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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그 질문을 들은 장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그 질문은 정답이 없잖아….”

         

       여기 수수께끼가 있다.

       이 수수께끼는 참 쉬우면서도 모호하기 짝이 없어 만물이 정답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묻는다.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면.

       반대로 이것의 오답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올바른 질문’이 아닙니다!”

         

       장교는 성민혁이 무어라 먼저 말하기 전에 앞으로 나서서 소리쳤다.

       그는 덜덜 떨리는 신체를 간신히 통제하면서 진성에게 외쳤다.

         

       “명확한 답이 없는데 어떻게 올바른 질문이 되겠습니까!”

         

       진성은 천희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턱수염이라도 있는 듯 턱 아래의 허공을 쓰다듬고는 근엄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하니 정답이 될 수 있도록 오직 진실을 담아 말하라. 마음속 깊숙한 곳에 안개처럼 모호하게 흐트러진 이미지를 그러모아 명확하게 만들고, 그것을 형태로 빚어 입 밖으로 내밀라. 그것은 오직 진실이라는 손길만이 들어가 있으면 되는즉. 거짓의 티끌을 한 점도 묻히지 않은 진실로, 오직 진심을 담아 말하라.”

         

       천희수의 항의에 돌아온 진성의 대답은 간단했다.

         

       진실만을 말해라.

       거짓이나 가식 없이, 진심을 담아 답하라.

       그러면 정답으로 쳐주겠다.

         

       천희수는 한숨을 쉬며 그 말을 성민혁에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차라리 내가 하고 싶지만….’

         

       천희수는 차라리 본인이 진성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있을까.

       진성이 지목한 것은 성민혁이지 자신이 아니었다.

         

       ‘그래. 옆에서 돕는 것만 해도 어디야….’

         

       옆에서 가만히 감시하고 조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뢰를 팍팍 밟아서 난리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천희수는 그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마치 이러한 모습이 동물원의 곰탱이 한 마리랑 사육사의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게 중요하겠는가.

         

       “근데 그냥 가면 안 되나? 굳이 저걸 따라야 하나?”

         

       하지만 그 곰을 컨트롤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기야 컨트롤이 쉬우면 사육사는 왜 있고, 조련사는 왜 있겠는가.

       사람 말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짐승이고, 사람 의도대로 따르지 않아 동물이다.

         

       성민혁은 그러한 동물과 다른 바가 없었으니.

       장교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돌발행동을 하려는 성민혁을 말렸다.

         

       “네. 따라야 합니다. 그냥 도망가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복채와 삯은 다르다.

         

       복채는 무형의 대가를 지불한다고 한들 그것이 정도를 넘어가는 일은 없다.

       귀한 점을 봐주었다고 수명을 뭉텅이로 뺏거나, 그 사람의 생명이나 영혼을 가져가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기껏해야 생명력 약간, 수명 약간, 운기 약간….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진성이야 세련된 형태로 ‘저항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린다’ 같은 대가를 가져가는 형식으로 쓰곤 했지만, 바꿔 말하면 아무리 세련되다고 한들 고작 그 정도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삯은 그것보다도 훨씬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다.

       대가를 징수하기 위해서 주술사가 개인의 역량을 동원할 수 있으니까.

         

       마치 사채업자가 돈 갚으라면서 집 앞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직장 출퇴근 길에서 잠복하며 기다리고 있다가 불쑥 나타나서 협박하고,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것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선은 있어서 가치 이상의 것을 가져가지는 못하지만….

         

       삯이라는 것의 대가가 흥정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야만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말은…. 참 의미심장했다.

