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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문보라는 부서지라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손에 화상을 입을 만큼 뜨거워지는 목걸이가 확연한 열감을 토해냈다.

         

       만약, 문보라가 이대로 혼자만의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면…

         

       감정의 골과 열등감은 채울 수 없을 만큼 깊어졌을 거다.

         

       질척이는 감정이 한없이 퍼져나가…

       그녀 자신을 증오하는 감정으로 증폭됐을 거다.

         

       제아무리 [인어공주의 목소리]가 대가로 능력치를 올려준다고 해도, 그리되면 정신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거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말 당연하지만…

         

       죽어도 그녀를 그리 내버려 두지 않을 사람이 있으니까.

         

       언제나 캐릭터를, 동료를, 파티원을 생각하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남자.

         

       설령 자세한 전후 사정을 모를지라도…

       그는 절대로 문보라는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그래 지금처럼 말이다.

         

       턱.

         

       “…웅엥?”

         

       문보라는 붙잡은 손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따스한 눈빛이 자신을 직시한다.

         

       “괜찮아?”

         

       유세하.

         

       대체 언제 다가왔는지, 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강아지 다루듯 쓱쓱 정수리를 문지른다.

         

       “……”

         

       평소라면 ‘애, 애 취급하지 마세요!’ 하면서 거절했을 문보라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방금까지 느꼈던 열등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인에게 칭찬받는 강아지처럼 얌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엥우.”

         

       그렇기 때문일까.

         

       문보라는 문득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지심만큼이나 크게 느끼던 감정.

         

       가장 근본적인 감정.

         

       바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이었다.

       그리고 고생한 유세하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뚝뚝.

         

       “뭐야. 문보라. 너 울어?”

       “……”

       “야 우냐?”

       “…훌쩍.”

       “아, 미안…우는구나.”

       “…우우.”

         

       결국, 참지 못한 문보라.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려댔다.

         

       물론, 잠시였다.

       정신력이 강한 그녀답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소매로 닦았다.

       지켜보던 유세하가 피식 웃는다.

         

       “더 울어도 돼.”

       “…시, 시끄러워요! 바보, 멍청이! 말미잘!”

       “요새 초딩도 그런 말 안 쓴다.”

       “몰라요!”

         

       ‘짜증 나…’거리며 눈물을 닦는 문보라.

         

       유세하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손을 포개어 그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

         

       “어, 세하?”

       “미안.”

        “…에?”

         

       그리곤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

         

       눈앞, 문보라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꾀죄죄한 옷차림.

         

       알게 모르게 타박상을 입은 몸.

       마지막으로 눈가에 감도는 붉은 자국까지.

         

       하나하나 날카로운 칼처럼 변하며, 나의 양심을 푸푸푹 찔렀다.

         

       ‘으음…’

         

       이거 좀 많이 미안하네.

         

       지금 결과가 좋아서 모든 게 무마된 거지…

         

       사실, 이 모든 상황은 나의 고집 때문에 일어난 거다.

         

       ‘…실질적으로 도망쳐야 했어.’

         

       <해룡>은 명백히 우리들의 수준을 벗어난 강적이었다.

         

       원래라면 무리해서라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저 운 좋게 므냥이의 도발과 <궁극 스킬>이 잘 먹혔고.

       <용 기믹>이 발동돼, 주나용의 브레스가 압도적인 위력을 낸 거뿐이다.

         

       ‘브레스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마지막 숨통을 끊는 일은, [난신군림보]의 <상태이상 면역> 효과가 아니었다면 무조건 실패했을 거다.

         

       모든 게 천운처럼 이어져 하나의 결과로 이어진 것.

         

       설령 누군가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필연이라고 포장할지 모르나 확실한 건 내 고집 때문에 일어난 싸움이라는 거다.

         

       “……” (말없이 정수리를 쓸어준다.)

       “우, 웅엥…그, 그만 쓰다듬어요. 애, 애도 아니고…”

        “…그럼 그만할까?”

        “…! 1, 1분만 더!”

       “…아, 그래.”

         

       여기에 도주가 어려웠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사장이 준 <펜던트>가 작동되는 건 진작에 확인했었다.

         

       바로 순간 이동해서 원래 장소로 귀환하면 되었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었다.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타르타로스> 클랜 마스터 당서란에게 넘어갈지 모르니 결사의 각오를 한 게 컸지만.

         

       이것조차 냉정하게 생각하면, 진작에 <아카데미> 선에서 막을 수 있었다.

         

       ‘…머리에 열이 올라 당연한 생각도 못 했네.’

         

       결론적으로, 그냥 보상에 눈이 먼 무모한 도전이었을 거다.

         

       결과만 좋았을 뿐.

       그 과정은 질타받아 마땅했다.

         

       “미안해.”

         

       다시 한 번의 사과.

         

       나는 문보라의 고운 손등을 쓸어내렸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움찔거린다.

         

       “우, 우, 우엥!”

       “너에게 무리한 일만 시켜서.”

         

       문보라는 정말 힘들었을 거다.

       <마법사>이기에 용에게 대적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런데 이 착한 마법사는 또 자기 탓을 하였다.

         

       “아, 아니에요…그냥 제가…도움이 못 돼서.”

       “어허.”

         

       주나용처럼 섭섭한 소리를 하네.

         

       “우리 팀의 유능한 마법사가 어딜 봐서 도움이 안 된다는 거야. 애초에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도, 우리 보라보라의 도움이 컸다고?”

       “……”

       “고맙고…앞으로도 잘 부탁해.”

         

       *

         

       유세하의 해맑은 미소.

         

       진심 어린 웃음이 문보라의 망막에 내리꽂혔다.

