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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카야야, 혹시 좋아하는 남자 있어?”

       “푸허헉!!”

        

        

       아스트레앙 저택 근처, 대형 훈련장.

        

       어머니 히스토리아의 질문에 담녹색 양갈래 머리칼의 소녀, 카야 아스트레앙은 과하게 헛기침했다. 카야는 히스토리아에게서 특별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고개를 휙 돌리는 카야. 그녀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머리 위론 열기가 새어 나왔고, 비취색 눈동자는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갔다.

        

        

       “어, 어머니시여. 그게 무무, 무슨 말씀이신지요…?”

       “존칭이 좀 많이 격상되지 않았니? 어쨌든 좋아하는 남자, 없어?”

       “조조조좋아하는 남자 말입니까?! 그, 그,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당연히 좋아하는 남자 같은 건 없겠지만, 물론 제가 좋아하는 남자 만드는 건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 신중하게 고려하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아니, 없는 게 당연한데, 없습니다악!”

       “나 너 조금 무서워지려 한다, 얘.”

        

        

       히스토리아는 횡설수설하는 카야를 바라보며 이해심 많은 미소를 흘겼다.

       

       카야는 포기했다. 역시 자신은 당최 속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히스토리아 앞에선 더더욱.

        

        

       “티가 많이 났거든. 자, 쉬는 시간 갖자. 어서 엄마에게 우리 딸 연애담 들려주지 않을래?”

       “어, 어머니….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알려드릴 수는….”

        

        

       10분 뒤.

        

       히스토리아의 느긋느긋한 화술에 카야는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두 사람은 대형 훈련장 한구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카야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쭈뼛거리며 이미 이야기를 끝마친 채였다.

        

       그녀가 히스토리아의 꼬드김을 완강하게 거절하지 않았던 건… 내심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히스토리아는 그 점을 파고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구나…. 연적이 많다니. 중대한 사안이네. 설마 우리 딸처럼 귀여운 애가 남자 문제로 고전할 줄은 몰랐는데. 얼른 그 남자를 소유하지 않으면 큰일이겠네.”

       “어, 어머니…. ‘소유’라는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

       “이런, 아직 애는 애구나. 사랑은 전쟁이야. 쟁취하는 거지. 같잖은 자존심이나 배려심은 연적한테 여지만 안겨줄 뿐이야.”

       “감정이 좀 많이 실리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자기 남편에게 엉겨 붙었던 여자들을 헤집느라 고생했던 한때가 떠오른 탓인지, 히스토리아는 그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고 말았다.

        

        

       “앗, 미안해~. 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1대 1 사랑이 아니라면 이기적이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는 거.”

        

        

       카야는 아이작을 떠올렸다.

        

       연이어 루체나 도로시라는 연적도 떠올랐다.

        

       주먹이 호승심에 부들부들 떨렸다. 그 강력한 녀석들을 제치고 아이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유후! 기대된다~. 우리 딸이 어떤 남자를 데려올지!”

        

        

       히스토리아는 옆에서 카야의 어깨를 껴안았다.

        

       카야는 깜짝 놀라 주먹을 풀었다.

        

        

       “엄마는 말이야, 카야가 누굴 데려오든 냉정하게 평가해 줄 자신 있어! 그놈이 참한 놈인지 아닌지! 어느 귀족 자제일까? 아니면 대부호? 아, 너무 기대돼! 재밋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야!”

        

        

       히스토리아는 무척 해맑았다. 물론 그 상대가 누군지 조금도 예상치 못하는 까닭이었다.

        

       카야는 아이작을 좋아하지만 막상 상견례를 한다고 상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최연소 대마법사.

        

       천 년간 인류를 유린해온 강력한 마족, 부유섬을 단신으로 해치운 이름 없는 영웅.

        

       바로 그 아이작을… 히스토리아가 정말로 냉정하게 평가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건지 새삼 실감이 났다. 카야는 몸이 움츠러드는 듯했다.

        

        

       “…헤헤.”

        

        

       그래도.

        

        

       “언젠간 데려올게요. 꼭.”

        

        

       역시 아이작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니 루체와 도로시에게는 지지 않으리라. 카야는 굳건히 각오를 다졌다.

        

        

        

       ……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각.

