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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두 번째 시도

       

       탱커 : –

       발리스타 조작 : 루나, 엔버스, 셀비어

       

       쿵. 쿵. 오우거가 숲을 헤집으면서 지나갔다. 세 사람은 수풀 속에 숨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무 투성이의 숲에서, 지 맘대로 돌아다니는 오우거를⋯⋯ 발리스타로 대체 어떻게 쏴 맞추라는 거야?”

       

       “패턴, 있어. 랜덤이지만.”

       

       루나는 흙바닥에 오우거의 동선을 간략하게 그려 표시했다. 

       

       

       

       “닥쳐.”

       

       “아무 말도 안 했소만⋯⋯.”

       

       못 그린 그림이라도 대강의 의미는 통했다. 오우거는 동심원 위에서 제멋대로 숲을 배회하며, 각 발리스타는 120도 각도를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발리스타를 잡아도⋯⋯ 언젠가 한 번은, 사선 상에 오우거가 나타나는구려!”

       

       “운이 나쁘면 좀 많이 기다려야겠지만⋯⋯ 예측해서 발사하면 되겠다! 어디를 지나가는데?”

       

       “방금, 지나간 곳.”

       

       루나는 오우거의 발자국을 가리켰다. 셀비어는 발리스타로 달려가 각도를 계산하고 조준했다. 노리는 것은 머리. 세팅을 끝내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쿵. 쿵.

       

       오우거가 다가오는 소리에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리고 오우거가 미리 표시해 둔 나무 앞을 지나칠 때. 엔버스는 발리스타를 발사했다.

       

       티잉! 슈아아아악──!!

       

       퍽.

       

       “우어어어억──!!”

       

       “뭐야, 안 죽었어?!”

       

       오우거는 머리에 발리스타 화살이 박힌 채로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다가, 눈을 희번득 뜨며 발리스타가 날아 온 방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어서였다. 거리를 두고 발사한 발리스타는, 오우거를 단번에 처치할 만한 힘이 없었다!

       

       루나는 침착하게 오더를 내렸다.

       

       “재장전.”

       

       “아, 알겠소. 재장전⋯⋯!!”

       

       “빨리 좀 해 봐, 벌써 코앞까지 왔잖아⋯⋯!”

       

       “이 이상 빠르게 할 수는 없소!”

       

       엔버스가 허둥대며 화살을 장전하는 사이, 오우거는 이미 발리스타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후우우웅-!!

       

       몽둥이가 날아와 발리스타를 작살을 내버렸다.

       

       앞에서 시간을 끄는 것도 판정 외였으니, 오우거에게 포착당한 이 시점에서 도전과제 달성은 물 건너갔을 터. 셀비어는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표출했다.

       

       “아이씨 진짜──앗!!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작약탄』!!”

       

       콰앙──!!

       

       새빨간 불화살이 날아가 폭발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냄새와 함께, 머리 잃은 오우거의 시체가 비틀거리다가 지면에 엎어졌다.

       

       2층, 노멀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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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빌드에서 오우거를 단번에 죽일 수 없었으므로, 그들에게는 새로운 작전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클리어 각이 나올까.

       

       “거리가 멀어서 한 번에 못 죽여, 그렇다고 오우거를 동선 밖으로 벗어나게 할 수도 없어, 그럼 어쩌라는 소리야?!”

       

       “심지어 한 번 발사하면 들켜버리고 말았소. 재장전을 연습한다고 해도, 오우거가 오기 전에 연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구려.”

       

       “남았어. 두 발.”

       

       루나가 브이 자를 치켜들었다. 괜히 두 발을 더 준 것이 아닐 터. 그리고 숲에는 발리스타가 총 세 개 숨겨져 있었다. 

       

       “쏠 때마다, 내 줘.”

       

       “⋯⋯뭘 내 줘?”

       

       “발리스타를 말이오?”

       

       “응.”

       

       계산한 각도로 쏘고 즉시 도망친다. 화난 오우거는 발리스타를 부수겠지만, 플레이어들은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난 상태라서 들키지 않는다.

