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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뭐?”

       “이틀 뒤에 죽는다고.”

         

       대마녀는 한참동안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다 바보처럼 되물었다.

         

       “……왜?”

       “죽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대마녀가 신음을 흘리며 연쇄살인마를 가리켰다.

         

       “설마 저 새끼한테?”

       “맞아.”

        “아니, 정신 상태도 괜찮은데 왜…….”

        “괜찮아 보이는 것 뿐이야. 너도 악마랑 계약해봤으니까 알거 아니야. 그 속삭임이 얼마나 괴로운지.”

       

       대마녀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왜, 매년 이맘 때 죽었겠어.”

         

       그녀의 동공이, 쿵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너랑 얘기하려고 조금 더 버텼을 뿐이야. 그러니까, 막지마. 계속 지켜보고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대마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한참동안 말없이 연기만 뱉어댔다.

         

       물론 올리비아에게는 정신적 결함도, 마신의 속삭임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대마녀에게 선을 그은 이유는, 이 회차가 그녀의 회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돌아가야 했다.

         

       마경을 클리어해서 열쇠를 한 개 더 얻어야 했으며, 월의 마경으로 가서 주술사에게 예언에 관하여 물어봐야 했다.

         

       회귀자들의 단서를 모아 [메인 퀘스트]가 무엇인지도 알아내야 했다.

         

       “……59층에 방 잡아줄테니까, 자고 가라.”

         

       담배연기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

         

         

       이틀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본래 회차에서의 이틀은 엄청나게 짧았는데, 이곳에서는 얻을 것도, 뚜렷한 목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 길다고 느껴졌다.

       

       때가 가까워질수록 대마녀의 얼굴에는 근심이 차올랐다.

       올리비아를 탓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원망의 화살을 연쇄살인마에게 돌렸다.

         

       “……넌 생각이라는 게 있냐? 대현자를 죽이면 황제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목격자도 없는데?”

       “내가 있잖아. 이 빌어먹을 놈아.”

        “아.”

         

       연쇄살인마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너도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내 말은……됐다.”

         

       대마녀는 질린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신도 무심하시지. 이런 싸이코패스에게 그런 능력을 주시다니.”

        “뭐야, 너 유신론자였어?”

        “……고생해라 대현자. 앞으로도 이런 금붕어새끼를 데리고 다녀야 될테니까.”

       “아니, 왜? 너 신 본적 있어?”

       “마신은 뭐냐? 이 씨발 돌머리새끼야.”

       “아아…….”

         

       대마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더 이상 연쇄살인마와 말을 섞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자리에서 몇 대를 줄기차게 피워대던 대마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뭐냐, 힘내라. 포기하지 말고.”

        “뭐를?”

        “……알잖아.”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그 모습에, 대마녀가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을 지어냈다.

         

       “이 능글맞은 년. 그걸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겠냐?”

       “말이라도 들으면 꽤나 힘이 될 것 같거든.”

       “백 번이고 천 번이고……아오, 썅. 오글거려서 못해먹겠네. 난 그냥 갈테니까, 뒤지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대마녀가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몸을 돌렸다. 차마 죽는 광경을 직접 지켜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고마워.”

       

       올리비아의 말에, 대마녀의 몸이 우뚝 굳었다.

       곰방대를 든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너라도 기억해줘서.”

         

       대마녀는 뒤돌아서지 않았다. 다만, 낫을 매만지는 연쇄살인마를 세차게 노려보았다.

         

       “……당부하는데,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고통 없이 한 번에 끝내라는 뜻이다.

       연쇄살인마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대마녀는 미련없이 기루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올리비아.”

         

       연쇄살인마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방금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중했다.

         

       “눈을 감는 편이 좋을거야.”

       

       저녁이었다.

         

       하늘은 누렇게 익어, 아름다운 빛깔을 세계에 퍼뜨리고 있었다.

         

       “…….”

         

       올리비아는 눈을 감는 대신, 고개를 돌려 수평선을 응시했다. 올리비아는 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제 끝내 줘.”

         

       등 뒤에서 빨간 오러가 넘실거렸다. 오러는 마치 물감처럼 퍼져나가, 어두워지려는 하늘을 조금이라도 밝은 색으로 붙잡아 놓았다.

         

       [‘연쇄 살인마’가 ‘필살(必殺)’을 사용합니다.]

         

       “다행이야.”

         

       연쇄살인마가 말했다.

         

       “너와 내가, 그렇게 친하지 않아서.”

         

       고개를 돌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돌리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그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잘 가. 올리비아.”

         

       사아아악…….

