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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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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을 만지는데 재미를 들였는지 손에 들고 있던 구슬을 위로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노인이 심장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
    ​
    “허억,허어어억!”
    ​
    ​
    마치 높은 곳에서 번지 점프를 하는 듯한 아찔한 감각! 
    ​
    ​
    분명 발은 땅에 붙어있음에도 하늘에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듯한 감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노인의 얼굴이 분을 칠한 듯 하얗게 질려갔다.
    ​
   
   노인이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은 굉장히 끔찍했지만, 피아에겐 절호의 찬스였다. 피아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달려가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안아 들어 도망치고 싶었지만 기절해 있는 아이들이 무려 4명이나 되었다. 아이 4명을 그녀 혼자 둘러메고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
    ​
    “으으…?”
    ​
    ​
    다행히 아이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
    ​
    “피아 언..니?”
    “여긴…”
    “어,엄마아..?”
    “흐으윽…”
    ​
    ​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웬만한 끔찍한 꼴은 다 겪어봤기에 침착했지만, 마을 아이들은 비릿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어두운 동굴을 보곤 겁을 집어먹었다. 아무리 소리를 죽인다고 해도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동굴 벽을 타고 웅웅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다.
    ​
    ​
    피아는 다급히 아이들의 입가를 막으며 조용히 하라 눈치를 주었다.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마을 아이들은 두 손으로 제 입가를 합! 하고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피아는 시선을 돌려 노인을 살펴보았다. 노인은 여전히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가슴팍을 부여잡고 있었다. 피아가 몸을 비틀며 신음하는 노인을 보고 있을 때, 아이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 채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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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다 발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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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힉…!”
    ​
    ​
    빛이 겨우 닿는 구석진 곳에 자리한 검은색 감옥, 그 안에 널브러져 있는 작은 해골과 살점이 붙어있어 아직도 썩어가고 있는 시체를.
    ​
    ​
    한 아이가 한쪽을 바라본 채 덜컥 굳어있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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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욱… 웨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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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아이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등을 돌린 채 헛구역질했다. 먹은 것이 없어 위액만이 흘러나왔다. 그사이 나가는 입구 쪽을 제대로 파악한 피아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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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자 이리와.”
    ​
    ​
    피아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서게 만든 후 자신이 가장 뒤에 섰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가리켰다.
    ​
    ​
    “저쪽 통로를 통해 쭉 앞으로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최대한 침착하게 움직이면 다치는 사람 아무도 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알겠지?”
    ​
    ​
    피아의 차분한 목소리 덕분일까? 겁에 질린 아이들이 빠르게 진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
    ​
    “흐으,흐으으…”
    ​
    ​
    몸을 둥글게 만 채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던 노인이 갑작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축 늘어졌다. 마치 고통이 끝이 났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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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쯤 리안이 구슬을 가지고 노는데 질려 받침대 위에 대충 구슬을 올려놓은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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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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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을 눈치챈 피아가 목소리 높여 호통치자, 아이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아가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노인이 흐느적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중식도가 파랗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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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억….허어어억…”
    ​
    ​
    노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제 가슴 부분을 더듬었다.
    ​
    ​
    ‘침입자… 침입자가 들어왔어.’
    ​
    ​
    인자하던 얼굴은 어디다 버리고 왔는지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이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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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던전으로 가야 해. 가서 내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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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을 이어가던 그가 돌연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과 피아가 달려 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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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년은 살려서 보내선 안 돼!’
    ​
    ​
    아무리 노인이 신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비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목이 베이거나 칼에 가슴팍이 찔리는 정도라면 상관없다. 어차피 심장은 던전에 있으니까!
    ​
    ​
    땅에 묻히면 흙을 헤집어 나오면 되고, 시체 처리장에 버려지면 제 몸만 잘 챙겨 나오면 된다. 그리고 던전을 수거하여 새로운 마을을 찾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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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심장의 존재가 알려져 버리면 분명 몸을 불태워버리거나, 던전을 공략하려 들 것이다. 경비나 마을 주민이 클리어하기엔 벅찬 던전이니 제국에서 기사가 올지도 몰랐다.
    ​
    ​
    어찌 되었든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노인은 높은 확률로 죽는다. 노인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터벅… 터벅,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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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릿하던 그의 걸음이 어느 순간 화살이 쏘아지는 것처럼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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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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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발목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졌다. 악마의 문양,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대신 그의 발목이 목이 졸리듯 검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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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몸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다가, 눈앞에 있는 여자와 아이들을 먹어 치우면 곧바로 회복될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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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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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과 달리 노인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
   
