니, 하지만 상처가 너무 큰데···. 다, 당장 치유할 수 있는 사람 데려올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아멜리아가, 이내 치유 능력자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마 누군가를 데려오려는 거겠지.

       

       금방 와야 할 텐데.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고 있자, 아르테가 밝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가 순식간에 얼굴을 굳혔다.

       

       내 상처를 본 모양이었다.

       

       황급히 달려와 내 상처를 본 아르테의 안색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음, 또 이상한 생각 할 것 같은데.

       

       또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나는 괜찮다고 위로해 줘야···.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많이 아플 테니까, 꼭 참아요. 마취제가 없는 건 미안해요.”

       

       “뭐? 자, 잠깐, 손은 왜···! 끄으으으으읍?!”

       

       

       아르테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의문을 표하던 무렵,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 가만히 있다가는 끔찍하게 아픈 꼴을 당할 거라고.

       

       그러니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나 상처가 깊어 움직이기 힘든 상태의 나는 아르테에게 붙들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이내 그녀가 뽑아낸 실이 내 상처를 관통했다.

       

       

       “끄으으으읍···!”

       

       “···미안해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치료받기 전에 죽을지도 몰라요. 용서해줘요.”

       

       “끄흡···!”

       

       

       고통에 혀를 씹지 않게끔 하기 위함일까.

       

       천이라도 물려두면 좋을 텐데. 옷은 당장 전투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일까.

       

       아르테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자기 팔을 내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나 시우는 그녀의 팔을 치운 채, 황급히 바지의 일부분을 찢어 입에 물었다.

       

       아무리 아프다고는 해도, 아르테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살을, 그것도 크게 다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부위를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실의 감각에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할 무렵.

       

       시우는 자신을 껴안고 있는 소녀의 온기를 느꼈다.

       

       

       “괜찮으신가요?”

       

       “···응, 고마워.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한 거야?”

       

       “아, 만지지 마세요. 위험하니까.”

       

       

       이내 통증이 완전히 멎은 뒤, 시우는 자기 옆구리를 보고 크게 감탄했다.

       

       얇은 하얀색의 실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자리 잡고 있었다.

       

       

       “의료용으로도 실은 사용하잖아요. 비슷한 거예요. 응급처치를 한 셈이죠.”

       

       “···그래? 대단하네. 감쪽같아.”

       

       “상처를 지혈하기도 했고, 조금 더 움직여도 피가 나오지는 않게끔 하긴 했지만···.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니까 오래 있으면 좋지 않아요.”

       

       

       빨리 치유를 받아야 한다며 아르테가 걱정스레 말했다.

       

       과다출혈로 죽는 것보다는 낫기에 선택했지만, 감염의 위협 때문에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걸까.

       

       시우는 아르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다시금 돌아온 마수가, 아르테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륵, 너···!”

       

       “너구나, 감히 시우를 상처입힌 게.”

       

       

       그러나 아르테의 시선도 싸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말 화난 표정의 아르테.

       

       그 모습이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떨게 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 상황에 만약 그녀와 사귄다면 화내지 않도록 잘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니겠지.

       

       

       “도로시, 부탁해.”

       

       “아, 네, 네···!”

       

       

       갑자기 불려 화들짝 놀란 도로시가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요!”

       

       

       아르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노출도가 적은 옷을 입은 아르테는 실을 약간 풀어 순식간에 마수의 근처로 다가갔다.

       

       

       “네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커흑?!”

       

       “지금은 아니야.”

       

       

       자신에게 아무런 상처를 입힐 수 없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던 걸까.

       

       아르테가 다가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비웃던 녀석의 목이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느긋하게 괴롭혀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

       

       “아르테, 피해!”

       

       “?!”

       

       “키아아아아아아악!”

       

       

       아르테의 주의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쳤다.

       

       다행히, 아르테는 예상외의 사태에 잘 대처했다.

       

       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실을 주변에 풀어 자신을 지키는 벽처럼 전개했고, 그에 그녀를 향해 휘둘러지던 팔이 순식간에 난도질당했다.

       

       

       “···살아있어? 어떻게?”

       

       

       아르테가 경악했다.

       

       분명히 순식간에 목은 떨어졌다.

       

       아르테는 한 치의 방심도 하지 않고, 확실하게 그 목을 깔끔하게 베어 넘겼지.

       

       그러나 저 괴물에게는 그런 건 통하지 않았다.

       

       목이 떨어져 나간 것 정도로는 죽일 수 없다는 듯, 인간의 얼굴 대신 돋아난 정체 모를 마수의 얼굴로 포효했다.

       

       

       “심장, 심장이야! 심장을 노려!”

       

       “크아아아아악!”

       

       

       저 녀석의 약점을 모두에게 알렸다.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에게서 용광로를 떨어트리면 죽을 거야! 확실해!”

       

       

       목이 떨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저걸 멈출 방법은, 오로지 심장을 떼어내는 것뿐.

       

       그러나 우리가 심장을 노린다는 것을 낮아진 지능으로도 깨달은 걸까.

       

       어느새 순식간에 재생된 팔과 다리, 그리고 수많은 능력을 모두 난사하며 괴물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젠장, 다가갈 수가 없어!”

       

       

       아르테가 심장을 갈라버리기 위해 실을 여러 번 쏘아보았지만, 이내 막힐 뿐이었다.

       

       금방 재생하기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는 팔을 조각내거나, 아니면 다른 능력들에 의해 막힐 뿐.

       

       이대로 가다가는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잡아야 해! 언제 무슨 능력을 더 가지고 올지 몰라!”

       

       

       저 수많은 능력은 모두 용광로 탓.

       

       이대로 보내버린다면, 무슨 능력을 들고 올지 몰랐다.

       

       아직 능력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

       

       지금이 저 녀석을 처치할 최대의 기회.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우의 머릿속을, 무언가 관통했다.

       

       

       “···도로시. 네 능력, 나에게 걸어 줘.”

       

       “네? 어떻게 하시려고요?!”

       

       “당당히 걸어 들어간다.”

       

       “저기를요?!”

       

       

       도로시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들은 게 정말 맞냐는 듯.

       

       저 수많은 능력이 휘몰아치는 곳에 걸어 들어가겠다고 말한 게 맞냐는 듯.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게 모든 것을 끝낼 방법이다.

       

       이것이 해피 엔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장 눈에 거슬리는 존재를 치워낼 방법이다, 라고.

       

       직감은 내게 속삭였다.

       

       

       “···이게,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이야. 믿어줘.”

       

       “끄응, 끄으응···.”

       

       

       이게 언뜻 보면 자살 같아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도로시가 고민하는 것을 기다려 주었고···.

       

       확답을 받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거리 공격도 되고, 근거리 공격도 되고, 겁나 튼튼한데다가,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 적이라니

    그야말로 똥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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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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