         

       연쇄살인마는 낫을 휘둘렀다.

         

       베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고통 또한 없었다. 시야가 뒤집히는 일도 없었다.

         

       그저 몸이 조금 따뜻해졌고, 시야가 조금 어두워졌을 뿐.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눈 앞에 그런 창이 떠오르고 나서야,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마신의 잔재를 찾아 소멸시켰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

       .

       .

       [의식이 본래 회차로 귀환합니다.]

         

         

       *****

         

         

       츠츳, 츠츠츳……!

         

       영혼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세계가 조금씩 흐릿해지다가, 일순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올리비아는 눈을 감고 시공간의 흐름 속에 몸을 맡겼다. 동시에 생각했다.

         

       ‘저쪽은 한 달 정도 지났으려나?’

         

       시간 배율이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차이난다면 곤란했다.

       최대한 빠르게 돌아가려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년 단위로 차이난다면 많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

         

       올리비아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하지만 풍경은 눈을 뜨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이 검은 공간에 떨어지고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뭔가 문제라도 생긴걸까.

         

       슬슬 불안해질 무렵.

         

       ⌜■■■……■■■⌟

       ⌜…………!⌟

       ⌜다오다오다오다오…….⌟

         

       괴기스러운 울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올리비아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둠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르르르륵.

         

       무언가 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의식만 존재하는 탓인지, 마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괴기스러운 울음들은 점차 가까워졌다. 어떻게든 마력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리고 느꼈다.

         

       ‘……저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마기(魔氣)였다.

         

       대악마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전율적인.

       마치, 모든 마(魔)의 근원이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려는 맹수처럼 올리비아의 주변을 맴돌았다.

         

       ⌜■■■……■■■⌟

         

       그것의 진언이 귀에 닿은 순간, 극심한 현기증이 일었다. 의식이 순식간에 아득해지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이지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득한 우주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필멸자로서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의지가, 그곳에 있었다.

         

       츠츠츠츠츠츳……!

         

       올리비아의 의식이, 발작하듯 떨리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온 힘을 다해 정신을 붙잡았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이 지독한 공허 속에 영원히 미아로 남겨질 것만 같았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위, 아래, 양 옆……모든 곳이 새카맸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분명 의식만 존재할텐데도, 조금씩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쩌저저저저적!

         

       어둠이 있는 힘껏 아가리를 벌렸다. 거대한 아가리가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대로라면…….

         

       ‘……잠깐만, 아가리를 벌렸다고?’

         

       형태가 보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어딘가에, 빛이 있다.

         

       올리비아는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파스슷.

         

       시야 끝에, 자그마한 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던 빛은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당장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떨렸지만, 결코 꺼지지 않았다.

         

       츠츳, 츠츠츳……!

         

       빛과 어둠이 맞닿는 부분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새카만 어둠이, 마치 분노한 것처럼 괴기스러운 울음을 뱉어냈다.

         

       ⌜부 질 없 는 저 항 이 다⌟

         

       ⌜너 는 아 무 것 도 바 꿀 수 없 을 것 이 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잔잔한 웃음 같은 것이 들려왔다.

         

       한없이 익숙한 웃음이었다.

         

       아른거리던 빛이 올리비아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올리비아의 의식을 살포시 감쌌다.

       

       사아아아아…….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의식이 점멸했다. 마치 급류에 휩쓸린 듯, 의식이 다시 한 번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본래 회차로 귀환하셨습니다.]

         

       올리비아는 알림창과 함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평범한 땅바닥은 아니었다. 꿈틀거리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내장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여긴 또 어디야.’

         

       당연히, 지하 감옥이나 봉인진에서 눈을 뜰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고문실에서.

       

       가까스로 제압해놓고, 의식을 되찾기도 전에 죽이려들지는 않을테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올리비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격렬한 전투로 넝마가 됐었던 육체는, 왜인지 모르게 전부 회복된 상태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누군가 치료해줬거나, 자연 치유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이런 젠장할.’

         

       주변 풍광을 둘러보던 올리비아가 입술을 악물었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땅거죽…….

         

       이곳은, 마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 뚜알기가조아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작가의 야식을 책임져 주시는군요.

    컵라면+삼각김밥 조합은 못참기는 하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이건….! 조금 아껴놨다가 버거킹 와퍼주니어 2000원 이벤트 하면 그때 야무지게 쓰도록 하겠습니닷!

    캄사합니다!!!

    – PIA1652284268767님 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5코인! 후! 원감! 사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5경례 박겠습니다.

    >_<7
    /_\7
    ^.^7
    @.@7
    ○■○7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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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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