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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설한용이 927 작가, 즉 서은우에게 빚을 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인 설소영은 927 작가의 역사적인 첫 번째 작품에 캐스팅되고,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되면서 확연하게 웃음이 많아졌다.

         

       그리고 아내인 이화영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해준 것도 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애초에 이화영이 입원해 있던 병원이 제일그룹 산하의 병원인데 누가 아내의 입원실에 방문했는지 설한용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내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순식간에 집안에는 안정과 화목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닌 927 작가라는 사실은 설한용의 마음 한편을 조금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 집안의 기둥이자 가장인 자신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바깥에서 카리스마 있고 지도력이 뛰어난, 말 그대로 유능한 경영자이면 뭐 하겠는가?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들의 고민하나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데.

         

       다만, 설한용은 후회와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927 작가는 왜 우리 가족을 도와주는 걸까?

         

       그는 가족의 고민을 해결해주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주기만 하는 것이다.

         

       그와 직접 만나본 아내 역시 그런 그를 몹시 아끼는 듯했고, 그것은 딸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그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도움을 준 은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에 설한용은 현재 눈앞에 서 있는 서은우에게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물론 설한용의 입장에선 당연한 거였지만, 서은우의 입장에선 당황 그 자체였다.

         

         

       “아닙니다. 그렇게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일은 한 적이 없어요.”

       “허, 자네는 나를 무안하게 만들 생각인가? 내 딸 아이가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힘써준 것과 아내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해준 것, 그리고 이번 권대한 납치 사건의 해결까지.”

         

         

       이 모든 일에 모두 네가 개입했고, 무서울 정도로 좋은 결말만을 맞이했는데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냐?

         

       서은우를 바라보는 설한용의 눈빛은 마치 이런 질문을 건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딸 아이가 마약 사건에 휘말릴 뻔한 것도 자네가 막아준 것일지도 모르지. 소영이가 갑자기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던 작품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으니.”

       “…….”

        “정곡인가?”

         

         

       서은우는 설한용의 말의 들으며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는 이미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자신에게 감사함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나는 줄곧 의문이었네. 자네가 왜 우리 가족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계속 도움을 줬는지. 하지만 이번 권대한 사건을 통해 나는 자네가 그리 성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

       “그게 무슨……”

       “자네가 우리 가족을 위해 움직인 것. 그건 모두 딸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닌가? 만약 이 말이 맞다면 자네는 성자보다는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그래 늑대에 가깝겠군.”

         

         

       이것은 당사자인 서은우조차도 딱히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고, 설한용의 말에 틀림이 없었기에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자신은 설소영을 도왔다.

         

       그래. 설소영의 배우의 길을 끌어들인 것은 정말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 영감이 떠올라서 그랬다고 치자.

         

       하지만 설소영이 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만들고, 그녀의 어머니와 직접 만나 설득하고, 마약 사건에 연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를 협박해서라도 드라마 출연을 막은 것.

         

       누가 봐도 설소영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주제지만, 만약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더라면 곧바로 ‘진짜 왜 그랬지?’라는 말부터 튀어나왔겠지.

         

       그나저나 늑대라는 표현은 조금 그렇다…….

         

       뭔가 갑자기 짐승이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표정을 보아하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호칭인가 보군. 하지만 나는 늑대라는 동물을 상당히 고평가한다네. 평생 한 짝과만 부부를 이루는 최고의 로맨티스티니까. 그래서 나는 딸 아이와 자네의 교제에 딱히 불만이 없다네. 자네는 딸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 뭐든 해내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설한용은 그 말을 하면서도 서은우가 자신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한 짓을 떠올렸다.

         

       우선 하나는 영광그룹에게서 일방적인 이득을 볼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 준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서은우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기종이 제일전자에서 제작한 휴대폰이라는 것이었다.

         

       서은우는 수상할 정도로 기자 회견 내내 손에 제일전자의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마치 광고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마 그런 의도가 맞았을 것이다. 기자 회견 내내 굳이 손에 휴대폰을 계속 쥐고 있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으니까.

         

       근데 이게 무슨 선물이냐고?

         

       그 기자 회견 이후 그 휴대폰 기종의 판매량이 배로 뛰었다.

         

       현재 가장 유명한 인물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었기에 제대로 홍보 효과를 얻은 셈이었다.

         

       덕분에 제일전자는 호황기를 맞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었다.

         

       근데 말이다.

         

       고맙기는 한데……

         

         

       “그… 너무 칭찬만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 물론 방금 했던 말은 모두 과거형이었다네.”

       “……예?”

         

         

       설한용은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갈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

         

         

         

       과거형.

         

       대충 생각해봐도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 라는 느낌이 강했다.

         

       즉, 지금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 자네가 소영이만 사랑하는 남자였다면, 아무 군말 없이 자네와 소영이가 이어지는 걸 허락했겠지. 오히려 진심으로 그 사실을 반겼을지도 모르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이 맞는 듯, 설소영의 아버지께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양쪽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셨다.

         

       쓰으읍…….

         

       아무래도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근데 자네는 소영이 말고도 이다혜라는 아이를 함께 들였지. 참으로 괘씸하게 말이야.”