        

       화봉국에서 온 호위 마법사는 울고불고 내달리며 무녀 미야를 찾아다녔다. 운이 좋게도 나비 정원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야는 자기 낭군님을 찾아야 한다고 투덜댔으나, 호위 마법사는 아카데미 규정상 수험생은 해가 지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열심히 설득했다.

        

       이곳은 이름 없는 영웅이 은거하는 아카데미. 미야는 아쉬워하면서도 이곳의 규례를 지키기로 했다.

        

       그렇게 미야는 순순히 호위 마법사를 따라 화봉국의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호위 마법사는 눈물을 삼킬 수 있었다.

        

        

        

        

       한편.

        

        

       “인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군요.”

        

        

       제르베르 황국의 황실 마차는 메르헨 아카데미를 떠나 연륙교를 지나고 있었다.

        

       수험생들은 해가 지기 전에 메르헨 아카데미를 떠나야 했고, 귀가에 문제가 있으면 외부 숙소라도 잡아야 했다. 황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마차 창밖 아킨스 해 정경을 바라보는 황녀, 스노우화이트.

        

       그녀의 아련한 목소리에 메를린 아스트레앙은 “네, 그렇습니까.”하고 의례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

       “…….”

        

        

       황녀 화이트가 이유를 물어봐달라는 듯 눈치를 주자, 메를린은 “아.”하고 반응했다.

        

        

       “어째서 그런 고견을 갖게 되셨는지…?”

       “황녀라는 위치도,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막연한 미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네, 그렇군요….

        

       메를린은 감명 받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메를린이 보기에 화이트는 꽤 주눅 들어 있었다. 대놓고 ‘나는 의기소침해진 상태다’라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이셨다.

        

        

       ‘확실히, 주눅 들만 해.’

        

        

       메를린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부분 갑주가 쇳소리를 냈다.

        

       성녀와 무녀의 실력은 몹시 뛰어난 편이다. 지나다니던 수험생들의 입담, 그리고 화이트의 주절거림 덕분에 알았다.

        

       황명대로 앞으로 성녀, 무녀와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할 텐데. 그래야 제르베르 황국과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텐데….

        

       화이트는 순진무구한 성격인 데다 실력마저 그녀들보다 뒤떨어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화이트 황녀님은 잘하실 겁니다.”

        

        

       그래서 메를린은 화이트를 위로해주기로 했다.

        

        

       “하하…, 과연 그럴까요?”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뭐, 화이트 황녀님의 선한 인품에 무녀님도, 성녀님도 감복하지 않겠습니까?”

       “도, 도저히 그럴 사람들론 안 보였는데요오?! 도대체 뭘 보신 거예요, 메를린?”

        

        

       오늘 처음 본 성녀와 무녀의 모습은 화이트의 상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고결한 성녀? 누구보다도 터프하더라.

        

       우아한 무녀? 인성이 처참하게 박살 나있었지.

        

       둘 다 남 눈치 안 보고 자기 방식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사회성을 기르긴 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대외적인 입장만 아니었다면 화이트는 그녀들과 무조건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리라.

        

        

       “너무 염려치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막 입학시험 치렀을 뿐이니까요.”

       “아하하….”

        

        

       화이트는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품 안에서 두 손가락 크기의 작은 회중시계를 꺼내 내려다보았다.

        

        

       “황녀님, 그건?”

        

        

       회중시계지만 문자판엔 숫자가 적혀 있지 않았고, 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치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한 외관은 몹시 아름다웠다. 케이스는 백금. 누가 보아도 값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

        

        

       “고장 난 시계예요. 머릿속이 복잡할 때 멍하니 보기 좋아요.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잡념이 날아가요.”

        

        

       화이트가 든 회중시계는 하나의 예술품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며, 현 시각을 알려주는 본연의 용도를 상실한 시계.

        

       그러나 화이트는 그 시계를 바라보며 막막한 미래가 전해주는 부담감을, 걱정을 꾸역꾸역 삼키려 했다. 이건 오히려 흘러가는 시간을 잊고 상념을 내던지기 위한 용도의 시계니까.

        

        

       “소중한 물건인가 봅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거거든요.”

       “…그렇군요.”

        

        

       ‘황후 폐하’가 아닌 ‘어머니’라는 명칭을 썼다. 그 연유를 메를린은 대번에 알아챘다.

        

       그 회중시계는 황후가 ‘어머니’로서 화이트에게 준 선물임이 틀림없었다.

