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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 …역시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차림이었나 보군. 굳이 숨길 필요 없다. 나는 취, 취향을 존…중한다. ]
    ​
    ​
    마검의 목소리가 정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리안은 3초 정도 지나고 나서야 연구소에서 보았던 여장바바리맨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식겁하며 말했다.
    ​
    ​
    “그, 그런 게 아니야! 이건 그… 던전같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옷이 망가진 거뿐이야!”
    [ 던전…? 그런 재미있는 곳을 혼자서 갔단 말인가! ]
    ​
    ​
    마검에서 흘러나오던 화려한 기운이 잦아들었다. 그만큼 리안이 자신을 두고 재미있는 장소를 다녀온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
    ​
    평소보다 피를 더 많이 주겠다고 겨우겨우 딜을 한 후에야 마검을 달랠 수 있었다. 리안은 화려한 제복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
    ​
    ‘밤이라서 다행이다. 낮에 이러고 돌아다녔으면 너무 눈에 띄었을 거야.’
    ​
    ​
    그리 생각하며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마을에 도달할 수 있었다.
    ​
    ​
    부스럭.
    ​
    수풀을 헤치고 마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신전이었다. 
    ​
    ​
    ‘처음 그 장소로 돌아왔네… 아, 잠깐. 나 분명 뭘 찾으려고 -…아아앗! 피아아!’
    ​
    ​
    실종된 아이들과 피아를 찾겠다고 한밤중에 신전까지 찾아와 놓고 던전에 한눈을 팔았다는 걸 그제야 자각해버렸다. 그때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엇!? 신전 안에서 빛이…’
    ​
    ​
    지하로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둡기만 했던 신전 기도실에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
    ​
    반쯤 열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찾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리안은 곧바로 피아에게 달리듯이 걸어갔다. 
    ​
    ​
    “…!”
    ​
    ​
    거리가 가까워지자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과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
    ​
    “학,하으…”
    “흐으윽,흑..엄마..엄마아아..”
    ​
    ​
    피투성이가 된 한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아이를 중심으로 세 명의 아이들과 피아가 둥글게 모여있었다.
    ​
    ​
    피아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렸고, 처음 보는 얼굴을 한 아이는 쓰러진 아이의 차가운 손을 꼭 쥔 채 끝없이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
    ​
    잔혹한 땅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울지 않았다.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꾹 깨문 채 피아를 따라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 기도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다크 판타지 세계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는 99% 확률로 사망할 것이다. 나머지 1% 확률은 흑마법사에게 주어져 키메라로서 살아남게 될 확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이가 죽을 확률은 100%라고 볼 수 있었다.
    ​
    ​
    다크 판타지의 의료 수준으론 칼날이 몸을 뚫고 장기를 짓이겨 놓은 것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두 손을 모은 채 신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뿐이었다.
    ​
    ​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크 판타지 세계의 기준이었다.
    ​
    ​
    ‘어어? 저대로 두면 죽을 거 같은데?’
    ​
    ​
    리안은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영혼을 바라보았다. 반쯤 빠져나온 걸로 봐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 같았다. 초상난 분위기를 봐선 일부러 방치하는 것 같진 않았다. 리안은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곧바로 아이에게 다가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
    ​
    “누, 누구…?”
    “헉..! 리안 혀,형!”
    ​
    ​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제 친구의 손을 붙잡고 있던 마을 아이는 멍한 얼굴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
    ​
    기도 중이던 두 아이 중 한명은 갑작스럽게 헛숨을 삼키며 굳어버렸고 다른 아이는 절박한 얼굴로 리안을 불렀다.
    ​
    ​
    기도에 깊이 집중하던 피아는 리안이 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중얼중얼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피아에게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리안의 몸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리안의 손등이 은은하게 빛을 냈다.
    ​
    ​
    ​
    [ 아… 이젠 아프진 않 -… 엇? ]
    ​
    ​
    리안이 아이의 영혼을 덥석 붙잡자, 아이가 당황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시야에 들어오는 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과 인간의 것 같지 않은 화려한 금안.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처럼 화려한 제복, 그 제복을 환하게 살려주는 빛나는 외모가 아이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었다.
    ​
    ​
    쑤욱.
    ​
    ​
    리안은 별말 없이 아이의 영혼을 몸 안으로 쭉 밀어 넣었다. 그리곤 배에 꽂힌 칼을 단번에 뽑아냈다. 그러자 기적처럼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원래 영혼이 제 몸으로 돌아오면 상처는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게 개그 세계의 일반적인 규칙이다.
    ​
    ​
    “핫.”
    ​
    ​
    눈을 번쩍 뜬 아이가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
    ​
    “어…어어…?”
    “아아…?”
    “아…어..”
    ​
