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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자던 화룡무인의 랭커 나설. 박설아는 잠에서 깨어나선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비치는 것은 화령이었다. 그녀는 보랏빛의 내기를 흩뿌리는 화산문주의 앞에 서 있었다.

       

       어제 이 영상 편집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잠들었나보다.

       

       하아. 멍청한 년.

       

       이 멋진 장면을 빨리 마이 튜브에 올려서 사람들한테 올려야 하는 데 잠이나 쳐 자고 있었다니.

       

       지금 몇 시지? 몇 번인가 마른세수를 해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뜬 그녀는 모니터 아래에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어제 마지막으로 시간 확인한 게 새벽 5시였으니까.

       

       푹 잤네. 어쩐지 허리가 더럽게 아프더라.

       

       잠깐만 오후 3시면 화령님이 방송을 켤 시간 아닌가?

       

       설아는 다급히 터렛 사이트에 들어가서 팔로우 목록을 내려 보았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화령의 방송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안 켜시는 건가.

       

       화령이 화산을 재건하기 위해 사람을 뽑겠다 말한 후로 나흘이 지났다.

       

       그 동안 화령은 방송을 키지 않았다.

       

       설아도 이유는 알고 있었다. 화령이 직접 공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친구인 엔리가 방송에서 언급을 해주었으니까.

       

       

       ‘화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화령님 패닉 상태에요. 매일 서류 보느라 정신 나갈 것 같다던데요. 그거 정리되는 대로 다시 방송 킨다니까 이해 좀 해줘요.’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원이 얼마나 많이 왔길래 그래요?]

       

       ‘단순 지원자 수만 따지면 몇 천 명 가까이 된다던데. 아니 화령님도 어이가 없는 게 지원자가 별로 없을 줄 알았대요.

       무협 캐릭터로 그렇게 화제를 끌어 모은 사람이 직접 무공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데 사람이 안 모이겠냐고.’

       

       새로 건설되는 화산.

       

       이는 최근 화룡무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였다.

       

       고이고 고여서 더 이상 새로운 메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화룡무인 세상에 무의 이치라는 메타를 가져 온 화령이 직접 이에 관해 가르쳐 주겠다는 데 사람들의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화룡무인을 하는 이들 중에서 지원자격이 되는 이들은 모두 다 화령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녀가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건 이미 증명된 바.

       

       그녀에게 가르침을 얻으면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데 지원을 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그런 이들 중 대부분은 화산이라는 이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모두의 이목이 끌린 곳은 어디까지나 화령이라는 이름뿐이었다.

       

       설아도 그랬다.

       

       그녀는 화룡무인의 초창기부터 플레이해왔던 유저 중 하나고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그 모든 시간을 화룡무인에 쏟아 붓고 있는 자타가 공인한 폐인이었다.

       

       심지어 화룡무인을 플레이하지 않을 때에도 화룡무인 커뮤니티를 뒤지거나, 그와 관련된 마이 튜브 영상을 보는 그녀는 사실상 현실이 아닌 화룡무인의 세상에 살고 있는 망령이었다.

       

       그런 그녀가 화령이라는 사람을 접하게 된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어느 날 밥을 먹으며 커뮤니티를 살피던 그녀는 이 사람 개 쩐다. 라는 글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엔 화령이 외신과 싸우는 영상이 있었다.

       

       화령의 영상은 순식간에 그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영상에 나오는 모든 장면이 감탄스러웠다.

       

       화령은 정말로 화룡무인에 있는 최상위급 NPC가 그대로 아피스에 등장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걸음걸이 하나에. 손짓 하나에. 숨을 쉬는 동작에도 무가 담겨 있었다.

       

       그 중에 제일 압권은 외신이 자신의 분노를 쏘아낼 때였다.

       

       아피스를 하지 않는 설아지만 저 외신의 공격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즉사기라면서, 그 누구도 파훼법을 제시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그냥 한 명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라 불리던 기술이었다.

       

       그런 공격을 화령은 자신의 권만으로 상쇄시켜 버렸다.