        

       속에서 영문 모를 간질거림과 먹먹함이 느껴지자, 메를린은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둠이 깔린 아킨스 해. 한때 메르헨 아카데미 기사학부를 졸업한 메를린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이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되새겼다. 그건 단 하나, 스노우화이트 황녀의 신변 보호.

        

       이 선하고 꽃다운 황녀를 반드시 지켜내겠노라고, 메를린은 어둠 속 아킨스 해와 달빛에 맹세했다.

        

       그나저나….

        

        

       “헤헤…, 헤….”

        

        

       머리에 나사 빠진 듯한 웃음소리. 화이트가 내는 소리였다.

        

       그녀는 회중시계를 바라보며 정신줄을 놓고 음침하게 웃고 있었다.

        

        

       ‘잡념을 날려 준댔나…?’

        

        

       회중시계의 효과는 생각보다 뛰어난 듯했다.

        

        

       

        

       ……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체스 무늬 바닥.

        

       새까만 천장엔 드문드문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명이 내리쬐고 있었고.

        

       검은 가시 줄기 무늬가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붉은 벽면은 티 하나 없이 말끔했다.

        

       벽면에는 다양한 시계들이 즐비했다. 모두 제멋대로 비스듬히 걸려 있는 식이었다.

        

       그 공간 안에 드문드문 놓여 있는 가구에는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공간 마법, 앨리스의 미궁. 앨리스 캐럴이 독자적으로 구축해낸 영역 속.

       

       네 사람은 각자 자신들이 섬기는 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각또각.

        

        

       어둠으로 들어찬 한쪽 면에서 구두 소리가 들리자, 네 사람의 신경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등장한 건, 어울리지도 않는 큰 구두를 신은 뚱뚱한 보라색 고양이일 뿐이었다.

        

        

       [니옹~. 앨리스인 줄 알았니?]

       “…체셔.”

        

        

       팔짱 끼고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아 있던 진중한 안경잡이 남학생이 괴묘-체셔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날이 선 목소리였다.

        

       그의 왼쪽 손등에는 삽을 단출하게 표현한 군청색 스페이드 문양이 은은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팔라딘의 증표. 그것은 검은 장갑을 끼워 빛이 바랜 채였다.

        

        

       “캬하하하! 체셔, 그 꼴은 뭐야? 완전 안 어울려!”

       [니오옹!! 셰라한테 듣고 싶지 않다!]

        

        

       붉은 소파 등받이 위에, 붉은 하트 모양 귀걸이와 앙증맞은 금빛 하트 머리핀을 단 귀여운 소녀, 셰라가 아슬아슬하게 앉아있었다.

       

       그녀는 깔깔 웃어대다 소파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 ‘으갹’하는 외마디 비명이 울리고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왜 네가 왔어? 여왕님께서 안 오시고?”

        

        

       선하게 생긴 남자가 상냥한 투로 물었다. 그는 평화를 상징하는 녹색 세잎 클로버 문양 넥타이핀을 차고 있었다.

        

        

       [뭐, 간단히 전언만 전해주고 갈 거라서. 굳이 앨리스가 올 필요까진 없잖니?]

       “…….”

        

        

       이마에 노란 다이아몬드 문양이 새겨진 여학생은 벽면에 기댄 채 무덤덤하게 체셔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숫기가 없을 것 같은 소녀였다.

        

       한편, 하트 소녀는 벌떡 일어나 쓰러진 소파를 다시 일으켜 세우더니, 등받이 위로 양팔을 올려 제 턱을 받쳤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들썩이는 그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설레는 미소가 만면에 가득했다.

        

        

       [뭐 그럼, 앨리스의 전언이야. 저번에 다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하니 핵심만 전달하지.]

        

        

       스페이드 남성은 안경을 들치며 일어났다.

        

       하트 소녀는 활짝 웃으며 소파 앞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클로버 남성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스페이드 남성 옆에 섰다.

        

       다이아 여성은 벽에서 떨어져 하트 소녀 옆에 섰다.

        

       그렇게 네 사람은 괴묘-체셔 앞에서 질서정연하게 나란히 섰다. 앨리스의 전언을 듣기 위한 태도였다.

