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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아』

       『???』

       『허리? 골반? 자세?』

       『아 제발 좀』

       『제발 표현을 골라서 해주세요』

       『얘 일부러 이럼?』

       『?????』

       『그래서 누구였냐 배 나온 궁탁이냐 금태양 레반이냐』

        

       -유니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죽을게……】

        

       일시에 혼란스러워지는 채팅창. 그런 의미가 아닐 거라고 믿고 있는, 이예나의 헛소리에 익숙한 시청자들로서도 허투루 넘기기 힘겨운- 오해할 여지가 너무나 많은 발언이었다.

        

       그 즉시 ‘사람들이 오해할 발언을 하면 위험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쓰기 시작하는 메일단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드물게도, 제법 정당한 메일이리라.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예나는 그리 쏠리는 어그로의 방향을 자연스레 틀고 있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 뒤풀이에서 별포크님 덕분에 사진 많이 찍었는데. 보여드릴까요.”

        

       『오』

       『사진? 드디어?』

       『얼공임? 몸공임?』

       『사진 수위가 어떻게 되냐에요』

       『장하다 별포크야 사진을 유출해버리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그녀에게서 온 사진은 최악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의 그녀는……】

        

       『본 적 없긴 해』

       『표정이 아니라 얼굴을 본 적이 없잖아 시발……』

       『넌 나가라』

        

       “음……잠시만요.”

        

       그리 폭주하는 채팅창과 도네이션을 보고는 있는 건지. 태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이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달칵.

        

       “잘 보이나요. 오랜만이네요.”

        

       화면 한 구석에 캠 화면이 생겨났다.

        

       수 개월 전, 쿡방 아닌 쿡방을 할 때 보여주었던 구도였다. 수직으로 설치된 카메라가 책상 위를 비추고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 놓여 있는 책상. 차이점이라면,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투명한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굳이 묻는 시청자가 거의 없다는 점일까.

        

       “음……채팅창 세팅을……아, 폭넓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분들이 많았네요. 제가 대단한 선비는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 5명과 광란의 시간을 보낼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잠든 자세 때문에 허리가 뻐근하단 건 무슨 소리냐……이게 왜 궁금하지. 이거부터 설명드릴까요.”

        

       책상 위에 작은 수첩이 나타났다. 새하얀 손과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팬시 문구점이 아닌, 어디 편의점에서나 팔 법한 수첩.

       

       이어서 오랜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할 문신 팔토시를 두른 손이 대충 맨 뒷 페이지를 펼치고는, 펜을 잡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트리머들이 썰을 풀 때 흔히들 이용하는 그림판의 아날로그 버전이었다.

        

       “요즘 밤낮이 조금 바뀌어서 자꾸 해 뜰 때 일어나니까……피곤해서요. 방송을 너무 자주 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 방송 다이어트 해야……아무튼, 뒤풀이 당일에도 제법 피곤했어요.”

        

       끄적거리는 펜이 어설프면서도 의외로 제법 시인성 있는 그림을 그려나갔다.

        

       침대였다.

        

       “모임에 나갈 생각을 하니까 더 피곤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잠깐, 이렇게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처음 해보는 자세였는데, 의외로 편해서. 이대로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보여드릴게요.”

        

       침대 옆,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은 다리를 W모양으로 한 채 상반신을 침대 위에 엎어 둔 사람이 그려졌다. 침묵을 지켜가며, 장인마냥 신중하게 한 획 한 획 선을 그어 10분만에 완성한 그림이었다.

        

       “편안한 자세가 관절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이어서 빨간 펜으로 바꿔 든 이예나가, 그림의 허리, 골반, 무릎, 발목 등 부위에 두꺼운 십자가 표시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천천히, 세심하게.

        

       “여기랑, 여기랑…… 등도 아팠고. 아, 여기도 아팠는데……여긴 스트레칭도 잘 안 되더라고요.”

        

       『아니 병원 문진표냐고』

       『차라리 야한 상상을 할 수 있을 때가 좋았어요 선생님……』

       『그림 ㅈㄴ 하찮아서 귀여웧ㅎㅎㅎㅎㅎ』

       『그림은 대충 그리고 썰을 풀라고 제발』

       『왜 아팠는지 물어본 새끼 누구냐 씨발』

       『그냥 뒤풀이에서 야스 ㅈㄴ 해서 그런 걸로 하면 안 됨?』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뒤지기 싫으면 빨리 사진이나 보여주십쇼 선생님】

        

       “아무튼, 집을 나서기도 전부터 온 몸이 결려서. 쉽지 않았네요. 그래도, 혹시 다같이 VR방에 갈까봐 스포츠 브라는 하고 갔어요. 결국 안 가긴 했는데……뭐, 유비무환이니까.”

        

       길게 뻗은 흰 손가락이 빨간 에스프레소 잔을 어루만지듯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들어 올렸다.

        

       채팅창에서는 다시 흥분에 빠지는 사람들이 제법 나타나고 있었다. 브라를 골랐다는 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냐, 무슨 운동을 하려고 했던 거냐, 잔 잡는 게 왜 이렇게 요염하냐 등등.

        

       그러나 가타부타 반응은 없었다. 꿀꺽,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가 마이크에 잡히고- 굳이 화면 밖에서 다시 에스프레소 잔에 무언가를 따른 이예나가 나른하게 말을 이었다.

        

       “약간 늦어서 2차부터 합류했는데……아. 술이 맛있었어요. 원래 위스키는 맥주에 타서 먹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동그란 얼음이 들어간 잔에 담아서 마셔보니, 의외로 괜찮더라고요.”

