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34

       퍼엉!

         

       황무지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를 확인한 무사들이 하나둘씩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럼 해원술(解怨術)을 시작하겠소.”

         

       지박령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억울함이나 원한 따위가 변질되어 만들어진 기운이 그 땅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박령을 성불시키기 위해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어 한을 풀어주거나, 장삼과 같은 영술사가 강제로 땅에 뿌리 내린 기운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흐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장삼.

         

       영술을 위한 고어(古語)를 읊는 듯했다.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백우진은 제 감각이 조금씩 더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라.”

         

       그 증거로 조금 전까지 희미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기운들이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자 눈꺼풀 안으로 그 형태가 그려진다.

         

       사람의 모양처럼 생긴 희끄무레한 기운과 땅으로부터 솟구쳐 그것의 사지를 옭아매고 있는 두꺼운 쇠사슬.

         

       “저 쇠사슬들을 지우면 되는 건가?”

         

       백우진의 말에 열심히 고어를 읊던 장삼의 몸이 들썩였다

         

       “그, 그걸 어떻게?”

         

       심장이 벌렁거린다.

         

       지박령을 느끼는 것까진 그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여겼다.

         

       ‘대체 저 주박을 어찌…?’

         

       앞서 말했듯, 지박령을 옭아매는 사슬은 원한이 변질되어 만들어진 영기이되, 영기가 아닌 것이다.

         

       영안과 영감을 타고 난 장삼마저도 이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스승에게서 일 년 동안 수련을 받고 난 뒤였다.

         

       그런데 백우진이 이를 느끼고 있으니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허나, 그 뒤에 내뱉어진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흐음…, 이거 벨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뭐요?”

       “나와봐.”

         

       검을 뽑고 앞으로 나서는 백우진에 의해 엉거주춤하게 앉아 있던 장삼이 뒤로 밀려났다.

         

       그의 검에 기운이 맺혔다.

         

       ‘이걸로는 안 돼.’

         

       평범한 상태로는 볼 수 없는 기운에 간섭하기 위해선 그만큼 검에 맺힌 기운 또한 달라져야 했다.

         

       사박, 사박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인 쇠사슬이 맥동할 때마다 느껴지는 고유의 파장.

         

       자연지기가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음이라면 마기는 귀를 찌르는 고음이다.

         

       그리고 눈앞의 영기는 두웅, 두웅 하고 울리는 저음이었다.

         

       검에 불어넣은 기운을 그 파장과 일치시킨다.

         

       쇠사슬이 울릴 때마다 검도 같이 울리게 되었을 즈음.

         

       사악!

         

       검이 허공을 갈랐다.

         

       파창!

         

       오직 두 사람의 귀에만 들리는 파열음이 들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헉.”

         

       헛바람을 들이켜는 장삼.

         

       그의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쇠사슬을 정확하게 가르는 그의 날카로운 검격과 원한에서 해방되어 서서히 솟구치는 지박령의 모습이.

         

       “오.”

         

       그때, 또 한 번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깊게 들이마시는 그의 숨이, 지박령이 떠난 자리에 찌꺼기처럼 남은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놀란 장삼이 그에게 물었다.

         

       “대체 뭐, 뭘 하는 거요?”

         

       그의 당황섞인 물음에 흡입을 마친 백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줍줍.”

       “……?”

         

         

       * * *

         

         

       지박령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즈음.

         

       청룡단과 흑풍대 무사들이 하나둘씩 집결하기 시작했다.

         

       가장 앞서 달려온 만승이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뭔가 발견한 게요?”

       “예.”

         

       백우진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땅을 좀 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만승은 주변을 둘러보며 침음성을 삼켰다.

         

       장보도에 나타난 지형지물이라곤 하나도 표시되지 않은 지역의 땅을 파라니.

         

       허나, 며칠간 함께한 그는 얼토당토않은 의견을 꺼낼 인물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더없이 진지했다.

         

       “모두 작업을 시작하라!”

         

       만승이 외치자, 도경 또한 별 말없이 흑풍대 무사들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어깨에 무겁게 메고 있던 곡괭이와 삽이 비로소 사용되는 순간.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곡괭이를 든 흑풍대가 땅을 파면, 삽을 든 청룡단이 흙을 퍼 밖으로 던진다.

         

       “이것이…, 정사 합동?”

         

       가슴이 웅장해진다.

         

       지반이 그리 단단하지 않은 덕에 땅을 파는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대략 반 장쯤 밑으로 내려갔을 때, 부드럽게 파인 땅 밑으로 단단한 바위의 윗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만승과 도경도 그제야 백우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허어, 설마 지형지물까지 모두 땅 밑에 파묻힌 것이었던가.”

         

       그랬다면 지금까지 찾지 못한 것도 이해는 된다.

