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5

    <135 – 적성평가모자>

     

    하급반 공통강의 교수.

    반 스네이크에게는 한 가지 철학이 있다.

     

    “열등생에게는 이 저주받은 아카데미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퇴학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다.”

     

    열등한 학생들이 무리하게 학년을 올려서 고난을 겪기 전에 1학년에서 그 기구한 아카데미 생활을 마감 짓도록 만드는 것!

    물론 학생들에게도 사정이 있으리라는 것은 그도 이해하고 있다.

    누군가는 한 분야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가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소국의 영웅으로 거듭나고자.

    누군가는 훌륭한 신랑신부감을 구하려고.

    누군가는 열등한 클래스의 개량을 위해서.

    누군가는 천대받는 종족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각기 다른 이유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들은 각자 짊어진 꿈과 사명, 목표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그대로 덜컥 2학년이 되어버린다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 참사는 두 번 다시 못 봐!’

     

    1학년은 꿈도 꿀 수 없는, 설령 꾸더라도 지독한 악몽이 되어버릴 일을 겪게 된다.

    한때 2학년 학생부장을 맡았던 몸으로써 스네이크 교수는 진심으로 학생들을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1학년 하급반 필수공통강의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지위와 권력을 손에 넣었다.

     

    “알겠나, 조수들? 우리는 전력을 다해서 이번 실습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을 퇴학시켜야 한다. 연약한 1학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스네이크 교수의 열성적인 외침에 조수들은 이 싸이코가 또 시작이라며 얼굴색이 흐려졌다.

     

    “입학시험은 끝났지만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마나를 다루는 것. 그리고 이를 검증하는 시험!”

     

    마나는 인간이 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초상원소.

    마나를 다루는 자, 능히 초인이 될 수 있으니.

    원소마나.

    자연마나.

    신성마나.

    특질마나.

    무엇이든 한 종류의 마나를 다루는 학생은 세계제일에 다가설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또 한 차례, 재능을 걸러내야만 한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자.

    그리고 그렇지 않은 자.

     

    우등생과 열등생을 나누는 과정이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마나검증시험.

    하급반 1학년 퇴학자가 속출하는 시험이다.

     

    “시험은 간단하다. 마나를 다룰 수 있다면 능히 통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식을 넘어서는 훈련과 재능을 갖춰야 통과할 수 있는 고비를 준다.”

     

    가령 기사학부 지망생에게는 거대한 바위로 막힌 다리를 건너는 시험을.

    마법학부 지망생에게는 물리내성이 극도로 높은 허수아비를 격파하는 시험을.

    행정학부 지망생에게는 시민의 탄원서를 받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답변하는 시험을.

    생산학부 지망생에게는 특정사물의 구조를 완벽하게 스캐닝해서 분석하는 시험을.

    모험학부 지망생에게는 교내 어딘가에 숨겨진 합격증서를 찾아내는 시험을.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시험.

    이 중 두 가지에 도전할 기회를 준다.

    자신의 적성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통과했다면 그 학생은 합격.

    어느 하나도 통과하지 못하면 파멸적인 점수폭락을 겪는다.

    학생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고 스네이크 교수의 시험이야말로 가장 고통이라고 말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정도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카데미에 억지로 남아있는 것이 더욱 고통이다.

     

    “남은 기한은 삼일. 이번 주 금요일에 시험을 강행한다. 다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하급반 후배들을 퇴학시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라.”

     

    조수들은 사악한 악당의 졸개가 된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 *

     

     

    “그런 일이 있다고 조교를 맡은 3학년 선배한테 들었는데 말이야. 스네이크 교수님도 진짜 골 때리지 않냐? 1학년한테 원한이 있나 의심될 수준이잖아.”

     

    수요일 안목키우기 강의시간.

    수다쟁이 빅스톤 선배는 오늘도 입이 근질거리는지 묻지도 않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럴 수도 있죠!”

