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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처음엔 그 숫자를 보고 당황했던 나다만 재차 확인을 해보니 모든 메일이 화산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개 중엔 단순히 내게 장난을 치고자 했던 이들도 있었고.

       

       아피스 프로 구단이라는 곳에서 보낸 터무니없는 금액이 적힌 영입제안서라던가.

       

       화산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았으면서 내게 가르침을 구하고 싶다는 작자들도 있었다.

       

       그런 메일들을 하나 둘 옆으로 치워 놓으니 그제야 진정 화산에 오고 싶어 하는 이들의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칠백 명이나 되는 구나.”

       

       뭐지? 이 터무니없는 숫자는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아무리 많아봐야 수십 명 정도일거라 예상했거늘 도대체 왜지?

       

       한 문파가 혈교와 협력했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냐?

       

       문파의 장이라는 자가 화산의 무공이 아닌 다른 무공을 주력으로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기이한 일인지 모르는 게냐?

       

       제대로 재건될지조차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거늘 내가 만드려는 화산의 무엇이 특별하기에 지원을 하는 것이더냐.

       

       숙식이야 애시당초 그대들이 신경 쓸 바가 아니라도 해도 그 이외에 문파가 해줄 수 있는 여러 일들을 우리는 해줄 수 없다만.

       

       이런 단점을 메꿀 정도로 매화검법이 그토록 매혹적인 무공인 것인가?

       

       나로서는 이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꿈을 꾸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내 메일에다 장난을 쳐놓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나는 현 상황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화룡무인에 관해 잘 아는 이의 설명이 필요하겠구나.

       

       그래서 난 언제나 하던 것처럼 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세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제가 어제 지원서류 보내 달라고 했던 건 아세요?”

       “네. 어제 방송 보고 있었거든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 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하린에게 칠백에 달하는 지원서가 왔단 이야기를 전했지만 하린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거 밖에 오지 않았냐는 되물음을 던졌다.

       

       “잘못 들으셨어요? 칠십이 아니라 칠백이에요.”

       “네. 저도 칠백밖에 안 되는 거냐고 물어본 거였는데요.”

       

       도대체 어떤 사고를 거치면 칠백이라는 숫자에 그거 밖에 라는 문장이 붙을 수 있는 것이냐.

       

       “그 정도로 매화검법이 매력적인가요?”

       “매화검도 매화검이지만 화령님한테 배움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걸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현대의 사람들과 무림의 사람이 지닌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혈교와 결탁한 문파였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파의 명예 따위 그들이 신경쓸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화산의 무공을 주력으로 쓰지 않는 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들부터가 강한 무공이라면 뭐든 사용하는 데 뭐가 문제겠는가.

       

       문파로서의 여러 기능에도 관심이 없었다. 정파나 사파라는 카테고리 안에만 들어가 있으면 나머지는 저 알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에.

       

       그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오롯이 나의 가르침뿐이었다.

       

       “화령님이 가르침을 받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 이미 증명된 사실이니까요. 자잘한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어지럽구나.

       

       그대들에게 문파란 사실상 무공을 전해주는 비급서 정도의 취급인 게냐?

       

       본인이 가르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다마는 이를 뭐라 해야 할지.

       

       하아.

       

       뭐어. 그래. 현대를 사는 이들의 사고방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지는 대충 이해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서 말이다.

       

       “화산파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가요?”

       

       내 화산이 멸문하기 전에 그 곳에 발을 들였을 때 수련하던 이들의 수를 본 적 있었다.

       

       그 수는 기껏 해봐야 백 명이 될까 말까 했다.

       

       물론 거기에 있는 인원들이 전부는 아니겠지. 접속하지 않은 이나 외부에 나가 있던 인원들도 어느 정도 될 테니까.

       

       그렇지만 이건 너무 격차가 크지 않으냐?

       

       새로운 화산에 들어오겠다고 지원을 한 이만 따져도 수백이다. 실제로 화산에 소속되어 있던 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겠지.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더냐?