    ​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에 아이들은 고장 난 기계처럼 버벅거렸다. 5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
    ​
    “나… 살았어?”
    “흐아아아앙! 바보야악!”
    “어어어?! 어엇!? 지, 진짜 살았어!”
    “누나! 누나! 살았어요! 살았어요!”
    ​
    ​
    흥분과 안도, 희열에 젖어 든 아이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며 몸을 들썩거렸다. 네스트 조직 쪽 아이가 피아의 몸을 거칠게 흔들며 소리치고 나서야, 피아는 기도를 멈추고 번뜩 눈을 떴다.
    ​
    ​
    “무슨…흐앗,리,리,리안니임?”
    ​
    ​
    피아는 그림처럼 서 있는 리안의 모습에 입을 헤 벌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성스러운 신전과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
    “저기, 저기에서 빛이 보여!”
    “텐테! 여기 있니!”
    “텐테에!”
    “아니엘!”
    ​
    ​
    신전 바깥쪽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와 주황빛이 가까워져 갔다. 
    ​
    ​
    ‘헉! 마을 사람들이 애들 찾으러 왔구나! 어, 어쩌지?’
    ​
    ​
    신이라 칭송받아도 할 말 없는 기적을 보인 리안이지만, 겉으로 봐선 흉흉한 마검을 들고 있는 수상한 미남자일 뿐이었다. 이대로 마검을 역소환하자니 변태로 몰릴 터였고, 그렇다고 마검만 잘 숨기자니 제복이 너무 화려했다.
    ​
    ​
    ‘우, 우선 자리를 피하자!’
    ​
    ​
    등 뒤로 고양이가 쫓아오는 상황에 놓인 쥐처럼 리안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
    ​
    ‘아! 저기다!’
    ​
    ​
    그의 시선이 노인의 방으로 향하는 문 쪽으로 향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단상 뒤쪽에 있는 문으로 달려갔다. 
    ​
    ​
    “리, 리안님? 어딜 가시는 -…”
    “텐테!”
    “꺄아아악!”
    ​
    ​
    리안이 도망치기 무섭게 마을 사람들이 신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아이들의 실루엣을 보고 달려오던 그들은 바닥과 아이들의 몸을 흥건하게 적신 핏물을 보곤 비명을 내질렀다.
    ​
    ​
    “어,엄마아아!”
    “흐어어엉!”
    ​
    ​
    마을 아이 둘은 눈물을 터뜨리며 제 부모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이의 부모와 마을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피아를 경계하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
    ​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저 여자 마녀였던 건가?”
    “세상에… 아이들을 제물로 사용하려고!”
    ​
    ​
    낯선 외부인과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 자연스럽게 오해가 쌓이는 건 당연했다. 
    ​
    ​
    평소와 같은 다크 판타지 법칙이 적용되었다면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충격을 심하게 받아 피아를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 피아는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산 채로 물에 태워졌을지도 몰랐다.
    ​
    ​
    다행히 피아는 개그 주민을 모시는 신자였고, 아이 중 한명이 개그 필터 덕분에 살아난 직후였다. 개그 필터의 기운이 진하게 남은 덕분에 두 아이는 평소보다 더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
    ​
    “아니야!”
    “누나는 흐윽…누나는 아니야!”
    ​
    ​
    두 아이는 제 부모 품에서 벗어나 피아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손에 들고 있던 삽이나 꼬챙이로 찌르려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텐테..”
    ​
    ​
    개그 세계 특, 과거 회상을 해야 할 분위기가 형성되면 굉장히 상세하게 주변 사람들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처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
    ​
    “사실은 -…”
    ​
    ​
    마을 사람들은 설명하는 아이에게 빙의라도 당한 것처럼 지금까지 겪었던 사건에 몰입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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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관이 다른 아이도 이미 죽였으며, 자신들도 죽이려 했다는 말에 경악했고 칼을 들고 쫓아왔다는 말에 겁에 질렸다. 피아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도망치라고 외쳤다는 장면에선 다들 걱정스럽다는 시선으로 피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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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그때 다친 건…”
    “이 핏자국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 -…”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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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의 오해가 진해지려는 순간 피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던 텐테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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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피는 내 피야. 그 괴물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검을 날아왔는데 그게… 내 배를 찔렀어.”
   “뭐, 뭐 어어?”
    “어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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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이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가 부모를 밀어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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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괜찮아! 리안님이 살려주셨어!”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제 누가 신?이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 …역시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차림이었나 보군. 굳이 숨길 필요 없다. 나는 취, 취향을 존…중한다. ]

