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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아침해가 밝았다.

     아직 아카데미 광장에는 학생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광장에 있는 상점가의 점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가게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

     평소라면.

     지금은 내 뒤로 슬쩍 다가와서, 거리는 한 다섯 걸음 뒤 정도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로 내 앞에 붙은 광장의 대자보를 보고 있다.

     “저, 저기….”

     등 뒤.

     

     “무슨 일입니까, 카페 ‘아리따움’의 사장님.”

     “엣, 저, 저를 아시나요?”

     “요 며칠 사이에 아스타시아 황손녀와 함께 자주 다녔잖습니까. 황손녀께서 애플파이가 정말 맛있었다고, 앞으로도 자주 먹고 싶다고 그러시더군요.”

     

     앞치마를 두른 젊은 카페 사장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이 파시길. 그리고 혹시 무슨 문제 생기면 협곡재단 쪽으로 연락해 주시고.”

     “아, 그,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사장님께서는 새벽부터 여기는 무슨 일로….”

     “학생회장 입후보 명단을 보고 있었습니다. 최종 확정된 이후는 제가 본 적이 없어서.”

     “…….”

     카페 사장을 비롯한 상점가-말이 상점가지, 그냥 학내 다양한 매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의 사장들은 게시판의 명단을 다시금 훑었다.

     “학생회장 후보가…17명?”

     “많죠.”

     17명.

     많다.

     1번부터 17번까지, 서로 같은 이름 하나 없이 서로 다른 이름의 학생들이 학생회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학생회장이라는 게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자네, 세인트 아카데미 출신 아니었나? 거기는 어땠어?”

     “말도 말게. 학생회장 할 바에는 그냥 자퇴하거나 죽고 만다는 소리만 있을 정도였지. 신기하군. 학생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일만 하는데 왜…?”

     “학생회장의 원활한 학생회 운영을 위해, 장학재단에서 1억 골드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학생회장 입후보자가 많은 부분에 대하여 나의 근거를 말하자, 곧 상인들은 혀를 내두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지요…? 1억이라…씁. 내가 하고 싶어질 정도인데.”

     “아니, 아니. 나는 그냥 안 하고 말지. 저 1억 벌겠다고 온갖 학생들 불평불만을 들어주고, 행사 진행하고 그러면 얼마나 고생하겠어?”

     “오로솔 아카데미는 올해로 1기니까, 학생회가 만들어야 할 규칙이나 체계가 엄청 많겠죠. 으음,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들은 고용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상인들이고, 아카데미 학생은 아니다.

     그렇기에 학생회장이 가진 강력한 권력을 모른다.

     “어디 보자. 으음. 학생회 선거 결과는 불가역적이며, 선출된 학생회장의 임기는 1년 동안 보장된다…? 학생회장은 학생회 규칙과 오로솔 아카데미 내부의 규칙에 따라, 적합한 권한을 가지고 학생들을 통제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아카데미에서는 학생회장이 왕이라는 건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겁니다.”

     왕은 아니되, 왕처럼 군림할 수 있다.

     “공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대표. 그렇기에 아카데미 측에 가장 많은 의견을 낼 수 있는 자.”

     “오, 오오…!”

     “일반 학생들이 평민이라고 가정한다면, 학생회장은 일종의 길드장 정도는 될 수 있겠군요.”

     길드장.

     평민들 누구나 될 수 있고 누구나 길드에 가입할 수 있으나, 그들의 ‘리더’이기에 어느 조직이든 리더로서 가진 권한은 생각보다 많은 법.

     “학생회장이 주관하는 행사에 대하여, 학생회 임원이 아니라면 누구도 감히 쉽게 의견을 제시할 수 없을 겁니다.”

     “기호 2번,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 만일 왕녀가 학생회장이 되지 못한다면, 꼼짝없이 학생회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죠.”

     “히, 히익…?”

     공주마저 선거에서 지면 꼼짝없이 학생회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하, 학생회…무섭군.”

     “어쩐지 다들 이름과 성씨만 봐도 살벌하더라니.”

     “…….”

     기호 2번,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

     기호 5번, 누아르 지브롤터.

     그 이외에도 이름 뒤에 성이 붙어있는 후보가 생각보다 많았다.

     ‘다 아는 이름이네.’

     

     회귀 전이든 회귀 후든, 전부 아는 이름과 성이 많아서 입후보자들에 대해서는 큰 변수를 생각하지 않아도 다행이라 안심했다.

     ’17명 중에 그림자나 첩자가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정도는 아니야.’

     혹시나 제국의 스파이나 제국에 회유된 ‘샤이 매국노’가 학생회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림자 뒤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이 움직이기 전에,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움직였으니까.

     “그런데 이 친구, 제국 유학생 아닌가…?”

     “누구? …기호 1번, 블론드?”

     “그래. 내가 아는 블론드라는 청년 중에 같은 이름이 없다면, 이 블론드는….”

     “제국 유학생 블론드.”

