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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그 질문을 들은 장교는 멍하니 진성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첫 질문은 별 것 아닌 것을 던져놓고는 사람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둘째 질문은 아예 맞히지도 못할 것 같은 끔찍한 질문을 던지다니?

         

       천희수는 머리를 싸매고 질문의 답을 생각했다.

         

       ‘뭐지? 창조주보다 위대한 것? 생각? 지식? 지혜? 일단 현물은 아닐 것 같고 분명 형체가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라던가 그런 게 나오면 생각인데, 죄가 크고, 위대하고, 부유하고, 단호하고, 축복받았고…. 세상? 아니야. 창조물이 어떻게 창조주보다 위대할 수 있을까.’

         

       그는 끝없이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 모양 곰은 도저히 저 답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니.

       오직 자신이 답을 생각하여 알려줘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땀을 뚝뚝 흘려가면서 고민하는 장교를 본 성민혁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앞으로 한 걸음 크게 나왔다. 그리고는 큼큼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진성을 향해 소리쳤다.

         

       “그딴 게 어딨어! 이 개새끼야!”

         

       그 답에 옆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장교가 퍼뜩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장교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왜 그런 답을 했냐는 듯 성민혁을 책망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성민혁은 이게 맞는다는 듯 당당하게 가슴을 편 채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윽고 진성의 가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맞았다.”

       “뭐?”

         

       장교는 진성의 정답 선언에 어이가 없다는 듯 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성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세상이 넓고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한들 어찌 이것을 다 충족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초월이라는 참으로 신묘한 것이라 일부는 충족할 수는 있으리. 다만 모든 모순을 뚫고 이것을 다 가지기는 불가능하니. 답은 ‘없다’이니라.”

         

       황금 가면은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옛 신학자이자 신실했던 신성술사, 베르베르가 이르기를 네 문자의 신은 참으로 위대하고 전지전능하다 하였느니라. 다만 초월종의 존재가 위대한 존재의 절대성을 훼손하는바,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수도원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더란다. 그리하여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굶은 채 기도를 반복하였을 때 마침내 계시가 내려왔으니 그것이 바로 위대한 네 글자 신에게 가까운 존재라!”

         

       진성은 과장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누가 가장 신과 같은가(Quis ut Deus)? 아, 여기 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신과 흡사하게 된 자가 있으니 그가 날개를 펼치고 내려와 그의 문답을 나누니 참으로 영광되도다. 아, 미카엘. 용을 짓밟고 불을 휘두르며 태양을 관장하는 위대한 존재여!”

         

       그는 어느새 생겨난 손가락으로 제 몸에 붙은 지폐 하나를 뜯어내더니 거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타오르는 불꽃 위에 손바닥을 이리저리 움직여 바람을 일으켜 모양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칼과 저울을 든 천사의 형상과 흡사했다.

         

       “미카엘 이르기를, 미혹에 빠진 자야. 너 신실한 신의 종아. 너는 무엇을 고민하느냐. 신보다 위대한 것은 없고, 악마보다 사악한 것은 없다. 위대한 신은 절대적이니 너는 무엇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냐. 태어난 아기가 아무리 장성한다 하고 씨를 뿌린다 한들 처음에 제 어미의 배에서 나왔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며, 세상이 아무리 넓어진다 한들 그것을 빚은 창조주가 더더욱 위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 너는 당연한 것에 고민하지 말고 허황한 것에 빠져 미혹 속에서 헤엄치지 말도록 할지어다. 오직 필요한 것은 신실한 기도이니, 너 베르베르야. 너는 오직 진실로 인간의 선한 면만을 길을 밝히는 불로 삼아 기도로서 천국의 좁은 문을 뚫거라.”

         

       불꽃의 화려한 움직임을 보던 성민혁은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그 표정이 이해 못 할 소리를 들은 곰과 똑 닮아서.

       진성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그래. 머리로 알지 않아도 직접 행동을 하는 것만큼 복된 것은 없으니. 자네는 진실로 이것이 답이 없다고 믿었고, 그리하여 올바른 대답을 찾아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흠.”

       “그래. 너는 자랑스러워해도 되느니라. 이 옛 신성술사를 끔찍하게도 괴롭혔던 이 질문을 오직 너의 본능으로 찾아내었으니, 아아. 사람의 영혼에는 현자가 잠들어있다는 옛말과 같이 참으로 지혜롭고 또 지혜롭다.”

