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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꿈을 꾸었다.

       웅장하게 솟은 대리석 기둥들. 빛의 여신 아이테르를 상징하는 신상들과,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한 성기사들.

       꿈 속의 리브가는 그 가운데에 있었다.

         

       오랜 정무에 치인 탓인가.

         

       깜빡 잠이라도 든 모양이었다.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눈길을 거닐듯, 사브작거리는 발소리.

         

       ……언니?

         

       신전 끝에, 하이얀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인이 서 있었다. 뒷모습 뿐이었지만, 리브가는 저 여인이 올리비아라고 확신했다.

         

       리브가가 손을 뻗으며 다가갔다. 올리비아의 어깨를 붙잡으려는 그 순간,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

         

       리브가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창문에서는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것 때문에 깬 모양이었다.

         

       “이런…….”

         

       요즘 들어 꿈에 올리비아가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

       

        그리움 탓일까.

         

       리브가는 마른세수를 하며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들을 종류대로 분류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사제복 대신, 성기사들이나 입을 법한 갑주를 입고 있었다.

         

       불편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일어나셨네요?”

       “아……네. 제이나님은 좀 주무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제이나가 기지개를 피며 힘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토록 일에 치였던 적은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봐도 몇 없었다.

       

       물론 올리비아 밑에서 수학했을 때가 최고로 힘들기는 했지만……이건 이것대로 만만치 않았다.

       

       리브가가 조심스레 말문을 뗐다.

         

       “혹시, 저 오래 잤나요?”

        “아니요? 기껏해야 삼십 분 정도 주무셨을걸요?”

       “아라미스 님은요?”

       “저랑 방금 막 교대했어요.”

       “그런데 왜 휴게실로 바로 안 가시고 여기로……?”

         

       제이나가 소파를 툭툭 두드렸다.

         

       “거긴 남정네들 밖에 없어서, 여기가 훨씬 편하거든요.”

       “아…….”

       “뭐, 겸사겸사 성녀님 호위도 서드리는거죠. 물론 제가 호위한다고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제이나는 소파에 걸터앉은 채로 혀를 찼다. 창문 바깥으로 성기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디선가 또 악마라도 나타난 모양이다.

         

       따로 호출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닌 모양이지만.

         

       대마법사의 위(位)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도 너무나도 넓었다. 고위 악마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뻔한 게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예전에는 올리비아가 막연히 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대마법사가 된 지금은 달랐다.

         

       ‘이겨먹을 생각을 했던 게 미친거지.’

         

       [진리]에 도달했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를 매순간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를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기연이었는지도.

         

       돌이켜보면 그때도 마냥 힘들기만 하지는 않았다. 실력은 일취월장했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마법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글레이시아는 추억보정이라고 일축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끝도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을 상대로 전선을 유지하는 것도 벅찼다.

       

       마계와 연결된 통로가 인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 북부에 생겨나서 망정이지, 다른 곳에 생겼더라면 못해도 수천만 명은 죽었을 것이다.

         

       제이나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스승님이 계셨더라면…….

         

       올리비아가 자취를 감춘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젠장, 여기 있었네. 빨리 나와!”

         

       누군가가 벌컥! 뛰어들어왔다.

       

       글레이시아였다. 제이나가 완연한 여인으로 성장할 동안 글레이시아는 개미 손톱만큼 성장하는 것에서 그쳤다.

         

       글레이시아 본인은 드래곤이라는 종족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어째 신뢰성이 없었다.

         

       물론 외형이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품고 있는 마력의 양까지 같은 건 아니었다. 그녀의 기세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깜짝 놀란 제이나가 말했다.

         

       “……나 방금 교대했는데?”

       “그건 모르겠고, 하늘이나 봐봐.”

         

       쩌저저저저적!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음에, 제이나가 황급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이 갈라지며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균열을 비집고 괴물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미친.”

        “비상 상황이니까 후딱 튀어나와. 그리고 성녀……님도 빨리 나오세요. 다른 분들도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

         

         

       마계에 와본 적은 사실 꽤 많았다. 처음 불살 엔딩을 시도했을 때, 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꽤나 여러번 다녀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 어디쯤인지 대충 유추해낼 수 있었다

         

       사방에서 들끓는 유황, 끊임없이 용암을 뱉어내는 거대한 화산까지.

         

       ‘……남쪽인가?’

         

       남쪽이라면, 대악마 바포메트가 다스리는 영역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바포메트라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바포메트가 날 여기로 끌고왔다고?’

         

       그럴리가 없었다. 비록 회귀자들이 상처입은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바포메트 혼자서 자신을 마계로 데려왔다기엔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마계와 연결된 통로라는 게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아가레스나 아스모데우스, 둘 중 하나겠지.’

         

       아스모데우스 쪽일 확률이 훨씬 높았다.

         

       넝마가 된 회귀자 셋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악마는 그녀 하나 뿐이니까. 물론 대악마 여럿이 동시에 나타났을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그랬다면 이렇게 맨땅에 방치해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온 몸을 마력을 통제하는 굵직한 쇠사슬로 결박해뒀겠지.

         

       [‘마력 감지’를 사용합니다.]

       근처에서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주변에 누가 있을까 해서 마력을 퍼뜨려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

         

       회귀자들에게 납치되는 것보다 지금 상황이 나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몸상태만 봐도 그렇다. 놀랍게도 상처 하나 없었다.

       

       ……사실 진짜 악마가 더 인간적인거 아닐까?

       

       올리비아는 고개를 휘저으며 애써 부정했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왜 나를 방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리비아가 짧게 숨을 들이키는데, 무언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선명해졌다.

