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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그렇게, 용사의 삶은 막을 내렸다.

       

       우연히 용사의 검을 뽑아들고, 세상을 모험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물리친 인생.

       

       다른 이들에게 영웅이라 칭송받고, 그 활약은 이야깃거리가 되어 세상 곳곳에 퍼져나갔건만.

       

       죽음의 앞에서는 영웅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죽음이라는건가.’

       

       

       용사는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 아니, 자신의 육체.

       

       그리고 그런 자신의 육체를 둘러싸고 울고 있는 아이들.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광경을 내려다 보는 것은…. 여러가지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정작 죽음의 순간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자고 있던 도중에 죽은 탓이리라.

       

       그리고 그런 풍경 속에는, 경애하는 누님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검을 들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벽에 장식처럼 걸어두었던 용사의 검 클라우 솔라스도….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고.

       

       누님은 분명 자신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준다고 했었으니…. 용사가 죽는 것과 동시에 검을 가지고 돌아갔으리라.

       

       

       ‘이래서 누님이 나중에 다시 보자고 말한 것이었나.’

       

       

       정말로, 생명의 여신 아니랄까봐 생명에 관련된 것에는 모르는 것이 없는 누님이었다.

       

       사람의 수명 정도는 당연하다는듯이 알아차리고 있었으니.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쩐담.’

       

       

       누님의 말대로라면, 죽은 사람을 사신이 데려가 저승으로 향하게 된다고 하던데….

       

       

       ‘사신이라….’

       

       

       죽음의 신이던가. 상당히 흉흉한 이름이었지만, 그런 흉흉한 이름에 걸맞는 존재는 용사의 눈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찾아 오는데에 오래 걸리는건가?’

       

       「용사님이시죠?」

       

       

       순간, 인간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자신의 뒤쪽에서 들렸다.

       

       동굴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울리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어딘가 자그마한, 귀여운 느낌의 목소리.

       

       용사의 영혼은 목소리가 들려온 뒤쪽을 돌아보았고.

       

       

       「저승까지의 안내를 맡게 된 사신입니다. 안녕하세요.」

       

       

       검은 후드를 눌러쓴 자그마한 형체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낫을 힘겹게 걸쳐 메고서, 상당히 귀엽게 만든 해골을 얼굴에 덮고 있는 자그마한 사신이었다.

       

       

       ‘사신?’

       

       「네. 사신이에요.」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생겼네.’

       

       「자주 듣는 이야기에요. 생명의 여신님이 디자인 해주신 모습이지요.」

       

       

       누님의 취향이었나. 누님이 아닌 척 하지만 귀여운 것을 좋아하긴 했었으니.

       

       누님이 좋아할만한 모양새긴 했다.

       

       

       「이 모습이 된 이후로는 생명의 여신님께서 상당히 좋아하셔서요. 저희도 만족하고 있답니다.」

       

       

       엣헴. 하고 가슴을 펴는 사신. 용사는 그런 사신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신이라고 하길래, 무시무시한 느낌일거라 생각했는데.’

       

       「예전에는 그러긴 했지만요. 크기도 좀 더 컸고, 머리는 진짜 해골이었고…. 그런 모양새를 본 생명의 여신님께서 하는 일도 어두컴컴한데 생김새마저 이런건 좀 싫다며 바꾸셨죠.」

       

       ‘누님은 정말로 제멋대로시구만.’

       

       「누님?」

       

       ‘생명의 여신 말이야.’

       

       

       용사의 말에 사신은 잠시 용사를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생명의 여신님을 누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 분을 동경하는 분들이 정말로 많아서…. 그분을 누님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화낼 분들이 많다구요.」

       

       

       사신의 말에 용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평생동안 곁에 같이 있었으니까, 친숙하고 익숙한 누님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생명의 여신이 아닌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신이 아니던가.

       

       

       「제가 들은 것은 비밀로 해드릴게요. 생명의 여신님께서 제게 당부하신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가….’

       

       

       용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같은건 있으신가요? 없다면 이제 저승으로 안내할까 하는데.」

       

       ‘가족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 했으니까. 다들 어린 아이도 아니고, 나머지 일들은 알아서 잘 할거라 생각하니까. 괜찮아.」

       

       「그건 다행이네요. 다른 사람들은 하룻밤 내내 가족에게 이야기 하곤 하는데. 간단해서 좋네요. 그러면 이걸 허리춤에 감아주세요.」

       

       ‘이건?’

       

       「영혼을 묶는 그림자 밧줄이에요. 가끔 저승으로 가지 않겠다고 탈주하려는 영혼도 있어서요. 강제로 끌고 갈때 쓰거나 하는 물건이지요.」

       

       

       새까만 그림자로 만들어진 밧줄은 기묘하게도 영혼이 만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나는 도망 치진 않을건데.’

       

       「그래도 규칙이니까 매어주세요. 그리고 이걸 묶어야 더 빨리 갈 수 있거든요.」

       

       

       사신의 말에 용사는 그림자 밧줄을 허리에 묶었다.

