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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처음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네가 뭐 전략같은 걸 직접 생각해냈을 리가 있냐는 뉘앙스인 것 같은데, 그렇게 단언하기엔 또 피해의식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묘하게 깔보는 듯한 말투와 톤이 느껴져서.

        

       가슴 한 구석을 쿡쿡 찔리는 것만 같이 거슬리는 감각이 몸을 가득 메우는 것이, 제법 괴로웠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코치라는 사람이 하나하나 비꼬며 도적을 무시해서……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작은 거슬림은 깔끔하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속이 뒤집어지는 울분이 찾아왔으니.

        

       겪어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전생에는 그렇게나 인기가 많았던 도적이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 건지. 대체, 왜.

        

       그나마 이어진……몇 안 되는 공통점이 나오나였는데. 나오나에서조차, 왜 결국은 다른 세계라는 사실을 이렇게나, 기회가 될 때마다, 내 얼굴에 들이미는지.

        

       왜, 비슷하면서도 이렇게 조금씩 비틀려 있는 건지.

        

       그게 견디기 어려워 가슴에서 무언가가 훅 끓어오르는 와중에, 저 코치가 감히 별포크를 무시하는 말까지 하니……폭탄에 불이 붙고 만 것이다.

        

       발끈해서, 참지 못하고 한 판 뜨자고 지르고 말 정도로.

        

       그 순간에는……정말로, 눈에 뵈는 게 없었는데.

        

       어째서일까.

        

       문득, 전날의 별 없는 하늘이 떠오르고 말았다.

        

       기분 좋게 서늘한 공기와, 왁자지껄한 술자리 끝의 피로. 남아있는 취기가 천천히 흩어져가는 감각 속에서 전우들과 함께 널브러진 채……나른하게 감기려 드는 눈에 보인, 밤하늘.

        

       그제야 다시 자취를 드러낸 양심은, 중간에서 소개해준 레반과 정작 모욕을 당한 당사자인 별포크의 입장을 확인하게 만들었고-

        

       믿어주며 응원을 보내는 레반이나, 방송을 보고 싶다고 하는 별포크와 이야기하고 있자니……분노가, 거품처럼 사그라지고 말았다.

        

       코치가 무시하는 말투로 말한 건 맞다. 그래. 기분 나쁠 수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건, 결국은 내 망집 탓 아닐까.

        

       티어 낮은 친구가 무시당했다고 화를 내는 건……내로남불도 정도가 있지. 다이아 이하는 영어를 써달라는 농담을 하던 건 어디사는 누구였다고.

        

       그리고 무엇보다……은근슬쩍 긁어대던 코치야 그렇다 치고, 오소독스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전략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하게 가르침을 요청한 사람한테.

        

       그런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 끓어오르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그 빈 자리를 채운 감정은 너무나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무엇이었노라고 콕 손을 짚기 너무나 어려울 정도로.

        

       그러나 불쑥불쑥 튀어 오르며 비틀리는 마음과 반대로, 머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해야 할 일은 명확했으니.

        

       나를 위해서도, 저 오소독스를 위해서도.

        

       일단은 목을 베자.

        

       그리고, 전략을 잘 전수해주자.

        

       첫 판은……진가를 알아봐준 오소독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오소독스에게 직접 보여주고.

        

       두 번째 판부터는……아마도 감독, 코치, 그리고 동료들을 설득해야 할 오소독스의 과업이 조금이라도 쉬워지도록, 도움을 주는 걸로.

        

       겸사겸사, 제자의 복수도 하고. 아주 부차적으로는, 남아있는 감정도 털 겸.

        

       화는 안 났지만,

        

       할 일은 해야지.

        

       * * * *

        

       《이런 ㅆ- 주호야! 여기 헬프!》

        

       [GP 브링어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궁수) → GP 브링어(성기사)]

        

       [아따먹(궁수): 음……]

       [아따먹(궁수): 다시 해볼까요]

       [아따먹(궁수): 이 구도의 핵심은 대치 중 도적이 이득을 보는 방법인데, 코치님이 너무 빨리 죽으셔서……느낌이 안 오셨을 것 같네요.]