     별칭, 201호.

     “굉장하군.”

     학생회장 선거에 가장 먼저 입후보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제국 유학생이었다.

     * * * 

     오로솔 아카데미 제국학부 건물, 201동.

     “너, 미쳤어?!”

     “정상이다.”

     연금술 수업이 있는 강의실 201호에 모인 약 20명의 학생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가운데, 제국 유학생들이 서로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학생회장에 입후보한 거야?!”

     “어쩌기는.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었다. 조건은 두 가지. 아카데미 신입생일 것. 그리고 같은 신입생 중 추천인 2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올 것.”

     기숙사 201호에 사는 금발 거구의 청년 유학생, 블론드는 자신을 향해 따지는 백발 유학생에 담담히 반문했다.

     “절차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학생처장 헥스 로마나 경도 명단을 보고 승인했던바.”

     “잠깐, 그 사람 외무대신 아니야? 아니지. 입학처장 아니었어?”

     “겸임인 것 같던데.”

     “와, 진짜 많이 고생하는…아니지. 그 사람을 혹시 매수한 거야?”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서명받았을 뿐이다.”

     “그, 그게 가능할 리가….”

     유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우리 중에 블론드한테 이름 적어준 사람 있어…?”

     “나는 아니야. 옆방이라고 해도, 나한테 추천인 명단을 내민 적 없어.”

     “나도.”

     “저도요.”

     “당연하지.”

     블론드는 어딘가 살짝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제국 유학생 중에 내가 받은 추천인은 오직 황손녀님 한 분뿐이다.”

     “엇, 정말…?”

     유학생들의 시선이 가장 앞에 앉아있던 아스타시아에게로 향했다.

     “저기, 황손녀님. 정말인가요?”

     “응?”

     왕국어로 된 두꺼운 책에 집중하고 있던 아스타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

     “블론드를 학생회장으로 입후보시킨 거….”

     “내가 한 거 아닌데?”

     

     아스타시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X’자를 그었다.

     “하지만 블론드가 말하기를….”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시킨 게 아니라, 블론드가 자기가 학생회장 후보 나가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한 것뿐이야.”

     “그게 그거 아닙니까?”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내가 블론드 주인도 아닌데 뭐 어때서?”

     아스타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지듯이 묻자, 강의실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학생회장 입후보하는데 제국 유학생은 안 된다고 규칙에 쓰여 있었어?”

     “아, 아닙니다.”

     “블론드. 내가 먼저 너 보고 학생회장 나가라고 했어?”

     “그 또한 아닙니다.”

     블론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가 서는 교단 앞으로 걸어갔다.

     “저는 저 스스로의 판단으로 학생회장에 입후보하였습니다. 황손녀님은 그저 20명의 추천인 중 한 명으로서, 저를 응원해 주셨을 뿐입니다.”

     “갑자기 존대?”

     “후보 연설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황손녀님. 그리고….”

     블론드는 강의실 뒤쪽, 반으로 갈라진 것 같은 강의실 뒤에 자리 잡은 10명의 아카데미 학생-노스트럼 왕국의 학생들에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학우들의 한 표, 괜찮다면 부디 이 기호 1번 블론드에게 줬으면 한다. 자세한 공약은 나중에 대강당의 기조연설에서….”

     “지금 내 자리에서 뭐 하니~?”

     

     강의실 정문이 열리며, 연금술 기초 강의의 교수 바토리 부총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대신 수업하게?”

     “아닙니다, 교수님.”

     “그러면? 후보로 나서느니 마느니 이야기 있던데….”

     “입후보했습니다.”

     “…그걸 진짜로 했다고? 아니, 20명은 어떻게 모은 건데?”

     바토리 부총장은 진심으로 당황한 눈치로 강의실을 훑었다.

     “너 혹시 여기 있는 학우들한테 강제로 명단에 이름 쓰라고 한 거니?”

     “아닙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대화와 설득으로 추천을 받았습니다.”

     “정당…?”

     “왕국이든 제국이든, 기사란 검으로 대화하는 자.”

     블론드가 검을 움켜쥐듯 손을 움직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기사 가문, 혹은 검술 대련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평민 학우들을 찾아가서 1:1 대련을 통해 추천을 받았습니다.”

     “……순순히 해줬어?”

     “사나이라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법이죠.”

     “…….”

     블론드의 당찬 포부에 강의실의 이들은 헛웃음이 흘러나왔으나-

     짝, 짝, 짝.

     어딘가 느긋하면서도 익숙한 손뼉에, 강의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차….”

     바토리 부총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미리 말하는 걸 잊었네. 오늘 수업은-”

     “이거 미안하군. 참관하려고 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문의 입구.

     “연금술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길래, 한 번 직접 수업을 들으러 왔소.”

     지팡이를 짚고 선 붉은 정장의 남자.

     “연금술 수업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당사자한테서 들을 줄은 몰랐군.”

     그레이 지브롤터 이사장.

     “실례하지.”

