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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주딱님. 드디어 이쪽을 보는군요.”

         

       용사의 손에 들린 검에 주딱이 잔뜩 쫄았다.

       그녀가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멋지긴 하나… 검이 겨눠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주딱이 긴장한 채 침을 삼키니, 용사는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어….”

       “계속 불러도 듣지 않아서 세간에서 말하는 어그로를 끌어보았습니다.”

       “저를 계속 불렀어요?”

       “예. 그러나 무언가를 빤히 보고 있느라 듣지 않으셨습니다.”

       “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가슴이 절로 웅장해지는 영상 속에서 누나가 골반을 튕기는데.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주딱은 슬그머니 보고 있던 영상을 닫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용사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주딱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몸이요?”

         

       어디 이상한 점은 없는데. 아픈 곳도 없고 멀쩡하다.

       주딱의 그런 반응과 달리, 용사의 미간은 살짝 좁아졌다.

       표정이 곱지 않았다.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습니다.”

       “에?”

       “주딱님. 살짝 살이 쪘습니다.”

         

       주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저택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먹는 음식은 그대로인데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평소의 산책 횟수도 절반 가량이 되었다.

       용사는 주딱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주딱님. 몸에 살이 조금 붙었습니다.”

       “에이 그럴리가요. 매일 갤러리를 통해 숨쉬기 운동을 하고 있는 걸요.”

       “잠깐만 나와 보십쇼.”

       “크아아악… 침대에서 날 꺼내지마…! 삐약아…! 날 살려줘! 여왕니이이임!!!! 용사가 절 괴롭힙니다!!!!!”

         

       침대에서 나온 주딱이 헐레벌떡 도망쳤다.

       살인 용사가 주딱을 괴롭힌다!

       주딱이 도망치는 동안, 용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를 쫓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여왕의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선 주딱이 숨을 헐떡였다.

         

       “여왕님!!! 용사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죽인다니요?”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주딱의 뒤로 따라붙은 용사가 덤덤하게 선동과 날조를 맞받아쳤다.

         

       “주딱님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운동인가요….”

       “그런 거 필요 없다니까요? 항상 갤러리를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요. 완벽한 갤러리 보디니까 건들지 말아줄래요?”

         

       주딱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의 과자를 집어 깨물었다.

         

       바삭. 바삭.

       그가 과자를 오물오물 먹는 동안, 베아트리스도 주딱의 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음….”

         

       그녀가 보기에도 주딱은 이전보다 살이 올랐다.

       밥을 잘 먹고 움직이는 건 최소화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집무실에 올 때 마다 구워놓은 과자를 꼬박꼬박 먹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흐음….”

         

       주딱과 베아트리스의 시선이 마주쳤다.

       좋게 말해달라. 제발 운동하기 싫어요. 라는 표정으로 호소하는 주딱이었으나.

       베아트리스는 그 기대를 저버렸다.

       주딱이 과자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기쁘지만, 건강을 챙겼으면 하니까.

         

       “조금… 찐 것 같기도 해요.”

       “엣.”

       “맞습니다. 여왕님까지 2표로 같은 의견입니다.”

       “에엣?”

       “주딱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왜요. 진짜 모름.”

       “호위 대상이 병으로 죽어버린다면… 그것도 엄연히 호위의 실패. 이것도 호위의 일종입니다.”

       “궤변이야!!!!!”

       “궤변 맞습니다.”

       “끼야아아악!!”

         

       하지만 궤변보다 강한 건 진실을 비트는 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가위가 주먹을 이긴다!

       용사 앞에서 주딱이 뭘 할 수 있는데.

       용사는 주딱의 목덜미를 붙잡고 바깥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그럼 간단하게 운동을 해보겠습니다.”

       “용사님… 날도 추운데 굳이 해야 할까요?’

         

       싸늘한 눈초리로 용사가 검을 뽑았다.