       

       이것을 세 번 반복한다.

       

       셀비어는 상상만 해도 지루한 쌩 노가다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어야 되는 거야⋯⋯.”

       

       “그래도, 이 방법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소.”

       

       “⋯⋯다른 방법만 있으면 돼?”

       

       긴긴 대기시간을 피하기 위해, 셀비어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새로운 작전을 내놓았다. 발리스타 화살을 강화시키자는 것이었다.

       

       “인챈트든, 앞에 스크롤을 달든, 한 방으로 오우거를 죽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드워프. 꼰대.”

       

       “맞는 말이오. 그자가 쉬이 인정해 줄 것 같지 않소. 그는 구덩이에서 나온 후로부터 쭉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그거야. 그 드워프는, 우리가 찾아가기 전에는 지하 공동에 틀어박혀 있어!”

       

       셀비어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가 공략하려는 것은 정확히 그 지점이었다. 

       

       2층이 시작하고 난 뒤, 발리스타 하나에는 미리 화살이 장전되어 있다. 그 화살은 드워프를 만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으므로, ‘시야 밖’에 있는 기물이었다.

       

       “미리 화살을 강화해 두는 거야. 물론, 폭발 부여 같은 건 불가능하겠지. 화살이 터져 나가면 ‘너희, 내 화살에 이상한 짓을 했지!’하고 역정을 낼 테니까.”

       

       “그렇다면⋯⋯?”

       

       “티가 안 나게, 드워프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만한 조용한 인챈트를⋯⋯ 1회성으로 거는 거야. 죽은 오우거의 시체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게!”

       

       “⋯⋯⋯⋯!!”

       

       루나는 조용히 쌍따봉을 치켜 들었다. 이건, 먹힐 것 같았다!

       

       엔버스의 안색도 환해졌다. 답이 보이지 않던 와중 광명이 비추는 기분이었다. 공략해야 할 층은 산더미처럼 많다. 쭉쭉 치고 올라가야 했다. 그는 스승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럼 인챈트가 문제구려.”

       

       “금탑 수제자, 걔한테 인챈트를 부탁하자! 분명 드워프가 눈치 못 챌 정도로 깔끔하게 해 줄 거야. 그러면 이 숲이랑도 작별이고⋯⋯.”

       

       “질문.”

       

       “응?”

       

       루나는 일행의 얼굴을 한 명씩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손동작을 취했다. 엄지와 검지 끝을 붙여 고리를 만든 것이다. 

       

       “돈 있어?”

       

       “⋯⋯⋯⋯.”

       

       “⋯⋯⋯⋯.”

       

       엔버스는 가문에서 버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돈이 없었다. 셀비어는 적탑에서 나름 예쁨 받는 유망주이지만, 아직 수제자도 아닐뿐더러- 나오는 지원금은 본인의 연구에 탕진한 지 오래였다.

       

       셀비어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혹시 루나는 돈이⋯⋯?”

       

       “⋯⋯⋯⋯.”

       

       루나는 자기 옷감을 가리켰다. 그녀가 몸에 달라붙는 가벼운 옷을 입은 건 예산 문제 때문이었다.

       

       돈이 많았으면 비싼 소재로 된- 유연성도 챙길 수 있는 갑옷을 입었지, 이런 헐벗은 모습으로 춤이나 추고 앉았겠느냐── 라는 뜻이었다.

       

       가진 돈 없는 슬픈 청춘들은 침울한 얼굴로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계속 작전 짤까?”

       

       “응.”

       

       “그렇게 하는 편이 좋겠소⋯⋯.”

       

       이어지는 회의는 살짝 눅눅한 분위기였다.

