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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

         

       내상과 더불어 허벅지의 상처로 인해 약당에서 전치 5일 판정을 받았다.

         

       “허허, 상태가 좋아 보이니 다행이구만.”

         

       “예 별일 없으면 오늘 퇴원하겠지요.”

         

       “그래…내일은 수업으로 얼굴을 마주 보겠군. 이만 가 보겠네.”

         

       매일 병문안을 오던 운종 선사는 한결 시름을 놓았다는 안색으로 퇴장했다.

         

       “과일 대령했사옵니다.”

         

       “오냐.”

         

       나는 흑묘가 바친 과일을 입에 집어넣었다. 흑묘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부채질을 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이긴 하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시원한 바람은 상쾌함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혹여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분부만 하시옵소서.”

         

       “엣헴. 목이 마르구나.”

         

       “예으이.”

         

       흑묘가 경공을 전개해 바람처럼 사라졌다. 알고보니 흑묘와 혁기린도 환영진 계획을 함께 진행한 모양이었다. 어떤지 그때 딱 맞춰서 외출한다 싶었는데 말이야.

         

       혁기린과 흑묘는 내가 다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아주 날 극진히 대하고 있었다. 혁기린은 ‘환자에게 고기를 먹여야 한다’며 약당에 고기를 반입했다가 들킨 뒤에 출입금지가 되었다.

         

       흑묘가 없는 사이에 나는 내공을 슬쩍 돌렸다.

         

       쿠르르르르.

         

       기맥 사이로 기가 회전하며 덩어리들을 정렬시키고 길을 만들어낸다. 좁은 길이고 잇기 어려운 길이었지만 그건 분명 덩어리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기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이었다.

         

       무인으로서 나만의 길을 개척했다는 증거.

       

       10년산 고인물로서의 지식도, 현대인으로서의 삶의 경험도 아닌 무인 호천안의 땀과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결실이었다. 비록 가짜였다고는 극한 상황 속에서 궁리하고 쌓아왔던 땀과 노력의 결정체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큭큭큭..”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는 건 이런 감정일까. 덩어리를 정렬하는 와류…이 운용법을 나선식(螺旋式)이라 이름 붙였다.

         

       “선배! 또 내공 돌리고 있죠!”

         

       어느 새 물을 가지고 나타난 흑묘가 나를 구박했기에 나는 급히 내공 운용을 풀며 말했다.

         

       “엣흠. 물을 가지고 왔으면 어서 주거라.”

         

       “하여간 선배! 의원님이 5일간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이러고 있는데 고새를 못 참고..!”

         

       투덜거리면서도 조심스럽게 물을 주는 흑묘. 나는 물을 한번에 들이키고는 말했다.

         

       “이제 다 나았어. 다리도 어제 붕대 풀었잖냐. 지금 완전 멀쩡해졌다니까?”

         

       “아무튼! 오늘까지는 절대안정이에요!”

         

       “쩝.”

         

       솔직히 말해서 몸이 근질거려서 미치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선식을 운용하며 일휘청운검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단 말이지.

         

       다리도 다 나은 것 같고 좀 걸어다니기라도 했다면 답답함이 가실 일이었지만 흑묘는 측간을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침상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흑묘와 눈싸움 아닌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 의원이 들어왔다.

         

       “음. 내상은 모두 나았고…다리 역시 조금씩 움직이는 편이 회복에 도움이 되겠구려.”

         

       “칫.”

         

       흑묘는 나를 더 안정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전문가의 의견 앞에서는 토를 달지 못했다.

         

       “검술을 연습하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며칠 정도는 뛰거나 경공을 전개하는 일은 삼가시게.”

         

       “퇴원입니까?”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지객당으로 복귀하자 약당에서 쫓겨난 혁기린이 쪼르르 달려왔다.

         

       “호 낭인님! 죄송합니다!”

         

       “아니, 이제 사과는 그만하셔도 됩니다. 흑묘 너도 이제 그만해.”

         

       그 과정이 조금 문제가 있었어도 운종 선사님이 밀어 붙이고 점창파에서 천여미리환영진을 준비해 주어서 나선식을 깨우친 것은 사실이었다.

         

       일반적인 무림의 상식으로 따지면 나는 지금 점창에게 신세를 진 셈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본래 점창에 안겨 주었던 것이 꽤 큰 만큼 점창에 빚을 졌다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이렇게 점창파 사람들에게 계속 사과받을 일은 아니었다.

         

       매일 병문안을 오던 운종 선사야 일을 벌였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선사님들이나 혁기린이 미안해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달까.

         

       “이젠 다 나았습니다. 천여미리환영진으로 인한 부상을 다 털었고 이젠 그 안에서 얻은 무리만 남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내가 강권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혁기린의 안색은 아직 구름이 낀 것처럼 우중충했다.

         

       “정 그러면 잠시 무공이나 봐 주시겠습니까? 몸이 얼마나 녹슬었는지 점검해야 하니까요.”

         

       “…! 기꺼이!”

         

       내가 도움을 요청하자 얼굴이 확 밝아지는 것이 강아지를 연상케 해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객당의 연무장에 도달해 드디어 검을 뽑았다.

         

       “후우.”

         

       5일간 휴식을 취한 육체는 활력이 넘쳤다. 그래도 혹시 몰라 몸의 반응을 점검했다. 다친 다리에 살짝 체중을 실어 보며 간단히 뭄을 풀고는 곧바로 나선식을 운영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시작은 일휘삼검.