       주딱은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아. 아닙니다. 운동 열심히 해보죠.”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운동을 한다는 게 중요하지.

       근데 삐약이는 왜 여기에 같이 있지.

         

       “용사님 삐약이는 왜 같이 끌고 왔어요?”

       “삐약이도 살이 토실토실합니다.”

       “음.”

         

       얘도 살이 오르긴 했네.

       왜 몸은 성장 안 하고 살만 찌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상한 병아리다.

       주딱은 용사가 건넨 수련용 목검을 받아들었다.

         

       “그래서 무슨 운동을 하나요.”

       “가볍게 검을 천 번만 휘둘러볼까요?

       “?”

       “?”

       “뭐… 체력 단련이라거나 그런 거 없어요?”

       “저는 검을 휘두르는 것 말고는 모릅니다.”

       “흠. 그렇구나….”

         

       이건 좆됐네.

       주딱은 감사의 목검 휘두르기를 시작했다.

       가까스로 천 번을 채우자, 팔이 부들부들. 다리도 부들부들, 삐약이도 날개를 파닥거렸다.

         

       “크아아악… 용사님 나 너무 힘들어… 서운해 눈물이 주륵주륵 나올 것 같아.”

       “삐야악….”

       “그럼 오늘은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 내일도 이걸 또 해야 한단 말인가.

       주딱이 바닥에 엎어졌다.

       참담한 현실에 절망하면서, 용사를 올려다보았다.

         

       “용사님.”

       “예.”

       “내일도 하나요?”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

       주딱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용사님.”

       “예.”

       “갑자기 궁금한 건데요.”

       “예.”

       “이렇게까지 열심히 저를 호위하는 이유가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아서.”

       “그건….”

         

       멈칫.

       용사가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답변은 많았다.

         

       갤러리 완장 파티니까.

       같이 놀면 재밌으니까.

       그 외에도 다른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은 다른 답을 꺼냈다.

         

       “…다시 운동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왜… 왜…!!!!”

       “아직 기운이 있군요.”

       “갸아아아악…!”

         

       용사의 얼굴에 미약하게 홍조가 피어올랐다.

         

         

         

       ***

         

         

       주딱이 운동을 하러 간 동안, 베아트리스는 결정을 내렸다.

         

       “작게 연회를… 열어볼까요.”

         

       여태까지 고생한 사람들도 많고 이번엔 특히 바빴으니까.

       모두에게 적당한 휴식과 포상이 필요하다.

       그녀는 헤센 백작령의 사람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리고 연회를 준비했다.

       베아트리스가 왕궁의 사람들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운동을 끝낸 주딱과 마주쳤다.

         

       “무슨 일 있어요?”

       “작게 연회를 열까 싶어서요. 다들 고생 했으니까요.”

       “아. 그럼 저 일단 씻고 올게요.”

       “예. 그러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네요.”

         

       주딱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도 찝찝하니까 샤워하고 와야지.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삐약아 같이 씻으러 갈까?”

       “뺘아아아악!!!”

         

       같이 씻으러 가자는 이야기에 삐약이가 기겁하면서, 용사에게 달라붙었다.

       이 망할 새끼.

       남자라고 노골적으로 남자 싫어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툴툴 거리면서 주딱은 샤워실로 향했다.

         

       머리부터 몸까지 씻고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주딱이 나오자, 바깥에선 용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딱님 연회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오. 용사님 들어갈까요?”

       “예. 좋습니다.”

       “맛있는 거 많이 있을 텐데 잔뜩 먹죠?”

       “운동을 끝낸 뒤에 먹는 음식이 맛있습니다.”

       “술도 한 잔 어때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캬아.”

         

       고기에 술 못 참지.

       도착한 연회장엔 뷔페가 차려져있었다.

       헤센 백작령에서 고생하던 사람들도 식사 중이다.

       돌프 아저씨는 시녀 에이미가 따라주는 술을 넙죽접죽 받아마셨다.