    “허어. 이놈 봐라. 지는 상급반이라고 아주 천하태평하다 이거지?”

    “그만 둬, 빅스톤. 그래봤자 1학년 때 하급반이었던 너만 추해질 뿐이야.”

    “…리즈나. 니 말이 날 더 비참하게 만들거든?”

    “알았으니까 그만해. 하급반 1학기 공통강의 필수시험에서 낙제할 뻔했던 빅스톤.”

    “그만…! 내가 뭘 잘못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못했으니깐 제발 그만! 1학년들 앞에서 성적고로시 하는 건 그만 둬 제발!!!”

     

    킥킥.

    티토소가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티토소가는 걱정되지 않아? 시험 말이야.”

    “딱히? 요즘 말이야,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를 듣다 보니까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게 되었거든.”

    “아하…”

     

    공포가 너무 심하다보니 기어이 겁쟁이 티토소가가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했나보다.

    5교시 강의시간이 되면 다시 평상시의 겁쟁이로 돌아올 테니 큰 걱정은 안 한다.

    걱정이 되는 건 졸지에 저주템을 장착하게 된 모브의 미래지.

    샤워야 클린마법으로 어떻게 한다고 쳐도 24시간 벗겨지지 않는 중량훈련도구를 장착하고 생활할 걸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강해지렴 모브.

    안으로 구겨진 장갑과 신발을 완력으로 밖으로 펼쳐서 벗을 수 있을 때까지!

     

    “반갑다, 제군들. 다시 돌아온 이 브론즈 교수의 안목키우기 강의시간이다.”

     

    언제 봐도 멋진 브론즈 교수님은 오늘도 학생들의 흠모어린 시선을 받으며 손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의 손에 못 보던 서류가방이 하나 들려있었다.

    오늘 강의에 쓸 준비물이 들어있나?

     

    “딱히 애지중지 소중하게 키운 제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단은 내 강의를 듣는 학부생들이 점수미달로 퇴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태를 겪지 않도록 오늘은 특별강의를 진행하겠다.”

     

    그 말에 고독한 동방검객 싱이 손을 들었다.

     

    “드문 일이군. 싱 1년생에게 질문이 있다니.”

     

    평소에는 강의실 구석에서 “쯧.” “칫.” “훗.” 같은 소리나 내면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강의실을 이탈하는 독고다이 아웃사이더 스타일의 싱이 이 정도로 열의를 보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모두의 흥미진진해하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주눅 한 번 들지 않는 싱이 말했다.

     

    “상급반 학생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강의인데. 오늘은 정규강의를 진행하고 나중에 추가강의로 희망자에게만 따로 특강을 해주면 안 되나?”

     

    하급반 학생들의 표정이 썩었다.

    굉장히 재수 없는 소리를 해대지만 싱은 상급반 학생이라 실제로도 이런 특강에서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싸가지 없게 굴어도 저한테 뭐라 해댈 학생을 단칼에 베어버릴 실력도 갖추고 있고.

     

    “걱정 말게. 상급반 학생들에게도 들어서 손해가 되지는 않을 강의로 준비했으니.”

     

    교탁 위에 서류가방을 올려놓은 교수가 딸칵 하고 손잡이를 열었다.

    푸쉬식 하고 새어나오는 하얀 증기.

    그 너머에서 나타난 것은 두 개의 손바닥이 달린 기괴하게 생긴 모자였다.

     

    ‘앗. 저건 2학년 올라갈 때 쓰는 모자잖아!’

     

    서양의 모 마법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평가하는 마법모자가 있듯이, 기프트 아카데미에도 학부적성을 평가하는 모자가 있다.

    <재능감별><적성평가><상태창열람> 기능을 지닌 적성평가모자였다.

     

    “오늘 특강은 1년생 제군들이 어떤 학부에 적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네. 그리고 자신의 적성을 맞춘 학생에게는 가산점도 주지. 자신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는 의미에서 말이지.”