       

       결국, 발리스타 세 번을 다 쏴 보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실행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엔버스는 묘한 찜찜함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일이 잘 안 풀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시련의 탑을 오르면서 수십 번 넘게 오우거와 싸워 보았다. 그래서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육신에 남은 경험으로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 SYSTEM_INFO ———–

       [길잃은 오우거]

       

       체력 : 보통

       마력 : 사용하지 않음

       

       힘 : 4 / 10 (학생 중상위권)

       민첩 : 2 / 10 (학생 중하위권)

       지능 : 1 / 10 (학생 하위권)

       

       특성 : 피투성이 가죽

       => HP가 감소할수록 가죽의 강도가 상승한다.

       ※ —————————

       

       이 오우거는, 상처가 늘어날수록 가죽이 질겨지는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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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시도

       

       탱커 : –

       발리스타 1호기 조작 : 루나

       발리스타 2호기 조작 : 엔버스

       발리스타 3호기 조작 : 셀비어

       

       셀비어는 미리 장전해 둔 발리스타의 방아쇠를 만지작거렸다. 정말, 정말로 오래 기다렸다. 부디 이 마지막 화살로 끝낼 수 있기를 기도할 뿐.

       

       “1, 2호기 발사 완료? 알았어. 응, 나도 보여. 오우거 머리에 뿔이 두 개나 나버린 거. 이제 세 개로 만들어 줘야지⋯⋯!!”

       

       피유우우웅──!! 퍽!

       

       화살은 날아갔고, 오우거의 머리에 맞았다. 오우거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셀비어는, 정말로 간절히 기도했다⋯⋯!

       

       “우어어어어⋯⋯.”

       

       “죽어, 죽어 제발!”

       

       “우, 우어, 우어어억⋯⋯.”

       

       “죽어!!”

       

       안 죽었다.

       

       오우거는, 머리에 발리스타 세 발을 맞고도 살아남아⋯⋯ 생존이라는 가치를 손에 쥐었다! 저 멀찍이서 보고 있던 엔버스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동마저 느꼈다.

       

       출혈로 죽으려나 했는데, 자연 치유량이 출혈보다 많아서 죽지도 않았다.

       

       셀비어는 2층의 악의적인 설계에 눈을 질끈 감았다. 오우거에게 패시브로 달린 데미지 감소 때문에 세 발을 다 쏴도 죽지를 않았다. 

       

       그녀는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마법으로 표출했다.

       

       “『작약탄』!!”

       

       콰앙──!!

       

       새빨간 불화살이 날아가 폭발했다. 오우거의 머리는 새까맣게 잘 구워졌다.

       

       2층, 노멀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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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고 – 기다리고 – 쏘고 – 기다리고 – 쏘는 방식은 실패했다.

       

       기다리는 시간 + 패시브 효과 때문에, 발리스타를 모두 사용해도 오우거가 사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악의적인 설계의 해법은 무엇인가.

       

       실시간으로 세 사람의 고군분투를 감상하고 있던 미친 마법사는 컨트롤 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한탄했다.

       

       “제발 스토리를 봐 다오.”

       

       이 미친 스킵충들아. 어떻게 화살만 띡 받고 그대로 매몰차게 나가버리냐.

       

       많이도 안 바랐다. 예의상 두어 문장만 물어봐 줬으면 됐을 텐데.

       

       “판정의 주체가 드워프니까, 드워프한테 어쩌다 이런 일을 시작했느냐, 오우거는 왜 잡으려고 드느냐, 그런 질문을 해서 호감도를 올리면 판정이 널널해지지. 잡아줘서 고맙다고 훈훈하게 끝나고⋯⋯.”

       

       아니면.

       

       “정 띠껍고 드워프의 사정에는 관심도 없고 하면, 그를 속여도 괜찮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어서 판정이 발생하는 거니까, 드워프를 아예 기절시켜 버리고, 발리스타에 죽은 것처럼 꾸며도 인정해 줄 수 있지⋯⋯.”

       

       혹은.

       

       “그는 눈깔에 상처 난 오우거를 쫒는다고 했는데, 숲에 있는 건 평범한 오우거야. 이건 드워프가 복수에 눈이 멀어서, 자기 원수는 진작 죽었는데 애꿎은 놈한테 집착하고 있다는 암시이고⋯⋯ 그 한풀이를 좀 해 주면.”