        

       .

       .

       .

        

       《죽여요, 별포크님.》

        

       《잠시- 됐다! 죽였어요!》

        

       [GP 브링어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별포크(도적) → GP 브링어(성기사)]

        

       《아, 그림 좋다. 이거 지튜브로 쓰면 안 되려나……월드시리즈 끝난 후에는 공개해도 되는지 물어볼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되지 않을까요……현역 코치님 플레이 영상인데. 저한테 일대일로 지는 모습은 좀…….》

        

       《익명으로 유출되면 우리 둘 중 누가 범인인지 모르니까……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둘 다 무죄 아닐까요.》

        

       《그냥 공범으로 둘 다 유죄 아니에요?》

        

       .

       .

       .

        

       《기사 딸피예요. 추격하는 척만 하고 상자로 뛰세요.》

        

       《네!》

        

       [아따먹(성기사): 상자 세 개 열렸어요]

        

       [GP 오소독스(광전사): 넵 리방하시죠]

        

       [GP 브링어(성기사): 오늘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한데 저희 곧 스크림이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GP 오소독스(광전사): 아……맞네요. 저희 그러면 막판 할까요?]

        

       * * * *

        

       [GP 브링어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별포크(도적) → GP 브링어(성기사)]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아, 마지막 판 설명을 못 드렸네요. 어설프게 매복하는 상대를 잡는 동선이에요.》

        

       “별포크님이 먼저 전력질주로 중앙에 자리잡고, 사플로 브리핑하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네. 도적이 스태미나 다 쓰면 아슬아슬하게 중앙에 닿아서요. 그런데 프로레벨에서 통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매복 위치를 그렇게 뻔하게 하진 않을 것 같아서……이 동선은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황금과도 같은 강의가 이어진지 어언 1시간 30분.

        

       그 시간 내내 황금색 변만 푸짐하게 싸지른 코치, 브링어의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판에는, 매복을 역으로 갚아주겠다며 캠핑하다가 시간만 낭비하고……그 결과 심지어 이예나도 아닌, 별포크에게 킬을 헌납했으니.

        

       굴욕도 그런 굴욕이 없었으리라.

        

       처음 별포크한테 킬을 내준 후,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씩씩거리던 와중이었으니 더더욱.

        

       그러나 오소독스의 눈에 코치의 그런 사소한 표정 변화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난 90분 동안 총 12번의 연습 경기와 핀포인트 질의응답이 있었고- 그 중 무엇 하나 가벼이 넘길 것이 없었으니.

        

       “대략 정리된 것 같네요. 자체적으로 연습은 더 해봐야겠지만요. 파고들면 파고들 여지가 많아서요……하하. 생각할수록, 이걸 혼자 정립하셨다는 게 정말-”

        

       《혼자 한 건 아니에요.》

        

       단호하게 부정하는 이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소독스는 저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흘렸다.

        

       저런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코치에 적합한 사람 아닐까.

        

       여자인 이상 아마 선수로 뛰기엔 체력 문제가 있겠지. 하지만 단기전이라면 대부분의 현역 선수들을 가벼이 꺾을 실력에 더하여, 놀라울 정도의 지식. 거기에 겸손까지…….

        

       언제부턴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브링어 코치에게 잠깐 시선을 향한 오소독스는,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참으며 말을 이었다.

        

       “아따먹님이야 잘 하시는 거 알았지만, 별포크님도 대단하시네요. 골드에 계실 실력이 아닌데요?”

        

       《가, 감사합니다! 우리 스승님 덕분이에요!》

        

       “아, 아따먹님?”

        

       《네.》

        

       “혹시 친추드려도 괜찮을까요? 도적 연습하다 보면 여쭤볼 게 생길 것 같아서요. 부담스러우시면 레반이 통해서 여쭤볼게요.”