마검의 목소리가 정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리안은 3초 정도 지나고 나서야 연구소에서 보았던 여장바바리맨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식겁하며 말했다.

“그, 그런 게 아니야! 이건 그… 던전같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옷이 망가진 거뿐이야!”

[ 던전…? 그런 재미있는 곳을 혼자서 갔단 말인가! ]

마검에서 흘러나오던 화려한 기운이 잦아들었다. 그만큼 리안이 자신을 두고 재미있는 장소를 다녀온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평소보다 피를 더 많이 주겠다고 겨우겨우 딜을 한 후에야 마검을 달랠 수 있었다. 리안은 화려한 제복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밤이라서 다행이다. 낮에 이러고 돌아다녔으면 너무 눈에 띄었을 거야.’

그리 생각하며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마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부스럭.

수풀을 헤치고 마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신전이었다.

‘처음 그 장소로 돌아왔네… 아, 잠깐. 나 분명 뭘 찾으려고 -…아아앗! 피아아!’

실종된 아이들과 피아를 찾겠다고 한밤중에 신전까지 찾아와 놓고 던전에 한눈을 팔았다는 걸 그제야 자각해버렸다. 그때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엇!? 신전 안에서 빛이…’

지하로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둡기만 했던 신전 기도실에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리안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반쯤 열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찾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리안은 곧바로 피아에게 달리듯이 걸어갔다.

“…!”

거리가 가까워지자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과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학,하으…”

“흐으윽,흑..엄마..엄마아아..”

피투성이가 된 한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아이를 중심으로 세 명의 아이들과 피아가 둥글게 모여있었다.

피아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렸고, 처음 보는 얼굴을 한 아이는 쓰러진 아이의 차가운 손을 꼭 쥔 채 끝없이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잔혹한 땅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울지 않았다.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꾹 깨문 채 피아를 따라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 기도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크 판타지 세계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는 99% 확률로 사망할 것이다. 나머지 1% 확률은 흑마법사에게 주어져 키메라로서 살아남게 될 확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이가 죽을 확률은 100%라고 볼 수 있었다.

다크 판타지의 의료 수준으론 칼날이 몸을 뚫고 장기를 짓이겨 놓은 것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두 손을 모은 채 신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크 판타지 세계의 기준이었다.

‘어어? 저대로 두면 죽을 거 같은데?’

리안은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영혼을 바라보았다. 반쯤 빠져나온 걸로 봐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 같았다. 초상난 분위기를 봐선 일부러 방치하는 것 같진 않았다. 리안은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곧바로 아이에게 다가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누, 누구…?”

“헉..! 리안 혀,형!”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제 친구의 손을 붙잡고 있던 마을 아이는 멍한 얼굴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기도 중이던 두 아이 중 한명은 갑작스럽게 헛숨을 삼키며 굳어버렸고 다른 아이는 절박한 얼굴로 리안을 불렀다.

기도에 깊이 집중하던 피아는 리안이 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중얼중얼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피아에게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리안의 몸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리안의 손등이 은은하게 빛을 냈다.

[ 아… 이젠 아프진 않 -… 엇? ]

리안이 아이의 영혼을 덥석 붙잡자, 아이가 당황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과 인간의 것 같지 않은 화려한 금안.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처럼 화려한 제복, 그 제복을 환하게 살려주는 빛나는 외모가 아이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었다.

쑤욱.