       “하하…”

       “웃어? 일단 확인차로 내 하나만 묻겠네. 도대체 우리 소영이가 뭐가 부족하길래 여자를 더 들인 건가?”

       “솔직히 말하면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따님이십니다.”

       “그럼 왜 그런 짓을 벌여!!!”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귓구멍으로 갈 정도로 엄청난 고함을 지르시는 설한용 사장님.

         

       거기에다가 내 어깨를 붙잡은 상태로 인정사정없이 거칠게 앞뒤로 흔들기 시작하셨다.

         

       나는 조금 소심한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은 안 통할 것 같아서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했다. 어차피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설소영의 아버지라는 입장에서 들으면 어떻게든 최악의 답변이 될 것이 분명할 테니까.

         

         

       “그… 둘 다 사랑하니까요?”

       “끄아아악! 이런 미친놈을 내 딸이 사랑하고 있다니!!! 아내까지 결혼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니!!!”

         

         

       역시나 내 대답을 듣고 뒷골을 잡고 계셨고, 조만간 거품까지 물 기세였다.

         

       아무래도 도저히 현실을 믿기 힘드신 것 모양.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당신 사위 될 사람이 조금 뻔뻔한 인간인데.’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이다혜와 설소영을 사랑한다는 말을 무를 수도 없고, 애초에 내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장인어른께서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나를 노려봤다.

         

         

       “어차피 자네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후… 그리고 그런 자네에게 내가 소영이의 아버지로서 바라는 건 딱 두 가지.”

         

         

       장인어른께서는 첫 번째 요구 사항으로 설소영을 절대 슬프게 만들지 않을 것을 부탁하셨다.

         

       딸을 가진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요구 사항이었고,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발 두 명으로 만족하게나.”

       “……예?”

       “아내를 더 들이지 말아 달라고. 자네에게 여자가 많아질수록 사랑이라는 게 분산되겠지? 그러면 소영이의 심정이 어떻겠나?”

       “그리 좋지는 않겠죠.”

       “그래! 그렇지! 이제야 말이 조금 통하는군.”

         

         

       드디어 활짝 웃으시는 장인어른.

         

       그러다가 뭔가 깊은 현타가 오셨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장인어른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자를 더 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이미 설소영, 이다혜, 이 두 사람만으로도 엄청 과분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뜩 궁금한 것이 생겼다.

         

         

       “혹, 만약 제가 그중 하나라도 어길 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허허. 그거 알고 있는가? 내 취미 생활이 골프라는 걸.”

         

         

       딱 봐도 설한용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고급 취미다.

         

       근데 그 얘기를 갑자기 왜……?

         

         

       “당연히 그 경험을 열심히 살려 골프채로 자네를 뒤질 때까지 팰 걸세.”

       “…….”

       “어떤가? 스트레스도 풀 겸, 심플 하지?”

         

         

       뭔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옅은 미소를 짓고 계신 장인어른.

         

       어… 음.

         

       사실 이 사람, 내가 요구 사항을 어기길 은연중에 바라고 있는 거 아닐까?

         

         

         

       ***

         

         

         

       그렇게 어찌어찌 교제를 인정받고, 어느덧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더위도 더위고, 이불 밖은 위험하니 평소의 나였더라면 방학 동안 집구석에 박혀있었겠지만…….

         

         

       “데이트해요!”

       “데이트하자!”

         

         

       방학 내내 설소영과 이다혜의 적극적인 대쉬로 돌아가면서 데이트를 하거나 셋이서 다 같이 놀러 다닌 탓에 그러지는 못했다.

         

       물론 방구석에서 편하게 있는 쪽보다 그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쪽이 당연히 더 행복하고, 좋다.

         

       근데 잠깐만……

         

       내가 집을 사서 그곳에서 데이트하면 몸도 편하고 행복도 얻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석이조 아닌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때 나와 마주 보며 앉아 있었던 이다혜와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현재 나와 이다혜는 카페에 있었다.

         

       흔히 영화, 밥, 카페라는 정석 루트를 밟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비교적 한가한 나랑은 다르게 이번 여름은 이다혜의 입장에서 정말 바빴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토커 사건 때문에 미뤄졌던 홍련의 컴백이 여름 방학 시작 이틀 전의 일이었으며, 바쁜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나랑 놀려 다녔으니까.

         

       본업이 춤과 노래를 매일 연습하는 아이돌이라서 그런가…….

         

       요즘 들어 체력 하나는 진짜 대단하다고 많이 느낀다.

         

       그때 이다혜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내일은 뭐 할 거야? 이제 4일 뒤면 방학이 끝나는데 마지막으로 1박 2일……”

       “아, 미안. 나 내일부터 중요한 일이 있어서 조금 바빠질 것 같아. 소영이한테도 미리 말해놨어.”

       “하? 뭐 때문에 바쁜데?”

         

         

       내 부정적인 의사가 담긴 말에 이다혜는 볼을 부풀리며 조금 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눈앞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냐? 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게 최우선인 건 맞지만, 이것 역시 내겐 중요한 일이었다.

         

       그야……

         

         

       “오랜만에 대본을 적어보려고.”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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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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