       

       무협게임의 고인물이라 자부하던 설아였지만 화령의 펼친 권은 도저히 그녀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무를 펼쳐야 저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설아는 홀린 것처럼 화령이 싸우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화룡무인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녀가 펼치는 무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단순히 따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 사람이 펼치는 무를 따라할 수 있다면 화룡무인 랭킹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허나 그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아 경외로 바뀌었다.

       

       그녀가 펼치는 무를 보면 볼수록 화령이 펼치는 무가 얼마나 드높은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그건 설아 자신이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화령이 펼치는 무는 그녀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펼치는 일종의 기적이었다.

       

       저 사람이 정말 나랑 같은 유저가 맞는 걸까?

       

       게임의 제작사에서 만들어 낸 말도 안 되는 NPC같은 게 아니라 나랑 같은 사람인 거야?

       

       말이 돼?

       

       사람이. 사람이 어떻게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화령이 가진 재능에 대한 질투는 없었다.

       

       질투란 단어는 어중간한 차이가 날 때에나 허용되는 것이었다.

       

       격차가 너무도 커서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설아가 품을 수 있는 감정은 오롯이 경외뿐이었다.

       

       그 후로 설아는 화령의 발자취를 집요하게 쫓았다.

       

       화령이 나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 다녔다.

       

       화령이 하는 모든 일을 기록해서 보관했다.

       

       심지어 화령의 대단함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그녀의 영상을 편집해 마이 튜브에 올리기까지 했다.

       

       아무런 대가가 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마이 튜브의 조회수가 오를 때마다 뿌듯하다는 감정을 품었다.

       

       이런 설아였기에 당연 화령이 새로 만들 화산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때도 지원을 했다.

       

       화산이라는 이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가 경배해 마지않는 화령에게 직접 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인데 어떻게 지원을 하지 않겠는가.

       

       아아. 그래. 메일. 메일을 확인 해보자. 화령님이 답장을 보내주셨을 수도 있잖아.

       

       다급히 메일을 확인하러 간 그녀는 화령에게서 답신이 온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왔다.

       

       답장이 왔음에 기뻐하면서도 설아는 차마 그 메일을 누르지 못했다.

       

       자신이 정말 합격이 됐을지 안 됐을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효율을 위해 화산에 이름만 올려 둔 사람 중 하나였다.

       

       효율이 안 나오는 문파 퀘를 스킵하기 위해 화산에 상납금을 바치던 사람이었다.

       

       화산에 아예 공헌한 게 없냐면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서 화산 재건에 열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럼 진짜 자살하고 싶을 것 같아. 안 그래도 지난번에 화산 새끼들이 화령님한테 가르침 받는 걸 보면서도 화가 났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난…

       

       아니. 그래도 죽진 못하겠네. 화령님 봐야 하니까.

       

       설아는 몇 번이가 심호흡을 하다 얼굴을 쓸어내리곤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메일을 클릭했다.

       

       그 안에 적힌 글귀는 무척이나 정중했다.

       

       ‘안녕하십니까. 화령입니다. 귀하께서는 화산 문파원 시험의 지원자로 선발되셨습니다. 이 시험은…’

       

       길지 않은 문장을 한 번 읽은 그녀는 이게 현실인가 싶어서 다시 한 번 위에서부터 아래로 글을 읽었고 그 후에도 다시 확인을 하고 나서야 환호성을 질렀다.

       

       합격했다!

       

       면접을 볼 수 있게 됐어!

       

       화령님을. 화령님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 거야!

       

       어떡하지. 일단 화룡무인에 들어가서 옷부터 괜찮은 걸로 바꿔야 하나?

       

       아니다. 머리부터 바꾸자. 지금은 좀 눈에 띄는 스타일이니까 좀 단정하게.

       

       아냐. 아냐. 문파 면접이잖아 당연히 기량을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준비 해야지.

       

       신이 나서 방 안을 뛰어다니던 그녀는 얼마 안 가 서랍장에 새끼발가락을 찧어서 그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

       

       면접 날 당일이 되어서 오랜만에 방송을 켰더니 채팅창에서 난리가 났다.