   “밖은 위험하단다! 어서 이리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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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그녀가 빠르게 달린다고 해도 앞에 있는 아이들이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을 빠르게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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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얘기, 하고, 있잖, 아아!”
    “…! 꺄아아악!”
    ​
    ​
    피아의 귓가까지 바짝 다가온 목소리와 함께 노인의 검이 번쩍였다. 피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훅 다가온 중식도는 뱀이 먹이를 낚아채는 것처럼 유연하게 피아의 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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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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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의 목이 떨어지려는 순간, 그의 검이 갑작스럽게 벽 쪽으로 미끄러져 동굴 벽에 박혔다. 신성력의 힘이었다. 피아는 헛숨을 삼키며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
    ​
    공포 속에서 미친 듯이 달린 탓일까,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
    ​
    “언니!”
    “누나아!”
    “…! 얘들아 도망가!”
    ​
    ​
    피아의 필사적인 외침에 가장 앞에서 달리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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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억,벽이 있어…이거, 벽이…흐아아아앙!”
    “그게 무슨…”
    ​
    ​
    아이의 높다란 울음이 동굴을 웅웅 울렸다. 그러자 노인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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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이제 독 안에 든 쥐 신세구나.”
    ​
    ​
    우드득, 노인의 왼쪽 손목이 우그러들었다. 통로를 막는 벽을 만들기 위해 악마의 힘을 억지로 빌려온 대가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
    ​
    괴이하기 짝이 없는 노인의 모습에 아이들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울음을 흘렸다. 오줌을 지리는 아이까지 있었다. 아득한 공포 앞에 피아가 할 수 있는 건 제 신을 찾는 것뿐이었다.
    ​
    ​
    “리안님… 부디 구원을..”
    “그래, 고통 없이 보내주마.”
    ​
    ​
    노인은 피아가 신성력을 진하게 내뿜자 다크 판타지의 신을 찾는 줄 알고 자비로운 태도를 보였다. 제 심장이 걱정되어 정신이 나갈 것 같던 노인은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렸다.
    ​
    ​
    “신의 곁으로 가거라!”
    ​
    ​
    그의 검이 재차 피아에게 꽂히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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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르르륵, 투욱…쩌적!
    ​
    ​
    “앗..!”
    ​
    ​
   제단에 무슨 장치라도 있는 게 아닐까 살펴보다가 실수로 구슬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구슬은 연약한 내구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수십 개의 금이 가더니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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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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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심장이 깨지자, 노인이 걸어둔 마법이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방 안을 환하게 빛내던 빛이 사그라들어 방 안이 캄캄해졌다. 동시에 던전이 붕괴하려는 듯 쿠구구궁! 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
    “와악! 무, 무너진다 !”
    ​
    ​
    리안은 머리를 두 손으로 덮은 채 고개를 이리저리 빠르게 돌리며 살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
    ​
    ‘던전 끝에 도착하면 당연히 입구로 통하는 포탈이나 출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
    ​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눈은 착실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
    ​
    “…! 저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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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랗게 빛나던 벽 중 한 곳에 작은 문이 있었다.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
    “이건…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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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를 살짝 굽혀 안으로 들어가자 갱도 같은 길이 쭉 이어져 있었다.
    ​
    ​
    쿠르릉, 후드득..
    ​
    ​
    “우왁! 빨리 나가자!”
    ​
    ​
    이대로 매장당했다간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한 세월이 걸릴 터였다. 리안은 곧바로 길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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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막길을 몇 번이고 오르자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빛을 향해 몸을 던졌다.
    ​
    ​
    콰앙!
    ​
    ​
    “우왁!”
    ​
    ​
    거칠게 문이 열리고 리안은 바닥을 뒹굴뒹굴 몇 번 구르다가 어딘가에 부딪혔다. 겨우 정신을 잡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
    ​
    “여긴…”
    ​
    ​
    빼곡하게 자란 나무와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으로 추측되는 장소에 서 있었다.
    ​
    ​
    ‘으음.. 우선 마을로 돌아가야…아.’
    ​
    ​
    리안은 뒤늦게 자신이 거의 알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여러 곳에 갈린 옷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태였다. 
    ​
    ​
    ‘휴우… 이대로 마을로 내려갔으면 분명 경비대로 끌려갔을 거야.’
    ​
    ​
    식은땀을 닦으며 마검을 소환했다.
    ​
    ​
    [ 파트너 저녁 시간이 너무 늦었….. 음?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구슬을 만지는데 재미를 들였는지 손에 들고 있던 구슬을 위로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노인이 심장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허어어억!”

