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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꿀꺽. 꿀꺽.

       주딱이 술잔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캬아. 이번에 성공해서 한 시름 덜었어요. 리얼루.”

       “주딱은 걱정이 없는 줄 알았어요.”

       “옆에서 주딱님을 보고 있으면 대담함에 놀라게 됩니다.”

       “에이 그럴 리가요.”

         

       동영상이 실패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베아트리스와 용사의 칭찬에 주딱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 있었던 일들을 안주 삼아서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후아… 쭉쭉 들어가네.”

         

       좋은 사람. 좋은 장소. 좋은 시간.

       주딱이 어디에선가 들었던 말이었다.

       술을 마시기 좋은 최적의 조건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맞는 말이었다.

         

       용사, 베아트리스. 펑펑 내리는 눈.

       저녁을 약간 넘긴 시간이라 잘 들어가는 술.

       이만큼 완벽한 조건이 있을까.

       고기와 술을 연거푸 먹으니 즐겁다. 흥이 오른다.

       그렇게 술을 마시던 주딱은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와… 맛있네요… 셋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네. 저 죽었어요.”

         

       취해버렸다.

         

       끅.

       딸꾹질이 올라오고 얼굴에도 감각이 없다.

       취기의 알딸딸함이 세상을 빙글빙글 돌렸다.

         

       “어… 잠시만요.”

         

       주딱이 엉거주춤하게 의자를 뒤로 밀었다.

       이대로 있다간 실수를 저질러버릴 것 같아.

       마지막으로 여왕님의 가슴골을 머릿속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딱님 가시나요?”

       “예에… 뭐… 쉬러가야죠… 삐약이도 보고 싶기도 하고….”

       “….”

         

       이 사람 이대로 놔두면 괜찮을까.

       눈을 입으로 받아먹는 걸 보아하니 아니다.

       용사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호위 겸 부축하겠습니다.”

       “용사님 미안해요 조금 기댈게요….”

       “괜찮습니다. 취했으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격한 운동 후에 술까지 마셨으니. 몸이 버틸 리가.

       비틀거리는 주딱을 용사가 어깨동무로 도와주었다.

         

       방으로 향하는 길.

       복도를 거닐며, 용사는 주딱의 위태로운 걸음에 맞춰서 움직였다.

       가까스로 방에 도착하자, 카이라는 주딱을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던졌다.

         

       “으음….”

         

       주딱의 호흡은 차분했다. 아무리 봐도 잘 자는 사람이다.

       하지만 혹시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카이라는 주딱의 옆에 살며시 누워보았다.

         

       “확실히….”

         

       곤히 잘 자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하진 않는 듯 하다.

       주딱의 코를 톡 건드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용사는.

         

       “….”

       “….”

         

       놀란 표정의 삐약이와 눈이 마주쳤다.

       보면 안 될 모습을 보인자와 봐버린 자!

         

       “쉿 입니다.”

       “…!”

         

       삐약이… 압도적인 강자에게 입막음을 당하다!

       무릎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이번의 일은 지옥 끝까지 가지고 가리라.

         

       삐약이라는 극악무도한 목격자를 처리한 용사는 바깥으로 나와, 다시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테라스에서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

         

       이런 자리는 취해서 죽거나. 베아트리스가 일어날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 보편적.

       용사의 몸은 취하지 않으니 전자는 불가능하고.

       베아트리스도 금방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카이라는 곁눈질로 베아트리스의 눈치를 보았다.

         

       주딱에게 가진 감정을 직시 하고나니 이 자리가 이전보다 불편했다.

       용사가 되어서 처음으로 여왕을 만났던 그 날보다 지금이 떨리지 않을까.

         

       입술이 바싹 마른다.

       카이라는 입을 축이기 위해, 잔을 들어올렸다.

         

       꿀꺽. 꿀꺽.

       오크 풍미 사이에서 달달한 맛. 깊은 향기가 입안을 맴돌았다.