       

       왜 며칠 동안 방송을 안 켰냐.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공지 정도는 남겨 줘도 되지 않으냐.

       

       곰방대를 문 채 그 글자를 바라보던 나는 연기와 함께 답을 내놓았다.

       

       “나도 방송을 키고 싶었다! 그런데 매일 같이 지원자 수가 늘어나는 걸 어떡하란 말이더냐!

       심지어 규모가 너무 커지는 바람에 새롭게 선발 계획을 짜야 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말이다!

       나도 힘들었다! 아니. 내가 제일 힘들었다!”

       

       누가 방송을 안 키고 싶어서 안 킨 줄 아나! 못 킨 거지!

       

       잠을 자지도 못한 채 여태까지 계속 일만 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불만을 표할 수 있는 것이냐!

       

       억울한 쪽은 나다!

       

       – 팩트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러게 누가 화산 재건하라고 그랬음?]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 때의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화산을 재건하겠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리를 지른 것 때문인지 단상 아래에 모여 있는 지원자들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크흠. 너무 흥분했군.

       

       “어쨌든 오늘 방송을 킨 이유는 오늘 하는 시험을 그대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나름 거를 사람을 다 걸러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모인 이들의 수는 오백에 달했다.

       

       “사람들이 한 가지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는 건 실로 재밌는 광경 아니더냐.”

       

       – 그건 그렇지.

       – 경쟁 컨텐츠가 재밌긴 해.

       – 그래서 몇 명 뽑을 생각인데?

       

       “열 명 내외를 생각중이다.”

       

       너무 많아봐야 제대로 된 가르침을 전할 수 없을 테니까.

       

       “열 명?!”

       “빡신데.”

       “와… 씹. 망했다.”

       

       지원자들 중에서도 내 방송을 보는 이가 있는지 여기저기서 비명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당사자가 눈 앞에 있는데 왜 굳이 방송을 보고 있는 걸까.

       

       “화령님.”

       

       하린의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그녀가 여기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오늘 하는 시험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본인 혼자선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린이 속한 문파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거래 조건은 단순했다. 오늘 도와주는 대신 나중에 그들을 가르쳐주기로 했지.

       

       “일단 지원자 오백 명이 다 모인 걸 확인했어요.”

       “하나도 안 빠지고?”

       “네.”

       

       허어. 좀 빠져도 괜찮을 터인데 굳이 다 모였다는 소리인가.

       

       “그럼 슬슬 시작을 하자꾸나.”

       “넵.”

       

       하린이 아래로 내려간 걸 확인한 후 단상의 앞으로 나섰다.

       

       심호흡을 하고서 목소리에 내기를 싣는다.

       

       이런 연설 같은 건 천마신교에 있을 적에 지겹도록 해 본 일인지라 긴장이 되진 않았다.

       

       “반갑다.”

       

       내기를 담은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메아리친다.

       

       “보통 이런 일을 시작할 땐 개회사 같은 걸 해야 한다만 귀찮으니 넘기겠다. 그대들도 그걸 들으러 온 것은 아닐 것 아니냐.”

       

       듣는 입장에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쓸데없는 말이지 않으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니 귀찮은 허례허식 같은 건 넘겨버리자꾸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첫 번째 시험이다. 화산의 무공을 잘 다루기 위해선 화산에 담긴 이치를 알아야 한다.

       그러니 이를 시험하겠다.

       선착순이다. 과거 신선놈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하기정으로 와라. 위치는 지도에 표시 될 테니 그걸 보고 움직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은 화산의 무공으로 한정하겠다. 그 이외의 규칙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든 50명 안에 들어라.”

       

       내 설명에 지원자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커졌다.

       

       “질문이 있으면 지금 묻도록.”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여러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 중 하나를 손으로 지적하자 그 자가 목소리를 냈다.

       

       “무슨 수를 써도 된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입니까?”

       “어려웠나? 그럼 더 쉽게 말해주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투쟁에서 살아남아 하기정까지 도착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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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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