마치 높은 곳에서 번지 점프를 하는 듯한 아찔한 감각!

분명 발은 땅에 붙어있음에도 하늘에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듯한 감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노인의 얼굴이 분을 칠한 듯 하얗게 질려갔다.

노인이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은 굉장히 끔찍했지만, 피아에겐 절호의 찬스였다. 피아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달려가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안아 들어 도망치고 싶었지만 기절해 있는 아이들이 무려 4명이나 되었다. 아이 4명을 그녀 혼자 둘러메고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으으…?”

다행히 아이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피아 언..니?”

“여긴…”

“어,엄마아..?”

“흐으윽…”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웬만한 끔찍한 꼴은 다 겪어봤기에 침착했지만, 마을 아이들은 비릿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어두운 동굴을 보곤 겁을 집어먹었다. 아무리 소리를 죽인다고 해도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동굴 벽을 타고 웅웅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다.

피아는 다급히 아이들의 입가를 막으며 조용히 하라 눈치를 주었다.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마을 아이들은 두 손으로 제 입가를 합! 하고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는 시선을 돌려 노인을 살펴보았다. 노인은 여전히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가슴팍을 부여잡고 있었다. 피아가 몸을 비틀며 신음하는 노인을 보고 있을 때, 아이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 채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하고 말았다.

“힉…!”

빛이 겨우 닿는 구석진 곳에 자리한 검은색 감옥, 그 안에 널브러져 있는 작은 해골과 살점이 붙어있어 아직도 썩어가고 있는 시체를.

한 아이가 한쪽을 바라본 채 덜컥 굳어있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우욱… 웨엑!”

한 아이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등을 돌린 채 헛구역질했다. 먹은 것이 없어 위액만이 흘러나왔다. 그사이 나가는 입구 쪽을 제대로 파악한 피아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얘들아, 자 이리와.”

피아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서게 만든 후 자신이 가장 뒤에 섰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가리켰다.

“저쪽 통로를 통해 쭉 앞으로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최대한 침착하게 움직이면 다치는 사람 아무도 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알겠지?”

피아의 차분한 목소리 덕분일까? 겁에 질린 아이들이 빠르게 진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흐으,흐으으…”

몸을 둥글게 만 채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던 노인이 갑작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축 늘어졌다. 마치 고통이 끝이 났다는 듯.

이쯤 리안이 구슬을 가지고 노는데 질려 받침대 위에 대충 구슬을 올려놓은 덕분이었다.

“뛰어!”

상황을 눈치챈 피아가 목소리 높여 호통치자, 아이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아가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노인이 흐느적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중식도가 파랗게 빛났다.

“허억….허어어억…”

노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제 가슴 부분을 더듬었다.

‘침입자… 침입자가 들어왔어.’

인자하던 얼굴은 어디다 버리고 왔는지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이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당장 던전으로 가야 해. 가서 내 심장을…!’

생각을 이어가던 그가 돌연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과 피아가 달려 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저년은 살려서 보내선 안 돼!’

아무리 노인이 신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비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목이 베이거나 칼에 가슴팍이 찔리는 정도라면 상관없다. 어차피 심장은 던전에 있으니까!

땅에 묻히면 흙을 헤집어 나오면 되고, 시체 처리장에 버려지면 제 몸만 잘 챙겨 나오면 된다. 그리고 던전을 수거하여 새로운 마을을 찾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심장의 존재가 알려져 버리면 분명 몸을 불태워버리거나, 던전을 공략하려 들 것이다. 경비나 마을 주민이 클리어하기엔 벅찬 던전이니 제국에서 기사가 올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노인은 높은 확률로 죽는다. 노인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타닷!

