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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유 설이 속한 2팀의 무대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관객들 특히 하예린이 속한 1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자, 다음으로 1팀의 무대 만나 보시겠습니다!”

         

       한시우의 말을 들은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이 누구를 응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걱정에 빠졌다.

         

       “아….”

         

       “어떡해…!”

         

       유 설이 속한 2팀이 너무나도 무대를 찢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생방송으로 나아아 파이널 경연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투표도 2팀의 멤버들로 몰릴 터.

         

       마침 나아아 제작진들이 저번 순위를 공개하지 않아 유 설과 하예린 사이 몇 표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는 상황.

         

       1팀…, 그중에서 하예린을 응원하는 팬들은 혹시 유 설에게 우승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걱정했고 나머지 1팀 팀원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혹여 자기가 응원하는 연습생들이 전체적으로 2팀에 밀려 데뷔를 실패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처음부터 2팀을 응원하던 팬들은 아직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와 씨…, 대포 챙겨올걸….”

         

       “뭔 소리야, 나아아는 대포카메라 반입 금지잖아.”

         

       “아니…, 그래도 몰래라도 가져 왔어야해. 이건 진짜…, 와….”

         

       “어차피 우승은 하예린? 웃기고 있네, 우승은 우리 설이야.”

         

       “설이 음향사고 났을 때 고음 지르는데 진짜 소름이….”

         

       “진짜 암표 90만원 주고 사길 잘했네. 고민 많이 했었는데.”

         

       그렇게 한쪽은 망연자실하고…, 한쪽은 이미 승리라도 한 것처럼 도취된 채로.

         

       팟.

         

       “어엇.”

         

       “암전이네?”

         

       무대의 불이 꺼졌다.

         

       조명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암전은 1팀 무대 시작의 신호탄이리라.

         

       어둠 속에서 관객들은 1팀의 무대 내용을 추측하며 서로 속삭였다.

         

       “근데 1팀 곡이 뭐였더라?”

         

       “아까 방송에 나왔잖아. 지뉴스의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라고.”

         

       “아, 맞다. 시발 그 망곡 걸렸었지?”

         

       “진짜 짜증나! 그 돌림판 조작된 거 아니야?”

         

       “그 곡은 진짜 지뉴스 애비가 와도 못 살리는데.”

         

       곡이 곡인지라 당연히 수군거리는 내용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하필이면 지뉴스의 흑역사가 담긴 그 쓰레기곡이 걸리다니….

         

       그들의 머릿속에서 백마 탄 왕자 복장과 지팡이를 든 마왕 복장을 입은 채로 무대에 나섰던 지뉴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젠장.’

         

       이에 1팀의 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예린을 비롯한 1팀의 멤버들을 믿기는 하지만…, 곡이 너무 쓰레기였다.

         

       ‘제발 원곡 컨셉 그대로 따라가지만은 않기를…!’

         

       지뉴스의 그 판타지 용사물 컨셉은 다시 생각해도 아니었다.

         

       이미 정해진 곡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소한 컨셉만이라도 변화를 주었기를 팬들은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렇게 팬들의 기도와 함께….

         

       ♪♪♪-!!

         

       1팀 무대의 인트로가 흘렀다.

         

       음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의 사운드.

         

       이것은 지뉴스의 원곡과 같았다.

         

       너무나도 강력하고 절대적인 마왕에 비해 아직은 초라한 용사.

         

       거기서 비롯된 절망감.

         

       하지만 원곡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피리…? 거기에 가야금? 거문고?’

         

       원곡이 락 특유의 노이즈를 통해 음울함을 표현했다면…, 1팀은 구슬픈 전통악기를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

         

       이는 방금 전 2팀 무대의 여운을 가라앉히고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 먹먹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한(恨).

         

       그것은 한국인의 마음을 자극하는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정서였으니까.

         

       파앗.

         

         

       -차디찬 바람이 내 마음을 스치고

         

       -세상은 더 어둠 속으로

         

         

       이내 불이 켜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혜정이었다.