         

       게다가 빚쟁이에게 GPS를 달아놓은 것처럼 주술사가 자기한테 일을 시키고 삯을 지불하지 않은 이를 추적할 방법 또한 여럿이 있었다. 인과가 연결되었고 그것을 마무리가 되지 않았으니 그것을 찾는 것이야 일정 수준이 되는 주술사에게는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특정 지역에서 나온 광물을 잘 두드려서 만든 나침반을 물 위에 띄워서 찾아낼 수도 있고, 하늘의 별을 보며 인도하는 길을 따라갈 수도 있으며, 식칼을 던지며 날이 가리키는 방향을 걸어갈 수도 있다.

       당장 주술을 주워듣기만 했던 천희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진짜 주술사는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겠는가.

         

       “난 주술사가 무섭지 않은데.”

       “아니…. 흠. 그냥 하시면 됩니다. 질문 세 가지만 대답해주면 되니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천희수는 반강제로 성민혁의 등을 떠밀어 진성의 앞으로 보냈다.

       성민혁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거 뭐냐. 질문에 대답할 건데, 큼. 정답이 아니라고만 해봐라.”

         

       진성은 우물에 걸터앉아 성민혁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반은 가부좌를 틀고, 반은 푼 형상이라.

         

       마치 이교의 존재가 부처의 흉내를 내어 반가부좌의 자세로 사유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죽어 마땅한 것들은 있지. 거 남에게 피해를 주고 죽이고 하는. 범죄자 같은 놈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 삶을 파괴하는 기생충 같은 녀석 말이야!”

         

       기생충.

       그 단어에 진성은 반응했다.

         

       “기생충이라. 많이 쓰는 비유지만, 그래.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황금 가면의 입이 움직이며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마치 낮게 깔린 소리가 음악이 아닌 말이 되는 느낌의 소리.

       파이프 오르간이 사람의 말을 할 때 낼 것 같은 소리였다.

       

       진성은 온 몸이 악기라도 된 듯 몸 곳곳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었다.

         

       “기생충은 숙주를 죽이지 않으니 삶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도 적은 숫자일 때의 일이니. 숫자가 많아지면 반드시 비극이 일어나니라.”

       “피를 빨아먹는 흡충의 숫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피를 빨린 인간에게 빈혈이 일어나게 되고, 쇼크로 인해 심정지가 일어나 사망을 할 수도 있느니라.”

       “위벽에 달라붙은 아니사키스(Anisakis)는 숫자가 늘어나면 염증을 일으키고 구멍을 뚫어 사람을 끔찍한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게 하고.”

       “그 흔하디흔한 것들도 숫자가 늘어나고 늘어나면 제대로 된 생명 활동을 하지 못하게 틀어막아 버린다. 내장을 꽉 틀어막고.”

       “피를 빨아먹고.”

       “영양소를 저들이 모조리 처먹고.”

       “결국에는 숙주를 죽게 만드니.”

       “이것이 바로 기생충의 해악이니라.”

         

       진성은 턱을 괸 채 성민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의 대답에는 진실이 담겨있었으니 이것은 틀린 답은 아닐 것인즉. 다른 것이 있다고 한들 이것을 틀리다 할 수 있을까. 너의 답은 옳다. 하니 너는 첫 번째 질문에 충분한 정답을 이야기해주었다.”

       “다만 말하기를, 너는 범죄자를 죽여야 한다고 하였으니. 너 성민혁아. 맨손으로 사람을 으스러뜨리는 무인아.”

       “네가 말하는 범죄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말을 해야 할 것이니라.”

       “이는 아까 저 천희수가 나에게 마땅히 알려야 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과 같으니 질문이 아니다. 다만 이것은 네가 반드시 말해야 하니. 아, 이것을 우리는 의무라고 하느니라.”

         

       성민혁은 그의 질문에 가만히 고민해보았다.

         

       “경범죄자는…아니고. 중범죄자?”

       “중범죄자라 하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범하고,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내놓는 것을 뜻하는 것이냐?”

       “그렇지.”

       “그렇다면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법인가?”

       “그렇다!”