         

       진성은 한껏 성민혁을 칭찬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곤 다시 가면을 무표정하게 바꾸곤 묻기를.

         

       “마지막 질문이다. 정의를 위해선 약간 과격한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

         

       그 질문은 참으로 소름 끼치는 질문이었다.

         

       군인들이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교 역시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버리고.

       문제를 맞혔음에 자랑스러워하던 성민혁마저 깜짝 놀랄.

         

       그런 질문이었다.

         

       마치 국가전복을 노리는 테러리스트가 할법한 질문이 아닌가.

         

       “아, 오해는 하지 말게. 국가를 전복하는 것은 많이 과격한 짓이 아닌가. 윗사람에게 손을 쓰는 것 역시 꽤 과격한 짓이고. 내가 말한 약간 과격한 짓은 손속이 조급 과한. 그래, 과잉진압 같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네.”

       “과잉진압?”

       “그러하네. 예를 들어보겠네. 약을 한껏 빨고 몽둥이를 들고 나가 사람을 팬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맞은 이는 온몸이 분질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온갖 수단을 이용해 회복하였음에도 예전과 같은 정상적인 행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해자에게는 특수폭행만이 적용되었으니. 그것을 보고 여러 사람이 분개하여 말하기를.”

         

       진성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저 새끼도 온몸의 뼈를 분질러야 했는데.”

         

       그리고 그 작은 목소리는 여러 사람의 소곤거림으로 변했다.

       그의 몸에 붙어있는 지폐에 그려진 인물들이 제각기 입을 움직이며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한 명 인생 조졌는데 겨우 감방?”

       “저 녀석은 저 호텔 같은 감방에서 잘 먹고 잘살겠네.”

       “피해자는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직장도 잃고.”

       “정신병까지 걸려서 힘겹게 살아갈 텐데 어떻게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놈은 빽을 써서 저기에 있지?”

       “게다가 약쟁이잖아 약쟁이. 약을 처먹고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 알게 뭐야.”

       “당연히 살인미수로 넣어야 하는 거 아냐? 저런. 저런 쓰레기는.”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해.”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합당한 처벌을 해라!”

       “저 새끼는 이 정도로는 안 돼!”

       “솜방망이 처벌은 집어치우고 당장 벌을 줘라!”

       “올바른 벌을 내려!”

       “올바른!”

       “사형!”

       “사형!”

       “사형!”

         

       마치 군중이 외치는 듯한 소리였다.

       집단 광기에 휩쓸린 이들이 입을 한데로 모아 소리치는 듯한 거대한 울림에 장교는 기가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성민혁은 사람을 현혹하는 그 소리에도 담담하게 가슴을 쫙 펴더니 소리쳤다.

         

       “사람 팬 거에 사형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어쨌든 법은 지켜져야 한다! 꼬우면 법을 바꾸던가!”

       “그러하냐?”

         

       진성은 성민혁의 대답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몸을 일으키고는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것도 옳다. 나랏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법이란 옥음이나 다름이 없으니. 참으로 옳은 일이야. 다만 너는 법에 투철한 것이지 성인군자는 아니고, 무를 쌓았으되 그것을 수련의 도구로 이용하기보단 무기로 휘두르기를 좋아하였으니.”

         

       진성은 자신을 마주 보는 이와 똑 닮은 형태의 가면을 옆으로 기울이더니 말했다.

         

       “너는 알고 있느니라. 사람을 죽여도 되는 범죄자를. 범죄자이든 말든 자신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 일을. 자신의 본능에 따라 몸을 맡겨 사람의 뼈를 으스러뜨리고, 다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휘저어 뼈를 분지르고, 사람을 구깃구깃 접어 몰린 곳에 던져 볼링처럼 쓰러뜨려도 되는 곳을. 너는 알고 있느니라.”

         

       진성은 지폐로 뒤덮인 손을 움직여 가면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면은 삐뚤삐뚤 얼굴에 자리 잡으며 반짝였고, 그 빛은 눈앞의 성민혁을 홀리려고 하는 듯했다.

         

       “전쟁.”

         

       진성은 제자리를 찾은 가면의 입꼬리에 손가락을 올려 귀까지 쭉 올렸다. 그러자 황금은 찰흙처럼 금을 만들며 귀까지 찢어지는 웃음을 지었고, 움푹 팬 곳에서는 스멀스멀 황금색 물방울이 맺히더니 가면을 따라 흘러내렸다.

