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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하…….”

         

         

       차를 타며 순식간에 변해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내쉬어진다.

         

       이유야 딱히 별거 없다.

         

       그냥 앞으로 내 장인어른 되실 분을 만나러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려 설소영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긴장되세요?”

         

         

       그때 차민석과 함께 나를 마중 나와 준 설소영이 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음… 조금?”

         

         

       사실은 조금이 아니라 많이 긴장된다.

         

       듣기로는 설소영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님 역시 자리를 함께한다고 들었는데 그쪽이야 2년 전부터 나랑 설소영이 이어지는 걸 강하게 원했으니 딱히 부정적인 생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당연히 설한용 사장 쪽이었다.

         

       그쪽이 워낙 딸 바보인 것을 알고 있으니 과연 나를 좋게 볼지 조금 의문이었다.

         

       물론 장인어른과 만나기 전에 점수를 딸 만한 짓을 조금 해두긴 해서 나름 괜찮지도?

         

       어쨌든 상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했다.

         

       설소영의 부모님과 만나기 전날, 즉 어제 이다혜의 부모님과 먼저 만났으니까.

         

       정말 다행히 그쪽은 나를 엄청 반겨주셨다.

         

       이다혜가 전에 자신의 부모님이 내 팬이라고 말해준 것 덕분에 친필 사인을 챙겨간 것이 나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결론은 무사히 관문 하나를 통과했으며 이제 다음 관문을 뚫어야 할 차례였다.

         

         

       “그나저나 오늘 메뉴가 뭐야? 생각해 보면 그걸 못 여쭤봤네.”

       “코스 요리요.”

       “코스 요리?”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이미지가 강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코스 요리라는 것을 먹어본 적이 있던가?

         

       아마 없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약간 기대가 되었다.

         

         

       “도착했어요.”

         

         

       설소영의 그 말과 함께 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호텔이었다.

         

       누가 봐도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백제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텔이 누구의 것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무려 설소영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가 대표이사로 직접 운영하는 5성급 호텔이었다.

         

       그리고 그런 백제호텔 안에서 식사를 할 만한 장소는 내가 알기로 딱 한 곳밖에 없었다.

         

       무려 별이 세 개나 달린 ‘다온’이라는 고급 한식당이었다.

         

       역시나 설소영은 나를 그곳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이화영 여사님과 설한용 사장님보다 먼저 예약석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 앉은 설소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제가 같이 가자고 말했던 곳이에요. 이제야 함께 오게 됐네요.”

       “설마 2년 전에 네가 날짜부터 먼저 잡자고 박력 있게 말했을 때가 여기였어?”

         

         

       설소영은 마치 그걸 기억하고 있냐는 듯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때 내가 신인 시절인 설소영에게 조금 부담을 주는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대충 항상 기대하고 있다는 느낌의 문자였던가?

         

       이 이후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촬영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설소영의 연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내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 설소영의 연기를 확인하고, 처음으로 그녀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었지.

         

       결과적으로 그 대화가 약간의 도움이 되었는지 그날 설소영은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두고두고 화제가 될 만한 명장면을 뽑아냈다.

         

         

       “뭔가 이젠 완전 옛날 일 같이 느껴지네. 아직 시간상 2년밖에 안 지났는데.”

       “그러게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제가 작가님에게 반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같아요.”

       “음… 내가 그렇게까지 멋진 말을 내뱉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조금 흥분해서 인생을 책임진다는 말 정도는 했던 게 기억나네.”

       “그리고 결국은 그 말이 현실이 됐네요.”

         

         

       설소영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바로 무언가 재미난 생각이라는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때 제가 작가님을 붙잡았더라면 그림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그게 무슨 소리야?”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을 마치고, 나 PD님과 함께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봤거든요. 그때 느낌이 왔어요. 저 사람이 927 작가님이구나… 라고.”

         

         

       촬영이 끝나고 곧바로 설소영이 나를 발견했다는 것.

         

       이건 조금 생소한 얘기였다.

         

       거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촬영장을 이탈했는데 나를 발견한 걸 보면 아무래도 미리 계획했던 것 같다.

         

       애초에 통화가 끝나고 나보고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 달라고 했던 것이 바로 그녀였으니.