리안은 별말 없이 아이의 영혼을 몸 안으로 쭉 밀어 넣었다. 그리곤 배에 꽂힌 칼을 단번에 뽑아냈다. 그러자 기적처럼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원래 영혼이 제 몸으로 돌아오면 상처는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게 개그 세계의 일반적인 규칙이다.

“핫.”

눈을 번쩍 뜬 아이가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어어…?”

“아아…?”

“아…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에 아이들은 고장 난 기계처럼 버벅거렸다. 5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 살았어?”

“흐아아아앙! 바보야악!”

“어어어?! 어엇!? 지, 진짜 살았어!”

“누나! 누나! 살았어요! 살았어요!”

흥분과 안도, 희열에 젖어 든 아이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며 몸을 들썩거렸다. 네스트 조직 쪽 아이가 피아의 몸을 거칠게 흔들며 소리치고 나서야, 피아는 기도를 멈추고 번뜩 눈을 떴다.

“무슨…흐앗,리,리,리안니임?”

피아는 그림처럼 서 있는 리안의 모습에 입을 헤 벌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성스러운 신전과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저기, 저기에서 빛이 보여!”

“텐테! 여기 있니!”

“텐테에!”

“아니엘!”

신전 바깥쪽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와 주황빛이 가까워져 갔다.

‘헉! 마을 사람들이 애들 찾으러 왔구나! 어, 어쩌지?’

신이라 칭송받아도 할 말 없는 기적을 보인 리안이지만, 겉으로 봐선 흉흉한 마검을 들고 있는 수상한 미남자일 뿐이었다. 이대로 마검을 역소환하자니 변태로 몰릴 터였고, 그렇다고 마검만 잘 숨기자니 제복이 너무 화려했다.

‘우, 우선 자리를 피하자!’

등 뒤로 고양이가 쫓아오는 상황에 놓인 쥐처럼 리안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아! 저기다!’

그의 시선이 노인의 방으로 향하는 문 쪽으로 향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단상 뒤쪽에 있는 문으로 달려갔다.

“리, 리안님? 어딜 가시는 -…”

“텐테!”

“꺄아아악!”

리안이 도망치기 무섭게 마을 사람들이 신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아이들의 실루엣을 보고 달려오던 그들은 바닥과 아이들의 몸을 흥건하게 적신 핏물을 보곤 비명을 내질렀다.

“어,엄마아아!”

“흐어어엉!”

마을 아이 둘은 눈물을 터뜨리며 제 부모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이의 부모와 마을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피아를 경계하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저 여자 마녀였던 건가?”

“세상에… 아이들을 제물로 사용하려고!”

낯선 외부인과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 자연스럽게 오해가 쌓이는 건 당연했다.

평소와 같은 다크 판타지 법칙이 적용되었다면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충격을 심하게 받아 피아를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 피아는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산 채로 물에 태워졌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피아는 개그 주민을 모시는 신자였고, 아이 중 한명이 개그 필터 덕분에 살아난 직후였다. 개그 필터의 기운이 진하게 남은 덕분에 두 아이는 평소보다 더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아니야!”

“누나는 흐윽…누나는 아니야!”

두 아이는 제 부모 품에서 벗어나 피아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손에 들고 있던 삽이나 꼬챙이로 찌르려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텐테..”

개그 세계 특, 과거 회상을 해야 할 분위기가 형성되면 굉장히 상세하게 주변 사람들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처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사실은 -…”

마을 사람들은 설명하는 아이에게 빙의라도 당한 것처럼 지금까지 겪었던 사건에 몰입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대신관이 다른 아이도 이미 죽였으며, 자신들도 죽이려 했다는 말에 경악했고 칼을 들고 쫓아왔다는 말에 겁에 질렸다. 피아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도망치라고 외쳤다는 장면에선 다들 걱정스럽다는 시선으로 피아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때 다친 건…”

“이 핏자국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 -…”

“세상에…”

그들의 오해가 진해지려는 순간 피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던 텐테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피는 내 피야. 그 괴물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검을 날아왔는데 그게… 내 배를 찔렀어.”

“뭐, 뭐 어어?”

“어디! 어디에…!”

부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이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가 부모를 밀어내며 말했다.

“이젠 괜찮아! 리안님이 살려주셨어!”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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