         

       “전쟁이 다가온다. 네가 죽어 마땅하다고 말한 범죄자들이 이곳에 몰려올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총을 내밀고 칼을 휘두르며 그들을 억압할 곳이요, 남자도 여자도 평등하게 죽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갈 것이니라.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던 건물도 무너지고 모든 것이 폐허로 돌아가겠지. 아, 한강의 기적이 있은들 무엇을 할까. 기적은 한없이 힘들어 보였던 것을 이룩하게 해주었지만, 사람의 악의는 그것보다도 거대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되돌려버리니.”

       “뭐?”

         

       성민혁은 진성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듣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영상이 재현되는 듯한 자세하기 짝이 없는 설명은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자. 너에게 기회가 온다. 사람을 괴롭힐 범죄자를, 법에 저촉되지 않고도 마음껏 죽일 기회가. 갈고닦은 힘을 내보이고 나라의 영웅으로 우뚝 설 기회가 온다. 너는 영웅이 되리라. 나와 손을 잡으면 치솟는 명예를 얻을 것이요, 나의 도움을 받으면 앞으로 찾아올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의 인명을 구할 것이다. 아, 참으로 선하고 이로운 일이다.”

         

       진성은 사람을 현혹하는 괴물처럼 그렇게 성민혁에게 말했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 새끼가 말이 많네.”

       “흐흐, 살인이라.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에게 쳐들어온 군인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고, 총칼을 든 사람과 싸우는 것을 전투라고 하지 살인이라고 하지 않아. 너는 첫째의 질문에서 법이 기준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세 번째의 질문에서 진실로. 진심을 담아 말하기를 법은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은 죄가 아니니, 내가 한 것 역시 자네의 소관이 아니니라.”

         

       그는 짤막하게.

       귀에 또박또박 박히는 말투로 말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스파이가 발견이 되었다면. 침투해서 몹쓸 짓을 하려던 놈들이 있다면 그것을 죽이는 것이 어찌 죄가 되겠느냐 이 말이야.”

       “스파이?”

       “그러하다. 자네 역시 전쟁 중에 스파이가 찾아와 사람들을 등쳐먹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면 가만히 두진 않을 것이 아닌가?”

       “그, 렇긴 하지.”

       “내가 한 것 역시 그러한 것이니라. 나는 미래를 알고 있으니 그들을 망설임 없이 죽였으며, 오직 민족을 팔아먹지 않고 앞으로 죄를 짓지 않을 한 사람만을 살려두었느니. 그것이 바로 나의 선행이었느니라.”

         

       진성은 지폐로 뒤덮인 제 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생각해보아라. 내가 어찌 그 많은 이들을 죽였는데 단 한 사람을 남겨두었겠느냐?”

       “흠.”

       “완전 범죄를 원했다면 어찌 증언할 사람을 남겨두었을까. 이것만 보아도 내가 살인에 미치지 않은 사람임을 알 수 있고, 명백히 좋고 나쁜 것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생각해보게, 자네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긴, 한데. 어쨌든 사람을 죽였을 텐데?”

         

       진성은 그 물음에 씨익 웃었다.

         

       “끔찍한 독으로 사람을 물고 다니는 독사가 있다. 그 독사의 새끼가 바글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가는 것이 옳은가, 죽이는 것이 옳은가?”

       “죽여야겠지?”

       “자라나 사람을 죽일 호랑이의 새끼가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그냥 두고 가야 하느냐?”

       “죽여, 야겠지.”

       “자라나면 독을 사방으로 뿜어내 물을 오염시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통스럽게 만들 괴물이 있다. 이것을 본다고 하면 어찌하겠느냐?”

       “해치워야지.”

       “새끼인데도 말이냐?”

       “새끼인 게 뭔 상관이야. 시간 지나서 자라면 해를 끼칠 게 뻔한데.”

         

       그 대답에 황금 가면이 말하기를.

         

       “내가 한 것이 그것이니라.”

         

       진성은 성민혁이 스스로 생각을 해 답을 말하게 했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가 대답할 수 있을법한 질문을 던져 그가 스스로 대답을 도출해내기를 원했고, 그 답을 내는 행위를 통해 자신과 공감대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진성은 성민혁을 홀리기 시작했다.

         

       “사채업자들은 일본의 지령을 받고 고혈을 빨아먹었으리라. 그리고 곧 전쟁이 터졌을 때 이들은 내부의 병이 되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니. 이자를 높이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늘리고, 여러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가뜩이나 힘겹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자라도 갚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협박 섞인 말로 그들을 조종하려고도 했을 터이니. 이는 반드시 나라에 해악이 되었을 것이다.”