느릿하던 그의 걸음이 어느 순간 화살이 쏘아지는 것처럼 빨라졌다.

우드득.

그의 발목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졌다. 악마의 문양,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대신 그의 발목이 목이 졸리듯 검붉게 물들었다.

심장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몸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다가, 눈앞에 있는 여자와 아이들을 먹어 치우면 곧바로 회복될 상처였다.

“아가?”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과 달리 노인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밖은 위험하단다! 어서 이리 오렴!”

피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그녀가 빠르게 달린다고 해도 앞에 있는 아이들이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을 빠르게 쫓아왔다.

“내가, 얘기, 하고, 있잖, 아아!”

“…! 꺄아아악!”

피아의 귓가까지 바짝 다가온 목소리와 함께 노인의 검이 번쩍였다. 피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훅 다가온 중식도는 뱀이 먹이를 낚아채는 것처럼 유연하게 피아의 목을 노렸다.

콰지직!

피아의 목이 떨어지려는 순간, 그의 검이 갑작스럽게 벽 쪽으로 미끄러져 동굴 벽에 박혔다. 신성력의 힘이었다. 피아는 헛숨을 삼키며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공포 속에서 미친 듯이 달린 탓일까,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언니!”

“누나아!”

“…! 얘들아 도망가!”

피아의 필사적인 외침에 가장 앞에서 달리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벼억,벽이 있어…이거, 벽이…흐아아아앙!”

“그게 무슨…”

아이의 높다란 울음이 동굴을 웅웅 울렸다. 그러자 노인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독 안에 든 쥐 신세구나.”

우드득, 노인의 왼쪽 손목이 우그러들었다. 통로를 막는 벽을 만들기 위해 악마의 힘을 억지로 빌려온 대가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괴이하기 짝이 없는 노인의 모습에 아이들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울음을 흘렸다. 오줌을 지리는 아이까지 있었다. 아득한 공포 앞에 피아가 할 수 있는 건 제 신을 찾는 것뿐이었다.

“리안님… 부디 구원을..”

“그래, 고통 없이 보내주마.”

노인은 피아가 신성력을 진하게 내뿜자 다크 판타지의 신을 찾는 줄 알고 자비로운 태도를 보였다. 제 심장이 걱정되어 정신이 나갈 것 같던 노인은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렸다.

“신의 곁으로 가거라!”

그의 검이 재차 피아에게 꽂히려는 순간.

도르르륵, 투욱…쩌적!

“앗..!”

제단에 무슨 장치라도 있는 게 아닐까 살펴보다가 실수로 구슬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구슬은 연약한 내구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수십 개의 금이 가더니 깨져버렸다.

후우우웅!

노인의 심장이 깨지자, 노인이 걸어둔 마법이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방 안을 환하게 빛내던 빛이 사그라들어 방 안이 캄캄해졌다. 동시에 던전이 붕괴하려는 듯 쿠구구궁! 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와악! 무, 무너진다 !”

리안은 머리를 두 손으로 덮은 채 고개를 이리저리 빠르게 돌리며 살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던전 끝에 도착하면 당연히 입구로 통하는 포탈이나 출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눈은 착실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 저기있다!”

파랗게 빛나던 벽 중 한 곳에 작은 문이 있었다.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굴?”

허리를 살짝 굽혀 안으로 들어가자 갱도 같은 길이 쭉 이어져 있었다.

쿠르릉, 후드득..

“우왁! 빨리 나가자!”

이대로 매장당했다간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한 세월이 걸릴 터였다. 리안은 곧바로 길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을 몇 번이고 오르자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빛을 향해 몸을 던졌다.

콰앙!

“우왁!”

거칠게 문이 열리고 리안은 바닥을 뒹굴뒹굴 몇 번 구르다가 어딘가에 부딪혔다. 겨우 정신을 잡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여긴…”

빼곡하게 자란 나무와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으로 추측되는 장소에 서 있었다.

‘으음.. 우선 마을로 돌아가야…아.’

리안은 뒤늦게 자신이 거의 알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여러 곳에 갈린 옷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태였다.

‘휴우… 이대로 마을로 내려갔으면 분명 경비대로 끌려갔을 거야.’

식은땀을 닦으며 마검을 소환했다.

[ 파트너 저녁 시간이 너무 늦었….. 음?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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