         

       강. 쾌. 변의 묘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펼쳐진다.

         

       “오…!”

         

       “헤에.”

         

       흑묘와 혁기린의 감탄사를 한 귀로 들리며 다음 식으로 집중한다.

         

       일휘삼검이 끝나자마자 이 초. 청운충파로 이어간다. 나선식의 흐름을 유지하며 초식도 잇는 것과 동시에 묘리까지 변환하니 손발이 어지러웠지만 그냥 억지로 밀어 붙였다.

         

       어차피 실전에서 검을 휘두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니까.

         

       아직은 익숙지 않은 나선식이 약간 삐걱거렸지만 기존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청운충파에 이어 삼 초식 절운단수까지 이어지는 흐름에 나는 감동을 느꼈다.

         

       한 동작 한 동작을 잇는 것이 고비인 5일 전과 달리 초식이 내가 원하는 묘리를 담고 의도하는대로 펼쳐진다는 감동.

         

       사 초식을 잔월혈경을 지나서 오 초식 휘운삭영까지 단번에 이어간다.

         

       때로는 익숙지 않은 나선식이 흔들리며 초식과 묘리 역시 흔들렸지만 검식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그 흐름 역시 안정되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이제는 정겹게 느껴지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십일 초. 백변을 펼쳐냈다.

         

       쉬익!

         

       “음…”

         

       나는 아쉬움의 한숨을 흘렸다. 역시 백변은 무리인가? 환영진 속에서는 창민의 검과 부딪치는 사이에 세 번이나 묘리를 변화시켰는데…그건 그냥 환영진 속이라 내 머릿속에서 그려진 상황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그때가 생사의 기로였는지라 내 잠재능력이 모두 깨어난 것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지금의 나는 백변에 닿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이었다.

         

       “단번에…발전하셨군요.”

         

       혁기린과 흑묘는 한번에 발전한 내 무공에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놀라웠다. 환영진 안에서 나선식을 운용하긴 했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찰나에 불과했다. 검을 휘두른 것은 고작해야 다섯 번도 되지 않았고 묘리의 변화도 통틀어서 열 번이 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처음에 검을 들 때만 해도 초식 하나라도 온전히 펼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흥이 올라 계속 이어나가다보니 열 개의 초식을 연달아 펼쳐낸 것이다.

         

       “이 정도면 온전한 일류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행! 정말 다행입니다…”

         

       혁기린이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그저 낭인님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많은 성취를 이루셨군요.”

         

       혁기린과 흑묘는 뭐랄까. 그래. 두 사람은 그냥 내가 다친 모습만 봤으니 자신들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괜히 나만 부상 입힌 것이 아닌가 싶어 죄책감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다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가시는 모양.

         

       환영진 사건 이후 늘 찡그려져 있던 혁기린의 미간이 반듯이 펴졌다. 흑묘도 적잖이 양심의 가책을 덜어낸 듯한 몸짓이다.

         

       이제야 좀 편하게 지낼 수 있겠군.

         

       “갑시다.”

         

       “어디를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에요. 선사님들 처소지.”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이대로 선사님들의 처소에 쳐들어 가서 무공을 펼쳤다.

         

       “그때도 뒤에서 보기는 했지만…이 정도로 발전했을 줄이야!”

         

       “선재, 선재로다.”

         

       병문안에 와서 영 내 눈치를 살피던 선사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운종 선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 다들 보셨겠지요? 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말입니다.”

         

       선사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몸도 다 나았겠다. 결과물만 남았으니 다 좋은 일로 끝났습니다. 뿌듯한 일로만 남겨 두고 이제 미안함은 좀 털어내고, 좀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시지요.”

         

       “허허허허…”

         

       운종 선사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고맙구만.”

         

       “저 역시 감사합니다. 선사님께서도 저를 위하는 마음에 그리 했다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젠 서로 감사 인사도 그만 하지요. 언제까지 영 불편하게 살겁니까 그래. 앞으로 몇 달은 얼굴을 마주할 사람끼리.”

         

       “그래…자네 말이 맞네. 아직 몇 달은 얼굴을 마주 보아야 하고, 서로 주고 받을 때마다 이럴 수는 없으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오후에는 시간들 비우세요. 닷새나 강의를 쉬었으니 빨리 보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끄응, 며칠 살만하다 싶었더니.”

         

       “에잉. 늙어서 사서 고생이야 고생.”

         

       언제나와 같은 선사님의 푸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이런 너스레를 들어야 선사님들과 대화하는 맛이 나지.

         

       새로운 운용법인 나선식. 그리고 부상과 함께 주변인들의 미안함을 모두 털어버리고.

         

       오후 강의와 함께 내 점창파 생활은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2/08/19 00시에 전 회차인 ep.134 천여미리환영진 파트를 수정했습니다.

    내용이 대폭 변경되었습니다. 호천안이 환영진에서 빠져 나온 뒤의 묘사를 완전히 변경했습니다.

    제가 봐도 내용이 너무 조잡했기에 호천안이 의식을 잃은 뒤의 흐름을 틀었습니다.

    호천안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너무 작위적이었으며 점창파의 운종 선사가 어째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그리고 왜 강행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글을 엉망으로 써버렸다고밖에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독자분들에게 분노와 혼란을 느끼게 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조금이나마 서사를 보충해서 개연성과 흐름을 잇고자 수정했으니 전화 후반부 부분만 조심스럽게 재독을 권장드립니다.

    또한 사과의 의미로 연참을 준비했으니 다음화도 보고가세용…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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