         

       다만, 훌륭하게 연기를 펼친 탓에 스태프들이 그녀를 칭찬한다고 앞을 가로막아서 결국 촬영장을 떠나는 나를 붙잡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제가 스태프들을 뿌리치고 어떻게든 작가님을 붙잡았다면 어땠을까요?”

         

         

       내게 질문을 건네고 있는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상당히 고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곤 내 뺨에 살포시 손으로 얹으며 입을 열었다.

         

         

       “그랬다면 지금쯤 아마 당신을 내가 홀로 독점하고 있었을 텐데…….”

       “……소영아.”

       “농담이에요, 농담. 어차피 역사에 만약은 없고, 과정이야 어떻든 결국 원하는 걸 이루었으니까요.”

         

         

       나는 설소영의 말에 그저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그런 미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는 말처럼 설소영과 이다혜를 동시에 사랑해버린, 지금의 내겐 딱히 의미 없는 얘기였다.

         

         

       “어머, 우리가 눈치 없게 한창 좋을 때 끼어들었나?”

         

         

       그때 우리가 있던 예약석 쪽으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 이화영 여사님께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을 떡 하니 지키고 있던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인터넷이랑 기사로 자주 모습을 봐왔지만, 그와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 사람이 바로 설한용 사장인가…….

         

       확실히 특유의 카리스마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것 같은, 그런 포스였다.

         

         

         

       ***

         

         

         

       그렇게 간단하게 서로 예의상의 인사를 끝마치고, 어찌어찌 식사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나저나 우리 사위, 음식은 입에 맞아요?”

       “쿨럭! 쿨럭!”

         

         

       이화영 여사의 뜬금없는 사위 소리에 순간 목이 막혔다.

         

       그리고 자연스레 옆에서 설소영이 내게 물이 담긴 잔을 건네주었다.

         

         

       “뭘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을 해요? 설마 그렇게 공개적으로 고백해서 딸의 혼삿길을 다 막아놓고선 결혼 안 할 거예요?”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죠.”

       “그럼 되도록 빠르게 이 호칭에 익숙해져야겠네요.”

         

         

       그녀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사위라는 호칭이 제법 마음에 든 느낌.

         

       애초에 이화영 여사는 2년 전에 병실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나를 좋게 봐주셨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만약 자신의 수술이 실패했을 때, 딸의 인생을 책임져 달라는 말도 내게 할 이유가 없을 테지.

         

       어쨌든 그녀의 입장에선 수술도 성공했고, 내가 설소영과 이어졌으니 기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죠?”

       “쿨럭! 쿨럭!”

         

         

       쓰으읍…….

         

       뭔가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레퍼토리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결혼 생각은 조금 이르지.”

         

         

       그때 지금까지 줄곧 이화영 여사의 옆에서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던 설한용 사장이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선 내가 도움이 되는 말이었기에 서둘러 호응했다.

         

         

       “맞아요. 법적으로 만 18세부터 가능하니까. 일단 지금 당장은 무리겠죠.”

       “흐음… 천하의 927 작가가 법 얘기를 꺼내 줄은 몰랐네요.”

         

         

       아무래도 조금 오해하시는 것 같다.

         

       나도 되도록 법은 지키고 싶은 바른 시민이다.

         

       물론 이 말을 차무식이 들었다면 바른 시민 호소인이라며 나를 신 나게 놀렸겠지만.

         

       뭐… 업보가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럼 약혼부터 먼저 할까요?”

       “그… 저 어디 안 도망갑니다. 여사님.”

         

         

       대충 이런 식의 숨 막히는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식사가 모두 끝났다.

         

       원래라면 식사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이후의 일정은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네, 잠깐 나랑 대화 좀 하지.”

         

         

       설소영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 나와 친히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런 그를 그리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

         

         

       “당신. 곧 사위 될 사람한테 이상한 소리를 할 생각은 아니죠?”

       “아니야. 그냥 남자끼리 깊이 나눌 대화가 있어서 그런 거야.”

         

         

       설한용 사장은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고, 나 역시 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나와 설한용 사장은 나란히 백제호텔의 부지를 걷게 되었고, 역시나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927이라는 작가에게 큰 빚을 졌지.”

         

         

       그리고 그 어색한 기류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나와 할 얘기가 있다고 말한 설한용 사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고,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곧바로 더 이해가 안 되는 일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네.”

         

         

       천하의 설한용 사장이 내게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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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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