       

       “으음. 그건 화산파가 좀 특수한 경우기는 해요.”

       

       보통 무림에 존재하는 문파들은 자기네 무인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대신 그 무인들이 문파를 위해 일해주기를 요구한다.

       

       무인들은 흔히 그를 할당량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문파에서 내쫓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 반드시 문파를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는 유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었다.

       

       정과 사를 가리지 않고 무림의 문파는 소속된 유저들이 문파에 공헌해주기를 바랐다.

       

       예를 들어 남궁가문은 유저들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상납금과 몇 개 이상의 임무 완수를 요구했다.

       

       소림 같은 경우엔 매일 1시간 이상 자신들의 수행에 참가할 것을 바랐다.

       

       사파의 무리 중에서는 매달 일정 횟수 이상 절도, 강도, 살인 등의 범죄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걸 흔히 문파 퀘스트라고 부르는 데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이런 퀘스트를 귀찮게 여겼죠. 보통 문파 퀘스트는 보상이 짜거든요.”

       

       안 그래도 게임할 시간도 부족한데 내가 바라는 걸 하는 대신에 문파에서 시키는 귀찮고 득 되는 거 없는 일을 해야 한다니.

       

       많은 유저들이 이 부분에 상당한 불만을 지녔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이는 정과 사를 가리지 않고 모든 문파에서 시행하는 사안이었기에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소속으로 플레이를 하면 너무 손실을 보는 곳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귀찮다 생각을 하면서도 문파 퀘스트를 수행해왔다.

       

       화산에서 이런 제안을 내기 전까지는.

       

       ‘상납금만 일정 이상 내라. 그럼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다. 어떤 무공을 사용하건, 어디서 무얼 하건 간에 신경 쓰지 않겠다.’

       

       “문파퀘 때문에 시간을 날리는 게 불만이었던 사람들은 차라리 돈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며 화산에 투신했죠.”

       

       그렇게 화산에 적을 둔 유저들이 대폭 늘어났다.

       

       허나 그렇게 화산파가 된 이들은 대부분 화산의 이름만을 지닐 뿐 화산의 사람으로서 활동하진 않았다.

       

       “아마 화령님한테 메일 보낸 사람 중 절반 이상은 가입할 때 말곤 화산에 들린 적 없는 사람들일 걸요.”

       

       하린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던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아무리 저들이 본래부터 무림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객에 불과하다지만 이건.

       

       진정하자.

       

       나의 상식에 기대어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이전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같은 실수를 범하려 하는가. 여기서 화를 내어봐야 나만 손해다.

       

       이해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대체 저들은 문파를 무어라 생각하는 것인가. 한 문파에 들어왔으면 당연히 그 문파를 위해 일을 해야 하지 않으냐.

       

       본인도 문파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생각을 하는 쪽이지만 이건 과하다.

       

       애초에 화산 그 놈들이 문제다.

       

       돈만 받고 이름을 주겠다니 이게 정파의 이름을 단 놈들이 할 짓거리더냐?

       

       아무리 복수에 미쳐 있던 상태라지만 적어도 정파로서의 자존심은 지켰어야 할 것 아닌가.

       

       설마 본인이 후일 화산의 재건을 할 것을 예상하고 함정을 쳐둔 것인가?

       

       놈들. 이런 식으로 복수에 성공하다니.

       

       대체 몇 수 앞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구나.

       

       생각이 복잡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화산에 들어왔던 작자들이라면 분명 내게서 이치를 배운 후 자신이 취할 것만을 얻고 사라져 버릴 게 분명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하여도 그럼 놈팽이들을 들일 수는 없다.

       

       “더 걸러내야겠네요.”

       “무림최강님한테 물어보세요. 그 분은 화산에 진심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야겠네요.”

       

       어찌 보면 다행스런 일이다.