       용사가 단 번에 잔을 비워 타는 목을 적시자.

       베아트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잔을 채웠다.

         

       “용사님.”

       “…예.”

       “주딱은 자러갔나요?”

       “곤히 잠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베아트리스도 자신의 잔을 채운 뒤, 마법으로 차게 식혀서 단숨에 들이켰다.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쉰 베아트리스의 고개가 슬며시 돌아갔다.

       쉴 새 없이 수북이 쌓이는 눈송이를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용사님.”

       “예. 여왕님.”

       “주딱을 좋아하고 있나요? 용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그건.”

       “용사로서의 대답이 아니라, 카이라 루즈로서의 대답을 듣고 싶네요.”

         

       베아트리스는 굳이 용사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 진 뻔했으니까.

       아마… 곤란해 하는 표정일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고 지낸 시간이 있으니까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다.

       무표정. 명경지수와 같이 감정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용사. 카이라 루즈는 엄연히 표정이 존재했다.

         

       테라스로 나타난 용사는 괴로움을 참는 표정이었고.

       가끔 자신에게 시선을 보낼 땐 경계심이 섞였다.

       주딱을 데려 달라 했을 땐, 살짝 기쁜 표정이 되었다.

       이 자리에 다시 앉을 땐 회피하고 싶은 눈빛이었다.

         

       이 모든 게 보이는 베아트리스도 심히 불편한 기분이었다.

       양쪽 서로가 불편한 자리지만….

       베아트리스는 서로 편해지는 길을 보았다.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카이라. 주딱을 좋아하나요?”

       “…좋아합니다.”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주딱을 좋아해요. 조금 더…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고 싶어요.”

       “그 말은….”

       “주딱과 연인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

         

       그녀의 대답을 듣고,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거라 예상했다. 용사가 보기에도 베아트리스는 그러고 싶은 눈치였으니까.

         

       주딱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그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주딱은 황금알이다.

       어떻게든 취하고 싶은 사람일 터.

         

       그러니….

       주딱을 좋아하는 용사가 방해가 된다.

         

       용사는 지금 베아트리스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을 직감했다.

         

       조용히 주딱을 포기해달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여왕님은 주딱을 양보할 수 없다고 얘기하지 않을까.

       아마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주딱의 곁에 있을 여자가 한 명일 필요가 있을까요?”

         

       베아트리스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

         

         

       연회가 끝나고 모두 돌아가는 시간.

       용사는 자신의 방으로 가는 대신, 베아트리스를 따라 움직였다.

         

       ‘용사님. 취기도 몰아낼 겸 목욕하러 가시지 않겠어요?’

         

       용사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목욕하러 가자는 이야기는… 그녀가 보더라도 중요해보였으니까.

         

       목욕. 단순한 교류일까.

       용사는 베아트리스를 따라 목욕탕으로 들어섰다.

       옷을 벗고 당당하게 몸을 내놓은 베아트리스와는 달리.

       그녀는 옷을 벗고 조심스럽게 목욕수건으로 몸을 가렸다.

         

       “가리기엔 아까운 예쁜 몸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카이라가 목욕수건 뒤로 숨으려는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예쁜 몸이라니. 수많은 전투의 흉터로 얼룩진 몸에 불과한데….

         

       카이라는 베아트리스를 따라 탕으로 이동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에 몸을 담근 뒤.

       마나를 순환하면서 알콜을 처리하고 취기를 몰아냈다.

       알딸딸하던 정신이 멀쩡해진 용사는.

       탕에 목까지 잠기도록 몸을 웅크렸다.

         

       “여왕님.”

       “예. 용사님.”

       “…테라스에서 하셨던 말씀… 진심이십니까.”

         

       그녀는 지금도 테라스에서 있었던 대화를 곱씹었다.

         

       주딱의 옆에 한 명만 있을 필요가 있냐는 물음은….