         

       문보라는 자기도 모르게 ‘아…’하고 탄식하였다.

         

       쿵, 쿵, 쿵.

         

       뛴다.

       심장이…

       달아오르듯 뛰고 있었다.

         

       가문의 수치로, 과거의 참극으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언니의 기억으로…

       언제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던 심장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던 문보라였다.

         

       그런데 그것이…

       미칠 듯이 울리고 있었다.

         

       “……”

         

       문보라는 정의할 수 없는 이 울림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열락, 향락, 잔열.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은 곧 행복으로 이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영원히…

       그의 시선을 받고 싶었다.

         

       “보라보라!”

       “아, 네?”

         

       그리고 그러한 기분은, 소리치는 유세하에 의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가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저 멀리 <해룡>의 사체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봐!”

         

       쿠구구구-!

         

       거대한 진동.

         

       동시에 <해룡>의 마력으로 유지되던 수벽(水壁)이 허물어진다.

         

       드러난 것은 틀림없이 금은보화와 장비들이 잔뜩 쌓여 있는 <트레져룸>이었다.

         

       “므아아, 세하야! 보물 방, 보물 방이야!”

       “앗, 하나 후배님. 가, 같이 가요!”

         

       “우리도 가자!”

       “아, 네!”

         

       문보라는 손을 잡고 달려 나가는 유세하를 보며, 쿵쿵 뛰는 심장을 다시금 인지하였다.

         

       잠시 눈을 감는다.

       이내 다짐한다.

       이번 여정이 끝나고 귀환하면…

         

       반드시 다시 찾아가겠다고.

         

       ‘<빙한설녀> 천미라님을…’

         

       그녀의 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 강해지겠어요.’

         

       ―언니, 나도, 나도 할 수 있어! 그러니 버리고 가지 말아줘!

       ―너는 도움이 안 돼.

         

       그 말을 내뱉은 10살 먹은 언니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

         

       싸늘하게 죽은 아버지, 어머니의 시신을 뒤로 한 채 말이다.

         

       ‘이번에는 달라.’

         

       그래 이번에는 다르다.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세하를…’

         

       제가 지킬 겁니다.

         

       *

         

       어라?

         

       “…어, 잠시만요. 세하.”

       “응?”

       “저도 이제 기억난 건데. 저희 혜자 선배님은 안 구하러 가나요?”

       “……”

         

       아!!!

         

         

       * * *

         

         

       며칠 뒤.

         

       “…후.”

         

       푹신한 침대 위.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육신을 이끌며 쓰러지듯 그 위로 누웠다.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은 부드러운 감촉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물론 난 어머니가 없어서 정확히 이런지는 모르지만…’

         

       아마 대충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몸을 비척거리며 이마 위에 팔등을 올렸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사실, 시간만 따지면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거의 몇 달을 보낸 기분이었다.

         

       ‘잡는 것도 잡는 거지만…’

         

       뒤처리와 보상분배도 일이었지.

         

       *

         

       문보라의 말에 경악한 나는 미친 듯이 입구로 달려 나갔다.

         

       <해룡>의 [보스 룸] 입구는 <공간 변이> 함정 때문에, 천장에 달려있었지만.

         

       녀석이 죽자, <시련>의 구조가 무너지며 평범하게 일직선상의 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등신 머저리야!’

         

       아무리 승리의 기쁨에 취했다고 해도 그렇지.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동료를 까먹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며,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괴성.

         

       “꾸웨에엑!”

       “…?! 혜자 누님?”

         

       열린 문에 맞은 임혜자가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아이고…동생 놈이 나 잡네.”

       “괘, 괜찮으세요?”

         

       입에 육포를 물고 있는 걸 보니…

         

       진작에 몰려오는 괴수들을 물리치고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대단한 실력자구나 싶으면서도,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조금도 예상치 못한 손님도 한 명 더 있었다.

         

       “……”

         

       입에 초코바를 물고,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장발의 미인이 그 주인공이었다.

         

       “…팽진아 교수님?

       “우물우물…크흠!”

         

       팽진아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도 눈치가 있는 법.

         

       ‘걱정돼서 들어오셨구나.’

         

       그제야 왜 입구에 7명이라고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뭐,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우선 우리는 [트레져룸]의 보상만 다 챙겨서 귀환.

         

       <해룡>의 시체는 아카데미 측에 말해, 전문 <도축업자>들이 해체해 주기로 하였다.

         

       ―그럼, 작업 시작합니다. 비늘, 그리고 뼈 순서로 유의해 주세요.

         

       여담이지만, 도축업자들의 리더 겸, 진행자는 최채굴 교수님이 맡아주었다.

         

       이사장님의 요청도 있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우리 므냥이가 그곳에서 싸웠다는 말에 바로 맡겠다고 하셨다고.

         

       ‘…이리 보니 참 좋으신 분이야.’

         

       그다음 내가 대표로 이사장 유능해와 대화하였다.

         

       세세한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과 보고.

       곧 ‘몰락한 용의 잔재’ <해룡>이 보스였다는 말에.

       유능해, 팽진아 두 사람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사장님!!! 그러니 절 보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켁켁! 수, 숨 막혀 팽진아! 이, 이미 [헤르메스의 망토]까지, 두르고 몰래 다녀온 주제에! 켁!”

         

       그 다음 나는 손목에 생겨난 <백색의 링>.

         

       정확하게는 <시련>의 귀속권을 유능해에게 넘기었다.

         

       당연히 폐쇄할 거라고 여겼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전혀 다른 거였다.

         

       “유세하씨? 이거 당신이랑 파티원들 사냥터로 써라. <시련>은 우리 <아카데미> 측이 구매하는 거로 할게.”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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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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