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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우아아, 맛있는 쿠키 샌드 다 가져갈 수 이따!”

       

       아르는 보석 같은 붉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이 좋아하는 쿠키 샌드가 쫘르륵 펼쳐져 있는 선반으로 가서 샌드를 한아름 챙겨 이드밀라의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그래! 잘한다, 아르야! 팍팍 던져 넣어!”

       

       어차피 아공간이라 어디 부딪혀서 꾸덕크림…아니 크림쿠키…아니, 크림꾸덕쿠키샌드가 망가질 일도 없다.

       

       나와 실비아 역시 커다랗게 열린 아공간에 신나게 쿠키샌드를 던져 넣었다. 

       

       “하아압!”

       

       파바바바바박.

       

       실비아는 아예 검을 뽑아 검등으로 쿠키샌드를 쓸어 아공간에 뿌렸다. 

       

       그렇게 한바탕 주방의 쿠키샌드를 아공간에 털어 넣고 난 후.

       

       “좋았어!”

       

       이드밀라가 만족한 얼굴로 아공간을 닫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넬로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방금 그건 대체 뭐였죠…? 아공간…?”

       

       아무래도 넬로는 마법사도, 용병도 아니다 보니 이런 신비 현상을 직접 보는 것이 낯선 모양이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손님 중에 마법사가 있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온 마법사들이라고 해 봐야 높으면 4서클, 5서클 정도일 터.

       

       대마법사들이 겨우 겨우 모방에 성공할 정도의 마법이니, 일반인 입장에선 아공간 마법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후후. 여기에 보관을 하면 아무리 오래 되어도 썩지도, 마르지도, 변색되지도 않는다. 네가 준 꾸덕 뭐시기 샌드는 두고 두고 아주 잘 먹도록 하지. 이 정도면 우리 넷이서 먹어도 아주 질릴 때까지 먹겠어.”

       “세상에, 그런 마법도 존재했군요. 하긴, 그러고 보니 뒷골목 녀석들을 소탕하고 저희 파트라슈를 구해 주실 정도니 엄청 강한 분들이란 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넬로는 부러움, 그리고 존경심이 담긴 눈으로 이드밀라를 바라보았다.

       

       ‘아공간 마법이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여러 모로 사기란 말이지.’

       

        특히 이렇게 식재료를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데에 있어서는 그 어떤 기술도 따라올 수 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요리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부러워해 마지않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챙겨 가시는 김에 요것도 챙겨들 가십시오.”

       

       넬로는 아공간에 넣어 가져가라고 친절하게도 케이크까지 선물로 주었다. 

       

       넬로는 가게 앞마당까지 나와서 우리를 배웅했다. 

       

       “다시 한번 저희 파트라슈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멍멍!”

       

       앞마당에 있던 파트라슈도 우리에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안뇽, 파트라슈. 우리 이제 가야 대.”

       

       아르는 귀여운 파트라슈가 너무 맘에 들었는지, 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멍!”

       

       파트라슈는 아르가 용 모습일 때 고기를 주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꼬리를 마구 흔들며 인간 폼 아르의 뺨을 핥았다.

       

       “히히! 간지러어!”

       “어이구, 우리 파트라슈가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은 아닌데 아주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하하하.”

       

       넬로는 파트라슈와 아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움이 두 배네, 두 배야.’

       

       나 역시 둘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나중에 볼 수 이쓰면 또 보쟈!”

       “멍멍!”

       

       아르는 결국 떨어져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파트라슈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 파트라슈 이짜나.”

       “응.”

       “너어어무 귀여운 거 가타.”

       “그치.”

       

       아르는 내 손을 잡고 걸으며 운을 뗐다. 

       

       ‘아, 왔나.’

       

       왜인지 이 다음에 올 말이 무엇인지 나는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본 딸내미들이 한 번쯤은 꼭 한다는 그 말.

       

       “그래서 그론데, 우리두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안 대?”

       “안 돼.”

       “히잉!”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정엔 어림도 없었다.

       

       ***

       

       아르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는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케 단호하게 말할 건 업짜나.”

       

       아르가 좀 삐친 것 같아, 나는 장난기를 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아르야. 우린 지금 마왕의 세력들이랑 싸우고 있는걸. 만약 우리가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그러다가 만약 강아지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 그러면 안 대. 강아지 불쌍해.”

       

       아르는 내 말을 듣고 나름대로 상상을 해 봤는지, 곧 고개를 저었다. 

       

       “그치? 그러니까 강아지 키우는 건 조금 참자. 알겠지?”

       “구럼 강아지는 언제 키울 수 이써?”

       “으음, 나아아중에 우리가 완전히 안전해지고 넓은 집에서 살 때?”

       “마왕 다 잡구 나면 넓은 집에서 살 수 이써?”

       “그러엄. 엄청나게 넓고 으리으리한 곳에서 살 수 있지.”

       

       이번 헤카르테교 지부들을 박살 내고 나서, 나는 동부에 있는 레키온을 만날 각을 볼 것이다. 

       

       레키온도 지금 하무트교를 작살 내고 있고, 그들이 마왕의 끄나풀이었다는 걸 알면 이제 레키온은 자신의 적이 ‘마왕’임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될 터.

       

       ‘원작에서 이드밀라가 대륙 남부를 폐허로 만들었던 그 사건도 이미 막은 거나 다름이 없으니….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일단 지나갔다고 봐야겠지.’