         

       허나, 그들에게 새로운 의문점이 생겼다.

         

       이백 년.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없이 길고 오랜 세월.

         

       하지만 자연을 기준으로 하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

         

       바람에 살랑이는 모래들이 땅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저 거대한 바위를 완전히 파묻기엔 한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두 사람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갈 즈음,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다들 눈치채신 것 같아 얘기하는 겁니다만.”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자연이 아닌 인간이 동원되어야 한다.

         

       청룡단과 흑풍대 무사들이 열심히 작업하듯, 수많은 인간들이 동원되어 흙을 퍼다 날랐다면.

         

       눈앞의 광경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허나, 그렇다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이곳을 먼저 찾은 선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한발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 * *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반나절에 걸친 작업이 끝이 났다.

         

       무려 이 장의 땅을 파고 내려갔을 때, 드디어 발견했다.

         

       단단한 바닥에 난, 혈수마녀의 유산이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하는 문을.

         

       사람 열 명이 한꺼번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문을 마주한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찝찝하고, 의아하다.

         

       “혈수마녀는 분명 혈혈단신이었을 텐데….”

         

       도경이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말처럼 혈수마녀는 어딘가에 적을 둔 적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알려져 있다.

         

       허나 눈앞의 문은 혼자선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건축물의 입구로 보였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숨겨둔 세력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선객까지 있었고.”

         

       혈수마녀의 유산이 잠든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웅장한 건축물과 선객.

         

       이 두 가지가 맞물린 탓에 각 단체를 이끄는 세 사람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어쩌면 좋겠소.”

         

       뒤따르는 낭인들이 거리를 계속해서 좁혀오는 탓에 빠르게 진입하려던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세 사람은 잠시 멈춰 서서 회의를 가져야만 했다.

         

       이대로 들어서기엔 너무나도 불확실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

         

       “어쩌긴 뭘 어쩌겠습니까, 들어가야지.”

         

       도경은 하루라도 빨리 안으로 들어가기를 바랐다.

         

       허나, 만승의 생각은 달랐다.

         

       “안에 뭐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턱대로 들어갔다간….”

       “단주님 말대로 뭐가 도사리고 있을지, 여기서는 전혀 알 수가 없잖습니까.”

         

       바닥에 문이 있는 걸로 봐선 필시 혈수마녀의 유산은 지하에 잠들어 있을 터다.

         

       문을 열기 전까진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상황.

         

       “물러서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걸 아실 텐데요.”

       “으음…!”

         

       그녀의 말대로다.

         

       낭인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

         

       그들에게 이곳에 이미 선객이 다녀갔고,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돌아가라고 말하면?

         

       믿어주기는커녕 자신들끼리 모든 걸 독차지하기 위해 수를 쓴다고 욕이나 퍼붓지 않으면 다행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로군….”

         

       어느 쪽도 속 시원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

         

       선택 뒤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 때문이다.

         

       그들의 잘못된 선택 한 번에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은 동고동락해온 부하들의 목숨이었기에.

         

       두 사람은 서서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회의가 시작할 때부터 입을 닫고 있던 백우진이 결론을 내려주었으면 하고.

         

       결국 가만히 있던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들어갑시다.”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저 안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는 이상, 이 상황을 종식시킬 방법이 없다.

         

       “단, 우리 중 한 사람 그리고 무사들 일부는 밖에 남겨두는 것으로 합시다.”

         

       누군가는 뒤따르는 낭인들을 견제해야 한다.

         

       또한 안으로 들어선 이들에게 변고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청룡단주님께서 밖을 맡아주십쇼.”

         

       노회한 만승이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터.

         

       젊고, 혈기가 짙은 도경은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차라리 허튼 짓 못하도록 곁에 두고 지시를 내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럼 내가 밖을 맡아 지키겠소.”

       “부탁드립니다.”

         

       고심 끝에 만승이 승낙하고, 잠시 멈췄던 움직임이 재개되었다.

         

       가장 먼저 남을 인원과 진입할 인원을 나누었다.

         

       백 명 중 육십 명은 진입하고, 마흔 명은 자리에 남아 보초를 서기로 했다.

         

       “우리 조에선 내가 남을게!”

         

       무언가 불길한 냄새를 맡은 구왕수가 자기가 남겠다고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었지만.

         

       “응~ 안 돼.”

         

       백우진의 수비에 가로막혔다.

         

       애초에 신룡조는 밖에 남길 생각도 없었다.

         

       ‘좋은 경험이 될 테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들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을 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조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윽고 꾸려진 진입조가 문 앞에 도열했다.

         

       커다란 문 옆에는 양손으로 쥐기 좋은 크기의 손잡이가 함께였다.

         

       “흡!”

         

       백우진은 그것을 힘껏 잡아당겼다.

         

       크그긍!

         

       

       이에 반응하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정 전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