         

       사채업자들이 할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이 물건을 지정하는 장소에 갖다 놓고 와라. 몸을 팔아라. 누구를 담가야 하는데 네가 나서서 감방에 들어가 있어라. 자식을 우리에게 팔아라. 네 자식이 재주가 있어 보이는데 외국에 유학을 보낼 생각이니까 내놔라. 돈을 갚고 싶으면 우리가 지정하는 곳에서 노역해라. 네 장기를 내놔라.”

         

       그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사채업자를 흉내를 냈고, 성민혁이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한껏 연기했다.

         

       “가방에는 마약이 있었을 것이다. 몸을 판 것은 외국인이나 매국노였으리라. 사채업자의 명에 따라 죽인 사람은 나라에 애국하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팔린 자식은 전쟁을 저지르는 놈들에게 흘러가 장난감처럼 다뤄질 것이다. 재주 있는 녀석은 세뇌 작업을 거쳐 그들의 충실한 수족이 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전력과 미래를 빼는 일이 되었을 것이고, 노역을 저지르는 것은 그들의 배를 불리게 될 것이었으리라. 장기를 빼는 것 역시 그들의 이득이 되었을 것이니. 아, 끔찍하고 또 끔찍하다.”

         

       그는 성민혁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짓을 저지를 나라는 바로 옆에 있으니. 예부터 신의가 없고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족속들이라. 우리는 과거 그들을 왜인이라 불렀고, 현재에는 일본인이라 불렀으니.”

       “일본놈들….”

       “그래. 나는 그 작자들이 통일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손을 썼을 뿐이다. 그러니 이는 칭찬을 받지는 못할지언정 벌은 받아서는 아니 되는 일이니. 그렇지 않은가?”

         

       성민혁은 그 물음에 자기도 모르게 장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진성은 그의 고개가 돌아가려 하자 그것을 말렸다.

         

       “어찌 생각을 남에게 의지하려 하는가? 두 번째 질문도 쉬이 맞춘 자네의 지혜를 믿어라. 자네의 본능이 답을 만들어낼 것이요, 저 똑똑해 보이는 이조차도 생각해내지 못한 ‘올바른 대답’을 만들 것이니. 오직 본능을 믿고 자신의 경험을 믿어 정답을 도출해내게나.”

         

       황금 가면은 그 말을 뱉고는 꾸물꾸물 형태를 바꿨다.

       찬란하게 빛나던 덩어리는 가루처럼 변해 바닥으로 투둑투둑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몸을 감싸고 있던 지폐는 다시 꾸깃꾸깃 접히며 벌레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폐가 떨어져 나간 곳에 있던 황금 역시 모래처럼 변해 바닥으로 쏟아지고, 사람 형상을 점점 무너뜨렸다.

         

       지폐와 황금이 사라진 곳에 있는 것은 텅 빈 허공.

         

       “뭐, 뭐야 이거.”

         

       성민혁이 화들짝 놀라 그것을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너지기 시작한 몸은 가속도라도 붙은 것처럼 순식간에 형상을 없앴고, 벌레가 된 지폐는 훨훨 날아 하늘 높이 날아갔다. 땅에 떨어진 모래는 땅에 스며들 듯 사라져버렸으니.

         

       “세 가지의 질문과 세 가지의 대답. 올바르게 끝나면 길이 열리는 법. 쉐세프 앙크가 길을 열었듯 나 역시 자유로이 길을 움직일 수 있으니.”

         

       진성은 간신히 형체를 유지한 부분에 입을 만들고는 말했다.

         

       “나는 가겠다.”

         

       그리고 입은 그 말을 내뱉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금은 땅으로.

       지폐는 하늘로.

         

       그렇게 조금 전까지 질문으로 모두를 농락하던 괴인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괴인은 사라지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기라도 한 듯, 땅에 글을 적어놓았다.

         

       『 명심하라. 나는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

       『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너희 역시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일본은 온갖 방법으로 수작을 부릴 것이니. 』

       『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하라. 』

       『 나는 너희의 묵인으로 움직이고, 너희의 무관심 속에서 나라를 위할 것이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 번째 질문은 존경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에서 나오는 질문에 살을 붙였습니다.

    여러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 소설들 전부 재밌으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PS. 이어져야 할 내용인 것 같아 내일분까지 오늘 올립니다.
    대신에 내일 쉴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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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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