       

       내가 생각했던 선별은 수십 명 중에 재능 있는 이를 뽑는 일이지 수백 중에 원석을 찾아내는 게 아니었단 말이다.

       

       거를 이를 다 걸러내고 나면 시험을 할 이도 많이 줄겠지.

       

       그럼 애당초 내가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왜 한민준을 무림최강이라고 불러요?”

       

       그 놈 자신이 무림최강이라 불리는 걸 싫어했던 것 같다마는.

       

       “그 분이 맨날 저보고 아저씨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복수하는 거에요.”

       “네?”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그대가 왜 아저씨라 불리는가?

       

       설명을 해달라 부탁을 했으나 하린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

       

       지원을 받기로 하고부터 이틀이 지난 날 나는 바루가 복원해 준 화산의 건물 안에서 한민준과 함께 사람을 선별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사실상 사파에요.”

       “그럼 고 놈은 거른다 치고 이 쪽은?”

       “애매하긴 한데 뽑아도 될 것 같아요. 랭커라 실력도 확실하고, 화룡무인 망령이시라 화산에 도움도 많이 주셨거든요.”

       “망령은 또 무슨 단어더냐?”

       “엄청 열심히 하는 분이란 소리에요.”

       

       어감에 비해 좋은 뜻을 지닌 단어구나.

       

       그럼 이 녀석은 일단 명단에 올려 놓는다 치고 다음은…

       

       하아. 빌어먹을.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구나.

       

       어제 아침에 많은 메일이 와서 놀랐던 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 날 밤부터 아침까지 온 것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메일은 끊임없이 쏟아졌고 지원자의 수는 벌써 천 몇 백에 달한 상태.

       

       만일 내가 한민준의 조언을 흘려들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시험을 하려는 날에 화산 부지는 물론이고 계단까지 빼곡이 채운 인파를 상상해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시험이고 통제고 모두 다 불가능 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화산을 재건하려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볍게 벌린 일이 너무도 커져버렸으니.

       

       덕분에 천마신교에서 나온 후로 다시는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서류 작업을 또 다시 하고 있지 않나.

       

       따지고 보면 그 때보다도 일이 많은 것 같구나.

       

       천마신교에 있을 당시엔 대충 보고 서명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하나하나 검토를 해야 하니까.

       

       곰방대의 연기를 뱉으며 서류를 읽어나가던 중에 바깥에서 소란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드디어 왔구나.”

       “네?”

       “그대들이 찾던 자다. 이 곳으로 올 터이니 나갈 필요는 없을 게다.”

       “…네?”

       

       안 그래도 잘 되었다.

       

       서류를 보는 데에 신물이 나던 차였는데 녀석이 온 김에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할까.

       

       서류를 내려 놓고 얼마 있지 않아 바깥의 기척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우리가 있는 방 앞에 섰다.

       

       “들어와라.”

       “알고 계셨습니까?”

       “숨길 생각도 없지 않았느냐.”

       

       시탐견은 자신이 약조했던 대로 이틀 만에 화산에 당도했다.

       

       “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으니.”

       “뭐든 물어보시죠.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고 왔는 지가 궁금하십니까? 아니면 화산의 무공을 어떻게 가르칠 건지가 궁금하십니까?”

       “아니. 그런 자잘한 것은 말고 다른 일이다.”

       

       내가 손을 내저으니 시탐견의 얼굴이 굳었다.

       

       네 놈이 어떻게 일을 처리했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건지 뭐가 궁금하겠느냐.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오롯이 하나 뿐이다.

       

       “네가 있을 적의 화산은 아무 무인이나 마구잡이로 들이는 곳은 아니었다. 맞느냐?”

       “그렇죠.”

       “그러니 물으마. 화산에서는 사람을 선별할 때 어떤 방법을 썼느냐.”

        

       내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은 이미 박살이 나버렸으니 새 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될 의견을 좀 내 보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 일일퀘스트는 정말 귀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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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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