         

       진성은 성민혁에게 미혹을 심어놓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묻는다. 저 멀리 땅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죄를 묻지 않느니라. 명예를 위해서 죽이는 것이 그것인데, 이것은 죄를 묻기는커녕 오히려 주위의 칭찬을 받고 선망을 받으니. 이것은 분명 살인이되 주위 사람의 칭송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를 죄라 할 수 있는가?”

       “당연히 죄를 지은 거지!”

       “그렇다면 묻는다. 나라를 빼앗겼다가 다시 찾은 이가 있다. 눈앞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매국노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고, 몰린 군중은 모두 그 자리를 죽이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그러하다면 네가 그것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 처형인가, 살인인가? 모두가 죽기를 원하는 자를 죽이는 것이니 그들의 의도에 따라 칼을 움직이는 너는 망나니와 다른 바가 없으니. 너는 평범한 사형집행인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죽였으니 이 역시 살인이고 죄인가?”

       “어….”

         

       그는 성민혁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여기 사람에게 끌려 나온 이가 있다. 저 멀리 숲속에서 살아가던 이 마녀는 사탄에게 지식을 받은 존재요, 심심찮게 실험체를 탈출시켜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어 마을 사람들을 아사시키고 마을 사람들이 괴물에 물려 죽게 했느니라. 그러하여 신실한 이들과 함께 신성술사가 나서 이 끔찍한 마녀를 끌고 와 묶어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돌을 던지게 하였으니.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 멀리에서 온 이들까지도 돌을 들고 마녀에게 돌팔매질하여 때려죽였느니라.”

       “그렇다면 이 마녀가 죽은 것은 옳은 것인가? 해를 끼치고 죗값을 치르기 위해 처형을 당한 것이니 이는 옳은 것인가? 그리고 만약 이것이 죄라면. 이 마녀를 죽인 것이 죄라면 돌을 던져 마녀에게 타격을 입힌 사람들은 모두가 살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에 숨통을 끊을 돌을 던진 이만이 살인의 죄를 짊어지는가? 돌을 던진 것이 단순한 폭행이라면 어찌하여 마녀가 죽었는가? 그들 모두가 범죄자인가?”

       “법이 기준이라면 그 기준이 되는 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의지? 법전에 기록된 글월?”

       “모두가 바라서 법이 생긴다면, 그 법에 위배되는 것은 모조리 범죄이고 들어맞는 것은 선한 일이니. 법 밖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죽여도 되는 범죄자인가?”

         

       어지럽다.

       끔찍할 정도로 어지럽다.

         

       성민혁은 머릿속으로 글자가 들어와 자신의 뇌를 이리저리 흔드는 듯한 느낌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볼 수 없었던 장교는 다시 성민혁의 옆으로 오더니 진성에게 소리쳤다.

         

       “정답이라고 했으니 다음 문제나 내시죠!”

       “흠.”

         

       과도할 정도로 주입된 정보에 혼란스러워하는 성민혁이 잡념을 떨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진성은 자신에게 소리치는 장교의 모습에 자세를 고쳤다.

       턱을 괴던 손은 아래로 내려갔고, 삐딱한 형태가 되어 있었던 고개는 다시 똑바로 섰다.

       무표정한 성민혁의 얼굴이 그려진 황금의 가면은 다시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두 번째 질문이 던져지게 되었다.

         

       “자아. 묻는다. 이것은 두 번째 질문이니, 너는 올바른 답을 말하라. 세상을 창조한 창조주보다도 위대하며, 천국의 문을 뚫은 자보다도 신실하며, 부자보다도 돈이 많고, 드넓은 하늘보다도 넓고, 지옥보다도 깊으며, 천국보다도 높고, 지옥에 있는 악마보다도 사악하며, 그 가장 깊숙한 곳에서 죗값을 치르는 죄인보다도 죄가 크며, 죽음보다도 단호하며,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축복받았으며, 온 세상이 끝난다 하더라도 존재할 영원불멸할 이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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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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