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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제가 생각한 이번 무대 편곡 컨셉은 동양풍이예요.”

         

       “……!”

         

       “……!”

         

       내 말을 들은 팀원들은 처음에는 흠칫했다가….

         

       “…어렵다, 하지만 할 만해.”

         

       “확실히 수요층이 탄탄한 컨셉인데 이상하게 지금까지 시도해 본 팀이 없었네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유진이 방금 말한 것처럼 동양풍은 수요층이 탄탄한 컨셉이었으니까.

         

       심지어 지금까지 나아아를 하며 그 어떤 팀도 시도하지 않았던 컨셉이니 신선함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동양풍이라는 컨셉을 떠올린 건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에서의 마왕.

         

       그리고 내 특성 천마(天魔).

         

       마왕과 천마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만 다를 뿐 사실상 이미지는 겹치지 않는가.

         

       나는 내 특성 천마를 볼 때마다 이를 무대에서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왔고 마침 우연인지 운명인지 마왕을 주제로 한 곡이 나왔다.

         

       이 기회를 내가 놓칠 리 없었다.

         

       거기다 천마(天魔)는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기도 했다.

         

       “동양풍 마왕과 동양풍 용사라니…, 꽤나 흥미로운 설정인데요?”

         

       “옛날에 우리 아빠가 보던 무협?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재밌겠어!”

         

       지금 우리 팀의 반응처럼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협을 잘 모르니까.

         

       여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고 남자들에게는 익숙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터.

         

       “그러면 저희 이번 무대 컨셉은 동양풍으로 확정지어도 될까요?”

         

       “찬성!”

         

       그렇게 우리 1팀의 이번 무대 컨셉은 동양풍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스윽.

         

       이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에 갑자기 누가 손을 들길래 흠칫하고 바라보니….

         

       “저기….”

         

       “…혜정 언니?”

         

       이혜정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고 있었다.

         

       ‘설마 반대하는 건가?’

         

       언제나 내 든든한 아군이었던 이혜정이 내 의견에 반대한다는 상상만으로 나는 조금 상처받았다.

         

       이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이혜정을 보며 물으니….

         

       “혹시…, 반대…, 하시는 거예요?”

         

       “아, 아냐! 예린아! 그게 아니라…!”

         

       이혜정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게…, 동양풍이 좋긴 하지만 혹시 무대가 루즈해질 우려도 있어서….”

         

       “그러면 역시 반대를….”

         

       “반대가 아니라….”

         

       이혜정을 말을 이으려다가 잠시 멈췄다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양풍에 락(rock)을 섞는 건 어떨까?”

         

       “…네?”

         

       이혜정의 입에서 나온 생소한 말에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풍에 락이라니?’

         

       뭔가 많이 좀 안 어울리지 않는가?

         

       팀원들이 하나같이 얼굴에 물음표 하나씩을 단 표정을 지으니 이혜정이 씨익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둘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지. 하지만 그래서 더 극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거야. 자 이걸 봐봐.”

         

       그러면서 이혜정이 태블릿 pc를 통해 보여 준 것은 소리꾼과 래퍼의 합동 공연 영상이었다.

         

       판소리와 랩이라니…, 딱 봐도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장르들이었지만….

         

       ‘…좋은 무대다.’

         

       너무나도 다른 두 장르가 합쳐져서 그런가 극명한 언밸런스가 오히려 밸런스를 이루고 듣는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번 곡은 용사 사이드와 마왕 사이드의 경계가 뚜렷한 곡이잖아. 그러니까 용사 사이드는 예린이가 말한 대로 동양풍 컨셉으로 애절하고 숭고한 분위기를 만들고….”

         

       “…….”

         

       “그다음 마왕 사이드에서 터트리듯 락으로 전환해서 반전인 느낌을 주는 거지.”

         

       이혜정의 말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천마(天魔)는 강렬한 느낌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그 느낌을 잔잔한 동양풍 컨셉만으로 이를 확실히 구현하기는 힘들 수 있었다.

         

       ‘이를 락으로 대체한다라…, 일 리 있어.’

         

       그리고 이혜정이 말한 대로 동양풍 컨셉은 무대가 루즈해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락을 도입하면 그 문제 또한 사라질 것이다.

         

       이에 금방 고민을 끝낸 나는 다시 눈을 뜨고 먼저 말을 꺼냈다.