         

       관객들은 먼저 이혜정의 애절한 목소리에 감탄했다.

         

       이는 아이돌 무대가 아니라 뮤지컬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퀄리티였다.

         

       이혜정의 목소리에 놀란 팬들이 다음으로 보고 놀란 것은 바로 그녀의 복장이었다.

         

       ‘한복? 아니…, 한복은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퓨전 한복.

         

       이혜정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마치 판타지 사극에서 배우들이 입을 법한 옷이었다.

         

       전통악기, 한(恨), 그리고 퓨전한복.

         

       이를 통해 팬들은 1팀이 이번에 시도한 컨셉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돌 컨셉 중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고….

         

       난이도가 어려워 쉽게 시도하기 어렵지만 제대로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는….

         

       바로 동양풍이었다.

         

         

         

         

       **

       

         

         

         

       강원도 XX사단 본부근무대.

         

       점호를 마친 유창선 병장이 생활관 자신의 자리에 누워 한가롭게 무협지를 읽고 있었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본좌가 다시 현세(現世)에 당도하는 날 모든 마(魔)가 엎드려 본좌를 맞이할지니.’

         

       ‘그날이 곧 마도천하(魔道天下)가 이룩하는 날이노라.’

         

       “캬…, 그래. 천마가 이 정도 포스는 있어야지.”

         

       역시 그가 생각했을 때 근본 천마는 이렇게 중후한 면이 있어야 했다.

         

       “저번에 봤던 소설은 뭐? 천마가 여자? 거기다 아이돌? 아주 그냥 쌍지랄을 했었지. 다행히 이번 천마는 아주 근본이구만.”

         

       무틀딱인 유창선 병장은 오랜만에 근본 천마를 발견한 것에 신나 즐겁게 무협지를 읽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 그가 재미있게 읽던 무협지를 집어던지게 만드는 게 있었으니….

         

       “유창선 병장님! 지금 나아아 시작합니다!”

         

       “개 시발 다 비켜!! TV 앞자리는 내 자리야!”

         

       바로 나아아 마지막화였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시작 5분 전에 부르라고 했지.”

         

       “죄, 죄송합니다!”

         

       “됐고. 우리 경비중대 인원들 다 하예린한테 투표는 했어?”

         

       나아아 1화부터 하예린의 진성 팬이었던 경비중대 유창선 병장 때문에 중대원들은 매일 폰을 받으면 하예린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그중에는 유 설이나 서유진 등 다른 참가자들을 좋아하는 인원들도 있었지만….

         

       ‘야 너 방금 화면 보여 줘 봐. 누구한테 투표했어.’

         

       ‘그, 그게….’

         

       ‘뭐야! 유 설? …이 새끼가 미쳤나 네 위 내 아래 몽땅 교육장으로 집합시켜.’

         

       ‘유, 유창선 병장님! 그것만은…!’

         

       만약 유창선 병장에게 걸리면 진짜 영혼까지 털렸기에 어쩔 수 없이 중대원들은 하예린에게만 투표해야했다.

         

       물론 유창선 병장의 강요가 없어도 중대원들 사이 가장 인기가 많은 건 하예린이긴 했다.

         

       “유창선 병장님, 오늘 하예린 우승 거의 유력하지 말입니다.”

         

       “당근빠따지 새끼야.”

         

       중대원들은 그렇게 하예린의 우승을 기대하며 나아아 시청을 시작했다.

         

       중대원들은 처음 생방이 시작하고 <We are dreaming idol!> 단체 테마곡을 볼 땐 추억에 잠겼고….

         

       “이야…, 이 노래 오랜만이네.”

         

       “저는 이거 직캠 영상 때문에 하예린한테 빠졌습니다.”

         

       이어서 미리 촬영된 녹방을 볼 때는 걱정에 빠졌으며….

         

       “뭐야, 순위 왜 발표 안 해? …이러다 유 설한테 지는 거 아니야?”