       

       

       ‘묶었어.’

       

       「네. 그러면 출발할게요.」

       

       

       사신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허리에 묶은 그림자 밧줄에서 그림자가 퍼져나오더니 용사의 영혼을 뒤덮는다.

       

       그렇게 눈 앞이 깜깜해진 용사의 앞에 나타난 것은.

       

       

       「도착했어요. 세상의 끝에 위치한 저승의 문이에요.」

       

       

       새까만 바위산에 붙어 있는 거대한 문이었다.

       

       

       ‘이건…. 처음 보는군.’

       

       「보통은 살아서 올 일이 없으니까요.」

       

       

       누님과 함께 여행하면서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것이 있는지는 몰랐으니까.

       

       새하얀 얼음이 가득한 바다와,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다리.

       

       아마도, 북쪽의 끝에 있는 곳이리라.

       

       

       ‘북쪽 끝이라…. 북쪽의 끝에 이런 곳이 있는지는 몰랐는걸.’

       

       

       모험을 하는 동안 가장 북쪽으로 갔던 것은, 거인을 위협하는 독지네를 죽이기 위해 왔을때였던 용사였다.

       

       그것도 거인이 사는 작은 마을까지 갔으니, 끝까지는 가지 않았었으니.

       

       

       ‘보통이라면 말을 타고 몇달을 달려야 할 곳인데. 순식간에 오다니….’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죽은 자의 영혼을 모아오는 사신이니까요.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 하나는 순식간이에요.」

       

       ‘이곳으로? 다른 곳으로는 안되는건가?’

       

       「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세상 곳곳을 살펴봐야 하니까요. 순간이동으로 이동하다가 죽은 영혼을 빠트리면 큰일이라구요.」

       

       

       사신의 말에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내려가죠. 제 뒤를 따라와주세요.」

       

       ‘어차피 밧줄에 묶여 있어서 따라가기 싫어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가끔 풀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구요. 그러면 내려갈게요.」

       

       

       그렇게 용사는 사신과 함께 저승의 문 앞에 섰다.

       

       그러자 용사의 눈에 문 위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저 글귀는?’

       

       「생명의 여신께서 적어둔 글귀에요.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라는 글귀죠.」

       

       

       저승의 문을 지나는 이들에게 남기는 경고.

       

       한번 들어간 영혼은, 두번 다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경고.

       

       그리고, 살아있는 자가 이 문을 지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경고.

       

       그러한 경고가 새겨져 있어서인지, 문 자체에서는 정신을 갉아먹는듯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너무 바라보지 마세요. 영혼이 망가질지도 모르니까요.」

       

       

       사신은 태연하게 문을 밀어 열고선, 용사의 허리에 묶인 밧줄을 잡아당겨 안쪽으로 끌고 갔다.

       

       새까만 바위로 만들어진 통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계단.

       

       

       ‘발을 헛디디면 큰일나겠네.’

       

       「영혼이니까 괜찮아요. 육체가 있다면 큰일나겠지만.」

       

       

       태연하게 말하는 사신과 함께, 용사는 저승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참동안 내려갔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육체가 없는 영혼이라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리라.

       

       그렇게 동굴을 빠져나오자, 용사의 눈 앞에는 넓은 광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광장의 끝에, 새까만 석상이 서있었다.

       

       

       ‘저건…?’

       

       「저승의 첫번째 수호자. 흑요석 거상. 탈로스입니다.」

       

       

       용사는 붉은 눈빛으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거상을 보았다.

       

       거대한 크기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풍겨저나오는 강대한 기운. 

       

       이런 강대한 존재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니. 저승의 무시무시함을 살짝 체감한 용사였다.

       

       

       ‘강하네….’

       

       「네. 뭐, 저승의 수호자 중 하나니까요.」

       

       

       용사가 싸워온 몬스터들과 비교…. 아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상이었다.

       

       

       「생명의 여신께서 저승을 만들때 가장 먼저 만든 수호자에요. 저승의 각 계층을 관리하는 이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것 치고는, 이미 기묘한 책략으로 한번 뚫렸지만요. 라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신이었다.

       

       

       「자, 그러면 내려가죠. 갈 길이 멀어요.」

       

       

       용사는 탈로스를 지나며 올려다 보았다.

       

       자신이라면, 전성기의 자신이라면 저 거상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용사의 검이 아닌 다른 검을 쥐고 있다면 필패. 용사의 검이 있으면 반반…. 아니, 3 대 7 정도. 자신이 불리하리라.

       

       물론, 자신의 모험은 용의 무녀와 함께하는 모험이었기에 기본적으로 둘이서 함께 싸우는 것이었지만.

       

       둘이서 함께 싸운다면 결코 지지 않을테니.

       

       

       ‘뭐, 애초에 누님과 함께면 저 석상과 싸울 일이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는 용사였다.

       

       

       「이상한 생각 그만 하고, 빨리 내려가자구요.」

       

       ‘아, 미안. 저 석상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렇게 용사는 사신의 안내와 함께 저승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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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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