         

       “좋을 것…, 같은데요?”

         

       “…….”

         

       “확실히 파이널 무대니까 팬들한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면 좋고…, 락을 도입하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흐음….”

         

       이혜정에 이어 나까지 찬성하자 다른 팀원들도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

         

       “그러면 나도.”

         

       “확실히 괜찮을 것 같긴 해.”

         

       “그럴 거면 차라리 일렉트로닉 락을 섞는 건 어때요? 그냥 락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오, 그거 좋다.”

         

       “그러면 내가 바로 편곡 들어갈게!”

         

       그렇게 우리 1팀의 마지막 무대 컨셉은 동양풍과 일렉트로닉 락으로 결정되었다.

         

         

         

         

         

       **

       

         

         

         

       이혜정의 말대로 락의 도입은 반전을 주는 데 효과가 좋았다.

         

       강렬한 락과 함께 내가 등장하자마자 지금까지 차분했던 분위기가 전환됐으니까.

         

       이에 나는 천마환혹(天魔幻惑)으로 표정 연기를 하며 앞으로 나섰고….

         

         

       -숨으려고 하지 말고 받아들여

         

       -이것은 너의 본능

         

         

       “와아아아아아아-!!!”

         

       “하예린-!!!!!!!”

         

       “미쳤다-!!!!!!!”

         

       “꺄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은 그야말로 악을 지르듯 함성을 내질렀다.

         

       나는 그 광경을 보다가 웃으며 더 앞으로 나섰다.

         

       이윽고 시작되는 내 단독 댄스 브레이크.

         

       그리고….

         

       [천마신공(天魔神功) 2차 스킬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시전합니다!]

         

       나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펼쳤다.

         

       화아아아아-!

         

       “와아…….”

         

       처음에는 내 외모와 등장만을 보고 함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지금은 내 춤을 보고 감탄에 젖는다.

         

       마치 달빛을 몸에 휘감고 허공을 노니는 듯한 느낌.

         

       슬쩍 시선을 내리니 내 것이 아닌 듯한 우아한 몸짓과 춤선이 눈에 띈다.

         

       내가 볼 때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얼마나 비현실적인 광경으로 보일까.

         

       관객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감정이 내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동경, 감탄, 즐거움, 감격 그리고….

         

       사랑.

         

       이를 나는 온몸으로 느끼며 한시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번 무대는 여러분께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한시우의 말대로 나는 지금의 광경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그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새삼 아이돌이 내 천직(天職)임을 깨달았다.

         

       지금 느껴지는 이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나는 평생 동안 아이돌을 하고 싶었다.

         

         

       -조금 더 다가와

         

       -나는 심연이 아닌 네가 바라는 이상

         

       -네가 간절히 바라는 것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텅 빈 마음이 채워지고…, 춤이 더욱 풍부해진다.

         

         

       -이건 타락이 아니야

         

       -진정한 너를 찾는 과정이야

         

         

       나를 감싼 달빛이…, 감정이…, 아우라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른 멤버들을 지우고 무대에 오롯이 나만을 남게 한다.

         

       관객들의 사랑이 오로지 내게.

         

       무언가에 홀린 것은 관객들이 아니라 나였던 걸까?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곧이어 몸은 편안해지고 마음은 붕뜨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내 의식은 흐려졌다.

         

         

         

         

       

       

       **

         

         

         

         

         

       그것은 무아지경이었다.

         

       하예린의 마(魔)의 원천은….

         

       외롭고 쓸쓸했던 지난 삶에 대한 원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지독한 갈망.

         

       이것이 충족되기 시작하자 그녀는 자아도 잊은 채 관객들의 함성과 시선을 독차지하며 무대를 자신만의 것으로 집어삼켜 나갔다.

         

         

       -거부하지마

         

       -나를 받아들여

         

         

       하예린의 허스키한 음성이 거친 락과 합쳐져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고 하예린의 동작과 춤선이 천마신공 그리고 압도적인 그녀의 외모, 분위기와 합쳐져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던 그때였다.

         

       띠링-.

         

       익숙한 효과음이 울리며…, 무아지경에 빠진 하예린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새로운 상태창이 나타났다.

         

       [좌호법, 우호법과 함께입니다. 시너지가 발동합니다!]