         

       “지뉴스의 용사와 마왕…, 저거 항마력 챌린지 할 때 나오는 곡 아니냐? 아니 왜 하필 파이널에서 저딴 곡이….”

         

       유 설이 속한 2팀의 무대 <Energetic Start!>를 본 후엔….

         

       “…….”

         

       “…….”

         

       스멀스멀 몰려드는 불안감에 말을 잃었다.

         

       2팀의 무대가 끝난 후 눈치 없는 한 중대원이 감탄하며 소리쳤다.

         

       “와…, 진짜…. 무슨 콘서트 보는 줄 알았습니다.”

         

       “…….”

         

       “유 설 진짜 와…, 노래도 엄청 잘하고 예쁘기도 엄청 예쁘고…, 이거 우승하는 거 아닙니까?”

         

       이에….

         

       “…닥쳐.”

         

       “…예?”

         

       “닥치라고.”

         

       “…….”

         

       유창선 병장은 계급에 의한 민심 탄압에 들어갔다.

         

       “…다들 닥치고 예린이나 응원해.”

         

       “…….”

         

       그가 이렇게 중대원들에게 예민하게 나온 이유는 정말 하예린이 질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유창선 병장이 하예린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유 설 쟤…, 저 정도였나?’

         

       방금 전 유 설이 속한 2팀의 무대는 하예린 광신도인 유창선 병장마저 움찔할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었다.

         

       이에 유창선 병장은 혹시하는 심정으로 노심초사했고…, 내심 유 설팬인데 문화 탄압당했던 후임들은 꼬시다는 듯 유창선 병장을 흘기며 방송을 보았다.

         

       [한시우 : 자, 다음으로 1팀의 무대 만나 보시겠습니다!]

         

       그렇게 중대원들의 만감이 서로 교차하며 하예린이 속한 1팀의 무대가 시작되고….

         

         

       -차디찬 바람이 내 마음을 스치고

         

       -세상은 더 어둠 속으로

         

         

       “오오….”

         

       “뭔가 아리랑 같습니다.”

         

       “컨셉이 동양풍인가 봅니다.”

         

       이혜정의 애절한 목소리 복장 등등을 보고 중대원들은 심상치않음을 느꼈다.

         

       파앗, 팟.

         

       이내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모습을 드러내는 1팀의 멤버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부다 순백의 퓨전 한복을 입고 있다는 것.

         

       하지만 모두들 디테일이 특색 있어 차이를 구분하기 쉽고 개성이 넘친다.

         

       처억, 척.

         

       멤버들의 칼군무가 시작되며 음울하고 느렸던 사운드가 점점 빨라지고 풍부해진다.

         

       처음 이혜정이 등장할 때는 뮤지컬같던 무대가 서서히 아이돌의 무대로 변한다.

         

       그 오묘하면서도 절묘한 변화에 중대원들은 보는 재미를 느꼈다.

         

       1팀이 의도한 완벽한 완급조절에서 오는 효과였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희망은 사그라들고

         

       -이 세상에 빛이란 남지 않아

         

       -(과연 그럴까)

         

         

       꽤나 높은 음이었는데 이를 서유진이 문제없이 처리하며 짧은 브레이킹까지 마쳤다.

         

       동시에 그녀에게서 흐른 눈빛이 좌중을 압도한다.

         

       마치 그녀가 왜 하예린, 유 설 다음인지를 증명하는 것처럼.

         

       거기에 다른 팀원들이 서유진의 벌스에 답해주듯 더블링을 쳐주니 숭고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었다.

         

       “…….”

         

       “…….”

         

       중대원들은 그 장면들을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이전 2팀의 무대가 가벼움을 쌓아 보는 사람들을 열기로 짓눌렀다면 지금 1팀의 무대는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와 현란한 춤사위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유 설이 속한 2팀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무대.

         

       하지만….

         

       ‘아직 약해.’