        

       다시 한번, 정성이 듬뿍 들어간 잔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유리의 질감을 살리기 위한 섬세한 펜터치와, 그 안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간 구 모양 얼음, 그리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시발 그건 그렇게 열심히 안 그려도 되니까 사진이나 보여주세요】

        

       “술은 다 알코올 냄새만 나는 건 줄 알았는데. 초코향이나 아몬드 향, 꽃향기가 나서 조금 신기했어요. 그냥 알코올 냄새만 나는 빨뚜가 더 좋긴 한데……신기하긴 하니까.”

        

       200만원에 육박하는 바틀을 주문해서 결제한 궁탁이 들었다면 오열할 발언이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 무슨 위스키였나요】

        

       “글쎄요. 무슨……스카치라고 했던가. 몰트라고 했던가. 술을 제법 마셔서 잘 기억이……아, 레반님이 술 잘 아시더라고요. 다음에 방송 키시면 물어보세요.”

        

       『시발 스카치 몰트 위스키가 한 두개냐고』

       『레반 이 새끼가 술 먹였구나 딱 대라』

       『술 많이 마셨나요ㅠㅠ 간 상해요 조심하세요』

       『뭔가 말은 하는데 정보량이 없어……』

        

       세심하게 위스키 병의 라벨까지 그려 나가던 펜촉이, 중간에 질렸다는 듯이 힘을 잃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사진 대체 언제 보여줌】

        

       “사진……잠시만요. 제법 받아서.”

        

       키보드가 위로 밀리고, 폴라로이드 사진이 한 움큼 등장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양. 

       

       쓸데없이 화질이 좋은 카메라가 단발머리가 얼굴을 감싼 강아지 상의 미인이 찍혀 있는 사진을 선명히 잡았다.

        

       『오』

       『???방장임?』

       『저런 귀염상이었나』

       『아크잖아』

       『아크도 모르면서 아크따먹 방송을 보는 유입들 답답하다 진짜』

       『아크님 실물 어땠나요???』

        

       “아크님 실물이 더……뭐라고 해야 할까요. 강렬했어요. 강아지상이긴 한데, 시베리안 허스키 느낌.”

        

       사진은 이예나의 짧은 코멘트와 함께 계속해서 넘어갔다.

        

       “아, 별포크님이네요. 캠 그대로던데. 아니요, 다람쥐보다는 뱁새를 조금 더……아무튼, 귀여웠어요. 폴라로이드 사진기 붙잡고 구석에서 잠든 모습을 누가 찍었어야 했는데.”

         

       별포크, 레반, 아크, 고라박스, 레반과 아크, 레반과 별포크, 구석에서 잠든 별포크 옆에 앉은 아크……온갖 조합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와중에, 이예나 본인의 얼굴은 당연하다는 듯이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 게딱지를 수저로 해체한다는 만용을 부리고 있는 게 레반님. 그렇게 나무꾼에 진심인 척하더니, 도끼도 안 들고 다니더라고요. 조금 실망했어요.”

        

       흘러 흘러, 두툼하던 폴라로이드 사진 뭉치가 사라지고 남은 마지막 사진. 아직 초점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도 여럿이 찍힌 단체사진이었다.

       

       슬슬 큰 거 오냐는 채팅창의 폭발적인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사진이 공개되고-

        

       “아, 이 사진도 받았구나. 잘 찍지 않았나요.”

        

       이예나를 제외한 모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화면을 메웠다.

        

       『???』

       『 🔥 🔥 🔥 🔥 🔥 🔥 🔥 🔥 🔥 🔥 🔥』

       『아니』

       『니가 없잖아 시1발아』

       『가긴 감?』

       『 🔥 🔥 🔥 🔥 🔥 🔥 🔥 🔥 🔥 🔥 🔥』

       『이쯤되면 갔다는게 구라 아니냐』

       『 🔥 🔥 🔥 🔥 🔥 🔥 🔥 🔥 🔥 🔥 🔥』

       『그래 불이나 지르자 시발』

       『아 씹 내가 이럴 줄 알았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선생님은 대체 어딨는 거죠 】

        

       “아, 저는 여기쯤 있어요.”

        

       사진 바깥, 책상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이예나.

        

       “여기 정도에 서서 찍은 사진이라. 잘 찍지 않았나요.”

        

       칭찬을 바라는 걸까. 재차 답변을 재촉하는 와중에, 카메라에 비치는 두 손이 그 사진 옆에서 자랑스럽다는 듯이 자그마한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잘 찍지 않았나요.”

        

       * * * *

        

       [별포크: 예나님]

       [별포크: 진짜 나오신 사진 없는 건 아니죠???]

        

       [이예나: 아]

       [이예나: 네]

       [이예나: 따로 책상 앞에 붙여 뒀어요]

        

       [별포크: 다행이다ㅠㅠㅠㅠㅠ]

       [별포크: 얼굴 공개 안 하시려고 그런 걸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ㅠㅠㅠㅠㅠ]

       [별포크: 혹시나 해서ㅠㅠㅠㅠ]

        

       [이예나: 😅]

       [이예나: 방송 보고 계셨나요]

        

       [별포크: 네네 당연하죠!!!]

        

       [이예나: 매니저 드렸는데 안 보이던데]

        

       [별포크: 아]

       [별포크: 방송은 부캐로 봐서요…….]

       [별포크: 🥰]

        

       [이예나: 아이디 내놔요]

        

       [별포크: 저 방송하러 가볼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표지에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의 금발은 고라박스입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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