       

       혹시 모를 위험 요소가 있다면 레키온이 드래곤이라는 종족을 원래부터 적대적으로 생각했을 가능성 정도일 텐데.

       

       ‘일단 아르는 지금 폴리모프가 가능한 상태니까, 레키온 앞에서는 인간 폼으로 있으면 될 거야.’

       

       아니면 이제 몸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내 허리 정도까지 오는 덩치로 조절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와이번이라고 우기고 다니든가. 

       

       그 상태에서 레키온에게 마왕 바할라크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알려 주고, 자연스럽게 주인공 버프와 함께 마왕과 마신의 세력을 물리치면 된다. 

       

       ‘그럼 나중에 레키온이 제국의 영웅으로 칭송받을 때, 우리도 영웅까진 아니더라도 조력자 A, B, C, 뭐 이런 위치에서 콩고물을 받아 먹을 수 있을 거야.’

       

       최소한 어디 영지 하나쯤은 받아서 평생 띵가띵가 넓은 집에서 놀고 먹을 수 있는 베짱이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강아지가 뭐냐, 우리 아르 키우고 싶은 동물 다 키워도 되지.’

       

       사실 뭔 동물을 키워도 아르보다 귀엽지는 않겠지만, 아르가 하고 싶다면 또 못 해 줄 것도 없었다. 

       

       “징짜? 그럼 아르 마왕 세력 열씨미 잡을게! 어서 가쟈!”

       “안 그래도 바로 가려고 했단다, 아르야. 어서 타렴.”

       

       어느새 인비저블을 사용하며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이드밀라의 말에, 우리는 얼른 등에 올라탔다. 

       

       ***

       

       우리는 그 뒤로 남부에서 기생 중인 헤카르테교 산하의 자잘한 세력들을 모두 휩쓸었다. 

       

       놈들은 대부분 헤카르테교에게 엄청난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기보단 이해관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원래부터 이 근방에서 힘깨나 쓰던 놈들이었고.’

       

       헤카르테교는 기존에 있던 불량한 세력들을 돈으로 규합시킨 뒤 정보망으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존에 있던 불량한 세력들을 전부 조지고 나니, 우리는 어느새 대륙 남부에서 꽤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 들었어? 이번에 우리 마을에서 맨날 삥 뜯던 깡패 패거리들이 싹 쓸려 나갔대.

       -아아, 그 맛집 탐방 가족!

       -맛집 탐방…?

       -이 사람 소식이 느리구먼. 이미 다른 지역에선 유명해. 지역마다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썩은 무리들을 일사천리로 해치워 버리고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나 디저트를 하는 집에서 엄청나게 먹고 간다는 거야.

       

       -아하…. 실력이 엄청난 모양이지?

       -말도 말게. 부부랑 딸, 그리고 이모라고 불리는 키 큰 여자가 함께 다니는데, 그들이 털끝 하나라도 다친 모습을 본 자가 아무도 없다네.

       -아니, 딸을 데리고 그런 위험한 곳을 간단 말인가?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으니 어째, 걱정하는 것도 오지랖이지. 우리는 그저 그 가족들이 우리 마을에 왔다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가기 전에 우리 가게 좀 들렀으면 하고 바라는 것밖에 없지. 안타깝게도 이번엔 우리 가게엔 들르지 않은 것 같구만. 공짜로 모든 음식을 대접할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네 명 가족인데 공짜로 대접하면 뭐가 남는감?

       -모르는 소리일세. 그들이 들렀다 간 집은 맛집 인증을 받은 셈이어서, 오히려 그 뒤로 장사가 훨씬 잘 된다네. 결국 남는 장사라는 소리지.

       -허어…. 그렇구만.

       

       이렇듯 우리는 헤카르테교 세력을 처리해 준 뒤 이드밀라가 선정한 맛집에서 모든 메뉴를 거의 무료로 제공받았다. 

       

       처음에야 나쁜 놈들을 처리해 줘서 고맙다며 공짜로 대접해 주기에 넙죽 받아 먹었지만, 점점 비싼 가게에서조차 주인들이 돈을 안 받으려 하기에 팁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좀 내고 나오기도 했다. 

       

       ‘부부랑 딸, 키 큰 이모. 너무 특징이 확연해서 이제는 소문으로 듣고 알아 보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니 말 다 했지.’

       

       물론 소문이 퍼지는 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아직 우리는 헤카르테교 지부를 파괴하러 가기 전이었고, 놈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딱히 상관없긴 해.’

       

       왜냐하면 우리의 소식을 헤카르테교 지부에 전달해 줄 자잘한 세력들을 우리 손으로 전부 끝장냈으니까. 

       

       지도에 표시되었던 세력 말고도 정보 길드에서 추려 낸 세력까지 다 쓸어 버렸으니, 헤카르테교 지부는 눈과 귀가 닫힌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 이제 남은 건 지부를 쓸어 버리는 것뿐이네요.”

       “아쟈! 헤카르테교 잡으러 간다!”

       

       일이 전부 끝나면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는 말 이후로 의욕이 넘치는 아르는, 누구보다 빠르게 이드밀라의 등에 올라탔다. 

       

       ‘아쉽지만 아직 한참 남았단다, 아르야.’

       

       나는 그 말을 삼키며 신이 난 아르를 따라 뛰어올랐다.

       

       “출발할 테니 꽉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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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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