        

       《음……. 친추는 제가 드릴 테니까……레반님 통해서도 물어봐주세요. 기왕이면 광전사는 세계 무대에서 안 통하겠더라, 같은 이유를 대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하하, 하……네. 감사합니다. 그……종종 여쭈어볼게요.”

        

       당혹감을 애써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오소독스는 고개를 가벼이 저었다.

        

       ‘코치는 안 되겠구나.’

        

       한 때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리던 프로게이머다운 빠른 판단력이었다.

        

       * * * *

        

       [레반: 잘 해결된 거 같던데]

       [레반: 괜찮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레반: 다행이라고 말하기가 무섭네]

       [레반: 아니 잠깐 뭐야]

       [레반: 방송 중이에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직 화면은 안 켰어요]

        

       [레반: 아]

       [레반: 화요일까지 안 한다면서요]

       [레반: 제발 부탁드리니 방송 중이면 얘기를]

       [레반: 아니다 앞으론 제가 확인할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려 했는데 갑자기 하고 싶어져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리고 송출되면 저도 당연히 얘기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빌드깎는레반님이 세 번 부정할 때도 방송 송출 끄고 얘기했는데 🙁]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 중입니다…….)

        

       [레반: 가서 방송이나 해요]

       [레반: 제발 그 일 얘기하지 말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그러고보니]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더 로그 아직 안 하신 것 같던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30일차까지만 버티면 진짜 진국인 게임이에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어서 하세요]

        

       [레반: ……그런 게임이었나?]

       [레반: 암튼 멀쩡해보이네요]

       [레반: 얼른 가세요 시청자들 기다리잖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키보드 소리 뭐야』

       『뭐야 뭐하는 건데』

       『화면 켜주세요』

       『문 열어 텐련아! 문 열어 10련아! 문 열어 텐련아! 문 열어 10련아! 문 열어 텐련아! 문 열어 10련아! 문 열어 텐련아! 문 열어 10련아!』

       『아니 왜 방송을 키고 까만 화면만 띄우는 거야』

       『뒤풀이 썰 오냐?』

       『오늘은 멧돼지 사육이죠?』

       『낚시 모드 위게더에 올렸어요!!!』

       『기습 방송 뭐야 언니 사랑해』

        

       뒤풀이에 다녀온 이후 한동안은 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다. 빨리 방송을 켜서 뒤풀이 썰을 풀어달라고 날뛰는 게시판이 제법 보기 좋았던 탓도 있지만……그보다는, 어딘가 만족해버린 때문이겠지.

        

       배가 부른 느낌, 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새삼,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 만족할 수 있게 된 건, 결국 이 사람들 덕분이라는.

        

       그런 이들이 애타게 요구하는 걸 외면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소통이 부족하다는 오명을 벗는 기회로 삼을 겸, 방송을 할 수밖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뒤풀이 어땠나요】

        

       무엇보다, 이렇게나 물어봐주는 뒤풀이 후기는 나도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였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면 친구한테 이야기하고 싶듯이.

        

       “좋았어요. 재미……재미도 나름 있었고.”

        

       슬며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으며 대답하자니, 다시금 도네이션의 늘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불편한 건 없었나요ㅠㅠ】

        

       불편한 거…….

        

       글쎄. 딱히……없었던 것 같은데. 술도 맛있었고. 음식도 괜찮았고……아.

        

       가기 직전에 잠을 이상하게 잔 탓에, 좌식이었던 이자카야에서는 조금 힘들었던가.

        

       “그렇네요. 허리랑 골반이 많이 뻐근해서……마지막엔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뭐. 그건 제가 이상한 자세로 잔 탓이었으니까. 뒤풀이는 죄가 없네요.”

       

        아, 맞다.

       

       “아, 뒤풀이에서 별포크님 덕분에 사진 많이 찍었는데. 보여드릴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marguerite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명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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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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