     강의실에 들어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차지했다.

     “…왜 옆에 앉으세요?”

     “옆에 자리가 비어있으니까.”

     그레이 지브롤터는 아스타시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거기, 조금 전에 블론드가 앉아있던 자리였는데.”

     “그런가. 블론드 경?”

     “…경?”

     “기사 지망생들을 상대로 1:1 대결을 통해 추천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상당히 우수한 실력자인 것 같은데, 나중에 협곡에 초대하도록 하지.”

     “……!!”

     블론드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아버지…는 힘들지 몰라도, 멘테 리프트 경과 만나서 대결하게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그러니 오늘 자리는 내게 양보하지 않겠나?”

     “이사장님.”

     블론드는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 책상 옆에 걸려있던 자신의 가방을 들었다.

     “제 자리는 처음부터 뒷자리였습니다.”

     

     그러더니 그대로 가방을 들고 뒤로 걸어가더니, 교실의 절반 뒤로 넘어가 왕국 학생들의 옆에 그대로 앉았다.

     “히, 히익…!”

     “왜 그러지, 아이작?”

     “아, 아니야. 그런데, 오늘 수업 2인 1조라, 그 자리 앉으면….”

     “같은 조가 된다면, 잘 부탁하지.”

     “으, 응….”

     심약해보이는 왕국 소년 아이작은 옆에 앉은 블론드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오늘 수업이 확실히 2인 1조로 하는 실험이기는 했는데.”

     바토리 부총장은 연신 머리카락을 긁적이다가, 바로 검은 장갑을 손에 착용했다.

     “그러면 바로 실험 설명을 하고, 오늘은 실전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오늘 실험은….”

     * * *

     연금술은 흥미롭다.

     과학적 지식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원리를 찾아나가는 방식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특히 특정 실험에 따라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연금술 수업은 극한의 기초이기도 하며 대부분이 ‘마석’을 주제로 하는 마도 연금술 쪽에 가깝다는 것.

     ‘백은 제조법 같은 게 아니어서 아쉽네.’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공교롭게도 백은이다.

     수면제로 활용하든, 마나 보조제로 활용하든, 아니면 각성제로 활용하든 활용 방법에 따라 ‘만능 물질’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 백은의 제조자, 정확히는 제국에서 퍼지게 된 악성 약물을 만든 이로 추정되는 이가-

     “바토리 교수님.”

     “교, 교수님…? 누가 나를…이사장님?”

     “지금은 배우는 입장에서, 참관 학생으로서 여쭙는 겁니다.”

     “…원래 그렇게 상황 따라 존대하고 반말하고 스위치가 그렇게 자주 바뀌나요?”

     “예.”

     강의실에서 스승으로 대하는데도 당황하는 이 바토리 에르제베트.

     “실험 끝났습니다.”

     “엣, 벌써?”

     “아스타시아가 도와준 덕분에. 보고서까지 완료했습니다만.”

      “…….”

     나는 바토리에게 아스타시아와 함께 제작한 ‘풍마석’이라는 녀석을 선보였다.

     “에어로 블래스트 마법을 담은 마석의 표면에 장치를 부착하여 출력을 최저한으로 맞추되, 공중에 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부유 상태’로 만든다. 조합 성공했습니다.”

     “…이런 조악한 연구실에서 이 정도의 풍마석을.”

     연금술 수업이고 연막을 펼치느라 풍마석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아스타시아 황손녀님.”

     제국에서는 이걸 두고 풍석(혹은 부유석)이라고 부르며 양산에 들어갔다.

     “3년 전에도 연금술 공부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때 배우셨나 봐요. 이사벨라 황태자비께서 알려주신 건가요?”

     “음….”

     아스타시아가 잠시 볼을 긁적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교수님. 이사장님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사장님?”

     “보고서 작성이 끝났고, 앞으로 강의가 끝나는 시각까지 40분 정도 남았습니다. 아스타시아와 함께 잠시 산책을 나가도 되겠습니까?”

     “…이러려고 참관하러 온 건가요?”

     바토리가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본 뒤.

     “아스타시아 황손녀. 혹시 일부러 빨리 끝낸 건 아니겠죠?”

     “그, 그거….”

     “제가 끝낸 겁니다.”

     “네?”

     “아무래도 아스타시아가 실험을 10분 만에 끝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제가 보고서를 전부 작성하고 실험을 마친 겁니다.”

     “그, 그걸 말씀하시면.”

     아스타시아가 당황하고, 열심히 마석 아래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걸 조작하던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며 놀란다.

     “말 못 할 것도 없지. 개인적으로 나는 연금술을 좋아해서 따로 공부도 하고 있는데.”

     “……정말로?”

     바토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지브롤터의 도련님께서, 연금술은 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학문이라서 그렇습니다.”

     “…….”

     “왜 그렇게 보십니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제가 아스타시아와 둘이 따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연금술을 미리 익히고 실험을 일찍 끝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해다.

     

     뭐.

     상관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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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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