         

       아직까지 1팀의 무대는 2팀의 무대에 비해 심심한 면이 있었다.

         

       무겁고 깊이 있어서 좋긴 하지만…, 극적인 느낌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이에 유창선 병장을 비롯한 중대원들이 하예린의 등장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신이시여, 제발 한 번만 기회를-!

         

         

       “……!”

         

       이혜정이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듯 고음을 내질렀다.

         

       한순간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의 청초하고 깔끔한 처리의 고음.

         

       이어서 서유진이 거기에 음을 더해 노래를 잇는다.

         

         

       -부디 악을 처단할 힘을-!

         

         

       긴 소매의 옷을 팔락거리며 고음을 더하는 서유진의 모습은 마치 선녀를 연상케 했다.

         

       거기에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 손을 올리듯…, 힘을 모으듯 음을 얹는다.

         

         

       -용기를-!

         

         

       이내 그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먹먹한 가슴을 자극하고…, 칼군무가 눈을 자극하고….

         

         

       -마지막 춤을-!

         

         

       “미친……!”

         

       “와……!”

         

       방금 전 유 설 만큼이나 높게 오르며 경연장을 가득 메우는 이혜정의 브릿지와 함께 감정이 고조되던 그때…!

         

       “……!”

         

       “……어?”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대형을 유지하던 멤버들은 이내 모든 노래와 동작을 멈추고….

         

       척, 척, 척, 척, 척, 척.

         

       마치 검을 뽑듯 힘차게 무대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내 지금까지 경연장을 메우던 동양풍의 애절하고 아름답던 소리가 꺼지고….

         

       지이이이잉-!

          

       “윽…!”

         

       신시사이저가 귀 아프고 불결하게 노이즈를 내며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뎅, 뎅, 뎅, 뎅, 뎅.

         

       마치 위험을 감지하듯 울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종소리.

         

       파앗, 팟.

         

       나머지 6인을 감싸던 밝은 빛은 사그라들고 어딘가 섬뜩한 붉은빛 조명이 무대 뒤를 비춘다.

         

       그리고 그 곳에는….

         

       “…….”

         

       지금까지 어둠에 숨어서 보이지 않았던 소녀가….

         

       검은 왕좌에서 다리를 꼰 채 오만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몸을 일으키고….

         

       “와….”

         

       “…….”

         

       “아니…, 시발.”

         

       중대원들은 마치 신화의 한 장면을 목도한 사람들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수수하지만 고급진 검은 퓨젼 한복, 이보다 더 새까만…, 마치 밤하늘을 박아 놓은 듯한 긴 생머리.

         

       이에 대비 되어 창백하다는 느낌이 날 정도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

         

       긴 다리와…, 나올 곳은 적당히 나오고 들어갈 곳은 쏙 들어간…, 마치 신이 빚은 듯 완벽한 몸매.

         

       검은 눈가와…, 서클렌즈를 낀 듯 붉은색을 띄는 눈동자.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하예린은 조명이 켜지자마자 천마환혹(天魔幻惑)을 시전했다.

         

       거기서 오는 지독한 권태(倦怠)와 퇴폐(頹廢)는 사람들로 하여금 슬며시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압도감을 내뿜었다.

         

       “…….”

         

       “…….”

         

       지금의 하예린을 뭐라 표현해야 될까.

         

       나아아의 여왕, 밤의 여신, 서큐버스.

         

       등등 많지만 하예린의 광신도인 유창선 병장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 천마…?”

         

       천마(天魔)라고.

         

       ♬♬♪♬-!!!

         

       이윽고 하예린이 춤을 시작하자 사운드가 동양풍에서 일렉트로닉 락으로 급변하여 완전히 바뀌고…, 그 사이에도 중대원들은 하예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번 무대 우리의 승리야. 지금 예린이 네가 등장만 해도 남자든 여자든 다 자지러질걸?’

         

       1팀에서 누군가 농담으로 했던 말이 반쯤 실현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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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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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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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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