        

       괴묘-체셔는 신고 있던 구두를 휙휙 벗어 던지고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첫째, 검은 괴물을 방해할 것. 둘째, 검은 괴물을 찾아낼 것. 셋째, 검은 괴물을 해치울 것. 그것이 너희 팔라딘의 임무야. 명심해, 놈은 너희들 전부 힘을 합쳐도 전면전으로 쓰러뜨릴 수 없는 강적이란 걸. 그러니 은밀하게, 치밀하게… 놈을 없애 버리렴.]

        

        

       팔라딘 4명은 왼손을 허리 뒤로 넘기고 오른손을 가슴에 붙인 채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모두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모든 것은 여왕님의 뜻대로.

        

        

        

        

       * * *

        

        

        

        

       아침. 중하위권 기숙사 브릭스관.

        

       창틀에 팔짱을 올리고 시원한 겨울바람을 맞았다. 다시 한산해진 교정의 풍경이 눈에 보였다.

        

       왼손엔 방금 전에 타온 뜨거운 커피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엔 습관적으로 [서리불꽃]을 피어올린 채였다. 아침 잠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루틴이었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자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했던 정신이 서서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후우….”

        

        

       깊은 숨이 하얀 입김이 되어 찬 바람에 흩어졌다. 생각을 정리해 본다.

        

       앨리스는 나를 잡기 위해 팔라딘 4인방을 데려왔다. 그들은 모두 강력하기에 단순히 무력만으로 나는 놈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면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마음 같아선 그냥 애정캐들 데려가서 다 족치고 싶지만.

        

       아직 혐의도 없는 녀석들 토벌해봤자 나와 그녀들만 범죄자가 될 테고,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게 되겠지. 그럼 끝장이다.

        

       그나마 나은 방법은 앨리스가 마족과의 내통자라는 증거, 그리고 팔라딘이 내통자의 부하라는 증거를 확보하여 혐의를 몰아가는 것인데….

        

        

       ‘쉽지 않아.’

        

        

       앨리스는 치밀한 데다 눈에 띄는 행동을 벌인 적도 없다.

        

       거기다 괴묘-체셔가 있는 이상 [천리안]으로 그녀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긴 어렵다.

        

       아마도 2학년 때 팔라딘과 엮이는 건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러면….

        

        

       [용맹한 범고래, 벨로 등장!]

       “……?”

        

        

       커피를 마시며 고민에 빠져 있던 중, 별안간 작은 범고래 마수가 물 마나를 휘감은 채 내 앞까지 날아왔다. 벨로였다.

        

        

       [아이작! 네놈에게 전파한다! 내 주인이 네놈과 친히 데이트하길 원하니, 어서 옷 단장하고 나와하크학!]

        

        

       푸아아아아!

       

       

       강력한 물 대포가 벨로를 날려 버렸다.

        

       물 마법이 뻗어 나온 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기숙사 앞에 로즈골드색 머리칼을 늘어뜨린 한 여성이 팔을 뻗고 마법진을 전개한 모습이 보였다.

        

       얼른 마법진을 사그라뜨리는 그녀.

        

       큰 소리로 망언을 내뱉는 자기 사역마를 역소환하지 않고 다짜고짜 없애야겠다는 생각부터 든 걸 보면, 마음이 꽤 급박했던 모양이었다.

        

        

       “루체?”

        

        

       루체 엘타니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멋쩍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오늘은 루체에게 온종일 대련 상대와 단련 도우미가 돼줄 것을 부탁한 날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온 거 아니냐.

        

       

       ‘나야 좋지만.’

       

       

       눈길 위. 아침 햇살을 받는 루체의 모습은 무척이나 예뻤다.

          

       어서 그녀에게 가고 싶어서 생각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쓰고 뜨거웠다. 식히고 마셨어야 했는데, 아으. 뒤늦게나마 데인 입속을 얼음 마력으로 대충 식혔다.

        

        

       [크허억! 주인의 횡포에 벨로 충격! 폭력 반대! 폭력 반대!]

        

        

       허공을 빙빙 돌면서 어린 남자아이 같은 목소리로 시위하는 벨로를 등지고, 나갈 채비를 갖춘 뒤.

        

       나는 기숙사를 나섰다.

        

       루체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

        

        

        

        

       [잠재력 [성장 속도] 최대치를 달성하였습니다!]

        

       [당신의 끈기와 노력은 반드시 보답 받을 것입니다…

    .]

        

       [축하합니다! 고유 특성 [일취월장]을 획득했습니다!]

        

        

        

       메르헨 아카데미 2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ㅠㅠ

    2. 다나가 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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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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