       

       미친 마법사는 이마를 턱 짚었다. 그래, 그도 알고 있었다. 삼인방에게 주어진 암시가 좀 부족한 편이긴 했다. 

       

       시련의 탑 도전과제가 ‘클리어 방법’보다도 ‘서사’에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애들이 빠릿하게 추측을 하건 방법을 시도하건 하겠지. 

       

       하지만 그도 억울한 점은 있었다.

       

       “셀비어⋯⋯!!”

       

       그는 1층에서 떡밥을 풀 생각이었다!

       

       오크가 자신의 한풀이를 다 끝내고, 광폭화가 끝나 죽어가면서. 자신은 이 투기장으로 끌려왔고 어쩌구, 내 모든 것을 끌어낸 싸움을 바랐다 저쩌구, 소원을 들어줘서 고맙다 이런 대사를 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여기는 뭔가 스토리가 있긴 한가 보다 하고 전하려는 속셈이었는데.

       

       셀비어의 패턴 스킵이 버그를 냈다. 

       

       그래서 미친 마법사는 좀 뿔이 났다. 핑발레즈가 아끼던 와이셔츠를 훔쳐 갔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평소라면 슬슬 힌트를 쥐여 주거나 실시간 밸런스 패치를 때렸겠으나, 조금 정도는 고통받는 모습을 더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애들을 내버려두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GM이 도움을 주는 타이밍은 ‘플레이어가 갈피를 잃었을 때’다.

       

       이제 뭘 어떻게 하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에는 반드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열심히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 방해를 하는 건 낭만 없는 짓이다. 미친 마법사는 그렇게 믿었다.

       

       녀석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뭔가, 대책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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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시도

       

       탱커 : –

       발리스타 1호기 조작 : 루나

       발리스타 2호기 조작 : 엔버스

       발리스타 3호기 조작 : 셀비어

       

       오우거가 배회하는 숲에서, 세 사람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어딘가에는 방법이 있으리라 믿으며.

       

       “화살을 더 만들 수는 없나? 드워프한테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지!”

       

       “시설, 없어.”

       

       “발리스타로 패서 오우거를 죽이면 어때?”

       

       “피지컬, 없어.”

       

       “아니면 꼭 세 명이서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밖에서 몇 명 정도 더⋯⋯.”

       

       불가능한 일을 시키지는 않았을 터다. 셀비어가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사이, 엔버스는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 또한 크게 보면 무공(武功)이다. 조건이 걸린 비무였다.

       

       세 번 출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사이에 텀을 두고 출수하면 상대방을 쓰러트릴 수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방어력이 단단하고 회복력이 높기 때문이다.

       

       바위를 부수는 것은 송곳. 일점집중(一點集中)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옛이야기의 전설적인 활잡이가 그랬듯, 화살이 화살을 쪼개는 수준의 기예를 보이거나.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동시에 세 발을 맞추면 되는 것 아니오?”

       

       “⋯⋯⋯⋯?”

       

       “가능. 이론상으로는.”

       

       “말로는 뭔들 못 하겠어. 그런데, 여기가 평지가 아니라 숲이라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지?”

       

       알고 있었다.

       

       기다리고 쏘고를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무를 피해서 쏴 맞출 수 있는 확실한 타이밍, ‘오우거와 발리스타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곡사는 어떻소? 나무에 안 걸릴 거요.”

       

       “발리스타를 곡사로 쏴서 오우거를 맞춘다고? 그게 됐으면 여기서 우리가 칼을 잡고 있으면 안 됐지! 그리고, 오우거는 랜덤으로 움직이잖아. 오우거 위에 커다란 표적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우리가 대체── 어?”

       

       “⋯⋯있어, 표적.”

       

       세 사람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묘하게 가까이 떠오른 태양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오우거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한 마커 용도로 쓰이던 저 태양.

       

       오우거는 언제나 ‘태양으로부터 수직 아래’에 있다. 