         

       [천마신공 스킬들이 당신의 의상 컨셉과 결합됩니다. 시너지가 발동합니다!]

         

       [당신은 무아(無我)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임시 충족하셨습니다!]

         

       [잠긴 특성이 일시 해제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천마신공(天魔神功) 미공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예린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은 상태창이었다.

         

       [무아(無我)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스킬을 자동 사용합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미공개 스킬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를 시전합니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와 함께 펼쳐지는 하예린의 마지막 브레이킹.

         

       하예린의 가창력치고 버거운 음역대에 온갖 기교가 섞인 동작이 가득한 고난도 부분이었지만…, 어려운 것은 없었다.

         

       하예린의 ‘자신’의 무대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자신’의 팬들에게 가장 달콤한 황홀감과 압도감을 선사했다.

         

         

       쿵.

         

       -나를 바라봐.

         

         

       동작 한 번에 시선을 빼앗고.

         

         

       쿵.

         

       -나만 생각해.

         

         

       다음에는 감정을 빼앗으며.

         

         

       쿵.

         

       -나를 추앙(推仰)해.

         

         

       마지막으로 영혼을 빼앗는다.

         

       “와…….”

         

       “……….”

         

       “…….”

         

       어느덧 관객들의 모든 것을 빼앗은 하예린이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모자라다는 듯 더 많은 사랑을 갈구했다.

         

       더, 더, 더.

         

       나를 더 사랑해 줘. 온몸이 부서질 정도로.

         

       그 과정에서 하예린의 얼굴에 떠오른 환희는 더욱 짙어지고…, 상태창은 지금보다 더욱 검게 변했다.

         

       너무 새까매서 그녀를 완전히 물들여 버릴 것처럼.

         

       그때였다.

         

         

       -깨어나

         

         

       시작은 새하얀 점 하나였다.

         

       그 새하연 순백의 점은 하예린이 검게 물들어 놓았던 무대에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겨내 그리고 보는 거야

         

       -네 안의 의지.

         

         

       그것은 서유진이었다.

         

       그녀의 파트가 시작되자 하예린 파트의 거친 락 대신 잔잔한 동양풍의 사운드가 채워진다.

         

       서유진은 자신의 애절하면서 깔끔한 고음과 절도 넘치는 춤으로 하예린의 오버페이스를 잡아 주었다.

         

         

       -끝나지 않는 싸움

         

       -우린 진 게 아니야

         

         

       거기에 손은 얹듯 음을 더하는 이혜정.

         

       두 사람의 좋은 시작과 함께 용사 사이드의 파트가 이어진다.

         

       무언가에 홀린 듯 얼어붙은 관객들을 깨우는 이혜정의 호소력 짙은 고음과 함께 펼쳐지는 팀원들의 칼군무.

         

       이에 하예린의 압도적이었던 퍼포먼스와 완급조절이 이뤄지고….

         

       “우…, 우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이내 더 큰 함성으로 1팀의 무대에 호응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그때에 이르러서야.

         

       [임시 해제된 특성이 다시 잠김 상태가 됩니다!]

         

       [무아(無我) 상태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하예린도 무아지경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

       

         

         

         

       스륵-, 슥.

         

       파앗.

         

       ‘……아.’

         

       기계처럼 자동으로 댄스 동작을 잇는 내 몸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미, 미쳤어…! 아무리 분위기에 취했다 한들 정신줄 놓고 무대를 하면 어떡해…!’

         

       그래도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을 보아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렇게 본능적으로 동작을 이으며 드문드문 기억을 더듬었다.

         

       ‘역시 내가 실수는 하지 않았어. 근데….’

         

       아무리 단독 파트라고 해도 방금 나는 너무 튀고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는 안 됐다.

         

       이건 ‘나’만의 무대가 아니라 ‘우리’의 무댄데.

         

       이에 내가 반성을 하며 입꼬리를 살짝 찌푸리니 자리 이동을 하며 나와 잠시 마주친 서유진이 자신의 파트를 하며 내게 물었다.

         

       ‘왜 그래요, 언니. 무슨 일 있어요?’

         

       무대를 하다 보면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 통한다는 건 그 신기한 경험 중 하나였다.

         

       나는 나를 향한 서유진의 걱정스러운 기색에 작게 웃음 지으며 답해 주었다.