         

       생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다.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던 주딱에게로 베아트리스가 맞이했다.

         

       “주딱. 기다리고 있었어요.”

       “헉. 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가볍게 식사하는 건 어떨까요?”

       “그럴까요. 저도 일단 먹을 것도 가져오고… 용사님은.”

         

       어디로 갔지?

       주딱의 눈이 용사를 찾았다.

       그녀는 이미 접시 하나를 집어서 음식을 쌓고 있었다.

         

       벌써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다니.

       이 정도로 움직임이 빨라야 용사를 하는 구나.

       주딱도 접시를 붙잡고 천천히 음식을 담았다.

         

       스테이크과 고기 튀김, 채소. 그리고 고기 볶음….

       접시의 8할을 고기로 채운 뒤, 주딱은 앉을 자리를 찾다가….

         

       “어라.”

         

       눈이 오고 있는 야외.

       테라스 쪽에 청승맞게 앉아있는 베아트리스를 발견했다.

         

       왜 저기에 앉아계시지. 눈이 오고 있는데.

       주딱은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여왕님 눈 오고 있는데….”

       “눈 좋지 않나요?”

       “어. 좋긴하죠.”

         

       오늘부터 눈이 좋아졌어요.

       주딱도 자리에 앉았다. 추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춥지 않았다.

         

       “어라. 춥지 않네요.”

       “마법으로 이 공간을 유지 중이니까요.”

         

       마법 대단하네 야외인데. 춥지 않고 눈은 테라스 바깥으로만 떨어진다.

       주딱이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눈을 만지고 있으니, 베아트리스가 작게 웃었다.

         

       “주딱도 마법 배워볼 생각이 있나요?”

       “제가 어려운 건 못해서.”

       “그런가요.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요. 도와줄 테니.”

         

       주딱은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고 싶다고 됐으면 마법으로 이세계 무쌍을 찍지 않았을까.

       마법과 검으로 다 썰어버리는 이세계 클리셰를 생각하고 있으니….

       베아트리스가 살짝 몸을 앞으로 숙였다.

         

       “주딱은… 만족하고 있나요?”

       “뭘요?”

       “제가 주딱을 데려온 뒤로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받긴요. 제가 뭘 주긴 했나요.”

       “많이 줬는걸요.”

         

       주딱의 얼굴에 거짓조차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인지조차 못하는 걸까.

       어느 쪽이든… 받은 사람은 기억하고 있으니 된 걸까.

       베아트리스는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고마워요. 주딱.”

       “고맙긴요 뭘. 저는 얹혀사는 입장이라 제가 더 고맙죠.”

       “주딱 덕분에 마음이 편해요.”

         

       그녀는 취기를 빌려서 진심을 전했다.

       오센 왕국이 힘든 시기에 주딱 덕에 활로가 열렸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황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딱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조우한 건 천운이 아닐까.

       베아트리스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주딱하고 쭉….”

       “쭉?”

       “즐거웠으면 하네요.”

         

       이번엔 베아트리스가 히죽 웃었다.

       환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취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베아트리스가 웃는 동안, 주딱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뭔지 몰라도 즐거우시니까 오케이입니다.

         

       테라스 바깥으로 눈이 내리는 동안, 둘이 웃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 동안.

       용사도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음식을 잔뜩 담은 접시를 들고, 테라스의 문을 밀지 못했다.

         

       “….”

         

       카이라의 가슴 한켠이 쿡쿡 찔렸다.

       둘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은 평소에도 봤을 텐데….

       왜…?

       카이라는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제가 없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주딱과 여왕. 단 둘이 친해지는 것 같아서.

       저 자리에 자신이 없어서.

       카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아….’

         

       나는 주딱님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기 싫은 거구나.

         

       ‘나는….’

         

       주딱님의 옆에 쭉 있고 싶은 거구나.

       욕심이 생길 정도로.

         

       용사. 아니, 카이라의 가슴 욱신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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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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