       

       “⋯⋯연필로 쓸 나뭇가지 좀 가져와 봐.”

       

       “얼른 가져오겠소!”

       

       마법사의 두뇌가 팽팽 돌아갔다. 셀비어는 약 3시간의 계산 끝에 몇 개의 공식을 짜냈고, 흙바닥에는 계산의 흔적이 빼곡하게 남았다.

       

       희망이 보인다!

       

       “이번에도 안 되면, 나 그냥 드워프 죽이고⋯⋯ 돈 빌려서 금탑의 걔 데려올게.”

       

       “그렇게 되면 없는 돈이나마 한 푼 보태겠소.”

       

       “나도.”

       

       세 사람은 태양의 위치에 따른 각도 세팅을 암기한 뒤에, 각자 발리스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흩어졌다.

       

       효시(嚆矢)를 쏘아내는 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발리스타.

       

       셀비어였다.

       

       지난 억까와 고난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노력을 거듭해서 쌓은 끝에, 다시 한번 결과를 확인해야 할 때가 왔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고 손에서 땀이 난다.

       

       “작전명⋯⋯ 태양을 향해 쏴라!”

       

       셀비어는 태양을 노려보면서, 힘차게 발리스타를 작동시켰다.

       

       투우우웅──!!

       

       투웅, 투우웅──!!

       

       세 발의 화살이 시간차를 두고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아찔한 곡선을 그리며 비행하던 화살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지면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액──!!

       

       숲을 배회하던 오우거는 햇살이 오늘따라 따가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의 태양에는 못 보던 작은 점 같은 게 있었다. 오우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저것이 무엇인지를 열심히 궁리했으나. 해답보다도 죽음이 더 빨랐다.

       

       그리고, 연달아 세 발이 안면에 꽂혔다.

       

       푹, 푸욱, 푹!

       

       오우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꾸러졌다.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드워프는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

       

       넙죽!

       

       “자네들이 그토록 고절한 궁수일 줄은 몰랐지 뭔가. 내 조잡한 발리스타를 쓰게 만들어 미안하네. 덕분에 대단한 것을 보았군⋯⋯.”

       

       꼬장꼬장하던 드워프는 일행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셀비어는 싱글벙글 웃었고, 엔버스와 루나도 입꼬리가 좀 올라가 있었다. 이 양반의 억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래도, 성공하고 나서 보니 후련하고⋯⋯ 무엇보다도.

       

       “개멋있어.”

       

       “⋯⋯응, 멋있어.”

       

       만족감이 대단했다. 가능하다면 오우거 시체를 이대로 보존해서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내 원수를 갚아 주어 고맙네.”

       

       “네, 뭐⋯⋯ 어르신도 수고하셨어요.”

       

       “오우거도 없으니, 밖으로 나와서 사는 것도 좋겠소.”

       

       “버섯 말고, 고기.”

       

       파아아앗──!!

       

       드워프의 가슴팍에서 빛이 나더니, 오크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로 승천했다. 그리고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의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시련의 탑 2층 클리어.

       

       ===============================================================

       

       [빗속을 거닐어도 옷자락이 젖지 않는다 : 제니의 2페이즈 개막 패턴에서 10분 이상 버티며 3층 클리어]

       

       “⋯⋯이건 대체 어떻게 깨라는 건데?!”

       

       “동감이오. 애초에, ‘제니의 진정한 모습’이 뭐요?”

       

       “몰루.”

       

       3층 공략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제니의 2페이즈가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만우절 이벤트를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서로서로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가령, 외전 같은 걸 투표를 받아서 깔짝 써본다던가 그런 거 말입죠. 만우절이니까 쫄튀도 자유롭고⋯⋯?
    그러니까 마이 프렌즈, 지나가다가 심심하면 가아아아볍게 상상해보세요. 뭘 써달라고 하면 좋을까 하고. 만우절 기념 작은 써줘용(예정)이랍니다.

    오늘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 프렌즈. 내일 또 만나요!

    + 이벤트 건은 공지로 따로 올렸답니다!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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