         

       ‘괜찮아.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서유진과 대화를 마치니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 지금 엄청 잘하고 있어!’

         

       ‘마무리 잘하자.’

         

       말이 통하는 게 아니다.

         

       일주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붙어 있으며 합을 맞추고 춤을 연습하며….

         

       지금 이 순간 우리끼리 마음이 통한 것이다.

         

       ‘히…,’

         

       이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이 경험이 즐겁다.

         

       역시…, 무대는 혼자가 아닌 팀이 함께 해야 재밌다.

         

         

       -너에게 빛을

         

       -너에게 타락을

         

         

       마침내 우리의 파트가 겹치고 용사 사이드의 멤버들과 천마 사이드의 내가 대비하여 손을 뻗는다.

         

       동양풍의 애절한 사운드와 락의 강렬한 사운드가 만나 불협화음을 이루며 아이러니하게 조화가 맞춰진다.

         

         

       -너에게 구원을

         

       -너에게 어둠을

         

         

       그리고 무대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원래 원곡 지뉴스 용사와 마왕 : 빛과 타락의 이야기의 엔딩은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리고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게 바꿨다.

         

       파앗.

         

       나와 다른 멤버간 격돌하는 듯한 안무가 끝나자마자 무대가 암전되었다.

         

       “…어엇!”

         

       “……아!”

         

       집중하며 무대를 보고 있던 관객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앗.

         

       불이 다시 켜지고 우리는 미리 준비한 대로 엔딩 진형을 짠 채 모습을 드러냈다.

         

       스륵-, 슥.

         

       무대 정중앙에 위치한 칠흑의 나.

         

       그리고 육망성의 위치에서 나를 마치 봉인하듯 내 팔과 다리 몸통 그리고 목을 감싼 순백의 다른 멤버들.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엔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짜임새 있고 절도 있게 엔딩포즈를 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잘 먹혀 든 것인지….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

         

       “앵콜-!!!!!”

         

       “와아아아아아-!!!”

         

       “하예린-!!!!!!!”

         

       “서유진-!!!!!!!!!”

         

       모든 무대를 마친 우리를 향한 관객들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진했다.

         

       “하아…, 하아….”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쓰고 나면 항상 이렇게 숨이 벅차곤 한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우리를 향해 소리치는 1만 명의 관객들을 마주하였다.

         

       그때였다.

         

       “푸흣, 언니.”

         

       “…응?”

         

       갑자기 서유진이 나를 부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면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내 얼굴이었다.

         

       “이번 무대 무척 좋으셨나 봐요.”

         

       “…어?”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나는 서유진이 가리킨 내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아….’

         

       내가 전생과 현생 통틀어서 단 한 번도 지은 적 없는….

         

       티 없이 맑은 미소를 활짝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도…, 이번 무대 좋았어요.”

         

       “…….”

         

       서유진의 속삭임에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그녀의 귀에 마주 속삭여 주었다.

         

       “이번 무대만 좋은 게 아니었어.”

         

       “…언니?”

         

       “모든 무대가 좋았어. 그리고 너도, 혜정 언니도, 유정이도, 한나도, 설 언니도…, 그 밖에 다른 참가자 언니 동생들도….”

         

       “…….”

         

       “관객들의 함성도, 응원도, 여기에는 없지만 방송으로 나를 보는 수많은 팬들도…, 그냥 나는…, 나아아의 모든 것이 좋았어. 물론 제작진은 빼고.”

         

       그래.

         

       나는 제작진을 뺀 나아아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아아의 마지막 무대였다.

         

       “와아아아아-!!!”

         

       “하예린-!!!!!!”

         

       나는 관객들의 함성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눈을 감았다.

         

       깊은 여운이 몰려왔다.

         

       “하예린-!!!”

         

       “하예린 사랑해-!!!!!”

         

       지금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나는 다시 태어난 걸까.

         

       줄곧 비어 있던 내 몸의 어딘가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몰아 보시려다가 실패하셨군요 ㅋㅋ….

    그것은 이번 빚갚돌이 다음화가 궁금해질 정도로 재밌었다고 제가 감히 해석해도 될까요?

    나아아도 끝이 나고 이제 빚갚돌 1부도 끝을 향해 거의 다 달려왔습니다.

    YuSeol님을 비롯한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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