         

       두두두두……!

         

       발밑이 부들부들 떨렸다. 땅거죽을 마구 뒤집어헤치며 괴물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인간의 성대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내뱉으며, 역겨운 악취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올리비아는 손바닥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아릿한 냉기가 피어나며 표적을 향해 쏘아졌고, 번개처럼 낙하하며 괴물들을 꿰뚫었다. 사방으로 체액이 튀었지만, 땅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괴물들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수천 조각으로 찢어져 원래 모습이 어떠했는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살아 있었다.

         

       살점은 한참동안 꿈틀거리다가, 마치 흡수되듯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올리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빠르게 벗어나야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괴물들은 더 많이 몰려들 것이다. 놈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마력도 감지해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배설물에 이끌린 파리 떼처럼 몰려들겠지.

         

       올리비아가 공간이동 마법진을 다 그려갈 때쯤, 살점들이 스며들었던 지면이 훅 꺼졌다.

         

       “어디 가시려고요?”

         

       새빨간 눈동자를 가진 악마가 그곳에 있었다. 온 몸이 맵시 있는 여인의 자태를 가진 악마였다. 어떤 남자라도, 설령 여자라고 해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과시하는 몸매였다.

         

       ……역시.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저 싸늘한 눈으로 악마를 노려보았다.

         

       북쪽 마계의 주인, 아스모데우스.

         

       역시, 마계에 오게 된 건 전부 그녀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아스모데우스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뻗으면 닿을법한 거리까지 접근한 다음, 올리비아를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관찰했다.

         

       “흐음……왜 아직도 개화하지 않은거죠……?”

         

       약간 당혹감이 어린 목소리였다.

         

       “마계 서열 2위, 북공작 아스모데우스.”

         

       그 말에, 아스모데우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했다. 자신의 진명은 그렇다 쳐도, 직책과 서열까지 안다는 사실에 아스모데우스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네, 말씀하세요.”

       “네가 날 여기로 데려온거냐?”

        “글쎄요. 이래뵈도 대악마인데, 제가 당신을 데려왔다면 당신같이 탐나는 영혼을 그냥 내버려뒀을까요?”

       

       아스모데우스는 지평선 너머를 힐긋 보며 답했다. 저 멀리서, 파리떼처럼 몰려든 괴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

        “……지금 날 떠보려는건가요?”

       “글쎄.”

         

       아스모데우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제보니 외모와는 다르게 혀끝이 아주 기네요. 꼭 우리같아. 어때요, 한 자리 만들어줄테니까 이쪽 편으로 넘어올 생각은 없어요?”

       “나는 인간인데?”

       “웬만한 대악마보다 강한 인간이죠.”

       “서열은?”

        “동 공작의 작위를 드리죠.”

         

       올리비아가 사이하게 웃었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거 말고.”

         

       마계에서 인간계로 통하는 통로는, 오직 대악마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스모데우스는 그런 대악마 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

       

       올리비아가 아스모데우스와 말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구슬려서, 인간계로 돌아가야 했다.

         

       겸사겸사 정보도 뜯어내고.

         

       올리비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솔직히 당황했잖아. 마신이 아니라 내가 깨어나서.”

         

       올리비아의 직언에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에 일순 파문이 일었다.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인간이었네요……?”

         

       과거 회차로 갔을 때, ‘올리비아’의 몸 속에 마신의 잔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몸 안에도, 마신이 깃들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말로만 들으면 꽤나 공포스런 상황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의식 말살 방지]

       –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식만 잃지 않는다면, 결국 육체의 통제권도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마신은 이 육체를 취하는 것을 포기하고, 원래 계획대로 제국력 1000년에 대륙에 강림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맞아요. 5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히 마신께서 깨어나신 줄 알았어요.”

         

       이번엔 올리비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잠깐만. 몇 년?”

       “5년.”

         

       아스모데우스가 말했다.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오늘은 실수 안했습니다…!

    제이나 : 올리비아 제자 중 홍일점

    글레이시아는 가축, 아니. 드래곤이라 제외했습니다.

    – 백구와 재구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작가님!]

    흐힛…흐헤훗..

    히힛…헤흐흣.후힛?!

    크흠 큼 크헤흠 헬헬 꺄르륵 꺆꺅!!

    후우.

    정신을 이제야 차렸군요.

    저를 사랑하신다니…제가 그런 말을 듣는다고 좋아하실 줄 아셨….푸힛! 습니까?

    히히헤후…헤후헤!

    캄사합니다.

    ♡.♡

    4랑합니다

    – 뚜알기가조아님 8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뜨아아아아아아아…..!

    80코인이라뇨오!

    이건…이건 운명입니다. 이 돈을 와퍼를 사먹으라고 하셨지만…안되겠습니다.

    버거킹 신메뉴…참을 수 없어욧..!

    쿰척쿰척쿠루룽척척 쿰척

    어제 후원해주셨던거랑 합쳐서 세트로 야무지게 먹도록 하겠습니다.

    \(O_O)/

    만쉐이~~~~!

    -pts12님 46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46코인이라니. 이 액수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숫자 메시지일수도 있겠군요.

    사육…사육….?!

    작가를 사육하고 싶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작가에게 사육당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섬뜩하군요. 후원메세지도 없이 메세지를 보내시다니.

    이게 진정한 언령 아닐까요?

    캄사합니다.

    PIA1652284268767님 6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5코인, 오늘은 6코인이라…

    이거 매우 좋은 징조군요.

    후후…

    1년 뒤에도 뵙고 싶습니다.

    370코인, 371코인….

    3700코인, 3701코인.

    37000000000000코인감사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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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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