       주딱을 다른 사람과 나누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말이다.

       다른 뜻은 없어 보였다.

         

       카이라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베아트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에요.”

       “여왕님은… 괜찮으십니까…?”

         

       주딱을 독점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는 걸까.

       언젠가 주딱을 남에게 양보해야하는 순간이 올 텐데.

       그건 아무렇지 않다는 걸까.

       카이라의 물음에 베아트리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속에 담겨있던 부정적인 응어리를 한숨에 흘려보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싫은 기분이지만 이게 나쁜 선택은 아니니까요.”

       “여왕으로서의 선택이군요.”

         

       베아트리스는 쓰게 웃었다.

       주딱과 단 둘이 부부의 연을 맺으면 기쁘겠지만….

       그렇게 되면 여왕과 용사. 둘 중 하나는 패자가 된다.

         

       ‘그건….’

         

       누가 이기든 오센 왕국 입장에서는 손해이다.

       용사가 이기거나 혹은 제3자가 이긴다면 인재 유출이다.

       반대로 베아트리스가 이겨도 용사와는 사이가 틀어질 터.

         

       그럴 바엔 아무도 패배하지 않은 게 낫다.

       주딱을 뺏기기 싫은 베아트리스의 마음이 그러한 답을 내놓았다.

         

       ‘같이 주딱과 연인이 되면 해결이에요.’

         

       주딱을 독점하고 싶다는 마음만 접으면 된다.

       그러면 용사도 여왕도 행복해질 수 있다.

       …여기 옆에 있는 용사. 카이라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같이 손을 잡고 협력한다면 사이가 틀어질 일도 없다.

         

       모두 베아트리스의 계산 내였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만약 더 끼어든다면….’

         

       그 때는 또 다른 양상을 맞이하겠지.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주딱을 내조하고 카이라가 무력으로 도와준다면.

       주딱에게 이상한 짓을 벌일 사람은 없을 테니.

         

       “그러니까… 서로 주딱을 독차지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서로 돕자는 의미네요.”

       “싫은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용사가 고개를 저었다.

       싫을 리가 있을까.

       주딱과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일은 없어지겠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둘 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서로를 도와야 하는 걸까.

         

       “여왕님. 그럼 무슨 도움을 드려합니까?”

       “주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알아본다거나…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게 좋다 생각해요.”

         

       같이 생활하다시피 하니, 괜히 서두르다가 실패하면 안 된다.

       실패했을 때의 미묘한 어색함을 상상해본 베아트리스가 눈을 찌푸렸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왕궁에서의 생활을 불편해하고… 바깥으로 떠나고….

       결국 다른 사람과 이어지거나…?

         

       그런 상황은 절대 오면 안 된다!

       무조건 성공시키기 위해, 주딱과 더 친해지고 노력해야 한다.

         

       용사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공유란 좋으니까.

         

       “…확실히 그건 도움이 되겠군요.”

       “그리고 서로 비밀이 있다면 공유를 하는 것도 좋겠네요. 같은 편이라는 생각도 들 테니까요.”

       “비밀….”

         

       카이라는 주변을 살펴본 뒤, 조용히 속삭였다.

         

       “여왕님 곧 주딱님의 베개 커버 교체 날인데. 혹시 관심이 있으십니까.”

       “….”

         

       용사님?

       순간 어지러워진 베아트리스가 눈을 감았다.

       주딱이 썼던 베개 커버?

       비밀을 공유하자고 말하긴 했어도 이런 걸 원하진 않았는데….

       정말 이게 맞는 걸까.

       베아트리스의 침묵이 길어지자, 카이라는 고개를 돌렸다.

         

       “실언이었습니다. 여왕님이 이런 물품에 관심이….”

       “아뇨. 필요 없다고 하진 않았어요.”

         

       베아트리스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쓰려고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가 안굴러가네요…!!!!
    호빵맨처럼 머리를 교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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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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