     

    자신이 현재 목표로 하는 분야와 지금 실력이 있는 분야, 실제로 적성이 있는 분야가 모두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운 좋게 세 가지가 모두 겹치면 덕업일치마냥 놀라운 상승효과를 이룰 수 있겠지.

    만일 세 가지가 모조리 따로따로 논다면?

    노력은 노력대로 버리고, 꿈은 꿈대로 헛되고, 하는 일은 일대로 따로 노는 총체적 난국을 보게 된다.

    그러니 1년이라도 더 빨리 <적성평가모자>를 쓸 수 있는 것은 브론즈 교수님이 정말 통 크게 마음을 쓴 것이었다.

     

    “하등한 인간들아… 어서 내 앞에 앉아 그 보잘 것 없는 재능을 드러내어라…”

     

    그런데 모자 녀석의 말투가 뭔가 평상시랑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게임에서는 저런 기분 나쁜 녀석이 아니었는데.

    모자에 달린 손도 저렇게 흉측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훨씬 우스꽝스럽고 무해한 톤이었다.

    모자도 0.1% 확률로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나?

    조금 당혹스럽다.

     

    “브론즈 교수님. 그거 2학년도 써봐도 됩니까?”

    “그렇군. 1년생들은 이질적인 아티펙트에 겁을 먹은 모양이니 여기선 빅스톤 2년생이 모범을 보여서 먼저 착용해보게.”

    “…빅스톤 바보. 척 봐도 수상한 모자에 제 발로 실험체가 되겠다고 자원하면 어떡해?”

    “괜찮아. 저거 쓴다고 죽기라도 하겠어?”

     

    리즈나 선배의 구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의자에 앉아 모자를 쓴 빅스톤 선배.

    선배의 머리를 우물우물 물어대던 모자가 한 손으로 머리통을 탁탁 내리쳤다.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

    “악! 지금 이거 모자가 나 때린 거야?!”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여자를 애태우게 만드는 남자라니, 너 같은 건 NTR을 당해도 싸!”

    “악! 악! 이 녀석, 학부를 검사하라고 썼더니 뭘 검사하고 자빠진 거야!”

     

    리즈나 선배가 어째서인지 심히 공감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패버려.”

    “…우와. 여자의 원한은 무섭네. 빅스톤 선배도 얼른 고백이나 한 번 더 하시지. 안 그래?”

    “그러게!”

    “오크노디. 우리는 저런 답답한 남자는 절대로 만나지 말자!”

    “응!”

    “…11살 애기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이사벨의 구박에도 티토소가는 샐쭉 웃어넘겼다.

    공포 트레이닝의 효과 덕분인지 확실히 애가 깡따구가 세지기는 했다.

     

    “생산학부다. 이 생산적인 쓰레기야!”

    “마법학부다. 쓰레기를 나무로 만드는 마법을 배우면 가장 먼저 나무가 될 매지컬 쓰레기 녀석!”

    “기부금 내고 입학했니? 공평하게 재능이 없으니 노력빨로 재능부족을 속일 수 있는 행정학부나 들어가렴, 이 무능한 것아!”

    “으아앙…!”

     

    신랄한 독설로 수많은 1년생들을 울린 모자.

    기어이 내 차례가 되었다.

     

    “으. 쓰기 싫당.”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집게로 집듯이 손가락으로 모자를 들어 올리는데, 모자에서 튀어나온 눈이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놀랐다.

     

    “오. 전에 본 꼬맹이잖아?”

    “우리 어디서 봤어요?”

    “아. 그땐 너 잠들어있었지? 조나가 분수에 맞지 않게 대단한 꼬맹이를 주워서 신기했지.”

     

    …조나의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오지?

    미심쩍은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교수님을 보았다.

     

    “교수님. 이 모자 아카데미에 있는 모자 아니죠.”

    “역시 알아보는구나.”

     

    브론즈 교수는 순순히 수긍했다.

     

    “훔쳐왔단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서.”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